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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미국이 中‘화웨이 공주’ 멍완저우를 석방한 이유? - 멍완저우, 25일 국가영웅 대접받으며 중국 선전 도착 - 멍완저우 석방 맞조건으로 중국이 억류했던 캐나다인 2명도 석방 - 멍완저우 석방에도 미중관계 돌파구 열리지 않을 듯
  • 기사등록 2021-09-26 21:50:14
  • 수정 2021-09-27 08: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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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나다에서 풀려나 25일 중국 선전에 도착한 멍완저우 [사진=중국 CCTV 캡쳐]


[캐나다에서 2년 9개월만에 풀려난 ‘화웨이 공주’ 멍완저우]


마중갈등의 핵심 포인트 중의 하나였던 중국 화웨이의 창업주 런정페이(任正非)의 딸 멍완저우(孟晩舟·49)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부회장이 24일(현지시간) 미국 법무부와 기소 연기에 합의함에 따라 캐나다에서 가택 연금 상태로 지낸 지 2년 9개월만에 전격 석방되어 중국으로 돌아갔다.


‘화웨이 공주’로도 불리우는 멍완저우는 지난 2018년 8월 22일, 이란에 장비를 수출하기 위해 홍콩의 위장회사를 활용,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위반한 혐의 등으로 체포영장이 발부됐고, 이에 따라 12월 1일 캐나다 당국은 미국 요구에 따라 밴쿠버 국제공항에서 멍완저우를 체포했고 캐나다 법원은 자택연금을 한 후 재판을 계속해 왔다.


중국은 멍완저우의 체포에 분개하면서 스페이버와 코브릭이라는 캐나다인 두명을 간첩혐의를 씌워 중국당국에 억류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가 중국과 첨단기술 등을 둘러싼 무역전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벌어진 멍 부회장의 체포는 이후 다방면으로 확전된 미중 갈등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였다.


“멍완저우는 그동안 캐나다에서 가택연금을 당하는 와중에도 밴쿠버의 고급 주택에 거주하며 그림 그리기 개인 교습을 받기도 했고, 정기적으로 마사지사를 불러 피부 관리를 할 정도로 초호화 생활을 했다. 또한 외출이 허가될 때는 명품 샵에서 그만을 위해 준비된 개별 공간에서 쇼핑을 즐긴다”고 NYT가 지난 1월 보도한 바 있다.


[멍완저우, 전용기 편으로 영웅대접 받으며 중국 도착]


미국 법무부와 기소 연기에 합의한 24일(현지시간), 멍완저우는 중국 정부가 마련한 캐나다발 에어차이나 전세기편으로 귀국길에 올라 25일 밤 선전(深圳) 바오안(寶安) 국제공항을 통해 중국에 도착했다.


중국 중앙TV(CCTV)를 비롯한 중국 매체들은 멍 부회장이 귀국한다는 예고와 함께 수시로 근황을 거의 실시간으로 보도하듯 중계를 했으며 중국 영공에 들어서자 또 속보를 전하기도 했다.


또한 중국 주요 포털 사이트인 바이두(百度)는 바오안 국제공항의 상황을 일찌감치 생중계하면서 마치 중국의 영웅이 귀환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멍완저우의 중국 도착 당시 이를 중계한 중국 CCTV에 따르면, 멍완저우는 중국을 상징하는 붉은색 원피스를 입고 마치 국빈 방문한 외국 정상처럼 공항 활주로에서 트랩(이동식 계단)을 타고 전세기에서 내려와 중국 국기를 흔들며 기다리고 있던 시민들과 취재진 앞에서 성명을 낭독했다.


멍완저우는 이날 귀국 성명에서 "조국이여, 내가 돌아왔다"며 운을 뗀 뒤 "위대한 조국과 인민, 당과 정부의 관심에 감사한다"며 "보통의 중국인으로서 조국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멍완저우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관심을 가져준 것에 깊이 감동을 받았다”고 밝힌 뒤 "지난 3년을 돌아보며 나는 각 개인과 기업, 국가의 운명이 실제로 연결돼 있음을, 조국이 발전하고 창성해야 기업도 안정적으로 발전하고 국민도 행복하고 안전할 수 있음을 더 분명히 알게 됐다"고 밝혔다.


멍완저우가 이렇게 시진핑 주석과 국가에 대한 감사를 표한 것은 지난 7월 미국의 웬디셔먼 국무부부장관이 중국의 톈진을 방문해 왕이 외교부장과 셰펑(謝鋒) 미주·정책 담당 부부장과의 회담을 했을 때 중국측이 미국이 잘못했다는 목록과 중국이 우려하는 목록, 넘어선 안 된다는 바텀 라인을 말하는 소위 ‘두 벌의 리스트와 세 가지 한계선’을 제시한 바 있었는데, 그 중 ‘미국이 잘못했다’는 목록 속에 들어간 내용 중의 하나가 ‘화웨이의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을 체포하기 위해 캐나다 정부에 압력을 넣은 것’을 들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당시 중국측은 ‘멍완저우 부회장을 즉각 중국으로 돌려보내야 미·중 관계도 정상화될 수 있다’고 했다.


*관련기사: [정세분석] 중국의 빅테크 광풍속에서 화웨이만 멀쩡한 이유?(9월 16일)

*관련영상: [Why Times 정세분석 1039] 중국의 빅테크 광풍속에서 화웨이만 멀쩡한 이유?


중국에게 있어서 화웨이가 그만큼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고 그래서 시진핑 주석까지 나서서 미국과의 외교정상화 조건으로 멍완저우의 석방을 요구했던 것이다.


이러한 국가적 관심사가 컸기 때문에 많은 중국 매체들은 멍완저우를 '여사'로 칭하면서 미중갈등 속에서 ‘무고한 희생자’로 간주했고, 그러한 미국의 압박을 이겨내고 귀국하는 영웅으로 대우하고 있다.


또한 멍완저우의 귀국이 “미국과 싸운 중국 외교의 승리”라고 자축하는 분위기도 형성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멍 부회장은 중국으로 향하는 기내에서도 "곧 위대한 조국 어머니의 품에 들어간다"면서 "중국공산당의 영도 하에 우리 조국은 번영·발전을 향해 가고 있다. 강대한 조국이 없다면 오늘 내 자유도 없다"고 말했다.


중국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웨이보에는 '멍완저우가 곧 조국으로 돌아온다', '멍완저우가 중국 정부 전세기에서 감사의 말을 했다'는 문구가 인기 검색어 상단에 노출됐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웨이보(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귀가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멍완저우 석방 맞조건으로 캐나다인 2명도 석방]


한편, 캐나다에서 멍완저우를 석방하면서 중국이 간첩죄로 억류하고 있던 캐나다인 2명도 동시에 풀려났다.


이와 관련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24일(현지시간)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에서 간첩 혐의로 수감됐던 캐나다인 2명이 석방돼 중국을 떠났으며, 25일(현지시간) 오전 캐나다로 귀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P통신은 “트뤼도 총리의 기자회견은 멍 부회장이 석방돼 중국 선전으로 떠난 후 약 1시간 만에 이뤄졌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 두 사람은 25일(현지시간) 오전 캐나다의 캘거리에 무사히 도착했다. 공항에는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직접 나와 포옹하며 환영했다.


대북 사업가 스페이버와 전직 캐나다 외교관 출신인 코브릭은 2018년 12월 멍 부회장이 미국에서 체포된 지 9일 뒤 중국 당국에 간첩죄로 체포되어 하루 24시간 불이 켜져 있는 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해 왔다. 둘 모두 사실 중국 당국이 멍완저우의 체포에 대한 반발로 정치적 이유를 붙여 그런 보복조치를 취한 것이다.


북한 관광 사업을 벌였던 스페이버는 지난 달 '외국을 위해 정탐하고 국가기밀을 불법 제공한 혐의'로 징역 11년을 선고받았었다. 법원은 스페이버의 혐의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스페이버는 미국 농구 선수 출신 데니스 로드먼의 방북을 주선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면한 적도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코브릭 역시 2017∼2018년 사업가로 위장해 중국에 들어와 베이징·상하이(上海)와 지린성 등지에서 소식통을 통해 중국 국가 안보와 관련된 대량의 비공개 정보를 수집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캐나다인 2명의 석방과 관련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5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미국 정부는 중국 당국이 2년 반 이상 독단적으로 억류했던 캐나다 시민 마이클 스페이버와 마이클 코브릭을 석방한 것에 대해 국제사회와 함께 환영을 표한다"면서 "우리는 그들이 캐나다로 귀국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멍완저우 석방에도 미국 비난한 중국]


멍완저우가 캐나다에서 석방되어 중국으로 귀국한 날인 25일, 중국 정부는 외교부를 통해 “이번 사건은 한 중국 국민에 대한 정치 박해 사건이고, 목적은 중국의 하이테크 기업을 탄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멍완저우 사건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일관적이고 명확하다"면서 "멍 여사가 소위 '사기' 혐의를 받은 것은 완전히 날조에 속하며 미국과 캐나다가 한 일은 전형적인 임의 구류"라며 미국과 캐나다 양국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미국은 왜 멍완저우 석방을 결정했을까?]


멍완저우의 석방과 관련해 관심을 끄는 것은 미중갈등이 갈수록 첨예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미국은 왜 ‘화웨이 공주’인 멍완저우의 석방을 결정했을까 하는 점이다. 크게 두 가지의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유 1: 중국에 억류된 캐나다인 석방


멍완저우의 석방을 미국이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우선적으로 중국에 억류되어 있던 캐나다인 2명의 석방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캐나다와 중국 양국은 상대에게 석방을 요구하는 지루한 외교 공방을 벌였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 캐나다는 미국의 요구에 따라 진행되는 법절차라 캐나다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어 더욱 더 그러했다.


그래서 올해 1월 취임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월 23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화상 정상회담 이후 스페이버와 코브릭의 석방을 중국에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시 중급인민법원이 지난 8월 11일 스페이버에 징역 11년 형을 선고한 후 양국간의 상호 비판은 더욱 거세졌고 캐나다측은 미국에 이에 대한 해법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캐나다측의 간곡한 요구를 받은 미국이 멍완저우를 풀어주는 조건으로 캐나다인 2명의 동시 석방을 타진했고 결국 이 협의가 타결되면서 멍완저우를 풀어주게 되었다는 것이다. 마치 과거 미소 냉전시절 거물급 스파이 상호 교환을 떠올리게 하는 구도가 펼쳐진 것이다.


*이유 2: 이미 몰락한 화웨이


사실 멍완저우 체포에는 중국 공산당 정권의 심장이라 말할 수 있는 화웨이의 성장을 저지시킬 목적도 상당히 컸다. 그런데 미국의 우방국들에서 화웨이에 대한 제재는 이미 굳건해졌고 더 이상 화웨이가 세계 시장 도전을 할 능력도 사라졌다. 사실상 화웨이가 글로벌 시장에서 퇴출되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멍완저우의 법적처리도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현실적 판단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이미 몰락한 화웨이 뿐만 아니라 미국은 반도체 산업을 포함해 첨단 산업에서의 대 중국 포위 및 억제전략을 극대화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멍완저우를 석방해 줘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멍완저우 석방으로 미중관계 돌파구 열릴까?]


그렇다면 미중관계 회복의 돌파구라고 중국이 주장했던 멍완저우가 석방되었기 때문에 양국간에 해빙무드가 조성될 수 있을까?


블룸버그를 포함해 미국내 일부 언론들은 “미 법무부와 멍 부회장의 석방과 관련된 이번 합의는 한껏 고조된 미중 갈등 국면에서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5일, 미 우드로윌슨센터 산하 키신저미중연구소의 로버트 댈리 소장의 말을 인용해 “미중 간 불신이 심각해 이번 석방 자체가 미중 관계의 긴장을 누그러뜨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오히려 “중국이 미국의 무리한 기소에 대한 '승리'를 주장하면 관계를 악화시킬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봤다. 그런데 지금 중국의 분위기는 로버트 댈리 소장의 말대로 흘러가고 있어서 미중간 양국관계가 화해 무드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싱크탱크 퀸시 연구소의 이선 폴 연구원도 “이번 석방 조치는 지난 7월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과 셰펑(謝鋒) 중국 외교부 부부장의 톈진(天津) 회담 때 중국이 요구한 사항 중 미국이 처음으로 이행한 것”이기는 하지만 "미국·영국·호주의 안보동맹 오커스(AUKUS), 미국·일본·인도·호주의 '쿼드'(Quad) 정상회의, 대만문제 등을 통해 매우 분명한 신호를 보내왔다"고 SCMP에 말했다. 미중 양국이 화해의 길로 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내에서 멍완저우 석방과 관련해 부정적 여론이 조성되는 것도 미국의 대 중국 화해 무드를 가로막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봤다.


실제 톰 코튼(공화·아칸소) 상원의원은 "멍 부회장이 미국 제재를 위반했는데도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공산당의 요구를 들어줬다"면서 "이번 항복은 중국공산당이 앞으로 더 많은 미국인과 동맹을 인질로 잡게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미국 내에서 대중 강경 노선을 주장해온 국가안보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이번 합의를 자신들이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항복'으로 여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미국내 분위기가 멍완저우 석방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대 중국 정책을 강경하게 이끌 수밖에 없다고 본 것이다.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도 이날 “멍 부회장과 캐나다인 2명의 석방은 두 강대국 간 경쟁의 상징인 화웨이 갈등의 일부일 뿐이며,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렇게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은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 측면에서 헝다그룹의 사실상 파산에 이은 경제정책 실패와 함께 도대체 풀릴 기미가 없어 보이는 미국의 대 중국 압박이 중국에게는 또다른 좌절을 안겨다 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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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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