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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바이든이 중국 향해 강력한 경고 발언을 한 이유? - 바이든, '중국이 대만 공격하면 미국이 군사력 동원해 방어' - "중국 향한 외교적·군사적·경제적 압박, 흔들림없이 지속될 것" - 바이든 지지율 하락 상황에서 강경 이미지로 돌파구 열려는 의도
  • 기사등록 2021-10-23 22:08:39
  • 수정 2021-10-24 08:4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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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중국이 대만 공격하면 미국이 방어']


그동안 대만 방어와 관련하여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 왔던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미국이 대만을 방어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볼티모어에서 열린 CNN 타운홀 미팅 행사에서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때 미국이 방어할 것이냐”는 앤더슨 쿠퍼 CNN 앵커의 질문을 받고 "그렇다"(Yes)라면서 "우리는 그렇게 할 책무가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만 방어와 관련한 이 답변은 중국의 대만 침공시 군사 개입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이는 중국에 대한 정책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월에도 미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집단방위 조항인 상호방위조약의 5조를 거론한 뒤 "(이는) 일본에도, 한국에도, 대만에도 마찬가지"라고 언급하면서 중국의 무력 침략 시 대만에 군사 개입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바 있지만 중국이 강력하게 반발하자 미 국무부는 “중국에 대한 기본 정책은 변하지 않는다”면서 수습에 나선적이 있었다.


특히 논란이 되었던 점은 한국이나 일본, 나토와는 상호방위조약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군사 개입을 할 수 있지만 대만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바이든 대통령 발언의 배경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다.


미국은 과거 1954년 대만과도 군사 개입이 포함된 조약을 맺었지만 미국이 중국과 수교하면서 1979년 대만과 단교할 때 군사개입 조항 역시 사라졌고, 이에 따라 대만에 주둔하던 미군도 철수했었다.


현재 미국과 대만간에는 대만관계법(Taiwan Relations Act)이 유일하게 경제적, 외교적, 군사적 연결 끈이 되고 있는데, 이 법에 따라 대만에 자기방어 수단을 제공하고 유사시 대만을 군사적으로 지원할 근거를 두고 있지만 상호방위조약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느슨하고 의무도 없어서 이 법의 실효 한계에 대해서도 대만은 불안감을 표현해 왔었다.


특히 미국은 그동안 중국과의 외교적 관계를 고려해 대만에 대한 군사개입 문제에 관한한 미국의 의지를 명확히 밝히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 정책을 펼치면서 중국의 대만 공격에 대한 억지를 해 왔었는데 이에 대해 미국 내부에서도 중국의 세계 패권 전략에 맞서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라도 대만 방어에 대한 명확한 임장 표명을 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대만 수호 발언 이외에도 한 청중이 최근 중국의 초음속 미사일 시험을 거론하며 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 묻자 “미국이 세계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군대를 갖고 있다는 것을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전 세계가 다 알고 있다”며 “그것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가 걱정해야 할 사안은 그들이 심각한 실수를 저지르는 지경까지 나아갈 행동에 관여할지 여부"라고 말하면서 미국의 국방력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한 “나는 전 세계 어떤 정상들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많이 대화하고 시간을 보냈다”며 "중국과의 냉전을 원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물러나지 않고 견해도 일절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중국이 이해했으면 한다"고 강조해 중국을 향한 외교적·경제적 압박이 결코 변화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한편, 대만 방어와 관련하여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도 2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본부에서 취재진에게 "여러 행정부에서 해왔듯이, 대만이 스스로 방어를 위해 필요한 어느 정도의 능력을 갖추도록 계속해서 도울 것"이라면서 “미국이 대만에 강력한 군사 장비를 포함한 지원을 제공하는 것 같은 이러한 지원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때와 같은 가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또다시 백악관은 뒷수습에 나섰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강력한 대만 보호 의지 표명이 나오자 백악관은 발빠르게 또 뒷수습에 나섰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타운홀 미팅 행사에서 미국 정책 변화를 선언한 게 아니었다”며 “미국 정책에 아무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대만의 방위 관계는 대만관계법을 따른다"며 "우리는 그 법률에 따라 계속해서 우리의 책무를 다하고 대만의 자기방어를 지원하며 현상태를 바꾸는 어떠한 일방적 변화도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이 바이든 대통령의 뒷수습에 나서자 로이터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말실수를 했느냐”고 백악관에 질의했지만 “백악관 대변인은 추가 답변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의외로 차분한 대만]


바이든 대통령의 대만 수호 발언이 나왔지만 대만은 의외로 차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만 총통실은 이날 “자국 입장은 종전과 같다”며 “압력에 굴복할 일도, 지원을 받아 성급하게 전진할 일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여기서 ‘성급하게 전진한다’는 말은 대만이 중국을 향해 선공(先攻)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사비에르 장 총통실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대만은 스스로를 방어할 확고한 의지를 보여줄 것”이라며 “대만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보여주기 위해 바이든 행정부가 구체적인 행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발언에 반발하는 중국]


바이든 대통령의 대만 수호 발언에 대해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미국은 대만의 독립 지지자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내지 말라”면서 “중국은 핵심 이익에 대해 양보할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대만 수호 발언에 숟가락 얹은 북한]


흥미로운 것은 바이든 대통령의 대만 수호 발언에 대해 뜬금없이 북한도 숟가락을 얹고 나섰다는 점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3일, 박명호 북한 외무성 부상이 전날 담화를 통해 "최근 미국이 중국의 불가분리의 영토인 대만의 독립을 부추기며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며 "이것은 미국이 겉으로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견지한다고 하지만 실지로는 대만을 반중국 압박 도구로, 유사시 중국을 제압하기 위한 전초기지로 써먹고 있다는 것을 실증해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박명호 부상은 이어 "대만은 중국의 한 부분이며 대만 문제는 철두철미 중국의 내정에 속하는 문제"라며 "미국의 행위는 중화인민공화국에 대한 노골적인 내정 간섭이며 국제 평화와 안정에 대한 엄중한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박명호 부상은 또한 "대만 정세는 조선 반도 정세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며 "대만 문제에 대한 미국의 무분별한 간섭은 조선 반도의 위태로운 정세 긴장을 더욱 촉진시킬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부상은 더불어 "남조선 주둔 미군 병력과 군사 기지들이 대중국 압박에 이용되고 있으며 대만 주변에 집결되고 있는 미국과 추종 세력들의 방대한 무력이 어느 때든지 우리를 겨냥한 군사 작전에 투입될 수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 부상은 이와 함께 "미국은 저들의 무모한 내정 간섭과 분열 책동, 노골적인 이중 기준 행위가 도끼로 제 발등을 찍는 비참한 결과만을 초래할 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우리는 대만 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패권주의적 행태를 조선 반도 정세와의 연관 속에 각성을 가지고 계속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박 부상은 바이든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아 비판 수위를 조절했다.


북한의 이러한 성명은 사실 미국에 대항하는 중국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도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 가운데 한국을 거론하면서 대만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반격을 상당히 의식한 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말해 바이든 대통령의 강력한 대만 수호 의지가 곧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군사개입 가능성까지 당연히 강조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반박성 성명을 내게 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이 강력한 대만 수호 의지를 밝힌 이유는?]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왜 대만에 대한 절대적 수호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했을까?


가장 큰 요인은 지금 바이든 대통령이 처해 있는 위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의 지지율이 40% 수준까지 떨어지고 특히 내년의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현직 대통령의 이점을 살려 반등의 기회를 잡아야만 한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힘을 주어 강조했던 대목들을 살펴보면 대만 카드도 왜 나왔는지 일견 이해가 간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대만 관련 발언 외에도 치솟는 유가에 대해 지금 당장은 공급을 늘리지 않는 석유수출국기구(OPEC)로 인해 어려움을 겪겠지만 내년에는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희망도 국민들에게 던져주었다.


또한 지금 미국사회에 가장 불만요소 중 하나로 떠오른 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인한 물류대란 문제도 “운전기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방위군에 트럭 운전을 맡길 것”이라면서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 이후 백악관 관계자는 CNN에 “각주에서 주방위군 사용을 요청하는 것은 주지사의 재량에 달려 있지만, 연방차원에서는 주방위군 사용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한발 물러섰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발언의 기조는 ‘나약한 대통령’, ‘문제 해결 능력이 부족한 대통령’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일거에 해소하기 위한 의도적 강경 발언들이 이어졌음을 알 수 있다.


대만 문제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미국에서의 반중정서는 이미 70%를 넘어서고 있다. 이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국민정서가 되어 버렸다. 특히 중간선거가 1년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국내 이슈의 문제점들을 일거에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외교적 이슈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대만 문제는 현직 대통령으로서 가지고 있는 중요한 외교적 카드라고 볼 수 있다. 그동안 미국내에서 대만 문제까지 미국 대통령이 확고하게 끌고 나가지 못한다는 의견들이 많았었는데 바이든 대통령은 이러한 여론들을 정면 돌파해 가면서 자신에 대한 이미지 쇄신을 꾀하려 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은 중국 때문이다. 지난 8월 15일, 미국은 충격 속에 아프가니스탄을 빠져 나왔다. 그러나 아프간 철수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악화되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코너로 몰렸다. 그런데 이 와중에 중국은 8월 17일 대만을 향한 대대적인 군사도발을 감행했다. 대만해협을 향해 실전에 가까운 엄청난 미사일을 발사하고 수륙양용차가 상륙작전까지 벌이는 군사훈련을 한 것이다. 이는 분명히 미국의 반응을 떠보려는 중국의 의도가 숨겨져 있었다.


이러한 중국의 미국에 대한 반응테스트는 지난 1996년의 뼈아픈 기억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1990년의 걸프전 이후 미국이 아직도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 처해 있을 때 중국은 사실상 대만을 정복하기 위한 대대적인 군사작전을 감행했다. 그러자 미국은 즉각 항공모함 2척을 급파하면서 강경하게 대응을 했고, 미국의 압도적 군사적 우위에 놀란 중국은 곧바로 꼬리를 내리고 물러선 바 있다. 이때 충격을 받은 중국은 집중적인 군사현대화에 나서게 되었다.


이번 8월 17일의 대규모 도발 역시 미국의 반응을 테스트해 보려는 의도가 담겨 있었다는 의미다. 지난 10월 국경절 연휴 기간 동안의 중국 인민해방군의 대규모 대만방공식별구역 침범도 미국 주도의 대규모 항공모함 동원 군사훈련에 대응하면서 역시 미국측의 반응을 떠보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대만 수호관련 강력한 의지 표명은 중국더러 “괜히 미국을 시험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나 다름없다. 오히려 중국이 현재 상황을 오판해 잘못된 군사행동을 할 경우 중국이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을 바이든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강조한 것이라는 의미다.


분명한 것은 미국의 대만 위기시 군사적 개입 발언은 지난 8월에도 있었지만 그때는 중국의 간을 보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번의 강력하고도 구체적인 발언은 사실상 미국의 전략적 모호성을 완전히 넘어서는 ‘전투적 발언’이었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실수로 나온 것이 아니라 의도를 가지고 그렇게 강력한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그 의미는 역시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경고다.


더더욱 중국을 향한 외교적·군사적·경제적 압박을 흔들림없이 계속해 나갈 것이라는 발언 역시 중국에 주는 경고 의미는 매우 크다.


그런 관점에서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대만 수호 의지 표명은 앞으로의 미중간 관계의 압박 강도나 방향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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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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