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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대만 ‘쎈 언니’가 시진핑에게 격하게 맞대응한 이유? - 10월 10일, 신해혁명 기념일 맞아 중-대만간 팽팽한 기싸움 - 국토수호 자신감 넘치는 대만, 중국에 강력하게 대응 - 안달난 중국, 침공할 수는 없으면서 위협은 계속하는 상황
  • 기사등록 2021-10-11 23:22:43
  • 수정 2021-10-12 07:5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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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0일, 신해혁명 기념일 맞아 중-대만간 팽팽한 기싸움]


1911년 10월 10일, 청나라를 무너뜨리고 중화민국을 세운 것을 기념하는 신해혁명 기념일을 맞아 혁명기념일로 삼는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건국기념일로 삼는 대만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간에 대대적인 설전이 벌어져 주목을 끌고 있다.


두 국가 모두 이날을 국가 정통성의 출발점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결코 서로에게 지지 않으려는 기싸움을 벌인 셈이다.


[시진핑의 선제 공격, “대만과 통일”]


혁명기념일을 맞은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이른바 ‘쌍십절’로 불리는 대만의 건국기념일(10월 10일) 전날인 9일, “대만과의 통일은 반드시 실현돼야 하고 실현될 것”이라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 강조와 함께 대만 통일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시 주석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신해혁명 110주년 기념 연설에서 “국가 주권과 영토를 수호하려는 중국 인민의 결의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대만과의 통일은 반드시 실현돼야 하고 실현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은 이어 “평화적인 방법으로 통일하는 것이 대만 동포를 포함한 중국 인민의 이익에 가장 부합한다”며 일국양제(一國兩制·1국가 2체제) 원칙 아래 평화 통일을 이루겠다고 했다.


시 주석은 또한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이들에 대해 “조국 통일의 가장 큰 장애물이자 민족 부흥에 심각한 위협”이라며 “국가를 분열시키는 사람은 끝이 좋은 적이 없었다. 반드시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시 주석은 이날 ‘통일’을 12차례나 언급할 정도로 대만 문제를 전면적으로 거론했으며, 대만과의 협력을 갈수록 늘려가고 있는 미국, 일본 등을 겨냥해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 문제로, 외부 간섭은 용납하지 않는다”며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나약함과 혼란에서 비롯된 것이고 국가가 회복됨에 따라 해결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시 주석의 연설이 나오자 중국의 관영언론들은 일제히 지원 사격에 나섰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는 이날 사설 격인 '종성'(鐘聲)에서 "대만 문제는 민족의 혼란으로 발생했기 때문에 반드시 민족의 부흥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방해하려는 외부세력의 시도는 과거는 물론 현재도 실현되지 않았고, 미래에도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민일보 사설은 이어 "조상을 잊고 조국을 배반하며 나라를 분열시킨 사람은 지금까지 좋은 결말이 없었다"며 "대만 민진당 당국은 중화민족의 근본이익을 무시하며 외부세력의 바둑알이 돼 독립 수작을 부리고 있다"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그러면서 인민일보는 "조국 통일의 역사적 대세 앞에서 어떠한 독립 시도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대만 문제를 해결해 조국의 완전한 통일을 실현하는 것은 중국공산당의 역사적 임무이자 전체 중화권 자녀들의 공통된 염원"이라고 주장했다.


관영 신화통신도 이날 '민족 부흥의 역사적 위업을 향해 전진하자'는 제목의 평론을 올리면서 중화민족의 부흥을 역설했다.


신화통신은 "오늘날 중국은 희망과 활력이 넘치고, 중화민족이 세계에 보여준 것은 번영하는 기상"이라고 한 뒤 "새로운 출발점에서 민족 부흥의 역사적 위업을 추진하고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을 위해 분투하는 것이 신해혁명을 가장 잘 기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제 정세는 변화무쌍하고 개혁과 발전 과정에서 끊임없이 위험이 나타나고 있다"며 "중국 특색 사회주의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는 유일하고 정확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우리는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을 중심으로 더욱 긴밀하게 단결해 민족 부흥의 새로운 장을 만들자"고 호소했다.


[대만 차이잉원의 반격, "압력에 굴복하지 않을 것"]


시진핑 주석의 선공에 이어 대만의 ‘쎈 언니’ 차이잉원 총통은 마치 시진핑 주석의 연설에 대해 강력한 저항이라도 하는 듯 거친 반박에 나섰다.


차이잉원 총통은 건국기념일 당일 '공통의 합의로 의견 차이를 해결하고 단결해 대만을 수호한다'는 주제의 연설에서 시진핑 주석을 향해 “대만인들이 압력에 굴할 것이라는 환상은 절대 없어야 한다”며 "누구도 우리가 중국이 펼쳐놓은 길을 택하도록 강요하지 못하게 계속해서 국방을 강화하고 우리 스스로를 방어하겠다는 결심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차이 총통은 이어 "중국이 펼쳐놓은 길은 대만을 위한 자유롭고 민주적인 길도, 우리 2천300만 대만인의 주권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대만은 합병이나 주권침해에 저항해야 하며 대만의 미래는 대만인의 뜻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차이 총통은 “민주 방어선의 최전선인 대만이 전대미문의 복잡하고 엄중한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과거 72년의 발전 과정에서도 '주권 확보, 국토 수호'는 변하지 않고 고수해왔다”면서 "우리의 모든 한 걸음이 세계 미래의 방향에 영향을 줄 것이며 세계 미래의 방향 역시 대만의 미래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이총통은 이어 “대만이 역내의 평화와 발전을 위해 힘을 보탤 것”이라면서 양안 관계에서 "우리의 호의와 약속은 변함이 없으며, 현상 유지가 우리의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대만-중 정상 정면 충돌의 의미]


사실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의 거친 말싸움은 최근 고조되는 군사적 긴장과 맞물려 일촉즉발의 위기감마저 느끼게 한다.


중국의 경우 “시 주석 연설을 중계한 중국중앙(CC)TV가 의도적으로 인민해방군과 무장경찰 대표단의 모습을 카메라에 잡으면서 이들의 참석 사실을 전했다. 또한 인민해방군 공군대표단을 여러 차례 클로즈업했다”고 홍콩의 명보(明報)가 전했다.


역시 대대적으로 열렸던 2001년 90주년 기념식과 2011년의 100주년 기념식에서는 군경 관계자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도가 엿보이는 장면이라 할 것이다.


특히 중국은 국경절 연휴였던 1∼4일 나흘간 군용기 149대를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보내 대규모 무력시위를 벌였고, 이에 대해 추궈정(邱國正) 대만 국방부장은 5일 “현재 양안의 상황은 40년 만에 가장 심각한 상황”이라고 평가한 바도 있기 때문에 이날의 중국측 기념일 장면은 의도적으로 위기감을 불러일으키려는 연출을 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측의 의도된 연출은 어디까지나 중국내부를 향한 선전선동의 일환인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날 시진핑의 연설에서 '평화통일이 최선'임을 언급했고, '무력 사용 가능성' 언급은 이번에는 하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지난 7월 1일 중국 공산당 100주년 기념식 당시 평화통일을 언급하면서도 "대만 독립 도모를 단호히 분쇄"하겠다며 대만 집권 민진당에 대한 고강도 경고장을 보낸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래서 외신들도 시 주석의 '절제된 톤'에 주목했다. 로이터 통신은 시 주석 연설 관련 기사에서 "시진핑이 대만과의 통일을 맹세했지만, 무력 사용 위협은 보류했다"는 제목을 달았고, AP통신은 "시 주석이 대만과의 평화통일을 요구했다"는 제목을 붙였다.


시진핑 주석의 미묘한 변화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지난 9월 9일의 전화회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시 주석과 대만에 관해 얘기했다“면서 ”우리는 대만 합의를 준수할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기조는 지난 6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있었던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간의 만남에서도 재확인 됐다.


이는 미국이 대만을 정상국가로서 국교회복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는 대신 중국은 대만을 침공해서는 안된다는 조건부 합의를 이룬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시진핑 주석의 대만을 향한 메시지에서 대국민 메시지는 분명하게 전하면서도 일정부분 톤 다운을 한 것이 아닌가 보여진다.


또한 중국의 고강도 무력 시위로 인해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압박이 계속된다면 자칫 미국이 동맹국 규합을 통해 대 중국 압박을 강화하는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점과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의 '흥행'에 대만해협 긴장이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점 등 역시 충분히 감안된 것으로 분석된다.


[차이잉원의 거친 반격이 주는 의미]


이러한 중국 시진핑의 입장과는 달리 차이잉원 총통은 그야말로 거침없이 중국을 거세게 밀어 붙였다. 이미 중국의 국경절 연휴 4일동안 중국 인민해방군이 거세게 압박을 한 직후라서 차이잉원 총통은 ‘대만 수호’라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내 보였다.


대만은 특히 건국기념일 행사에서 3군 의장대 시범을 시작으로 CH-47SD 치누크 수송헬기가 길이 18m, 폭 12m, 무게 45kg에 달하는 사상 최대 크기인 중화민국 국기를 매달고 총통부 상공을 비행했다.


또 슝펑(雄風)-2와 슝펑-3 초음속 대함 미사일, 톈궁(天弓)-3, 톈젠(天劍)-2 미사일을 선보였다.


차이잉원 총통이 이렇게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데는 여러 의미가 있다. 우선 대만 국민들을 향해 강력한 국토 수호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의미도 있고, 지금의 국제적 상황이 대만에게 결코 불리하지 않다는 자신감도 깔려 있다.


대만의 문제는 이미 대만만의 문제가 아닌 미국의 문제가 되어 버렸고, 미국을 비롯한 민주주의 세력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공동으로 지켜야 할 전초기지가 되어 버렸다.


이는 대만 수호는 미국이나 미국의 동맹국들 사이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어 버렸고, 이제는 미국의 동맹국들이 총력을 다해 지켜야만 하는 제1선이 되어버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국도 이러한 의지를 이미 공공연하게 드러냈다. 대만 수호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군 병력을 대만으로 보내 최소 1년간 대만 군인들과 군사 훈련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 이를 숨기려 하지 않고 쿨하게 인정했다.


이는 두 가지의 의미를 갖는다. 대만 입장에서는 어찌되었던 소수의 미군이라도 대만에 주둔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유사시 미군이 군사적으로 개입할 여지를 얻었다는 점에서 그 자체가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또 하나는 그러한 미군 주둔에 대해 중국이 강력한 항의를 함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전혀 개의치 않으면서 당연한 듯 미군 주둔을 인정했다는 점이다. 이는 현재 대만에 있는 미군을 철수시킬 의도도 없으며 그러한 대만 방어 지원을 위한 미군 훈련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임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이니 차이잉원 총통도 당연히 큰 소리칠만 하다. 그래서 그렇게 시진핑의 압박에 강력하게 어퍼컷을 날린 것이다.


이렇게 대만은 지금 국토 수호에 대한 자신감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만약 중국군이 침공해 온다면 대만이 받는 피해보다 더 엄청난 손실을 중국에게 안겨 주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그러니 중국의 시진핑의 심사가 뒤틀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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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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