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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국 경악하게 만든 美 주중대사 청문회 - 번즈 주중대사 지명자, 청문회서 대중 강경발언 쏟아내 - "시진핑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할 것" 주장도 나와 - 늑대전사 친강을 주미대사로 보낸 중국, 번즈에 대해 할말 없을 듯
  • 기사등록 2021-10-21 15:31:17
  • 수정 2021-10-22 08: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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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토장된 美 주중대사 청문회]


“강적이 나타났다!”


20일(현지 시각) 미 주중대사 지명자인 니콜라스 번스 전 국무부 차관의 의회 청문회를 본 소감을 한마디로 정리하라면 바로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니콜라스 번스 전 국무부 차관이 주중 미국대사로 부임한다면 중국 정부 당국도 아주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고, 미중관계도 또다른 차원에서 강경 대치를 이어갈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이날 니콜라스 번스 전 국무부 차관에 대한 상원 외교위원회의 청문회는 그저 중국 시진핑 체제에 대한 성토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날 청문회에서 나온 발언 하나 하나가 중국 정부 당국을 경악하게 만들 내용들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이슈 1] 중국에 대한 평가와 대응


이날 청문회에서 니콜라스 번스(R. Nicholas Burns) 주중대사 지명자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21세기 최대 지정학적 시험”이라고 규정하면서 “중국이 세계 최강의 국가도 아니며, 심지어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비중있는 동맹국도 없다”고 평가절하해 주목을 끌었다.


번스 지명자는 이어 “중국은 ‘동양이 부상하고 서양이 쇠퇴한다’고 주장하지만 나는 우리나라(미국)가 그러한 중국의 주장을 뭉갤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이 있다”면서 “중국엔 없고 미국엔 있는 게 바로 동맹”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번스 지명자는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 조약 동맹인 일본, 한국, 호주는 물론 안보 파트너인 필리핀, 태국 등 우군을 갖고 있다”고 전제한 후 “미국은 우리 동맹·파트너와 함께, 그들이 틀렸다는 사실을 증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번스지명자는 이어 “중국은 경제적, 정치적으로 상당한 약점과 과제를 안고 있다”면서 “특히 중국은 신과 같은 힘을 가진 나라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번스 지명자는 더불어 “중국은 국제적으로 고립되어 있다”면서 그 이유로 “중국인들은 매우 공격적이어서 많은 반발을 불렀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의 강점을 과장하거나 미국의 장점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 것이다.


심지어 번스 지명자는 중국이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는 코로나 바이러스 기원과 관련해서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기원을 밝히는 데 있어 중국이 전 세계를 방해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또한 “중국이 무역과 투자 등에서 규범을 따르지 않을 경우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와 불공정한 보조금 지급 등 문제를 열거했다.


[이슈 2] 인도-태평양지역에서의 긴장 문제


번스 지명자는 특히 미·중 양국의 경쟁 주 무대인 인도태평양 지역에 주목하며 “중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점점 더 강력한 군사적·경제적·정치적 행위자가 되고자 한다”면서 “미국은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유지를 위해 동맹·파트너와 함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정한 운동장에서 경쟁한다면 지구상에 미국과 필적할 이는 없다”고도 했다.


번스 지명자는 특히 “중국이 미국의 가치와 이익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거나, 미국 또는 우리 동맹·파트너를 위협하고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무너뜨린다면 우리는 중국에 도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번즈 지명자는 한국, 일본 등 동맹국은 물론 ‘쿼드(Quad)’, ‘오커스(AUKUS)’ 같은 다자 안보협력체와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공화당 외교위 간사인 제임스 리시 의원은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부터 생화학 무기 위협까지 거론하며 대응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번즈 지명자는 “이는 불안감을 키우는 일”이라며 “중국은 최소한의 억지력만 갖겠다던 기존 입장을 버리고 극초음속 미사일과 핵무기 생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에서도 밥 메넨데스 외교위원장이 “우리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고, 크리스 쿤스 의원은 잔혹함(brutality), 기만(deception) 같은 단어들을 사용하면서 중국을 “위험한 전체주의 정권”이라고 비난했다.


[이슈 3] 미중 갈등의 핫 스팟, 대만 문제


이날 청문회장을 뜨겁게 달군 또 하나의 핵심 이슈가 바로 대만 문제였다. 번스 지명자는 “중국이 대만과의 통일을 반드시 시도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미국으로선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되 중국에 의한 ‘현상 훼손’, 즉 대만 침공과 강제 병합만은 꼭 막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는 대만을 독립국으로 인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지만 “현상을 훼손하는 일방적 행동에 반대하는 것 역시 옳다”는 말로 중국을 겨냥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번스 지명자가 언급한 ‘현상 훼손’이란 일국양제의 현실을 변경하기 위해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침공, 결국 중국의 일부로 완전히 편입시키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번스 지명자의 발언은 현재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이 지향하는 바와 보조를 맞춘 것으로 보인다. 차이잉원 총통 역시 현상유지에 방점을 두고 양안간 평화를 주장한 바 있다.


특히 번스 지명자는 중국이 대만 ADIZ를 침범하면서 양안(중국·대만) 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것에 대해 “터무니없는 일”이라면서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러한 중국의 ADIZ 침범 행위가) 대만을 정복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는 말로 중국의 도발을 경계했다.


번스 지명자는 이어 “대만을 (중국이) 다루기 힘든 나라로 만드는 것이 우리(미국)의 책임”이라며 “미국은 대만에 대한 안보 지원을 심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만이 충분한 자기방어 능력을 갖추도록 도와야 한다”고도 했다. 대만 방어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더불어 번스 지명자는 “대만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에 무너지는 ‘첫 번째 도미노’가 될 수 있다”는 빌 해거티 상원의원의 지적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인도태평양 지역에 강력한 미군 억지력을 유지하는 것일 수 있다”며 한국, 일본, 호주와의 동맹 및 괌에 배치된 해군, 공군을 예로 들었다.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분쟁 등에서 향후 주일, 주한미군을 관여시킬 수도 있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이슈 4] 중국이 신장 위구르 등 소수민족 인권 탄압


번스 지명자는 또한 “중국이 신장 지역의 제노사이드(집단학살)과 티베트에서의 학대, 홍콩의 자치권과 자유 탄압 등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번즈 지명자는 특히 “신장 위구르 문제를 적극 제기하고 있는 호주와 리투아니아 등의 국가에 대해서도 미국은 더욱 적극적 지지를 보내야 한다”는 말도 했다.


번즈 지명자는 홍콩 문제와 관련해서도 “중국은 홍콩에 대한 일국양제 약속을 어겼다”면서 “그러한 중국을 미국은 결코 신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번즈 지명자는 "미국은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 자유로운 언론과 기업, 인권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지지라는 우리의 가치로 선도해 나갈 것"이라며 "이것들이 바이든 행정부 대외 정책의 중심"이라고 했다.


[이슈5] 기후변화 등 중국과의 협력 문제


그러면서도 기후 변화 대응에 관해서는 "중국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더 줄이지 않는다면 세계는 기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서 이 분야에 대한 양국간 협조 필요성을 강조했다.


번즈 지명자는 “미국과 중국 간 핵심 분쟁 사안인 지식재산권(IP), 국가 보조금 문제 및 덤핑, 불공정 노동 관행 등을 포함한 교역과 투자 영역에서 중국이 '룰'을 따르도록 해야 한다”면서 "(중국이 룰을 어기는 것은) 미국의 노동자와 기업에 해를 가한다"라고 했다.


더불어 "학생과 학자, 외교관, 언론인을 포함해 미국의 법에 부합하는 안에서 국민 간 교류를 유지하는 게 우리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했다.


[강성 번즈, 중국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 없을 듯]


이번 번즈 지명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나타났지만 번즈 지명자는 그야말로 대중 강경파이다. 특히 이번 청문회에서 나왔던 말들만 하더라도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당혹스럽기도 하고 얼굴이 붉어질 그러한 내용도 많다.


그럼에도 중국은 번즈 지명자에 대해 이렇다 할 반발을 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먼저 ‘‘늑대처럼 싸운다’는 전랑(戰狼)외교의 원조이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총애를 받는 친강(秦剛)을 주미대사로 내보냈기 때문이다.


초강경파인 친강이 지난 8월 28일(현지시간) 주미대사로 부임해 워싱턴에 도착하자 미국의 언론들은 즉각 “시 주석이 근육을 드러냈다”고 했고 ‘워싱턴뉴스데이’는 “중국이 워싱턴에 늑대 전사(Wolf Warrior)를 보냈다”고 헤드라인을 뽑았다.


실제로 친강 대사는 워싱턴 도착 직후 기자회견에서 “중미 관계의 대문은 이미 열렸고 앞으로도 닫힐 수 없다고 믿는다”면서도 “중국의 투쟁은 끝이 없으며 중국 외교의 최고 책무는 주권과 안보·발전 이익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착 일성부터 중국 정부가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견제에 맞대응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시사한 것이다.


그는 주미 중국대사관 홈페이지에 미리 올린 인사말에선 보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인민의 행복을 위한 중국 공산당과 중국 정부의 분투는 한계가 없을 것"이라면서 "중국은 확고하게 평화적 발전의 길을 갈 것이며 세계 평화의 건설자, 전세계 발전의 공헌자, 국제 질서의 수호자가 될 것이고, 세계 각국과 손을 잡고 인류운명공동체를 건설할 것"이라고 한 것이다. 다시한번 시진핑의 ‘중국몽’을 자신의 주미대사 취임의 변으로 가름한 것이다.


친강은 지난 9월 10일(현지시간) 비영리단체인 미중관계전국위원회(NCUSCR)가 주최한 비공개 화상회의에 참석해 토론을 하다가 미국 고위 관리들에게 “중‧미 양국 간 의견 차이를 해결할 수 없다면, 제발 입 닥쳐라(please shut up)”라고 매우 비(非)외교적인 발언을 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친강 대사는 심지어 "중국은 여태껏 침략·확장하지 않고 자국의 정치제도·발전모델을 수출하지도 않았다"면서 "미중 관계에서 냉전 시나리오를 기계적으로 모방하고 중국을 경쟁자이자 가상의 적으로 보는 것은 돈키호테가 풍차에 도전하는 것처럼 황당하고 위험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렇게 늑대의 송곳니를 가진 친강을 주미대사로 보냈으니 미국이 주중대사로 대중 강경파인 번즈 전 국무부 차관을 보내는 것에 대해 가타부타 왈가왈부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를 자업자득이라 한다.


한마디로 중국이 친강을 주미대사로 보내면서 “미국에 대해 할 말 다 하겠다”고 도발하자 미국 역시 “그렇다면 미국 역시 중국을 향해 할 말 다하겠다”고 응수한 셈이어서 앞으로의 미중 양국간의 외교 대결도 아주 중요한 관심 포인트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번즈, 곧바로 인준받아 주중대사로 취임할 듯]


한편 로이터통신은 “번스 지명자가 여야로부터 칭찬을 받았다”면서 “번스 지명자는 상원에서 인준을 받는데 큰 반대에 부딪히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어 “중국과 거래에 있어 강경 노선을 원하는 것은 분열된 미 의회에서 몇 안되는 초당적 정서 중 하나”라고 전했다.


야당인 공화당 짐 리쉬 상원의원도 "번스 지명자가 임명된 것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CMP도 21일 “번즈 지명자가 다음 주 상원에서 표결을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상원 인사청문위원회는 주중대사 청문회와 동시에 주일대사로 지명된 람 이매뉴얼 전 오바마 행정부 비서실장 청문회, 싱가포르 대사로 지명된 조너선 에릭 캐플런 청문회도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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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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