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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佛 마크롱의 대변신, 유럽 지도자 노리며 정책 우향우! - 오커스 출범으로 인한 미국과의 갈등 진정국면, 강한 유럽 표방 - 프랑스내 우파 돌풍에 마크롱 긴장, 우파 정책 흡수 - 마크롱, 이슬람 무슬림 정책 강경책, EU 전략적 자치카드 내세워
  • 기사등록 2021-10-01 13:42:56
  • 수정 2021-10-01 17: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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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사진=주영국 프랑스대사관]


[메르켈 떠난 EU 실질적 수장 노리는 마크롱]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메르켈 독일 총리 퇴임 이후의 실질적인 유럽 수장을 노리며 대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의 최우선 목표는 내년 4월에 있을 대선에서 재선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곧 퇴임하게 되는 메르켈 총리의 뒤를 이어 확고한 유럽의 리더로 발돋음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 1월 프랑스가 EU 이사회 순환 의장국(임기 6개월)을 맡게 되면서 그 기회를 이용해 ‘포스트 메르켈’ 이미지를 굳히면서 대선에서의 승리까지 거머쥐려는 구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불붙는 프랑스 대선, 재선 위한 마크롱의 카드]


이를 위해 마크롱 대통령은 정책의 기조도 전반적으로 재조정을 하고 있다. 이유는 역시 대선에서의 승리 때문이다.


현재 프랑스의 대선 판도는 한마디로 혼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프랑스 내에서 우파의 부상이 돋보인다는 점이다. 특히 지금의 대선 판도에 대변화를 이끌고 있는 인물이 인종차별 발언으로 기소된 전력도 있으면서 최근에는 35살이나 차이가 나는 자신의 여성 보좌관과 불륜설이 나돌았던 프랑스 극우 방송인 에리크 제무르(63)다.


그는 아직 공식 대선 출마를 선언하지 않았음에도 그동안 극우의 상징 인물이었던 마린 르펜 국민연합 대표를 위협할 정도로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 [그래픽= Why Times]


지난 9월 28일 여론조사 기관인 ‘해리스 인터랙티브’가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중도보수의 마크롱 대통령이 23%의 지지율을 보인 반면 그동안 계속해서 마크롱을 위협해 왔던 극우의 마린 르펜이 16%로 바짝 뒤를 쫓고 있다.


또한 우파의 그자비에 베르트랑 14%, 극우의 에리크 제무르 13%, 극좌의 장뤼크 멜랑숑 13% 등이 뒤를 이어 마크롱을 위협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극우를 포함한 우파의 돌풍이 상당히 거세다는 점이다. 제무르의 경우 3주전만 하더라도 불과 7%였는데 그 사이 6%나 상승하면서 4위로 안착했다. 반면 여름 한때 지지율이 28%까지 치솟았던 국민전선의 르펜은 16%까지 추락하면서 대이변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물론 프랑스 대선은 과반수 득표자가 없으면 1-2위만의 결선 투표를 치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마크롱 대통령과 르펜의 한판 승부가 예상되지만 만약 르펜 대신 제무르가 결선 후보로 떠오른다면 그야말로 프랑스 대선판은 혼돈으로 갈 수도 있다는 예상이 ‘프랑스24’ 방송에서 나왔다.


이러한 분위기를 의식해 중도우파의 마크롱 대통령이 우파의 정책들을 일부 흡수하면서 대선을 대비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선적으로 대선 쟁점으로 부각한 이민자 통제정책에 대해 적극 대응하고 있다. 흐름은 이민자 수용 반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우파 후보인 미셸 바르니에(공화당)조차 3~5년 동안 이민자 수용을 중단하자고 주장하는 등 이민자 정책에 상당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 정국은 무슬림 이민자에 대한 ‘선명성 대결’로 요동칠 것에 대비해서 마크롱 대통령도 선수를 치고 나온 셈이다.


프랑스내에서 이렇게 무슬림 이민자에 대해 극단적이라 할 정도로 부정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지난해 10월 중학교 교사가 길거리에서 무슬림에 의해 목이 잘린 사건을 중심으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가 잇따르자,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비등해졌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가장 무슬림이 많이 살고 있는 나라다. 전체 인구 6700만명 중 무슬림이 600만명 안팎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마크롱 대통령은 극단주의 이슬람 단체에 대한 대대적인 해산 작업에 나섰으며, 알제리 등 전통 우호국인 북아프리카 3국 국민에 대한 비자 발급도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제랄드 다르마냉 프랑스 내무장관은 지난 9월 29일 일간 르피가로 인터뷰에서 “전국적으로 6개의 모스크(이슬람 사원) 폐쇄 절차를 진행 중이며, 지하드(이슬람교 전파를 위해 벌이는 투쟁)를 미화하는 책을 펴내면서 극단적인 이슬람 선전을 전개하는 이슬람계 출판사 ‘나와’와 지난해 주 프랑스 미국 대사관 앞에서 폭력 시위를 벌인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 단체 LDNA를 포함해 몇몇 단체는 해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 중도 우파인 마크롱이 무슬림·이민자에게 유약하게 대응한다며 거친 공격의 대상이 되어 왔었는데, 이런 공격에 맞서 마크롱이 리더로서 결연한 모습을 보여주려 행동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크롱 대통령의 무슬림 이민자에 대한 정책 변화에 이어 또다른 카드는 ‘EU의 전략적 자치’ 카드다. 한마디로 “미국에 의지하지 않고 유럽만의 힘으로 자주 국방에 나서자”는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9월 28일 F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지난 10년 조금 넘는 기간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것이 유럽에 미치는 결과를 파악하지 못하고 순진하게 굴 경우 우리는 끔찍한 실수를 저지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마크롱은 "우리는 우리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힘과 능력이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며 "이는 문제를 키우는 게 아니라 우리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프랑스나 유럽이 미국과의 동맹을 파기하자는 것은 아니다. 미국-영국-호주의 오커스(AUKUS) 동맹 출범으로 미국과 갈등 관계가 부각되기는 했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바이든 미 대통령과 지난 9월 22일 전화통화를 했으며 10월말에 정상회담을 갖기로 했다. 소환했던 대사도 원대복귀시켰다. 이로써 오커스 출범으로 인한 양국간 갈등관계는 진정되는 국면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9월 28일 “호주의 잠수함 주문 취소가 프랑스에 미치는 영향은 비교적 제한될 것”이라면서 “이를 이유로 인도·태평양 전략을 바꾸지는 않겠다”고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와도 지난 9월 24일 전화 통화를 갖고 “양국 정상이 전화로 여러 가지 공통 이해사항에 관해 논의했으며, 양국 관계 중요성을 다시 확인했다”고 BBC가 총리실 대변인을 인용해 보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21일 인도의 모디 총리와도 전화 통화를 갖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공동행동을 다짐했다고 AFP와 dpa가 보도했다.


결국 오커스 출범으로 인한 미국과의 갈등 증폭 양상은 마크롱 대통령의 말처럼 ‘찻잔속의 태풍’으로 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마크롱 대통령이 ‘유럽의 전략적 자치’ 카드를 꺼내든 것은 우선적으로 메르켈의 뒤를 잇는 유럽의 지도자라는 이미지 부각을 하고자 함이고 이를 통해 프랑스 대선에서도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판단된다.


[마크롱, 과연 메르켈 뒤를 잇는 유럽 지도자가 될 수 있을까?]


한마디로 마크롱의 ‘메르켈 뒤를 잇는 유럽 지도자 카드’는 현실성 여부를 떠나 프랑스 대선에서의 지지율을 높이려는 전략의 하나로 보여진다.


‘위대한 프랑스가 유럽을 주도해야 한다’는 이미지를 만들어 가면서 ‘그 유럽의 지도자는 마크롱’이라는 선거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사실 유럽내에서도 메르켈 퇴임 이후의 유럽 지도자로 마크롱을 주목하고 있기는 하다. 독일 총선에서 메르켈이 속했던 기민-기사련이 패배하면서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이 승리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올라프 숄츠가 차기 통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숄츠는 유럽사회에서 어차피 새내기일 뿐이다.


그래서 로이터통신도 “많은 EU 국가들이 마크롱의 정책 아이디어에 더 많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했다. 마크롱이 반무슬림·반이민 정책을 강화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내년 1월 프랑스가 EU의 순회 의장직을 맡게 되기 때문에 마크롱의 유럽 지도자로의 부상은 자연스러울 수도 있다. 또 그러한 유럽 수장으로서의 역할 수행을 위해 이미 마크롱이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와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에게 협조를 부탁했다는 말도 흘러 나온다. 이들 모두 마크롱같이 중도 우파의 지도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크롱의 유럽 지도자 등극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상당히 있다. 당연히 마크롱 대통령의 정치 경력과 경험 등이 유럽 최강국인 독일을 16년 동안 이끌어온 메르켈 총리에 비교할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지만 그의 정치적 성향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로이터통신은 프랑스 싱크탱크인 몽테뉴연구소의 조지나 라이트 연구위원의 말을 인용해 “프랑스가 유럽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있는 건 맞지만 마크롱이 종종 지나치게 독단적이라는 점은 문제”라고 전했다.


영국 일간 데일리 익스프레스도 지난 9월 28일, “유럽연합(EU)의 주요 인물로서 메르켈 총리를 대체하려는 마크롱 대통령의 꿈은 벨기에 정치 평론가 장 브릭퐁(Jean Bricmont) 교수에 의해 무참하게 굴욕을 당했다”며 “그가 마크롱 대통령이 메르켈 총리의 역할을 다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도 “독일의 도움 없이 마크롱 혼자 유럽의 리더가 되기는 어렵기 때문에 독일에서 연정 협상이 빨리 마무리돼 차기 정부가 일찍 출범하는 쪽이 마크롱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렇게 마크롱 대통령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유럽의 수장으로서 역할을 하는 것보다 우선적으로 내년 4월의 차기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그런데 프랑스내에 우파 바람이 강하게 일고 있다는 것은 마크롱 대통령의 정책 변화도 분명히 있을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그렇다고 중국 포위전략을 기본으로 하는 인도-태평양전략은 전혀 흔들림이 없을 것이고 미국이 주도하는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를 통한 경제공동체 건설에도 프랑스는 적극적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오커스 동맹으로 미국과 틈이 보이자 그 사이로 끼어들려 했던 중국의 꿈도 한순간에 다 날아가 버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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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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