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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좌절된 필리핀 두테르테의 꿈, '정계은퇴' 깜짝 발표 - 필리핀 두테르테, '내년 부통령 선거 출마' 결국 철회 - 두테르테에 대한 국민 지지율 하락과 집권당내 반발 때문 - 정치가 국민을 불행하게 만든 나라, 필리핀
  • 기사등록 2021-10-03 22:50:06
  • 수정 2021-10-04 08: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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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두테르테, '내년 부통령 선거 출마' 결국 철회]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내년 시행될 대통령선거에서 부통령으로 출마할 것이라는 계획을 돌연 철회하면서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2일(현지 시각) 로이터, AP통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은 “자신의 정치적 동반자이자 최측근인 크리스토퍼 봉 고 상원의원이 선거관리위원회에 부통령 후보 등록을 마친 뒤 현장에 있던 취재진에게 이같이 밝혔다”고 전했다.


필리핀의 경우 대통령은 6년 단임제로 두테르테 대통령은 내년에 있을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그러나 두테르테 대통령은 차기 대선주자에 이번에 부통령 후보로 등록한 측근 봉 고 상원의원이나 자신의 딸인 사라 다바오 시장을 내세우고 자신은 부통령에 입후보를 하여 사실상의 집권 연장을 꾀해 왔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부통령 출마를 포기한 이유?]


일단 두테르테는 자신이 부통령 출마 계획을 철회하면서 정계은퇴까지 하겠다고 발표한 배경에는 무엇보다 국민여론이 크게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두테르테도 출마 포기 선언을 하면서 "대다수의 필리핀인들은 내가 자격이 없으며 헌법을 위반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국민들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필리핀 여론조사 기관인 SWS(Social Weather Stations)가 지난 6월 23일부터 26일까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두테르테의 부통령 출마를 찬성하는 비율은 39%에 불과한 반면 60%는 두테르테의 내년도 부통령 선거 출마에 대해 ‘헌법 위반’이라면서 반대 의사를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에 대한 직무 만족도도 지난해 11월, 83%로 최고치를 찍더니 5월 79%, 6월 62%로 계속 추락하고 있다. 이 추세는 최근 더욱 더 심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두테르테가 부통령으로 출마할 경우 지지도에 대해 ‘펄스 아시아’가 지난 9월 6일부터 11일까지 실시한 조사에서 두테르테는 비센테 소토 상원의장에게도 밀리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었다.


그러한 여론조사 결과가 있음에도 두테르테 대통령은 부통령 출마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가 결국 출마 포기를 선언하게 된 데는 두테르테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도 하락하고 있지만 집권 여당내의 복잡한 권력 다툼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두테르테의 후임은 누가 될까?]


사실 두테르테가 정계 은퇴까지 발표하게 된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집권당인 'PDP 라반'내의 주도권 싸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두테르테는 집권당내에서 확고한 기반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으며 사실상 두테르테의 결정에 집권당 구성원들이 모두 따라줄 것으로 생각했으나 최근들어 그러한 두테르테의 계획이 번번히 좌절됐다.


두테르테에게 가장 충격을 준 것은 지난 8월 29일 'PDP 라반' 의장 선거였다. 이 선거에서 두테르테의 반대파이며 이번에 대선 출마를 선언한 파키아오가 이끄는 계파가 추천한 아킬리노 피멘텔 상원의원을 선출한 것이다.


그러자 현재 의장을 맡고 있는 두테르테 지지세력은 “반대파의 새 의장 선출을 인정할 수 없다”면서 “두테르테가 집권당 의장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반격에 나섰지만 결과를 뒤집을 수 없었다.


이렇게 집권당내에서 분란이 일어났지만 중요한 것은 두테르테가 집권당을 완전히 장악할 수 없다는 점에서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렸다.


그렇다면 현재 상황에서 두테르테측은 일단 대선 후보를 장악해야 하는 과제가 남는다. 두테르테는 일단 이미 다바오 시장에 출마를 선언한 자신의 딸 사라를 대통령 후보로 추천할 것이라는 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사라 시장은 현재 여론 조사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다.


사라 시장은 그동안 자신이 대통령, 아버지인 두테르테가 부통령인 선거 구도는 절대 만들지 않겠다며 강하게 반대해 왔었지만 아버지 두테르테가 부통령직 출마를 포기함에 따라 대선 후보 경쟁 구도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통령 출마 포기와 정계은퇴를 선언한 두테르테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라-고'가 확실한 거냐"고 기자들이 묻자, 이에 대해 "'사라-고'다"라고 답했다고 현지 방송사인 ABS-CBN 뉴스가 전했다.


다만 두테르테 대통령은 딸이 대통령 선거에 후보 등록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난 정말 모른다. 그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사라 시장 측은 "노코멘트"라고 말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부인도 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집권당인 'PDP 라반'의 대선 후보로는 필리핀 복싱 영웅인 매니 파키아오 상원의원이 가장 먼저 후보 등록을 마친 상태다.


복싱 역사상 전무후무한 8체급을 석권해 ‘살아있는 전설로 ’역사상 가장 위대한 복서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매니 파키아오는 지난 9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복싱계 은퇴를 선언하면서 대권 도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런데 파키아오가 대선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하자 필리핀 내에서 그의 인기가 요동치고 있다.


파키아오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경제 회복을 위해 코로나 대유행 해결에 우선 집중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한 “부패 문제를 끝낼 것”이라면서 “이득을 취하려는 자와 도둑질하는 자들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해 부패 척결을 위한 강도 높은 조치도 예고해 주목을 끌었다.


대통령 후보 등록은 오늘 10월 8일까지 진행된다. 다만 사퇴와 후보 교체는 11월 15일까지 허용된다. 따라서 “두테르테가 막판에 발언을 번복할 여지도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두테르테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부통령에 출마한다면 최측근인 봉 고 상원의원을 대통령 후보로 밀 생각이었으나 자신이 부통령 출마를 포기하면서 봉 고 상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접수시킨 것이다.


봉 고 상원의원은 두테르테의 대통령 출마 권유에 대해 자신은 대통령직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강력하게 고사해 왔었다. 그러면서 부통령직은 수행할 수 있다고 했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대통령 후보로 자신의 딸인 사라를 집권당의 대선 후보로 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요한 고비가 하나 있다. 사라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후보로 이미 등록한 파키아오와 경쟁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당 의장 선거에서 패배를 맛봤던 두테르테가 사라의 최종 대선 후보 낙점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두테르테 딸 사라가 만약 대선 후보 경쟁에서 패배한다면 사라는 지금의 다바오 시장 출마도 하지 못함으로 인해 정계에서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빠지게 된다. 과연 그러한 부담을 안고 사라가 두테르테가 원하는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설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또 하나의 변수가 있다. 이번 주에 집권당의 파키아오 지지세력은 파키아오를 집권당의 대선 후보로 지명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두테르테측도 사라 시장을 대통령 후보로 별도로 지명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한 정당에서 한 명만 대통령 후보 입후보가 가능하기 때문에 선거관리위원회가 최종적으로 합당한 후보를 판단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집권당의 최종적인 대통령 후보는 오는 11월 가야 최종 확정될 가능성도 있다.


[두테르테가 권력에 이렇게 집착하는 이유?]


두테르테가 이렇게 필리핀 내에서 권력을 끝까지 놓지 않으려는 이유는 한마디로 퇴임 이후의 안전 보장 때문이다.


두테르테는 대통령 취임 직후 주도한 '마약과의 전쟁' 등 반인륜 범죄로 인해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사법처리 대상으로 올라 있다.


2016년 7월부터 대대적인 마약 범죄 소탕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6천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온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를 이유로 ICC는 지난 9월 15일 필리핀 정부의 '마약과의 전쟁'을 반인륜 범죄로 규정하고 정식 조사에 나서겠다는 검사실의 요청을 승인했다.


결국 두테르테는 편법으로라도 권력을 연장해 ICC 기소에 대한 면책특권을 유지하기 위한 꼼수를 꾀해 왔으나 결국 모든 계획이 사실상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정계 은퇴를 하면 이러한 면책특권이라는 보호막이 다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은 카드는 자신의 딸을 대통령으로 당선시켜 자신을 보호하는 방패막이로 삼는 것 밖에 없다.


“분석가들은 만약 사라 두테르테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마약과의 전쟁에 대한 ICC의 형사고발로부터 아버지 두테르테를 보호할 가능성이 높다”고 SCMP는 전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두테르테가 진짜 정계를 떠날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필리핀 대학의 정치학 교수인 쟝 프랑코(Jean Franco)는 “두테르테의 최근 움직임이 단지 책략에 불과하다”면서 “그가 또다른 결정을 하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SCMP에 말했다.


[정치가 국민을 불행하게 만든 나라, 필리핀]


필리핀은 1960년대만 하더라도 ‘아시아의 선진국’으로 불렸다. 그런데 정치 지도자들의 부패와 포퓰리즘 정책 때문에 지금은 완전한 후진국으로 전락했다.


문제는 그러한 정치인들의 부패에 대해 국민들까지 길들여져 왔다는 점이다. 그래서 부패한 대통령과 정치인들에 대해 필리핀 국민들은 화를 낼 줄 모른다. 워낙 집권층의 편법이 판을 치면서 국민들을 현혹시키기 때문이다.


지금의 필리핀을 만든 이들은 국가의 지도자들이었다. 그들이 국가를 퇴행시키는 기생충과 같은 존재들이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철학이 없는 정치인들이 국민들의 삶을 더 비참하게 만들었다. 두테르테의 경우 미국과 등지고 중국을 종주국처럼 섬겼지만 정작 중국으로부터 배신만 당하고 어쩔 수 없이 다시 미국의 바짓가랑이를 잡는 신세가 되었다. 그러는 동안에 국민들의 삶은 더욱 피폐해져 갔다.


심지어 두테르테의 친중노선은 국가의 영토까지 중국에 바치는 결과로 나타났다. 그것도 코로나 백신을 지원받는 대가로 남중국해에서의 중국 영토 점령을 양보하기로 해 양식있는 필리핀인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그러다보니 내년의 필리핀 대통령 선거에서 두테르테의 친중노선에 대한 심판론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파키아오 후보는 두테르테의 친중노선을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자신은 친미노선을 통해 과거의 화려한 필리핀을 재건하겠다고 나섰다.


지난 7월 실시한 SWS의 여론조사도 필리핀인들은 중국보다 미국과 호주를 더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을 신뢰한다는 응답률은 지난해 12월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런 측면에서 내년의 필리핀 대선은 그동안의 두테르테식 막가파 정치를 청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누가 되던 필리핀 정치의 풍향계가 상당히 달라질 것이라는 의미다. 일단 파키아오도 그렇고 두테르테의 딸인 사라도 모두 40대다. 이렇게 연령층이 대폭 낮아진다는 것 자체가 필리핀에게는 새로운 희망이다.


과연 필리핀인들이 자신들의 국가 미래를 어떻게 선택할지 주목된다. 우리는 필리핀이 이번 대선을 통해 과거의 영화를 되찾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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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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