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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남중국해 美 핵잠수함 사고에 중국이 발끈하는 이유? - 美핵잠수함, 남중국해서 정체불명 물체와 충돌 - 사고 전혀 감지 못한 중국, “사고 내역 밝히라!” 요구 - 중국, 세계 최대 잠수함 보유국이면서도 ‘독안에 든 쥐’
  • 기사등록 2021-10-13 13:30:36
  • 수정 2021-10-13 16:4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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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핵잠수함, 남중국해서 정체불명 물체와 충돌]


미 해군의 핵추진 잠수함이 작전 수행중에 남중국해 해저에서 미확인 물체와 충돌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미 해군연구소 소식지인 USNI와 미 해군은 지난 7일(현지 시각), “시울프(Seawolf)급 신속공격용 잠수함 USS 코네티컷이 지난 2일 오후 인도·태평양 지역의 국제수역에서 잠항하던 중에 정체 불명의 물체와 부딪혔다”면서 “탑승자들의 안전이 해군의 최우선 사항이며 생명을 위협할 만한 부상은 없었으며 11명의 승조원이 경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11명의 부상 승조원 중 2명은 중상, 9명은 가벼운 타박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미군 태평양 함대는 성명을 통해 "핵잠수함은 안전하고 안정적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코네티컷함의 핵추진 설비와 공간은 영향을 받지 않았고 여전히 완전히 작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더불어 미 해군은 충돌한 물체에 대해서는 "본건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다"면서 “잠수함의 나머지 부분이 입은 손상의 정도를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단 “이번 충돌 사건이 잠수함 같은 적대적 작전에 의한 것이거나, 다른 함정이 연관됐다는 증거는 없다”고 미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침몰한 선박이나 컨테이너 등이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사고가 난 핵잠수함 코네티컷호는 특별한 도움없이 자력으로 괌 항구로 회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해군이 사건 발생 5일이 지난 시점에서 뒤늦게 공개한 것은 작전 보안 유지를 위해서였다고 외신은 전했다.


사고 지점과 관련해서도 미 해군은 “이번 충돌이 인도·태평양 공해상에서 발생했다”고만 밝혔으나 익명의 미 해군 관계자 2명은 “이번 사건이 남중국해에서 발생했다”고 확인했다. 사고 당시 코네티컷호는 남중국해 주변 해역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27일 모항인 워싱턴주 키탑-브레머튼 해군기지를 떠나 태평양으로 출항한 이 잠수함은 지난 7월 말과 8월에는 주일미군 기지에 기항한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USS코네티컷은 길이가 353피트(108m)이며 보통 15명의 장교와 100여명의 사병이 탑승하며 과거 냉전시대 소련의 잠수함을 추적하기 위해 건조된 씨울프급 잠수함이다.


미 해군이 해저 물체와 충돌한 사건이 알려진 것은 지난 2005년이 마지막이다. 당시 USS 샌프란시스코는 괌 부근에서 최고 속도로 잠항하다가 해저 산맥과 충돌했고 이 사건으로 1명이 숨졌다.


[즉각 반발한 중국, “사고 내역 밝히라!” 요구]


미국 핵잠수함 코네티컷의 사고 소식이 알려지자 중국은 8일 "엄중한 우려를 표한다"며 "미국은 사고 지점 및 항행의 의도와 사고 내역, 방사능 물질이 유출됐는지 등에 대해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자오리젠(趙立堅) 대변인을 통해 “미국측은 오랫동안 항행의 자유를 내세워 남중국해에서 파문을 일으켰는데 이것이 이번 사고의 근원”이라면서 “미국은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엄중한 위협을 조성했다”고 비판했다.


자오 대변인은 이어 “미국은 이번 사고와 관련한 상세한 상황을 숨기고 의도적으로 지연했다”며 “투명성이 결여되고 책임감이 없다. 중국과 남중국해 주변 국가는 이번 사고의 진상과 미국의 의도를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오 대변인은 “이번 사건은 미국과 영국이 최근 비핵 국가인 호주에 핵 추진 잠수함을 협력하기로 결정하고 제멋대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핵잠수함을 확산한 것을 보여준다”며 “이런 형세는 핵확산 위협을 조성하고 군비경쟁을 유발해 동남아 비핵지대 건설을 파괴하며 핵 사고 발생 확률도 크게 높인다”고 비판했다.


[미 핵잠 충돌 사건이 보여주는 중요한 시사점]


그런데 이번 미국의 핵잠수함이 미확인물체와 충돌했다는 소식에 대해 중국이 강력 반발하면서 비판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번 사고 소식은 중국을 아주 당황스럽게 만들고 있다.


우선 미국의 핵잠수함이 남중국해를 휘젓고 다녔는데 중국은 정작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더욱이 미 핵잠수함이 충돌 사고까지 났는데도 중국은 이를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물론 미 핵잠수함이 레이더에 전혀 잡히지 않기는 하지만 문제는 이 핵잠수함이 바닷속을 다니다가 불시에 올라와 목표물을 타격한다는 점에서 중국은 움찔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북극의 두꺼운 얼음을 뚫고 위로 솟아오를 수도 있는 파괴력도 갖추고 있다.


그렇게 막강한 괴력을 가지고 있다 보니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체와 부딪혀 승조원 11명이 다쳤음에도, 잠수함 작동에는 전혀 문제도 없고 작전하는데도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중국이 더더욱 우려하는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이 과연 몇 척이나 남중국해에서 작전을 하고 있는지 전혀 감도 못 잡고 있다는 점이다. 당연히 핵잠수함에 의한 군사적 위협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때마침 남중국해 인근 지역에서는 칼빈슨 항공모함과 로널드 레이건 항공모함, 그리고 영국의 퀸 엘리자베스 항공모함이 각각 작전을 진행하고 있었다. 따라서 핵잠수함 코네티컷의 충돌 사건 당시 이들 항공모함과 공동의 작전을 수행하다가 그런 것인지의 여부도 불분명하다.


특히 중국 당국은 미국이 남중국해에서 본격적인 잠수함 작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의 해양탐사선이 지난 9월말부터 남중국해에서의 잠수함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해저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인민대학 국가발전전략연구원의 댜오다밍연구원은 “(미국은) 옛 소련에 대해서도 군사기지 부근에 핵 잠수함을 보내 감시하고 추적하고 심지어 타격하는 능력을 보유했다”고 말했다.


중국의 관영매체인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도 12일, 중국의 싱크탱크인 남중국해전략태세감지(SCSPI)의 발표자료를 인용하여 “미 해양탐사선 메리 시어스호(T-AGS 65)가 지난달 26일 남중국해에 진입해 대대적인 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SCSPI는 이어 “메리 시어스호가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중국 하이난 남쪽 해역과 5일부터 9일까지 베트남 해안선 인근에 접근했으며 10일 난사군도(스프래틀리 군도) 인근 해역으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중국 군사 전문가들은 “이 선박이 해양 탐사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진짜 목적은 잠수함전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SCSPI는 특히 “메리 시어스호가 과거 남중국해에서 수차례 운항한 바 있으며 수중 지형, 기상학, 수문학의 탐지 및 측량에 특화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한 군사 전문가는 글로벌타임스에 "이 배는 잠수함의 항해를 돕기 위해 수중 지도를 그리거나 적대적인 잠수함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장치를 설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이렇게 미 핵잠수함 동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이들 핵잠수함의 활동을 중국측이 전혀 탐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최근들어 미 핵잠수함의 활동이 더욱 빈번해 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도 주요 요인이다.


지난 7월 15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SCSPI의 자료를 인용하여 “대잠수함전에 활용할 수 있는 미군 해양 감시 함정들이 올해 상반기 181일 중 최소 161일간 남중국해에서 작전을 수행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보도했다. 이 정도면 거의 매일 미군의 해양탐사선들이 남중국해를 샅샅이 훑고 있다고 보면 된다.


“5척의 해양 감시 함정을 일본에 주둔시키고 있는 미 해군의 함정들이 각각 한번에 10일에서 40일까지 작전을 수행했고, 사실상 공백이 없이 임무를 교대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군 작전의 주요 목적은 중국의 수중 역량 감시, 핵심 해상영역에서 잠수함의 활동 범위와 진입로·퇴로 분석, 대잠수함 작전 지원을 위한 정보 제공"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 당국이 주목하는 것은 “이러한 미군의 감시활동이 주로 파라셀 군도(중국명 시사(西沙)군도)와 맥클스필드 군도(중국명 중사군도(中沙)군도) 주변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이 중 베트남에서 약 400㎞ 떨어진 파라셀 군도는 남중국해에 떠있는 수많은 산호초의 작은 섬들로 대만과 베트남,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 파라셀군도는 지난 2016년 7월 헤이그 상설 중재재판소가 “남중국해 섬들에 대한 역사적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중국의 주장에 근거가 없고, 분쟁 해역은 필리핀의 배타적 경제수역에 속하고, 이로 인해 중국은 필리핀의 주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판결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중국 고유의 영토라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또한 중국이 중샤군도(中沙群岛)라고 부르는 매클스필드 뱅크는 필리핀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데 섬이라고는 하지만 모두가 해면 아래 20m에 있는 산호초로 된 암초들로 구성된 해저 환초이다.


“이 지역은 수심이 2,000미터가 넘고 복잡한 수로 환경 때문에 잠수함과 대잠수함 전쟁에 이상적”이라고 SCSPI의 보고서는 덧붙였다.


보고서는 “미군 함정이 이전에는 거의 진입하지 않았던 파라셀 군도 서쪽 해역으로도 활동 영역을 넓혀 감시활동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모종의 작전을 진행할 계획으로 그렇게 탐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SCMP는 "미중 간 군사 활동이 수면 아래에서 가열되고 있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중국, 세계 최대 잠수함 보유국이면서도 ‘독안에 든 쥐’]


사실 중국이 미군의 이러한 작전들에 대해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 미군의 행동에 대해 전혀 대응할 수도, 대응하지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수적으로 보면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잠수함 함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미국 국방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4척의 탄도미사일 잠수함과 6척의 핵추진 공격잠수함, 46척의 디젤 공격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미군은 중국이 10년 내 65~70척의 잠수함을 가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그들 잠수함의 능력은 미군의 잠수함에 비해 비교가 안될 정도로 성능이 떨어진다. 여기에 중국의 잠수함들은 그야말로 ‘독안에 든 쥐’ 신세여서 중국의 잠수함 작전 능력은 더욱 떨어진다.


지난 5월 5일 일본의 닛케이아시아(Nikkei Asia)는 “일본 잠수함을 이용해 중국 해군을 '질식시키는' 미국의 눈(US eyes using Japan's submarines to 'choke' Chinese navy)”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중국이 군사력을 대대적으로 강화하고 있지만, 극복하기 어려운 지리적인 약점이 존재한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이러한 약점 때문에 “중국이 전쟁을 시작해도 미국의 감시 자산들을 통해 일본이 해상 통로를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의 핵잠수함이 태평양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enter for a New American Security) 톰 슈가트(Tom Shugart) 선임연구원도 “중국의 최대 약점은 중국 근해의 수심이 너무 낮다는 것”이라면서 “이로 인해 중국의 잠수함 기지는 수심이 얕은 곳에 위치할 수밖에 없어서 잠수함이 출항을 하게 되면 곧바로 미국의 감시자산에 발각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미 해군의 잠수함 전투원 출신인 슈가트 선임연구원은 “중국 해군이 근해에서 공해로 진입하려면 반드시 제1열도선 사이의 통로와 해협을 통과해야 한다”면서 “바로 수심이 얕은 근해를 지날 수밖에 없는데 그곳이 바로 초크 포인트(Choke Point), 곧 중국의 잠수함을 ‘목 조르는’ 포인트, 해상 길목을 통제하는 포인트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중국의 이러한 지리적 여건은 “미국과 미국 동맹국을 비롯한 적 잠수함 부대에 (탐지)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노출된 상태의 잠수함은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요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중국은 미국의 핵잠수함 활동에 대해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신들은 팔다리가 다 묶여 있는 상황인데, 미국은 잠수함을 통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달려들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나마 잠수함의 동태에 대해 깜깜이니 더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지금의 남중국해 상황이다.


한편, 미국은 중국 정부의 코네티컷함 사고 관련 주장에 대해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사고가 난 지역이 중국 영해가 아닌 공해지역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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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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