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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오징어게임’이 중국 사회에 주는 충격 - 中네티즌들, 한국 부러워하며 中애국주의에 자괴감 - 中정부, "오징어게임 영화가 자본주의 한계 드러낸 것" 판단 - 오징어게임으로 인해 중국 사회 역풍 맞을 가능성
  • 기사등록 2021-10-16 21:34:37
  • 수정 2021-10-17 08:5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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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휩쓴 오징어게임. 중국사회도 뒤덮었다!]


전 세계가 열광하는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이젠 중국 사회를 흔들고 있다. 중국은 넷플릭스가 진입하지 못했기 때문에 불법 시청을 통해 널리 퍼져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서는 검색어 누적 조회수가 20억 회를 넘었고, ‘텅쉰’(騰訊)에선 국내외 영상을 합해 검색 순위 1위에 올랐다. 또한 중국의 대표적인 리뷰 플랫폼인 더우반의 실시간 인기컨텐츠 1위에 랭크되어 있기도 하다. 현재 추정으로는 최소 1억명 이상의 중국인이 오징어게임을 봤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5일,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전세계적 돌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정식 방영되지 못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SCMP는 그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들었다. “하나는 이미 불법적으로 너무나도 많은 이들이 시청해 버렸다는 것이고 둘째는 당국의 검열을 통과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드라마의 폭력성과 불평등에 대한 주제로 인해 중국에서 정식 방영 되기는 곤란할 것”이라고 SCMP는 설명했다.


‘오징어게임’의 인기는 오프라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상하이의 인민광장에 있는 가게들에서는 ‘오징어게임’에 나오는 녹색 트레이닝복을 비롯해 달고나 등의 굿즈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또한 중국의 쇼핑앱에서도 굿즈를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앞서 장하성 주중한국대사도 국정감사 자리에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오징어 게임’의 경우, 넷플릭스가 판권을 가지고 있지만 중국의 60여개 사이트에서 불법으로 유통되고 있는 걸 파악했다”며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징어게임이 중국사회에 던지는 질문들]


현재 오징어게임에 대해 중국 정부는 전혀 코멘트를 하고 있지 않다. 한국 대사관측이 불법 다운로드를 문제 삼았음에도 답변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SNS 등에서의 오징어게임 관련 여론의 흐름에 대해서도 아직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일단 중국 당국 입장에서는 오징어게임 자체가 자본주의의 폐해를 다뤘으니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해 방치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보여진다. 전혀 검열을 하고 있지 않다는 의미다.


그래서인지 네티즌들은 오징어게임과 관련된 기사에 자신들의 속내를 그대로 표출시키는 댓글들을 달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중국의 주류매체인 관찰자망(观察者网)이 당일 CNN이 보도한 뉴스를 인용해 “오징어 게임,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많이 본 에피소드”’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기사 내용에는 특별한 것이 없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오징어게임이 지난 9월 17일 출시 4주만에 전 세계에서 1억 110만 뷰를 넘어섰다”면서 “이제까지 1위였던 브릿지타운의 8200만뷰를 거뜬히 넘어섰다”고 보도한 것이다.


그러면서 “'오징어게임'이 현재 94개국 넷플릭스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비영어권 드라마 시리즈 최초로 넷플릭스 미국 차트 21일 연속 1위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바로 이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었다.


“많은 중국인들이 오징어게임과 넷플릭스에 대해 무시하고 싶을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중국의 영화나 TV드라마는 전 세계에서 이러한 인기를 끌지 못한다. 중국도 넷플렉스가 전 세계를 장악하고 있는 방법에 대해 배워야 한다.”


“솔직히 말해 ‘오징어게임’을 만든 한국이 부럽다.”


“한국영화와 드라마가 현실 사회를 바꾸지는 못하지만 사회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는 데는 실로 심오하다.”


“자랑스러운 나라일수록 영화산업이 발전했다. 그런데 우리는 뭔가?”


“오징어게임의 인기는 지난해 국내 드라마 시청율 1위였던 ‘안지아’를 넘어섰다. 이는 중국 최고의 애니메이션 영화들이 꿈도 꾸지 못하는 결과다. 이웃 나라 인도만 해도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팬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중국은 결국 국내 팬 밖에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웨이보에서도 이러한 글들이 많이 올라왔다.


“이게 바로 문화수출이지. 정말 부럽다, 문화수출. 난 항상 한국인들을 욕해 왔는데 그들의 문화수출능력은 정말 대단하다.”


물론 이 댓글들에 애국주의적 성향을 가진 네티즌들이 반박하는 글을 덧글로 달기도 했지만 곳곳에서 한국 영화에 대한 부러움은 넘치는 반면 중국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자괴감을 토로하는 이들이 많았다.


특히 네티즌들이 주목하는 것은 중국식 애국주의로 인한 소위 국뽕 영화의 한계를 여러 사람들이 지적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그러한 선동주의적 문화가 중국인들을 우물안 개구리로 만들고 있다는 자책이다.


왜 중국내에서는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고 하는데 외국에서는 그러한 영화가 전혀 개봉되지 못하는 것일까? 중국의 네티즌들은 이렇게 답한다. “애국주의로 물든 영화이고 공산당 선동주의만 넘쳐나는 영화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중국이 오징어게임에서 간과하고 있는 것들]


북한 대외선전매체인 '메아리'가 지난 12일 "최근 약육강식과 부정부패가 판을 치고 패륜패덕이 일상화된 남조선 사회의 실상을 폭로하는 TV극 '오징어게임'이 방영돼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한마디로 “한국과 자본주의 사회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면서 오징어게임을 통해 한국 사회를 비난한 것이다.


그러면서 "오징어게임이 인기를 끌게 된 것은 극단적인 생존경쟁과 약육강식이 만연된 남조선과 자본주의 사회 현실을 그대로 파헤쳤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이어 경제상황이 어려운 참가자들이 단 한 명의 생존자에게 주어지는 상금을 차지하고자 벌이는 게임을 주제로 한 드라마 내용을 설명하면서 "인간을 극단적 경쟁으로 내몰고 그 속에서 인간성이 말살돼 가는 야수화된 남조선 사회"라고 비난했다.


‘메아리’라는 선전매체는 더불어 "1등이 아니면 죽어야 한다는 약육강식의 경기규칙을 만들어놓고 처참한 살육이 벌어지는 경기를 오락으로 여기며 쾌락을 느끼는 부자의 형상을 통해 불평등한 사회에 대한 격분을 자아내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 선전매체는 그러면서 '치열한 경쟁 속에 탈락자들이 늘어나는 것이 현 남조선 사회다', '돈으로만 사람을 평가하는 세상에서 사는 현실이 저주스럽다' 등 관람객들의 소감을 비판적으로 전했다.


그런데 중국이 오징어게임 열풍을 바라보는 시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과연 오징어게임을 본 사람들이 중국 당국이나 북한 매체가 주장하는 그런 식으로 받아들일까? 혹시 역풍이 불지는 않을까? 당장 북한 내에서 중국을 통해 오징어게임을 보려는 이들이 많아질텐데 그 열풍이 혹시 북한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까?


이에 대해 분석해 보려면 왜 오징어게임이라는 영화가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영국의 BBC는 지난 9월 23일, “콘텐츠는 시대를 반영한다”면서 “이토록 개성이 강한 콘텐츠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은 지금의 사회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다시 말해 “현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소외감과 억울함 등을 호소하는 가운데 오징어 게임, DP(DP의 추억… 전직 ‘군탈체포조’의 고백)와 같은 콘텐츠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한 것이다.


또한 BBC는 “오징어 게임과 같은 소위 '배틀로얄'(최후의 1인이 살아남을 때까지 벌이는 생존싸움)류 서사의 유행이 경쟁의 고도화와 같은 사회문화적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면서 “현대사회의 무한경쟁 체제에서 누가 우위에 설 것인가에 대한 물음들이 많이 던져지고 있다”고 봤다. 그래서 “왜 현대인들이 이렇게 살아가느냐는 질문이 글로벌 사회에서 먹힌 것 같다”는 것이다.


또 하나, 전 세계를 이미 장악하고 있는 게임 문화가 이 영화를 더욱 친숙하게 만든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오징어게임’이라는 드라마가 중국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과연 중국 당국이 생각하는 바대로 자본주의의 폐해를 그대로 보여 주었기 때문에 중국 체제의 우월성을 느끼는 계기가 될까?


세계인들이 왜 ‘오징어게임’에 빠져들까? 이유는 공감하기 때문이다. 자신도 모르게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그 드라마의 주인공들에게서 찾게 되면서 자신도 모르게 동화되고 또 일체화된다는 것이다.


특히 2030 세대들의 경우 지금 당장 이룰 수 없는 많은 꿈들에 대한 답답함들도 이 드라마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깨닫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자신이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기훈 역의 이정재와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앞으로 많은 가능성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나서 “그래, 한번 해보자”는 생각을 갖게 만들기도 한다. 그것이 자본주의이고 또 그렇게 승리하는 인생으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에서 이 영화에 심취하는 젊은 세대는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그들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이들처럼 가볍게 그저 킬링타임용으로 넘길 수 있을까?


한마디로 현실의 답답함은 자본주의의 청년들보다 사회주의하의 청년들이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는다.


중국에서 2000~2009년 출생한 Z세대를 ‘링링허우(零零後)’라 부른다. 그런데 이들은 취업난민이다. 지난해 중국에선 역대 가장 많은 874만명이 대학을 졸업했지만, 코로나 영향으로 기업들이 채용을 줄이면서 취업난이 심각한 상태이다. 취업 재수생과 해외 유학파까지 더하면 구직 고학력자 수는 무려 100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요즘 중국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3000위안(약 53만 원) 월급만 줘도 어디에서든 일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런데 바로 이 2000년대생인 ‘링링허우’들과 1990년대생인 ‘주링허우(九零後)’세대들이 철저한 중국식 이념 교육을 강화한 첫 세대임에도 불구하고 민족주의 이데올로기에 무장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산당과 시진핑 주석으로부터 등을 돌리는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다.


요즘 이들 세대들의 문화를 한마디로 정리해 주는 것이 바로 ‘탕핑(躺平, 당평)’이다. ‘탕핑’은 문자 그대로는 ‘평평하게 눕는다’는 뜻이다. 열심히 일할 필요 없이 그저 눕는 게 현명하다는 뜻이 담긴 신조어다.


이들이 이렇게 탕핑에 빠지는 근본적인 이유는 중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거대한 현실의 벽 때문이다. 일자리도 ‘바늘구멍’보다 좁기도 하지만 급여도 팍팍해 많은 중국의 젊은이들이 엄청난 현실의 벽에 부딪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BBC는 이에 대해 일자리를 구하는 중국 청년의 말을 인용해 “이력서를 보내는 것은 드넓은 바다에서 바늘을 건지는 것과 같았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징어게임’을 본 이들은 어떤 생각을 갖게 될까? 그들이 ‘오징어게임’을 보면서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중국식 사회주의의 우월성에 대한 자부심을 과연 느끼게 될까?


지금 당장이야 ‘오징어게임’으로 인한 산업 특수효과를 누리고 있어서 중국 당국이 아무런 생각없이 방치하고 있지만 어쩌면 ‘오징어게임’이 중국 사회에 던지는 심각한 질문들이 확산되면서 혹시 온라인에서 아예 검색조차 못하게 막는 일이 발생하지는 않을까?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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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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