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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프랑스가 에너지정책 대전환을 선언한 이유? - 프랑스 마크롱, 원전·수소 두 날개로 대전환 선언 - 마크롱. 에너지정책 대전환 담은 ‘프랑스 2030’ 정책 발표 - 유럽 10개국 장관 “원전이 중요” 기고, 에너지정책 대변화 예고
  • 기사등록 2021-10-15 11:34:40
  • 수정 2021-10-15 20:5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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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에너지정책 대전환 담은 ‘프랑스 2030’ 정책 발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혁신적이고 친환경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프랑스를 재산업화하기 위한 '프랑스 2030' 계획을 발표해 주목을 끌고 있다


'프랑스 2030' 정책의 핵심은 원전과 수소 발전을 에너지 분야의 중점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프랑스가 유럽 최대 원전 대국이면서도 그동안 점진적인 탈원전을 추진해 왔었는데, 이를 완전히 뒤집고 원전을 다시 키우고 수소 산업에도 집중적인 투자를 하는 쪽으로 에너지 산업의 방향을 전환하기로 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원전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겠다”면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원전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개발로 원전 산업을 키우겠다고 했다.


여기서 마크롱이 언급한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란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등을 하나의 용기에 담은 규모가 300㎿(메가와트) 이하의 소규모 원전을 말한다.


이는 사실상 획기적인 발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 대형 원전에 대해 사고 위험 가능성에 대한 우려, 건설 시 막대한 비용과 주민 이동이라는 단점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어 에너지 분야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꿈의 원전’이라고도 불리는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개발에는 현재 미국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마크롱은 원전 반대론자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추가로 원전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은 이번 계획에 포함시키지는 않았다. 그러나 사실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개발에 성공하면 규모가 큰 원전을 새로 지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기존 형태의 원전 개발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한 원전 산업 육성과 함께 2030년까지 친환경 수소 산업 선도국으로 발돋움하고 자동차부터 반도체까지 핵심 분야에서 혁신을 일으켜 수소 에너지 개발에도 프랑스가 독보적인 위치에 설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저탄소 항공기, 소형 모듈 원자로, 수소 생산 기가팩토리를 2개 짓는 한편 전기차를 대량 생산하겠다고 말했다. 또, 제약 산업도 집중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를 위해 "혁신과 산업화 전쟁을 동시에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발표한 ‘프랑스 2030′ 계획을 위해 향후 5년간 300억유로(약 41조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마크롱 대통령은 “혁신적이고 친환경적인 기술을 앞세워 프랑스를 새로운 차원에서 다시 산업화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프랑스 2030‘ 플랜에 대해 언론들이 주목한 것은 원전 육성을 강조한 에너지 산업의 전환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개발과 원전 폐기물 관리 개선에 10억유로(약 1조3800억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투자 액수로는 전체 예산 가운데 불과 30분의 1이지만 중요한 것은 점진적 탈원전이라는 기존 정책을 사실상 폐기하고 다시 원전을 중심으로한 에너지 정책으로 대전환을 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마크롱의 새로운 에너지 정책이 주는 의미]


프랑스는 2019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발전용 원자로가 전국적으로 56기에 달하며 이 원전을 통해 전체 전력의 71%를 생산하는 원전 대국이다.


전임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2012~2017년 재임)은 2025년까지 원전 비율을 50%로 낮추겠다고 했지만 뒤를 이어 2017년 취임한 마크롱은 원전에 줄곧 우호적인 편이었다. 그래서 마크롱은 임기 초반에 원전 비율을 50%로 낮추는 시점을 10년 늦춘 2035년으로 결정했다.


그럼에도 점진적 탈원전론을 추진했던 마크롱이 다시 원전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정책, 여기에 수소까지 포함한 정책으로 대전환을 하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결국 기후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탄소 배출이 적은 환경 친화적인 에너지 산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프랑스 정부는 전날 EU(유럽 연합)에 올해 말까지 원전을 환경 친화적인 에너지원 목록에 포함시켜달라고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중요한 것은 마크롱 대통령의 새로운 에너지 정책은 내년 4월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마크롱이 두 번째 임기를 맡게 될 경우의 청사진이라는 점에서 대선의 핵심 아젠다로 바로 ’탈원전 폐기‘를 내세웠다는 점이다.


일간 르파리지앵도 “‘프랑스 2030′ 발표를 계기로 내년 대선에서 원전이 선거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실 마크롱 대통령이 ’원전 친화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는 것은 사고 위험 방지 등을 이유로 ’탈원전‘을 내세우는 좌파 정당들과는 완전히 차별화하겠다는 것이고, 더불어 역시 원전 친화적 입장을 보이면서 2~4위를 달리는 우파·극우 후보들의 이슈 선점에서 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진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3월 프랑스전력공사(EDF)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원전이 미래의 에너지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이 43%, ‘아니다’는 응답이 30%였다.


결국 프랑스 국민들의 여론 자체가 원전 친화적이라는 점을 감안해 중도우파인 마크롱 대통령도 미래의 프랑스 에너지 정책을 원전 친화적으로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유럽 10개국 장관 “원전이 중요” 기고, 에너지정책 대변화 예고]


그런데 마크롱 대통령이 에너지 정책의 대전환을 표방하게 된 것은 이미 유럽 주요국들과 조율을 마친 상태에서 자신감을 얻었기 떄문인 것으로 보인다.


마크롱 대통령이 ‘프랑스 2030’ 정책을 발표하기 하루 전인 11일(현지시간)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경제장관이 주도해 유럽 10국 경제·에너지 장관들이 “기후 변화와 싸우기 위한 최상의 무기는 원전”이라는 내용의 공동 기고문을 발표했다.


특히 유럽내에서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로 인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는 상황에서 저렴한 에너지원에 대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에 원전 육성 재개가 시의적절한 이슈로 등장했고, 이를 마크롱 대통령이 주도하여 유럽사회 전체로 원전 확대 분위기를 펼쳐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를 필두로 유럽 10국 16명의 경제·에너지 장관들은 이날 “우리 유럽인들은 원자력 발전이 필요합니다!(Nous, Européens, avons besoin du nucléaire!)”라는 제목의 공동기고문을 일간 르피가로를 비롯한 유럽 여러 신문에 게재했다.


이들은 “원자력 발전은 저렴하고 안정적이며 독립적인 에너지원”이라며 “올해 말까지 유럽연합(EU)의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 리스트에 원전을 추가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들 장관들은 “기후 변화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탄소 배출이 없는 원전이 필요하다”며 “기후 변화와 싸울 때 원전은 최상의 무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재생에너지는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탄소 배출이 없는 다른 에너지원이 필요하다”며 “유럽에서 탄소 배출이 없는 에너지원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원전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장관들은 또한 “요즘 천연가스 가격 상승기를 맞이하는 가운데 원전은 전략적 차원에서 에너지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게 해준다”면서 “(유럽 바깥) 제3국(러시아 등을 지칭)의 에너지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경쟁력 있는 대량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바로 원전”이라고 강조했다.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원전이 에너지 가격 변동으로부터 유럽의 소비자들을 보호한다”면서 그렇게 말한 것이다.


이들 장관들은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서도 “유럽의 원전 산업은 60년 이상 신뢰와 안전을 입증했으며 유럽 14국에서 가동 중인 126개의 원자로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안전) 규제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들 장관들은 “EU 회원국 간의 기술 협력에 의해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와 같은 새롭고 현대적인 원자로를 곧 만들 수 있을 것”이며 ”원전 산업으로 유럽에서 100만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장관들은 “원전을 키우는 것은 고부가 가치 산업으로 숙련된 일자리를 창출하고 환경에 대한 유럽의 목표를 달성하며 에너지 주권을 보장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며 “이런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지 말자”고 했다.


이번 공동 기고문은 프랑스의 브뤼노 르메르 경제장관과 아녜스 파니에-뤼나셰 산업장관을 비롯해 핀란드·체코·폴란드·헝가리·루마니아·슬로바키아·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불가리아의 경제 또는 에너지장관 16명이 작성해 서명했다.


[원전 확대는 이미 대세가 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탄소제로 시대를 향해 나아가면서 원전 발전은 이미 대세로 자리잡은 것으로 보인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대표(CEO)도 지난 9월 24일(현지시간) "몇몇 국가가 원자력으로부터 떠나려는 것 보고 놀랐다"며 "원자력은 꽤 안전한 에너지"라고 말했다.


머스크는 이날 이탈리아에서 열린 '테크위크'(Tech Week) 행사에서 존 엘칸 스텔란티스 회장과 온라인 화상 대담 중 이같이 얘기했다. 머스크와 엘칸 회장은 '향후 태양광 에너지가 광범위하게 보급되기 전까지는 원자력이 글로벌 에너지의 주요 공급원이 될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1990년 원자력발전소 가동을 전면 중단한 ‘탈원전 1세대 국가’ 이탈리아에서도 원전을 다시 도입하자는 주장이 정부 내에서 제기돼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G7(주요 7국) 중 원전을 전혀 가동하지 않고 있는 유일한 나라인 이탈리아는 이로 인해 에너지 수급에 애를 먹고 있고 유럽 국가 중에서 전기를 가장 많이 수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원전 재도입을 주장한 사람이 우리의 환경부에 해당하는 생태전환부의 장관이어서 더욱 주목을 끈다. 환경을 책임지는 장관이 이례적으로 원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지난 9월 1일 로베르토 친골라니 이탈리아 생태전환부 장관은 “농축 우라늄과 중수(重水)를 사용하지 않고 가동할 수 있는 4세대 원전 기술 개발이 무르익고 있다”며 “(4세대 원전이) 방사성 폐기물이 적게 나오고 안전성이 높으며 비용이 낮다는 것이 검증된다면 이런 기술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후손들을 위해 이런 기술에 대해선 이념화하지 말고 (과학적) 사실에 집중하자”고 했다.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중국도 첨단 원전 건설과 개발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4월 중국 원자력 업계가 발표한 백서에 따르면 중국은 작년 연말 기준 원전 48기를 가동 중이고 17기를 건설하고 있다.


중국은 소형 원전 분야에서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형 원전보다 경제성은 떨어지지만 공장에서 제품을 찍어내듯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건설 기간도 짧다. 육지뿐만 아니라 섬, 선박 위에도 건설할 수 있다.


중국이 원전 기술 개발에 매달리는 것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뒤늦게 원전에 뛰어든 중국은 그간 핵심 기술을 미국이나 프랑스에 의존해왔다. 중국은 이러한 기술 후진국에서 벗어나 원자력 선도국으로 발돋음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세계는 이렇게 원전 르네상스’ 원년을 향해 뛰고 있다. 미국마저도 ‘원자력 인프라법’을 통과시키면서 원자력 확산에 힘을 보태고 있다. 탄소 중립으로 가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점도 분명 있다.


원전 확대인가, 아니면 탈원전인가? 이는 이제 이념으로 바라 볼 것이 아니라 과학으로 냉정하게 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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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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