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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中이 러 함대와 日열도 돌며 무력시위한 이유? - 중러 해군 함정 10척, 日열도 한 바퀴 돌며 무력 시위 - 미군, B-1B까지 동원해 중러 해상작전 대응 - 원정기지함 동원한 미군, 본격적인 중국 해상 압박작전 돌입할 듯
  • 기사등록 2021-10-25 21:20:41
  • 수정 2021-10-26 11: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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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해군 함정 10척, 日열도 한 바퀴 돌며 무력 시위]


중국과 러시아의 해군 함정이 5척씩 떼를 지어 일본 북쪽의 국제공역인 쓰가루 해협을 거쳐 관통하여 태평양쪽으로 진출했다가 역시 국제공역인 남쪽의 오스미해협을 통과해 동중국해로 진입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사실상 일본 열도를 의도적으로 관통하면서 한바퀴를 도는 무력시위를 한 셈이다.


일본 방위성 통합막료감부(한국 합참에 해당)는 중국과 러시아 해군 함정 5척씩, 총 10척이 지난 18일 일본 북쪽 홋카이도와 아오모리현 사이 쓰가루 해협을 통해 동해에서 태평양으로 진출했다.


▲ 중국롸 러시아 함정의 일본열도 무력시위 항해도


이어 “20일에는 지바(千葉)현 동쪽의 이누보자키(犬吠埼) 앞바다 약 130㎞까지 접근하며 일본 열도 우측을 따라 남하했고, 22일 오후 1시경 고치(高知)현 아시즈리(足摺)곶 남쪽 180㎞ 지점을 통과해 오스미반도와 다네가시마(種子島) 사이의 가고시마(鹿兒島)현 오스미(大隅)해협을 나란히 통과해 동중국해에 진입했다”고 23일 발표했다.


결국 중국과 러시아 함정 10척이 일본을 가운데 두고 좌우가 바뀐 역 ‘ㄷ’자 모양(‘⊃’)으로 항행한 셈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일본 영해 침범은 없었는데, 양국의 함정의 오스미 해협 동시 통과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국 해군은 일본 열도를 통과하기 전에는 동해에 접한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표트르 대제만 부근 해역에서 지난 14일부터 사흘간 해상연합-2021 훈련을 진행했으며, 23일 오전 10시쯤 나가사키(長崎)현 단조(男女)군도 남남동쪽 약 130㎞ 지점에선 중국 미사일 구축함 함재 헬기의 이착륙 훈련도 실시했다. 이때 일본 항공자위대 전투기가 긴급발진해 대응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또한 러시아 해군과 중국 해군이 14일부터 합동군사훈련을 하는 동안에 미해군 구축함 DDG-90 USS Chafee가 러시아 영해 기선 인근에서 중러 해군의 훈련장면을 감시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의 TASS 통신은 러시아 국방부를 인용해 “USS Chafee가 동해에서 러시아 영해의 침범을 시도했다”고 보도했지만 USS Chafee는 러시아 영해를 넘어서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 지난 23일 동중국해를 항해하는 중국(오른쪽)과 러시아 군함. [일본 방위성 제공]


[중-러 해군이 일본을 관통하며 위협 항해를 한 의도는?]


물론 중국과 러시아 함정이 동시에 지나간 쓰가루, 오스미 해협은 국제 해협이어서 통과 자체에 국제법상으로 문제는 없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의 두 함정이 동시에 대규모로 이 해협을 통과한 것이 처음이고, 이동 경로가 명백히 일본을 포위하는 듯한 형태여서 이번 양국 해군의 항해경로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 방위성은 중·러 함정의 이번 움직임이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보고 경계를 강화하면서 정확한 의도를 분석 중이다.


이와 관련하여 중국 국방부는 "17∼23일 중국과 러시아가 서태평양에서 처음으로 합동 순항을 했다"고 확인했다. 중국 국방부는 이어 “합동 순항과 더불어 합동 도항, 연합 기동, 실제 무기사용 등을 훈련하면서 국제법과 관련 규정을 지켰으며 타국 영해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도 중국 군사전문가들을 인용해 “중러 함정의 이번 합동 순항을 '해상 순찰'(해상 초계 활동)로 규정”하면서 “평시에서 전시 상태로 기민하게 전환하는 실전 능력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환구시보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도 중국 군사전문가 송중핑(宋中平)의 발언을 인용해 “이번 중러 합동 순항은 높은 수준의 실전 역량의 방증”이라며 "훈련에서 즉각 순찰로 전환하는 것은 평시에서 전시 상태로 전환되는 메커니즘"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메커니즘 구축은 중러 군사협력 측면에서 신속 대응 능력이 빠르게 향상되고 있음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장쥔서(張軍社) 중국 해군군사학술연구소 선임 연구원도 "합동 해상훈련(14∼16일) 뒤 도항, 연합 기동, 실사격 등의 즉각적인 훈련은 실제 전투 상황에 가깝다"며 "지속적인 작전 능력과 공해에서 전투 준비태세를 유지하는 능력을 시험하고 향상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가 이번에 일본을 두 번씩이나 관통하면서 사실상 위협 항해를 했다는 것은 미국이 대만 문제 등을 놓고 대립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 영국, 호주 등 우방 세력을 결집해 군사훈련도 강화하고 대만해협을 비롯한 남중국해에서 항행의자유 작전을 강행하는 것에 대해 중국 해군보다 막강한 해군력을 가진 러시아의 힘을 빌어 무력시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중국을 둘러싼 해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군 주도의 군사훈련이나 대 중국 항행의 자유 작전들을 살펴보면 중국이 보기에도 경악스러울만 하다.


지난 9월 영국의 최신예 항모 '퀸 엘리자베스'를 주축으로 하는 항모 타격군이 일본에 기항했다. 미국과 일본은 이 기회를 활용해 오키나와(沖繩) 남서쪽 해역에서 미·영 항모 총 3척이 참가하는 대규모 합동훈련을 펼치는 것으로 중국을 압박했다.


또한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는 미국, 인도, 일본, 호주 등 '쿼드'(Quad) 4개국이 인도양 북부 벵골만에서 '말라바르 2021' 2차 합동 훈련을 실시했다. 이 훈련은 지난 8월말 괌 인근 해역에서 나흘간 진행된 훈련에 이어 또다시 진행된 것이다.


미국 해군에서는 항공모함 칼빈슨호를 비롯해 구축함 2척이 동원되었으며, 일본 해상자위대는 구축함 무라사메 JS 등이 참여했다. 그리고 인도 해군은 이번 훈련에 구축함 INS 란비자이, 다목적 스텔스 함정 INS 사트푸라, 해양 정찰기 P-81 등을 투입하면서 “첨단 공격 무기 활용과 대잠수함 전투, 항해술 개선 등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훈련은 중국인민해방군의 대만방공식별구역에 대한 침범이 대거 이루어진 지난 3일, 필리핀 인근의 남중국해에서 미국의 니미츠급 원자력추진 항공모함 2척(로널드 레이건, 칼빈슨), 영국의 퀸 엘리자베스 항모, 일본 해상자위대의 휴가급 헬기 항모(이세) 등 4척의 항모를 비롯, 6개국 함정들이 항행의 자유작전을 실시한 것에 이어진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컸다.


또한 15일부터 18일까지는 미국-호주-일본-영국의 항공모함과 해군 함정들이 오키나와 남쪽, 대만 동쪽의 인근 해상에서 대규모의 공동훈련을 실시했다. 이 규모 또한 중국 해군입장에서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지난 15일에는 매 해군 구축함 USS Dewey와 캐나다의 프리깃함인 HMCS Winnipeg이 대만해협을 통과하면서 항행의자유 작전을 펼쳤다. 이번 항행의자유작전이 특별한 것은 그동안에는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작전에 미 해군만 참여했으나 이번에는 캐나다 해군과 동시에 진행했다는 점이다. 당연히 중국 인민해방군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미군과 캐나다군은 그 해역이 국제공역이기 때문에 항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나 중국은 대만이 중국 영토이기 때문에 국제공역이 아니라고 일방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한편, 15일의 미해군과 캐나다해군의 항행의 자유 작전에는 중국의 군함이 그 뒤를 따르며 감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내에서도 육상자위대가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전국 단위 대규모 군사 훈련을 하고 있다”고 CNN이 23일 보도했다. “지난 9월 중순부터 육상자위대가 소속 병력 10만 명과 차량 2만 대, 전투기 120대 등을 동원해 다양한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역시 23일 도쿄에서 열린 국제안보회의에 동영상 메시지를 보내 “지역의 안전보장 환경이 엄중해지고 있다. 자유, 민주주의,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위협하는 움직임이 있다”며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했다.


이렇게 미국 및 우방국들의 대 중국 관련 군사훈련도 잦아지고 중국의 도발을 가정한 방어 훈련도 강화되자 중국 역시 이를 견제하기 위해 무력을 과시한 것이다. 그러나 중국 해군만으로는 워낙 빈약하기 때문에 러시아의 힘을 빌어 공동으로 작전을 진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군, B-1B까지 동원해 중러 해상작전 대응]


그런데 특이한 것은 중국과 러시아가 러시아 해역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하는 그 시간인 17일, 미군의 B-1B 랜서 폭격기가 러시아 영공까지 접근하면서 위협 비행을 했다는 점이다.


러시아 관영 TASS통신은 러시아 국가방어 관리센터(Russia’s National Defense Management Center)의 항공우주 통제 시스템의 자료를 인용해 “지난 17일 동해의 국제공역에서 러시아 영공으로 접근하는 비행물체를 식별하고 동부군구(Eastern Military District) 소속의 MiG-31 Foxhound를 발진시켜 비행물체를 확인한 결과 미공군 초음속 폭격기인 B-1B Lancer를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TASS통신은 이어 “미군의 B-1B 랜서 폭격기가 러시아 영공을 침범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미군은 아무런 발표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미군의 B-1B 랜서가 중국과 러시아 해군이 연합훈련을 하는 바로 그 부근까지 진입을 했다는 것은 분명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 두 나라의 군사적 연합에 대한 무력시위의 성격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중국 해군의 움직임에 대해 미군이 손바닥 보듯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고, 유사시 언제든지 대응할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중국과 러시아 양쪽에 보낸 것이라 볼 수 있다.


[미군, 본격적인 중국 해상 압박작전 돌입할 듯]


이러한 군사적 움직임 외에도 미 해군의 원정기지함(ESB)이 미 해군 7함대 제11상륙대에 배치되면서 일본의 사세보항에 도착해 주목을 끌고 있다.


일본의 NHK는 지난 11일, “원정기지함인 ESB-5 USS Miguel Keith가 지난 8일 나가사키현 사세보항에 도착했다”면서 “미 해군이 보유한 3척의 원정해상기지 중 하나인 미구엘 키이스함은 2021년 5월에 취역한 최신예 함정”이라고 밝혔다.


NHK는 이어 “원정기지함인 미구엘 키이스함의 일본 영해 진입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해양진출을 강화하는 중국을 염두에 둔 대응”이라고 분석했다.


‘떠다니는 군사기지’로도 불리는 이 원정기지함은 헬기 이착륙이 가능한 항공기지 기능을 갖추고 군사작전의 후방기지 임무를 수행한다.


이 원정기지함의 일본 기항은 아주 의미가 크다. 일본이 최근들어 가장 경계를 하고 있는 지역이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釣魚島)열도이고, 더불어 중국이 대만의 부속섬들에 대한 기습 점령을 시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런데 원정기지함이 그들 분쟁지역 인근에 자리를 잡게 되면 완전한 해상기지가 하나 만들어지는 셈이어서 미군과 연합군의 작전에 엄청난 힘을 실어 줄 수가 있다.


특히 원정기지함이 미군의 지상기지에 의존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해양작전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전진 배치 해양부양기지’라는 점에서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의 작전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더욱이 미군의 대 중국 압박전략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원정기지함이 일본에 전격 배치되었다는 점은 중국에게도 상당한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원정기지함인 미구엘 키이스함에 아메리카 강습상륙함이나 일본 해상자위대의 경항공모함급 호위함인 ‘이즈모(1만 9500t)’ 전단과 함께 작전을 펼친다해도 웬만한 항공모함 이상의 작전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일본의 해상 방어 및 공격 능력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즈모함이 오는 11월부터 미 해병대가 운용하는 F-35B 수직이착륙 스텔스전투기도 탑재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또다른 이지모급 구축함인 카가함 역시 미구엘 키스함의 도움을 받게 되면 그 전력은 한층 배가될 수 있다.


[중국의 러시아 해군과의 무력시위는 또다른 허세]


결국 중국의 최신예 해군들이 러시아 해군들과 함께 일본 인근의 해역을 휘젓고 다녔지만 그러한 무력시위가 일본이나 미군을 전혀 위협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들의 전력은 지금 미 해군이나 일본의 해군력과 견주어 볼 때 별 큰 위력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중국은 이번에 러시아의 힘까지 빌어서 허세를 부려봤지만 오히려 미국과 일본의 방어능력만 시험하는 꼴이 되어버렸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러시아와 중국 해군이 국제공역이라는 이유로 일본의 해협을 휘젓고 다닌 상황에서 앞으로 미군을 비롯한 동맹국 해군들이 남중국해의 국제공역에서 항행의자유 작전을 펼치더라도 할말 없게 됐다.


더불어 미군 및 동맹국들의 항행의 자유 작전이 이젠 다국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명분도 얻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중국과 러시아 해군의 해군훈련은 득보다 실이 더 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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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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