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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국 급소 때린 EU, ‘대만과 관계 격상할 것’ - 중국 우려가 현실로... EU, 대만대표부 확대-경제협력 강화도 - 나토에 역공당한 중국, “중국 핵무기 확대 말라!” - 중국의 물락, 대만의 정상국가화가 신호탄 될 것
  • 기사등록 2021-09-29 13:28:14
  • 수정 2021-09-29 18: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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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28일 EU의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와 제11회 전략대화를 연 중국 왕이 외교부장 [사진=EU]


[발등에 불붙은 중국, EU에 전방위적 외교 공세 펼쳐]


유럽연합(EU)이 갈수록 대 중국 압박 정책을 강화하고 있고 독일의 메르켈 총리까지 퇴진하자 진퇴양난에 빠져 있는 가운데 오커스(AUKUS) 동맹 출범으로 프랑스가 반발하면서 균열이 생긴 틈을 타 EU 질서를 흔들어 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으나 결과가 여의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9월 28일 EU의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와 제11회 전략대화를 열었다.


이와 함께 한정(韓正)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부총리도 프란스 티메르만스 EU 부집행위원장과 만나 EU의 대 중국 정책, 특히 대만과의 관계 강화에 대해 중국측 의견을 제시하면서 EU를 설득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열 받게 한 EU의 인도-태평양전략]


유럽의 친중 거점이었던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퇴임함에 따라 그리안해도 EU의 대 중국정책에 대해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던 중국에 EU는 ‘인도-태평양전략’을 발표하면서 강력하게 압박했다.


EU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지난 9월 16일(현지시간) 이번 전략을 공개하면서 “세계의 무게 중심이 지경학, 지정학 측면에서 모두, 인도·태평양을 향해 이동하고 있다”면서 “EU와 인도·태평양의 미래는 연결돼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렐 고위대표는 “EU의 인도-태평양전략이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고 했지만 외교관들은 “인도, 일본, 호주, 대만과의 관계 강화는 중국의 영향력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AP, 로이터 통신 등도 “EU의 인도-태평양전략이 이 지역에서 경제, 정치, 방위 부문의 관계를 강화하고 확대되는 중국의 영향력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런데 EU의 인도-태평양전략에서 특히 중국을 열 받게 만든 대목은 대만과의 무역합의와 함께 관계 강화를 내비쳤다는 점이다.


또한 EU 집행위가 이번에 발표한 전략을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 내 항행의 자유 등을 지원하기 위해 EU 회원국 해군 배치를 강화하는 방안”까지 내놓자 중국은 EU를 그대로 방치하다간 더 이상 되돌리기 힘든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판단하고 대대적인 외교전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反中 리투아니아 끌어안는 EU, 중국 또 발끈]


여기에 리투아니아의 반중 공세에 대해 그리안해도 속이 불편한 중국은 대만 문제로 촉발된 리투아니아와의 갈등 끝에 자국 주재 리투아니아 대사를 돌려보낸 것에 대해 하반기 EU 의장국인 슬로베니아가 이를 비난하자 또다시 발끈하면서 거칠게 대응하는 일이 발생했다.


중국 외교부의 자오리젠 대변인은 지난 9월 16일 브리핑을 통해 "대만 관련 리투아니아 문제는 옳고 그름이 분명하다"며 "책임은 오로지 리투아니아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슬로베니아와 EU가 대만 문제에 있어서 정확하고 객관적인 입장을 취하고, 대만 문제로 중국과 EU 관계에 새로운 문제를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슬로베니아를 향해 "대만 문제의 높은 민감성을 인식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키며 대만 문제를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며 "양국관계에 불필요한 방해를 주지 말라"고 말했다.


EU의 의장국으로서 EU 회원국인 리투아니아 문제를 언급했는데 중국은 돌연 의장국의 소속국인 슬로베니아를 직접 겨냥해 위협하고 협박을 하는 몰상식한 행동을 저지른 것이다.


중국이 리투아니아 문제에 대해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은 리투아니아의 대만대표부 격상이 EU내 다른 국가로 옮겨갈 수 있다는 것을 감지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우려가 현실로... EU, 대만과의 관계강화 강행]


그런데 이러한 중국의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이미 EU의 인도-태평양전략에서도 EU가 대만과의 관계 격상 의지를 밝힌 바 있는데 이러한 흐름에 제동을 걸기 위해 중국의 왕이(王毅) 외교부장까지 나서서 EU를 설득했지만 수포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왕이 부장은 28일 화상으로 EU의 인도-태평양전략을 발표했던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와 고위급 회담을 열고 EU의 대 중국전략에 제동을 걸기 위한 시도를 했으나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지난 2020년 6월 이후 1년 3개월여만의 회담이었지만 EU의 호세프 보렐 고위대표가 “대만을 국가로는 인정하지 않겠지만 대표부로의 승격은 할 수도 있다”는 답을 왕이 부장에게 준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9일, “EU의 호세프 보렐 대표는 리투아니아의 대만대표부 승격 방침을 사실상 옹호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SCMP는 특히 이번 회담에 앞서 EU의 대만정책을 이끌고 있는 찰리 위머스(Charlie Weimers)가 “호세프 보렐 고위대표가 중국과 분쟁을 벌이고 있는 리투아니아에 대해 분명한 지지와 연대를 보내고 있다”면서 “리투아니아에 대한 중국의 경제제재를 비난해야 하고 이에 대해 EU가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SCMP는 이어 “호세프 보렐 대표와 왕이 부장간 대화에서 중국의 인권 문제도 오갔다”면서 “이에 대해 왕이 부장은 EU가 중국의 인권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내정간섭”이라면서 “EU는 중국에 훈계하지 말라고 충고했다”고 전했다.


호세프 보렐 대표는 또한 신장 위구르 문제와 홍콩의 인권 문제도 직접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SCMP는 이날 보도에서 “독일 총선에서 메르켈 독일 총리가 속한 기민당이 패배를 한데다가 새로 집권하게 될 사민당과 연정 대상인 녹색당과 자유당 등이 반중 강경파 정당이라는 점에서 독일의 대 중국 정책이 엄청난 변화를 맞게 될 것”이라면서 “이러한 흐름으로 인해 EU의 대 중국정책까지 급류를 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왕이 부장은 이날 보렐 대표에게 “EU와 중국이 일대일로 공동건설을 통해 양국간의 관계를 증진해 나가자”고 했지만 이는 그저 허공에 날리는 쓸모없는 발언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오커스 동맹에 민감하게 반응한 중국]


중국의 왕이부장과 EU의 호세프 보렐 대표간 대화에서는 미-영-호주의 오커스(AUKUS) 동맹과 관련된 논의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SCMP는 이날 “원래 회의 아젠다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왕이 부장은 오커스 동맹 문제를 꺼내들면서 신랄하게 비판했다”고 전했다.


왕이 부장은 “국제사회가 냉전과 분열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냉전을 하지 않겠다는 자신들의 발언을 뒤집었다”고 비판하면서 “미국은 앵글로색슨계의 소그룹 동맹을 만들었으며 이는 지정학적 이해관계를 국제 연대보다 우선시했다”면서 맹비난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 소식을 전하는 중국매체들은 특히 왕이 부장이 오커스 동맹에 대해 강력하게 비난했다는 사실을 집중적으로 확대해 보도했다.


중국 신문망은 28일 늦게 “왕이 부장이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 대표에게 오커스가 가져올 3가지 리스크를 언급했다”면서 “왕 부장은 먼저 오커스가 냉전 부활이라는 숨겨진 위험을 가져올 것”이라 말했다고 했다. “3국이 이데올로기 편견을 가지고 새로운 군사 블록을 만드는 것이 지정학적 긴장을 고조시킨다”는 주장이다.


왕이 부장은 “두번째로 군비 경쟁이라는 숨겨진 위험을 지적했다”면서 “오커스는 일부 국가 및 지역이 군비 경쟁 위험을 야기하고 군사적 충돌 위험을 증가시킬 것”이라 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오커스를 출범하면서 호주에 핵잠수함 기술을 이전하기로 한 것을 두고 "미국은 핵기술 개발을 이유로 일부 국가를 제재·억압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비핵국가로 핵기술을 이전하는 것은 전형적인 이중잣대"라고 꼬집기도 했다.


왕이 부장은 마지막으로 “핵확산이라는 숨겨진 위험을 가져올 것”이라면서 “핵잠수함 건조 명분으로 핵무기 제조에 사용할 수 있는 핵 원료를 비핵국가에 제공하는 것은 적절한 감독 없이 무기급 고농축 우라늄을 다루는 것으로 핵확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왕이부장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보렐 대표의 답은 아주 냉정했다. 보렐 대표는 “EU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간의 공동성명을 환영하며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오커스에 대한 대응을 전폭적으로 수용한다”면서 일축했다. 이러한 내용은 중국 매체에는 전혀 보도되지 않았다.


보렐 대표의 이러한 반응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오커스 동맹이 발표된 후인 16일 EU는 보렐대표에 의해 인도-태평양전략이 발표되었었는데 이 전략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보렐 대표는 “오커스 동맹의 발표 내용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면서도 “그러한 성격의 합의가 하룻밤 사이에 이뤄진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렐 대표는 “오커스 합의가 일부 유감스러운 내용이 있기는 하지만 그러한 점 때문에 미국과 EU간의 관계가 흔들려서는 결코 안된다”고 강하게 주장했었다.


보렐 대표는 이어 “오커스 동맹으로 인해 호주와의 관계도 절대 흔들려서는 안되고 흔들리지도 않을 것”이라면서 “호주와의 무역협정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렐 대표는 특히 “오커스 동맹을 발족하게 된 배경에 남중국해에서의 항행의 자유 수호가 주된 목적 중의 하나인데 EU 무역의 40%가 바로 남중국해를 통과한다는 점에서 EU가 남중국해의 안정을 바라고 이익을 보호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남중국해의 안정은 곧 EU의 이익을 수호하는 것이고 동시에 민주주의와 인권과 같은 가치를 증진하는 것”이라고 인도-태평양전략을 설명하면서 주장했다. 9월 17일자 SCMP의 보도 내용이 그렇다.


[나토에 역공당한 중국, “중국 핵무기 확대 말라!”]


중국이 오커스 동맹 발족에 대해 냉전적 사고라고 비난을 하고 있는 가운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의해 “중국의 핵무기 확대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역공을 받았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27일(현지시간)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의 화상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나토는 성명에서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이 중국의 강압적인 정책과 핵무기 확대, 군사 현대화의 투명성 부족에 대해 왕이 외교부장에게 우려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오커스 동맹을 통해 호주에 핵잠수함 기술을 이전하는 것에 대해 핵확산 방지라는 국제적 협약을 위배했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나토가 오히려 중국에게 핵무기 확대 중단을 요구받은 것이다. 한마디로 역공을 당한 셈이다.


이에 대해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8일 정례브리핑에서 "나토가 최근 중국 핵 위협론을 끊임없이 과장하는데 대해 심각한 우려와 반대를 표한다"면서 "중국의 주권과 안보, 영토 보전을 위협하고 훼손할 의도가 없는 국가라면 중국의 국방력에 위협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는 전형적인 물타기 수법이고 허공을 향해 날리는 의미없는 메시지다.


지금 당장 중국의 주변국들이 중국에 의해 영토 보전 위협을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이 동맹국들 보호차원에서 다양한 중국 포위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것 아닌가?


[중국의 물락, 대만의 정상국가화가 신호탄 될 것]


EU가 대 중국 정책을 강경하게 몰고 가면서 중국과의 관계가 갈수록 냉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오커스 동맹이 발족하면서 프랑스가 반발하자 이를 계기로 EU와 미국간의 관계를 흔들려 했지만 전혀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EU가 대만과의 관계를 강화할 것이라는 답만 얻은 셈이다. EU는 이미 공언한대로 리투아니아가 앞장섰던 ‘타이베이 무역사무소’ 대신 ‘대만 대표부’로 격상하는 것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빠른 시일 내에 워싱턴에 있는 대만 대표부의 명칭을 ‘타이베이 경제문화 대표부(Taipei Economic and Cultural Representative Office)’에서 ‘대만 대표부(Taiwan Representative Office)’로 바끌 것으로 보인다.


이쯤 되면 그동안 중국이 모든 외교력을 동원해 강력하게 지켜왔던 ‘하나의 중국’ 원칙이 무너지게 된다. 중국과 대만이라는 두 나라가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몰락은 이러한 대만대표부의 공식적 개설부터 시작될 것이다. 이렇게 중국의 황혼은 서서히 중국대륙을 덮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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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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