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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국 또 거물급 숙청바람, 권력투쟁은 아직도 진행형 - “악성종양 제거, 절대충성”, 前법무장관도 숙청 - 솽카이 처분과 함께 숙청당한 쑨리쥔, 죄목은 양봉음위죄 - 아직도 중국내 권력투쟁이 여전히 진행중이라는 의미
  • 기사등록 2021-10-04 20:53:33
  • 수정 2021-10-05 08: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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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종양 제거, 절대충성”, 前법무장관도 숙청]


시진핑(習近平) 3연임을 앞두고 중국에 다시 사법·공안 분야의 거물급 숙청바람이 불고 있다.


중국 국경절이던 1일에는 치안을 주관하는 공안부가 확대 간부회의를 열고, 전날 중국공산당(중공) 중앙기율검사위원회(CCDI,中央纪律检查委员会)가 발표한 쑨리쥔(孫力軍·52) 전 공안부 부부장의 당적과·공직을 박탈하는 쌍개(雙開·솽카이) 처분을 단행한 것에 대해 “당내 ‘악성종양’과 정치 우환을 단호하게 제거했다”며 “절대 충성, 절대 순결, 절대 믿음”을 다짐했다.


▲ [사진=중국 중앙기율검사위원회 국가감찰위원회 홈페이지]


그리고 2일에는 중국 공산당 감찰 기구인 중앙기율위원회(기율위)가 홈페이지를 통해 사법부장(장관)을 역임했으며 중국 정협 사회·법제위원회 부주임이기도 한 푸정화(傅政華·66)가 “엄중한 기율 및 법률 위반 혐의로 당 중앙 기율위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 푸정화 전 중국 사법부 부장(장관)


베이징시 공안국장 출신인 푸정화는 공안부 2인자인 상무부부장을 거쳐 2018~2020년 사법부 부장(한국의 법무장관 격)을 지낸 한마디로 거물이다.


지난 2010년 베이징 공안국장으로 재직 당시 천상인간(天上人間), 명문야연(名門夜宴) 등 초호화 클럽을 매매춘 위반 혐의로 급습 단속해 전 중국에 이름을 날린 대표적인 수사통이기도 한 그에 대해 기율위는 아직 구체적 범죄 내역은 언급하지 않고 그저 ‘엄중한 기율·법규 위반’이라고만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홍콩 명보(明報)는 3일, “푸정화가 공안부 부부장이었던 2014년 당시 저우융캉(周永康) 정치국 상무위원에 대한 부패 조사에 참여하며 시 주석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었지만 그 마저도 숙청의 회오리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명보는“(시진핑 제거 쿠데타 음모와 연관된) 2012년 링지화(令計劃) 사건 당시 당 중앙판공청 주임의 아들 링구(令谷)의 페라리 교통 사망 사고를 수사 처리한 뒤 이를 시진핑에게만 보고한 것이 아니라 장쩌민·후진타오에게 별도 보고한 경력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푸정화는 이 사건 이후 시진핑이 집권하면서 2014년 공안부 부부장 신분으로 저우융캉 전 상무위원의 죄목을 수사 처리해 시진핑의 눈에 들었고, 이후 중국이 불법으로 규정한 파룬궁(法輪功) 문제를 전담하는 중앙 610 판공실 주임을 거쳐 2018년 사법부장으로 승진했다.


이렇게 시진핑 집권 2기에 공안부의 거물급 ‘호랑이’가 낙마한 것은 지난 2018년 공안부 부부장 출신의 멍훙웨이(孟宏偉·68)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총재, 지난해 4월 쑨리쥔 부부장에 이어 세 번째다.


▲ 쑨리쥔(孫立軍) 전 중국 공안부 부부장 [사진=중국 중앙기율검사위원회·국가감찰위원회 위챗 계정 캡처]


[숙청당한 쑨리쥔, 죄목은 양봉음위죄]


푸정화의 숙청에 앞서 지난 9월 29일에는 지난해 4월 체포된 쑨리쥔(孫力軍) 전 공안부 부부장에게 공직과 당직을 모두 박탈하는 솽카이(雙開) 처분을 내린 바 있었는데, 솽카이 처분을 받으면 정치적으로 사망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멍젠주(孟建柱·74) 전 공안부장의 비서 출신인 쑨리쥔은 장쩌민(江澤民·95) 전 주석의 상하이방으로 분류된다. 2017년 19차 당 대회 직전 뉴욕으로 건너가 중국 수뇌부의 치부를 폭로하던 궈원구이(郭文貴)를 면담하기도 했다.


쑨리 쥔이 지난해에 체포되었을 때 중화권 매체들은 과거 시 주석에 맞섰던 저우융캉(周永康) 전 상무위원의 체포에 비유하는 대형 사건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런 쑨리쥔에게 중앙기율위원회(기율위)가 씌운 죄목은 크게 7가지다.


① ‘두 가지 수호론(兩個維護論·양개유호론)’ 배반


‘양개유호론’이란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가 ‘당 중앙의 핵심’이고, ‘전(全) 당에서 핵심’이라는 지위를 확고하게 수호하고, 당 중앙의 권위와 집중적이고 통일된 지도를 확고히 수호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쑨리쥔은 바로 이 양개유호론을 배반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기율위원회는 쑨리쥔이 “진정한 이상과 신념을 세우지 않았고, 정치적 야심이 극도로 팽창했으며, 정치적 자질이 극히 악랄해 정치적 유언비어를 만들어 유포했다”며 “겉으로는 따르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어겼다(陽奉陰違·양봉음위)”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위·아래를 속이고 정치 자본을 챙겼다”는 말도 했다. 이는 쑨리쥔의 불충이 개인에 그치지 않고 조직적이었다는 것을 뜻한다.


② 개인 파벌을 조성


기율위원회는 또 “쑨리쥔이 개인의 정치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당내 파벌을 만들고, 개인 세력을 키우고, 이익 집단을 결성해, 당의 통일과 단결을 심각하게 파괴하고 정치 안정을 위협했다”고 강조했다.


③ 비밀 누설죄


기율위원회가 쑨리쥔에 대해 씌운 죄목 가운데 상당히 눈에 띄는 대목이고 또 아주 중요한 죄목이 바로 이 비밀누설죄다.


다름 아닌 코로나19와 관련된 것으로 기율위는 “방역 일선에서 직무를 이탈해, 대량의 비밀 자료를 사적으로 숨기고 방출해 오랜 기간 미신 활동을 펼쳤다”고 지적했다.


기율위원회가 이러한 사실을 기록한 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해 초 우한(武漢)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자 중국공상당은 우한을 봉쇄하고 중앙지도팀을 현장에 파견했다. 그때 쑨리쥔은 방역 물자의 운송과 현지 치안 책임자였다.


그리고 3월 11일 시진핑 주석이 코로나 발생 두 달 만에 우한을 시찰했는데, 한 달여가 지난 4월 19일 기율위는 돌연 쑨리쥔을 기율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쑨리쥔은 체포 이후 17개월여의 조사를 받은 후 결국 솽카이 처분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프랑스 자유아시아방송(RFI)은 2일 “코로나19 발발 초기 우한의 사망자 숫자, 우한 바이러스 연구실 자료 등 민감한 기밀의 유출 차단을 책임졌던 쑨리쥔이 호주에 정보를 유출했을 수 있다”고 국외 망명인사를 인용해 보도했다.


④ 공안을 이용해 당 기율위 조직의 조사에 맞선 혐의


이는 한마디로 괘씸죄다. 쑨리쥔이 기율위의 조사를 받게 되자 자신의 인맥들을 활용해 조사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이를 기율위는 “자기 사람을 심는 인사 전횡으로 공안과 정법 계통의 정치 생태계를 파괴했다”고 봤다.


⑤ 공무원 청렴 규정인 중앙의 ‘8항 규정’을 무시한 죄


이는 부패 연루죄다. 고급 연회와 향응, 호화 아파트를 제공받았다는 것이다.


⑥ 도덕적 한계선을 상실한 죄


이는 공산당 최고위 간부들 조사에서 단골로 나오는 메뉴로 기율위는 “권력과 여자, 돈과 여자를 거래했다”고 적시했다.


⑦ 탐욕죄


역시 부패와 관련된 것으로 “멋대로 권력과 돈을 거래하고 거액의 불법 재산을 받았다”는 점을 쑨리쥔의 죄목으로 언급했다.


중앙기율위원회는 쑨리쥔에 대해 이러한 7가지 죄목을 열거하면서 1일 “쑨리쥔은 악성종양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오커즈(趙克志) 국무위원 겸 공안부장은 “기율위가 쑨리쥔 기율 위반 문제를 조사·처분해 당내 ‘악성 종양’과 정치적 우환(복병)을 제거한 것은 매우 영명하며 정확하고 시의적이고 충분했다”면서 “무관용 태도로 부패를 척결하겠다는 단호한 결심을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자오커즈 공안부장은 이어 “쑨리쥔의 심각한 기율·법률 위반에 관련된 인물과 사안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자수하면 관용, 거부하면 엄벌’ 정책에 따라 연루 인물은 적극적으로 수사에 협조하라”고 요구했다.


[대대적인 금융감사도 착수한 기율위원회]


이러한 사정 부문의 호랑이 단속에 나선 중국의 기율조사위원회는 지난 9월 26일 중앙은행, 은행감독위원회, 증권감독위원회, 상하이증권거래소 등 25개 금융기관 당 조직을 정례 ‘순시(巡視·현장 감사)’에 돌입하기로 해 그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이러한 금융기관 대상의 순시는 지난 2017년 중국공산당 19차 당대회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9월 25일, ‘지도 간부가 이익집단에 납치되는 데 대비하라’는 글을 홈페이지에 올린 바 있는 중앙기율위는 밍톈그룹 계열을 ‘불법 금융집단’으로 규정했으며, 회장 샤오젠화(肖建華)를 쩡칭훙(曾慶紅) 전 중국 국가부주석 가문의 대리인으로 지목해 이번 금융 관련 순시가 쩡칭훙을 1차 목표로 하고 있음을 분명히 드러냈다.


중국은 지금 최대의 경제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런데 지금 중국 경제를 압박하는 가장 큰 위기 요인 중의 하나가 바로 금융리스크다. 이 금융리스크가 얼마나 엄중했으면 시진핑마저도 “각종 위험을 예견하고 예측해 각종 ‘회색 코뿔소’와 ‘블랙 스완’ 사태에 대응해야 한다”고 했겠는가?


여기에 부동산 그룹인 헝다의 위기까지 전면으로 부상해 이 문제가 중국의 금융시스템 전체를 흔들 수도 있다는 점에서 중국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문제점을 정면 돌파하려면 희생양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지금의 중국이 직면한 금융리스크가 금융 부패와 연관되어 있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대대적인 금융 부패 발본 작업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대표적인 1차 희생양으로 쩡칭훙 전 국가부주석을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의 공안당국이 쩡칭훙 척결을 내세우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장쩌민과 가까운 인물이기 때문이다.


중앙기율위원회가 이번에 쩡칭훙을 문제 삼으면서 ‘밍텐그룹’을 언급한 것도 그러한 맥락이다. 지난해 7월 중국 당국은 밍텐그룹을 강제해산 시키면서 경영권을 접수했지만 밍텐그룹은 이에 대해 강력하게 저항했다. 이러한 저항은 중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러한 사건에 대해 중화권 매체들은 시진핑과 장쩌민-쩡칭훙간의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보았고 이 문제가 앞으로 시진핑 3연임 가도에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들을 했었다.


그런데 시진핑도 그러한 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은 지난 1월 22일 중앙기율위원회 전체회의에서 “18차 당대회 이래 당 집권의 최대 리스크인 부패가 여전히 존재하고, 기존의 부패가 철저히 척결되기 전에 새로운 부패가 발생하고 있다”고 한 뒤 “정치 문제와 경제 문제가 얽혀 당과 국가의 정치적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여기서 “정치 문제와 경제 문제가 얽혀 당과 국가의 정치적 안전을 위협”한다는 말은 아주 의미심장하다. 바로 자신의 3선 가도를 가로막는 중요한 걸림돌이 바로 정치적 권력과 경제를 바탕으로 한 금권이 결탁해 생긴 ‘제3의 권력’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금융과 관련해 순시를 나섰다는 것은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어서 또다시 피바람이 불 수도 있음을 예고한다.


[중국의 ‘호랑이’ 숙청이 주는 의미]


이렇게 중국내에서 거물급 ‘호랑이’ 숙청을 단행한 시진핑은 한마디로 3연임을 확정하게 될 20차 전국대표대회를 1년여 앞두고 정적이 될 수 있는 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보여진다.


실제로 올 들어 중국 기율위의 조사를 받는 차관급 이상 전·현직 간부는 공개된 사람만 23명에 달할 정도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면 그러한 호랑이 사냥은 이제 시작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를 뒤집어본다면 중국내에서 시진핑 권좌가 아직 확고하게 서 있지 않다는 말과도 통한다.


그래서 지난 7월 23일 미국의 싱크탱크인 ‘제임스타운재단’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국에서 가장 강력한 정치인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그럼에도 공산당 핵심부에서 반 시진핑파들의 책동이 있었고, 이에 대해 시진핑 주석이 이례적으로 강력한 경고를 잇달아 발표했다”고 밝힌 것이다.


시진핑 주석 이름으로 최근 펴낸 ‘2021년 공산당 전면적 강론’에서도 당내의 불협화음에 대해 직접 지적하면서 최고 지도자를 중심으로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주석이 지목한 당내 분열세력이란 후진타오 전 주석과 장쩌민 전 주석 추종자들을 겨냥한 것이다.


이러한 세력들을 향해 중앙기율위원회는 지난 6월, “당의 핵심에 대해 음모를 꾸미는 당내의 배신자들에 대해 경고”하면서 마오쩌둥이 지난 1938년에 제창한 ‘4가지 복종(四个服从)’을 언급했던 것이다.


여기서 ‘4가지 복종(四个服从)’이란 “개인은 조직에 복종하고, 소수는 다수에 복종하며, 하급 간부들은 상급자에게 복종하고, 그리고 당 구성원 모두가 중앙(핵심 지도자)에 복종한다”는 내용을 말하는 것이고 ‘중앙’이란 시진핑을 말하는 것이다.


이렇게 중국내의 권력투쟁은 아직도 진행형이고 이들을 꺾기 위한 시진핑파의 전면 공세는 또다시 시작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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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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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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