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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시진핑의 충견‘이 토사구팽 당한 진짜 이유? - “시진핑에 대해 너무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죄” - 시진핑, 사법체계 근본적 불신, 아직도 다 장악못해 - 시진핑 3연임 위해 '내부의 적' 척결에 혈안
  • 기사등록 2021-10-14 14:15:57
  • 수정 2021-10-15 07:5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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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정화가 숙청당한 이유, ‘시진핑을 너무 많이 알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3연임을 앞두고 중국에 다시 사법·공안 분야의 거물급 숙청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사법부장(한국의 법무부장관)을 역임했으며 중국 정협 사회·법제위원회 부주임이기도 한 푸정화(傅政華·66)가 숙청당한 이유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일본의 닛케이아시아(NIKKEI ASIA)는 14일, ”사법부장(한국의 법무부장관)이었던 푸정화가 숙청을 당한 것은 시진핑에 대해 너무 많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 기사를 실었다.


닛케이는 이 기사에서 ”10월 1일부터 시작되는 중국의 국경절 연휴 기간 동안 해마다 정치적 지진이 일어나곤 했는데 올해는 그 표적이 바로 푸정화 사법부장이었다“면서 ”푸정화 숙청은 중국 공산당의 엘리트로 사법부와 공안을 감독해 온 영향력 있는 인물이 오히려 사법처리 대상이 되었다는 것에 대해 충격을 안겨 주었다“고 보도했다.


닛케이는 이어 ”푸정화는 한마디로 권력의 요구에 부응한 냉혹한 수사통이었다“면서 ”그는 전직 상관이었던 저우융캉을 사건 초기부터 개입하여 결국 사법처리함으로써 실력을 인정받았다“고 했다.


특히 ”푸정화가 시진핑의 오른 팔로서 중앙기율위원회를 책임졌던 왕치산을 보좌하면서 시진핑을 둘러싼 권력투쟁의 상당한 비밀을 알게 되었다“면서 ”그로인해 승승장구했지만 결국 토사구팽 당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고 했다.


닛케이는 또한 ”푸정화는 시진핑의 눈에 띄는 유능한 관리이기는 했지만 시진핑파의 일원은 분명히 아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푸정화가 시진핑의 신임을 받게 된 것은 후진타오 주석 시절 시진핑의 정적이기도 한 링지화의 스캔들을 처리하는 데 큰 공을 세웠기 때문“이라면서 ”2012년 3월 18일 링지화의 아들이 페라리라는 고급차에 거의 옷을 입지 않은 두 명의 여성을 태우고 베이징 시내에서 과속으로 몰다가 사고가 나 사망한 적이 있었는데, 이 사건을 계기로 링지화의 모든 혐의를 수사해 시진핑의 집권에 큰 공헌을 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시진핑 주석은 링지화 사건의 수사 결과를 활용해 장쩌민 일파와 협상하면서 2012년 가을 정치국 상무위원회 개편에서 칼자루를 쥘 수가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시진핑의 정적에 대해 많은 비밀을 알고 있다는 것은 역으로 시진핑에 대해서도 너무나 많은 정보를 알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큰 위협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푸정화가 결국 숙청 대상이 되면서 그의 입을 막으려 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CNN, 푸정화 숙청 사건을 크게 다룬 이유?]


미국의 CNN도 지난 4일(현지시간) ”중국에서 부패한 관리들을 끌어내린 인물. 사람들은 왜 그의 몰락에 열광하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중국 사법부장을 지낸 푸정화를 집중 조명했다.


CNN은 이 기사에서 "푸정화 전 사법부장의 커리어는 날개를 달 것처럼 보였으나 이제 그는 시진핑 정부의 부패 척결 캠페인의 표적이 됐다”면서 “이런 부정 부패와의 싸움 캠페인이 시진핑의 정적이나 경쟁자들을 숙청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난 2일 중국의 중앙기율검사위원회(기율위)·국가감찰위원회(감찰위)는 지난 2일 홈페이지를 통해 ’푸정화 전 사법부장이 심각한 기율 위반 혐의로 현재 감찰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히자 “온라인에서는 환호와 갈채가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서 중앙기율위의 '심각한 기율 위반'이란 뇌물 수수, 횡령 등 부패 행위를 뜻한다.


도대체 중국내에서 왜 푸정화의 낙마에 대해 환호하는 일이 벌어진 것일까? CNN은 일단 푸정화가 지난 2010년 베이징의 공안 책임자로 임명된 지 불과 몇 달 만에 유력 정치인들과 커넥션이 있는 클럽 텐산 렌젠 등에서 매춘 단속을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이름을 떨쳤다고 전했다.


사실 그동안의 공안책임자들은 손을 대려 하지 않았지만 푸정화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초호화 술집을 급습해 매춘과 부패 관련자들을 엄단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강경함으로 인해 푸정화는 당과 지도부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푸정화는 그동안 부패한 정치 엘리트들만 겨냥한 것만은 아니었다. 지난 2013년 그는 공안부 차관으로서 웨이보에서 여론을 주도하는 이들에 대한 전면적인 단속을 시작했고 팔로워가 많은 유명 논객들을 구금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그는 수많은 인권 변호사와 사회운동가들, 곧 반체제인사들에 대한 전국적 단속을 담당하기도 했는데, 특히 2015년 7월 9일 시작된 소위 709사건은 그야말로 무자비하게 중국 공산당에 대해 비판하는 지식인들을 혹독하게 처리한 대표적인 사건으로 통한다.


그랬던 그가 숙청 대상으로 떠오르자 몇몇 기자들은 자신의 강경 보도로 인해 푸정화로부터 표적이 돼 왔다고 전하는가 하면, 한 정부 연구소 소속 연구원은 푸정화가 자신을 침묵시키려고 했다고 비난했다.


[“’시진핑의 충견‘이 또 숙청 당했다”]


푸정화의 숙청과 함께 또다른 ’시진핑의 충견‘이었던 (孫力軍·52) 전 공안부 부부장도 지난 9월 30일 쌍개(雙開) 결정이 발표되면서 숙청 대상으로 올랐다.


여기서 쌍개란 공산당에서 제명하고, 공직도 박탈한다는 뜻이다. 통상 쌍개가 결정되면 검찰로 넘겨져 기소가 된다.


쑨리쥔이 푸정화와 함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상 중국의 공안을 책임졌던 인물들이 거의 동시에 숙청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2015년말 홍콩 퉁뤄완 서점 관계자 5명이 홍콩과 선전, 태국 등지에서 잇따라 실종된 일이 있었는데, 당시 이 서점은 ‘시진핑과 그의 연인’이라는 제목의 책 출판을 준비 중이었다. 또한 2017년초에는 홍콩 호텔에 머무르고 있던 중국 밍톈그룹 샤오젠화 회장이 사라진 사건도 있었다.


이 두 사건의 배후에 바로 쑨리쥔이 있었다. 모두 그가 주도해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또한 중국이 ‘홍콩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홍콩에서 대대적인 반대 시위가 벌어졌었는데 이 법안의 추진 역시 당시 공안부 홍콩마카오대만판공실 주임이었던 쑨리쥔이 실무작업을 총괄했다.


그뿐 아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2020년 초에는 중앙지도조의 일원으로 우한에 내려가 방역통제 작업을 지휘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중국내에서 궂은 일들만 도맡아 했다는 의미다. 그만큼 시진핑의 충견으로서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그런데도 쑨리쥔과 푸정화 모두 주군이었던 시진핑에 의해 숙청 대상이 된 것이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시진핑이 ‘충견’을 숙청한 진짜 이유?]


사실 시진핑에게 죽도록 충성한 푸정화나 쑨리쥔 모두 상당히 억울한 면이 분명 있을 것이다. 어찌되었건 시진핑 주석을 향해 충성을 다했건만 돌아온 것은 숙청이라는 칼날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진핑 주석의 입장에서 이들을 충견임에도 불구하고 숙청한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우선 이 두 사람 모두 원래의 시진핑파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주군이 바뀌면 언제 시진핑 자신에게도 칼날을 휘두를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오직 권력만 바라보는 충견들이라 언제 어느 상황에서 이들의 입장이 또 바뀔지도 모른다는 염려가 결국 충견임에도 숙청을 당하는 신세로 전락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배경에는 시진핑에 대해 너무 많이 알고 있다는 점도 아주 중요한 배경이 된다. 시진핑의 정적들에 대한 수사를 많이 했다는 것은 역으로 시진핑 세력의 내부에 대해서도 꿰뚫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들이 그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현재의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언제 대들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이들을 한순간에 숙청의 소용돌이 속에 집어 넣어버린 것이 아닌가 보여진다.


또 하나, 시진핑은 지금의 공안 및 사법세력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사법부 내에 아직도 장쩌민 세력이 널리 퍼져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푸정화 역시 원래는 장쩌민 계열이다.


공안과 사법부는 중국 공산당의 '다오바즈(칼자루)'라고 불릴 정도로 체제 유지에 핵심적인 수단이며, 중앙정법위 서기는 중국 권력의 실세다. 바로 그런 자리에 장쩌민 계열의 푸정화가 있었다는 것 자체가 사법체계를 시진핑이 근본적으로 불신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중국 공안부는 체제와 권력 유지에 중요한 기관이다. 그럼에도 시 주석이 그동안 제대로 장악을 못 했다. 뿌리가 워낙 깊기 때문이다. 공안세력의 교체는 공안부장을 바꾼다고 해서 해결되는 일이 아니다. 주요 실무 부서 책임자들이 장쩌민 전 주석 측근들이 차지하고 있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그래서 시진핑 주석은 이들을 교체하는 작업을 지금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시 주석 집권 9년간 낙마한 공안부 부부장 출신은 모두 4명이다. 또한 올해 규율 위반과 부패 등으로 조사 중인 공안, 법원, 검찰 관리는 전국적으로 2만70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하나는 망명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시진핑은 집권전에 중국을 배신하고 미국으로 정보를 제공한 이의 덕으로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런 그이기에 중국을 떠나 미국의 품으로 안기는 중국의 고위급 관리들에 대해 누구보다더 더 경계한다.


지난 6월에도 중국 국가안전부 부부장(차관) 둥징웨이에 대한 미국 망명설이 나돌았다. 중국은 사진을 포토샵으로 조작하면서까지 망명설을 부인했지만 이미 망명은 기정사실화됐다.


그런데 시진핑 정권의 내부 정보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이들의 망명은 중국에게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사전에 이를 차단하기 위해 아예 감옥에 가둬버린다는 것이다.


어찌되었던 시진핑 주석은 지금 자신의 3연임을 넘어 장기집권으로 가기 위한 발판을 하나 둘씩 다져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부에서의 적을 먼저 제거하고 외부로부터 들이닥칠 수 있는 환난을 대비하기 위한 차원에서 공안 및 사법 계통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을 단행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일들과 관련해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공산당이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권위주의 세력이 됐지만 당내 갈등과 같은 장애물이 미래에 불확실성을 더할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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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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