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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영국 협박한 중국 왕이, “오커스 동맹 빠지라!” - 英외교장관, "원전 개발에 中 배제" 주장 나오자 왕이 당황 - 오커스 동맹에 극심한 스트레스 받는 중국 - 아세안마저 오커스동맹 반대 요구하는 中 생각에 동조안해
  • 기사등록 2021-10-26 21:13:35
  • 수정 2021-10-27 08: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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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왕이, 영국에 “오커스동맹 반대, 재고하라!”]


중국의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22일,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오커스(AUKUS) 동맹에 영국이 참여하는 것에 대해 재고(再考)하라!”면서 강한 불만을 터뜨려 주목을 끌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23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왕이 부장이 “중국은 미국, 영국, 호주가 안보 파트너십을 맺고 핵잠수함 협력을 전개하기로 한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면서 “이 지역에 새로운 군사 블록을 만드는 것은 군비 경쟁을 촉발하고 강대국 간의 대립을 유발하며 역내 평화와 안정을 해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왕이 부장은 또한 “중국은 이 협의에 반대하고 영국이 핵 비확산 체계 수호에서 출발해 심사숙고하고 신중히 처리하기를 촉구한다”면서 “미국과 영국이 호주의 핵잠수함 개발을 지원키로 한 것과 관련, 핵무기 보유국이 처음으로 비핵무기 국가의 핵잠수함 보유를 돕고 고농도 우라늄을 제공하는 것은 반드시 심각한 핵확산 위험을 불러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이 협의에 반대하고 영국이 핵 비확산 체계 수호에서 출발해 심사숙고하고 신중히 처리하기를 촉구한다"는 것이다.


[왕이부장이 영국에 위협적 발언을 한 이유?]


그렇다면 왕이 외교부장은 왜 이렇게 영국에 대해 외교적 결례를 무릅쓰고 강경한 발언을 했을까?


이유를 알려면 지난 22일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과 영국의 일간 텔레그래프(The Daily Telegraph)와의 인터뷰 내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트러스 장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영국이 탄소중립 정책 실현을 위해 원자력발전을 늘려야 하는데, 원자력발전소 건설의 파트너로 영국과 신뢰관계가 확실한 국가들이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중국에 결코 의존해서는 안된다”라고 잘라 말했다. 한마디로 “중국의 입김이 닿아 있는 기업들은 영국의 원전 건설에서 배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트러스 장관은 이어 “중국을 중요한 무역파트너로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사실상 중국의 국영기업인 원전회사들이 영국의 원전 개발에 관여하는 것은 결코 바림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원전 건설같은 국가 기반시설에는 전략적으로 의존하는 국가에 한정시켜야 한다”는 말도 했다.


트러스 장관의 이러한 발언은 중국 입장에서는 청천벽력같은 것이었다. 이미 영국과 중국간의 광범위한 무역을 바탕으로 원전 건설에 참여하려 했던 중국의 꿈이 산산조각 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중국의 왕이 부장은 이미 출범한 오커스 동맹을 꺼내면서 이는 ‘핵확산방지조약’ 위반에 해당되는 것이라면서 오커스 동맹의 재고를 요청한 것이다.


물론 왕이 부장이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오커스동맹이 와해되지 않을 것임을 알겠지만 왕이 부장이 그렇게 강력한 외교적 항의를 함으로 인해 영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한다면 최소한 원자력발전소 건설에서라도 중국에게 분명한 참여 여지를 남겨달라고 압박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의미다.


이런 관점에서 트러스 장관은 이날 왕이 부장과의 통화에서도 미국이 영국, 호주와 함께 결성한 새로운 안보 파트너십인 오커스동맹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으며, 이 동맹에 대한 재고 여지는 전혀 없다고 잘라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외교부도 이날 전화 통화 내용을 소개하면서 “트러스 장관이 오커스 동맹에 대해 왕이 부장에게 자세히 설명했다”고 전했다.


트러스 장관은 또 "영국과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정기적인 소통을 유지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고위급 교류와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각 분야 협력을 심화해 양국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트러스 장관의 이러한 발언은 왕이 부장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왕이의 뜻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커스 동맹에 극심한 스트레스 받는 중국]


왕이 외교부장의 오커스 동맹에 대한 반발은 영국의 트러스 장관뿐만 아니라 직접 당사자도 아닌 EU에게도 중국의 불편한 심정을 토로한 것으로 확인됐다.


왕이 부장은 지난 9월 28일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 대표와의 화상 회담을 갖고 “미국·호주·영국의 3국 안보 협의체인 오커스(AUKUS)는 지역 평화와 안정, 국제 질서에 숨겨진 위험을 불러올 것”이라면서 “EU가 나서서 오커스의 출범을 막아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왕이 장관은 이날 EU내에서 상당히 중국친화적이라 평가받고 있는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 대표에게 ‘오커스가 가져올 3가지 리스크’를 언급하며 이같이 밝혔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보도한 ‘중국신문망’에 따르면 왕이 부장은 먼저 “오커스가 냉전 부활이라는 숨겨진 위험을 가져올 것”이라면서 “3국이 이데올로기 편견을 가지고 새로운 군사 블록을 만드는 것이 지정학적 긴장을 고조시킨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신냉전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공공연히 어기고 국제적 연대보다 지정학적 이해를 우선시했다"며 "이것은 전형적인 냉전 사고방식"이라고도 지적했다.


왕이 부장은 이어 "두 번째는 군비 경쟁이라는 숨겨진 위험"이라면서 “ 오커스는 일부 국가 및 지역이 군비 경쟁 위험을 야기하고 군사적 충돌 위험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오커스를 출범하면서 호주에 핵잠수함 기술을 이전하기로 한 것을 두고 "미국은 핵기술 개발을 이유로 일부 국가를 제재·억압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비핵국가로 핵기술을 이전하는 것은 전형적인 이중잣대"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왕이 부장은 마지막 세 번째로 “핵확산이라는 숨겨진 위험을 가져올 것”이라면서 "핵잠수함 건조 명분으로 핵무기 제조에 사용할 수 있는 핵 원료를 비핵국가에 제공하는 것은 적절한 감독 없이 무기급 고농축 우라늄을 다루는 것으로 핵확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을 한 끝에 왕이 부장은 보렐 대표에게 “3국이 시대의 흐름에 순응하여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한 것이다.


그러나 왕이 부장의 이러한 호소는 EU내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왕이 부장은 오커스 동맹으로 화가 나 있는 프랑스를 부추겨 미국과 EU간 관계, 그리고 미국과 프랑스간의 동맹을 흔들어 보려 했으나 실패했고 EU를 통해 영국을 설득해 보려고도 했으나 이 역시 난관에 부딪치게 된 것이다.


[수습국면에 들어선 미국-프랑스간 갈등]


한편, 오커스동맹으로 인해 불거진 프랑스의 반발은 이제 수습 국면으로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미국이 호주,영국과 뭉쳐 중국을 견제하는 안보 협력체 오커스를 만들었고, 이 오커스가 호주의 핵잠수함 건설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생겨난 미국-프랑스간 갈등은 해소 국면에 접어들었다.


일단 프랑스가 소환했던 대사를 원대 복귀시켰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22일 마크롱 대통령과 전화회담을 가지면서 양국관계는 복원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특히 10월 30일부터 이틀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G20정상회의에서 다시 바이든-마크롱 회담을 하기로 하면서 양국간의 협력관계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아세안]


여기에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을 결집시켜 오커스동맹에 저항하려던 중국의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


“중국은 왕이 외교부장이 직접 나서서 아세안 국가들에게 오커스 동맹에 반대하라고 부추겼지만 중국 뜻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고 SCMP가 24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왕이 부장은 지난 9월말부터 아세안 회원국인 말레이시아와 브루나이 외무장관과 각각 통화를 하면서 “오커스가 역내 평화와 안정의 숨은 위험이 된다”면서 “호주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미국이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오커스가 역내 무기 경쟁을 유발하고 핵무기 확산을 촉진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아세안 국가들이 이러한 왕이 부장의 주장에 흔쾌히 동조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아세안 국가 10개 회원국 중 필리핀과 싱가포르는 오커스에 긍정적이고, 베트남은 조심스러워 보이며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우려를 표했다”고 SCMP는 보도했다. 그렇기 때문에 “아세안 10개국의 합의를 통한 공동성명 발표는 힘들게 되었다”는 것이 SCMP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싱가포르 싱크탱크인 동남아연구소(ISEAS) 산하 유소프 이샥 연구소의 윌리엄 충 연구원은 “오커스에 대해 약간 비판적이라 할 수 있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도 자국 내 야당을 의식해 우려를 표한 것이지 사실은 보기보다 오커스에 덜 부정적”이라고 봤다.


특히 윌리엄 충 연구원은 "말레이시아는 사실 어떤 의미에서는 오커스의 수혜자"라며 "말레이시아는 남중국해 이해당사자로서 그간 중국의 위협에 맞서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높여왔다"고 SCMP에 설명했다.


또한 "인도네시아 조코 위도도 대통령도 지난달 호주 스콧 모리슨 총리와 통화하며 언급한 '계속되는 무기 경쟁'에 대한 우려는 오커스만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을 지칭한 것일 수도 있다"고 해설했다.


그러면서 윌리엄 충 연구원은 "아세안은 힘의 균형을 추구하면서 미국이나 중국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커스 동맹에 신경이 날카로운 중국]


결국 중국이 이렇게 전방위적으로 오커스 동맹에 대해 부정적 여론을 제기하고 오커스의 출범을 방해하려고 하는 것은 오커스 동맹이 그만큼 중국에 부담스럽고 스트레스를 안겨주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호주까지 핵잠수함을 보유하게 되면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완전한 장악 전략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핵잠수함이 남중국해에 진입한다 하더라도 멀리 미국의 핵잠이었기에 중국이 그나마 여유를 가질 수 있었지만 호주의 핵잠수함이 본격적으로 운용을 하게 된다면 남중국해를 마치 호주의 앞마당처럼 들어다닐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은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뿐 아니다. 미국은 이미 일본과 함께 동국해 및 남중국해에 대한 완벽한 해도(海道)를 갖고 있다. 이는 중국으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엄청난 자료이다. 그런데 이 자료를 이젠 호주까지 공유하게 된다는 것도 중국으로서는 큰 위협거리다.


이는 중국의 태평양 진출에 있어 남쪽으로 나가는 항로마저 호주로 인해 막힐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해양함대는 그야말로 독 안에 든 쥐 신세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불어 일본과는 달리 호주는 파이브아이스 국가로 이미 미국과 거의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파이브아이스의 군사 및 정보동맹에 이젠 군사적, 기술적 측면으로도 강화된 동맹으로 발전한다는 것 자체가 중국에게는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호주의 오커스 동맹 참여는 중국에게 무엇보다도 더 위력적이고 더불어 위협적이다. 그래서 중국이 저렇게 난리를 치면서 오커스 동맹을 와해해 보려 하지만 문제는 중국의 말을 들어줄 우군이 별로 없다는 한계가 있다.


결국 중국이 아무리 발버둥친다해도 오커스동맹은 강화될 것이고, 중국을 향한 압박은 이렇게 거세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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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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