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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일본서 터져나온 ‘가짜 김정은설’, '실각설'도 사실일까? - 김정은 실각 사실이라면 중국과 미국이 먼저 간파 - 국정원, "김정은 건강이상설, 실각설은 근거없다" - 김정은 실각? 주한, 주일미군 움직임 보면 안다!
  • 기사등록 2021-09-20 21:52:15
  • 수정 2021-09-21 08: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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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은 가짜’ 주장한 일본 언론, 근거는?]


지난 9월 9일, 북한 정권수립 기념일(9.9절) 열병식 등의 행사에 등장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본인이 아닌 가짜일 가능성이 있다고 일본 언론이 제시해 관심을 끌고 있다.


일본의 도쿄신문은 19일 “지난해 11월 체중이 140㎏대로 알려졌던 김 위원장이 지난 9일 날씬하게 변신했다”며 “다이어트를 한 것인지 ‘가게무샤’(影武者· 대역)를 내세운 것인지를 둘러싸고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쿄신문은 이어 “김 위원장이 최고지도자가 되고 몇 달 후인 2012년 8월 90㎏대였던 체중이 8년 사이 급격히 불어났다”며, “한 정보당국 관계자는 일에 대한 스트레스로 폭음과 폭식을 한 것이 원인일 것으로 추측했다”고 전했다.


도쿄신문은 또한 지난해 11월 김 위원장의 체중이 140㎏대로 알려졌던 당시 모습과, 지난 9일 북한 정권수립 기념일에 찍힌 모습을 나란히 비교한 사진도 공개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김 위원장은 볼이 부풀어 올라 커진 얼굴로 목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올해 1월과 6월 보도된 김 위원장 사진을 보면 작년부터 올해에 걸쳐 조금씩 날씬해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며 “한국 국가정보원이 지난 7월 8일, 10~12㎏ 감량했다는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지난 9일 행사에 참석한 김 위원장의 얼굴은 상당히 달랐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도쿄신문은 “볼살이 빠지고 피부 윤기도 젊음을 되찾은 모습이었다”며 “양복에 넥타이를 맨 차림도 이미지 변신의 인상을 심어주었다”고 평가했다.


이렇게 “너무나 급격하게 변한 외모 때문에 대역설이 나오고 있다”며 한국 국방부에서 북한분석관으로 일했던 고영철 다쿠쇼쿠 대학 주임연구원의 주장을 게재했다.


고영철 연구원은 “김정은의 옆얼굴과 헤어스타일이 이전과 다른 데다가, 너무 젊어졌다”면서 “10여명 이상인 경호부대 소속 대역 중 한 명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또한 “김 위원장이 당과 군부 간의 물밑 주도권 다툼 속에서 감금된 상태라는 미확인 정보가 있다”면서 “지난 9일 열병식 때 김 위원장이 연설하지 않은 것이 대역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미 여러 차례 거론되었던 김정은 대역설]


사실 지금 언론에 등장하는 김정은이 가짜라는 주장은 이미 여러차례 나왔었던 것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가 미국에서 활동중인 중국 인권운동가 ‘제니퍼 젱’의 트윗이다. 그녀는 치아와 귀의 모습이 달라졌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지난 5월 1일 모습을 드러낸 사람이 진짜 김정은이 아니라는 주장을 폈다.



‘제니퍼 젱’은 지난 5월 3일의 트윗에서 김정은의 옛 모습과 현재의 모습을 비교하면서 “과거의 김정은과 지금의 김정은은 확실히 다르다”는 결론을 내렸다.

‘제니퍼 젱’은 김여정 또한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며 대역이라고 주장했다.


‘제니퍼 젱’의 이러한 주장은 삽시간에 퍼져 나가면서 영국의 전 의회 의원이었던 루이스 멘쉬(Louise Mensch)도 “‘제니퍼 젱’의 의견에 동감한다”면서 특히 “눈썹도 다르며 앞니의 배열이 확실히 다르다”고 주장했다.


[‘김정은 대역설’ 사실일까?]


김정은의 가짜 대역설에 불을 붙인 것이 이번 9월 9일의 열병식에 나타난 김정은의 모습이었다. 외신들도 눈에 띄게 살이 빠진 김정은의 모습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지난해 10월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에 참석했을 때와 달리 날렵한 턱선을 자랑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외신들은 “혈색도 좋아보인다”고 보도했다.


특히 영국의 BBC는 불과 두 달여 전보다 눈에 띄게 체중을 감량한 듯한 모습을 집중 보도하기도 했다. 외신들은 최근 들어 갑자기 체중이 줄어들기 시작한 김정은의 건강 이상설에 무게를 두고 보도들을 했다. 지난 5월 갑자기 자취를 감추자 신병 이상설에 휩싸였는데 지난 6월 수척한 얼굴로 공식 석상에 나타나 건강 이상설을 더욱 키웠었다.


그동안 김정은은 고도 비만으로 인해 건강이상설이 꾸준히 제기됐다.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11월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키가 170cm인 김 위원장의 몸무게는 청년 시절 70kg 정상체중이었다가 지난 2012년 집권하며 90kg으로 불었으며, 여기에서 매년 6~7kg씩 체중이 늘어 지난해는 140kg 수준에 육박했을 것”으로 관측했다.


그랬던 김정은이 갑자기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나타나자 북한의 식량난 등의 어려운 상황과 김정은 스스로의 건강을 감안해 대대적인 다이어트들을 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평소 사용하던 손목시계 줄을 세 칸 조여 착용한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북한전문매체인 NK뉴스는 김 위원장의 달라진 모습을 시기별 손목시계 착용 사진을 통해 비교했다. 지난해 11월 공개된 사진에서 김 위원장이 찬 스위스제 IWC 시계는 남는 줄이 거의 없는 상태로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지난 4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하면서 찍힌 사진에는 이전보다 시곗줄을 더 바짝 조여 착용한 모습이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비핀 나랑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정치학 교수는 NK뉴스와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건강해지기 위해 의도적으로 체중 감량을 했다면, 이는 자국 내에서의 입지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관점에서 ‘가짜 김정은설’을 주장했던 도쿄신문은 이날 북한정치학자인 히라이와 준지 난잔대학 교수의 발언을 인용해 “(김 위원장) 본인과 같은 느낌은 든다”며 “2012년경 모습으로 되돌아간 인상을 풍긴다”는 상반된 견해를 밝혔다.


그렇다면 우리 국정원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지난 8월 20일 국정원은 국회에서 북한 전반 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했다. 여기서 나온 결론은 “김정은이 김여정을 비롯한 몇 고위간부들에게 업무를 위임하여 통치하는 것은 맞지만 후계통치를 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었다.


이날 국정원 보고를 대신 브리핑한 국민의힘 하태경의원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여전히 절대 권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과거에 비해 조금씩 권한을 이양한 것"이라며 "예를 들어 김여정 제1부부장이 대남·대미 전략 보고를 받고 다시 김정은에게 올라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위임통치는 김여정 제1부부장 1인만 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박봉주 당 부위원장, 김덕훈 내각총리는 경제 분야를 위임 받았고, 군사 분야는 최부일 부장, 전략무기 개발은 당 중앙위군사위부위원장인 리병철 등"이라고 부연했다.


다시말해 “아직 김정은이 확고한 권력을 장악하고 있지만 업무 위임은 분명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북한 체제 자체에 아직 이상은 없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김정은의 건강 이상설도 부인했다. 정보위 소속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중간 브리핑에서 건강이상을 묻는 질문에 "전혀 없는 것 같다"며 "여러가지 출처상 (건강이상설이) 없는 걸로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지난 9일 열병식에 등장한 김정은. 가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캡쳐]


[9일 심야 열병식이 ‘김정은 실각설 배경’이라는 주장은?]


한편 지난 9월 9일의 심야 열병식을 두고도 심지어 김정은 실각설까지 대두되었다. 이날 열린 열병식에서 김정은이 연설도 하지 않았고 대신 이일환 당 중앙위 비서가 연단에 섰다. 그리고 열병식 사열은 이례적으로 군 간부가 아닌 조용원 당 조직비서가 맡았다. 지난 1월까지 군 서열 1위로 열병식을 주도하던 리병철 전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여기서 일부에서 김정은 실각설을 주장하는 근거는 열병식에서 김정은이 연설도 하지 않은데다 열병식 사열을 조용원 당 조직비서가 맡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북한의 권력을 이미 조용원이 장악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그러한 주장에는 많은 무리가 뒤따른다. 만약 조용원이 북한 권력을 장악했다면 사열을 맡는 것이 아니라 연단에서 연설을 했어야 한다. 지난해 10월의 열병식에서는 김정은이 연설을 하고 열병식 사열은 리병철이 주도했다.


일단 일부에서 ‘가짜 김정은’이라고 주장하는 김정은이 열병식 연단에는 있었지만 연설을 하지는 않았다. 물론 가짜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이번 열병식 목적이 어디에 있는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북한은 보통 5주년·10주년 등 ‘꺾어지는 해’인 정주년에 열병식을 하곤 했지만 이번같이 정권수립 73주년 열병식을 했다는 것 자체가 아주 이례적이긴 하다.


그러나 지금의 북한 상황이 아주 어려운데다가 위기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북한 내부용 열병식일 가능성이 훨씬 크다. 그래서 북한은 이번 열병식을 ‘민간 및 안전무력 열병식’이라고 명명했다. 이런 이유로 이번 열병식에 정규군이 아니라 각 지방의 노농적위군(한국의 민방위), 각 사업소 및 단위별 종대와 사회안전무력(한국의 경찰) 인원이 참가했던 것이다. 그래서 사열도 군부가 아닌 조용원 당 조직비서가 맡았던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 김정은이 열병식 연설을 하지 않은 것도 자칫 대외적으로 좋지 않은 시그널을 보낼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열병식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전략무기는 등장하지 않은 것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지금 김정은은 참으로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 미국의 대북제재 완화를 원하고 있지만 미국이 먼저 손을 내밀지도 않고 있다. 그러면서도 북한을 압박하지도 않는 참으로 북한 입장에서는 시비를 걸기도 어려운 ‘전략적 인내’가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미국을 기다릴 수도 없는 것이 지금 김정은과 북한의 입장이다. 그래서 9일의 열병식에서 김정은이 미국을 자극할 수 있는 전략무기 대신 트랙터를 끌고 나온 것이고, 지난 11일과 12일의 순항미사일 발사에도 김정은이 직접 참석하지 않았다. 다 같은 맥락이다. 특히 12일의 열차에서 미사일을 발사한 날은 박정천이 현지지도를 했다고 북한 선전매체들은 전했다.


미국의 전문가들도 북한의 9일 열병식이 ‘국내용’이라면서 김정은이 연설하지 않은 것 역시 ‘시간 벌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했다. 더불어 김정은의 건강에 대해서도 “스스로를 잘 돌보고 있는 것으로 그만큼 북한 정권이 안정적이라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미국의소리(VOA)가 지난 10일 보도한 내용이 그렇다.


이 보도는 NK뉴스의 건강이상설과는 방향이 다르다. NK뉴스는 “김정은이 시곗줄을 줄일 정도로 살이 빠졌다는 것 자체가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이라 판단했다.


결국 지금 북한 전반적 상황으로 볼 때 김정은이 실각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권한의 상당한 위임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전반적인 판단이다.


[김정은 건강 이상설? 아직은 근거 없다]


사실 김정은의 건강 문제는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이나 일본 정보당국의 최대 관심사 중의 하나이다. 물론 한국은 당연지사다.


그런데 김정은의 건강문제는 북한 체제 내에서도 최측근 일부에게만 공유된다. 지도층 내부에서도 김정은이 정말 아픈지, 어디가 아픈지 알지 못한다. 그런데 일부 탈북자들이 김정은의 건강 문제를 제기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특히 지금은 코로나 팬데믹 상황 때문에 북한과 연락도 거의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김정은의 건강 문제에 대해 전혀 알 수 없는 것도 아니다. 김정은의 건강에 대해선 아마도 중국이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평양주재 중국대사관도 있고 가장 밀접하게 북한과 연계되어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미국 역시 김정은의 건강에 대해 민감하게 대응한다. CIA가 수집하는 정보도 있고 중국을 거쳐서 받는 정보도 있다고 한다.


특히 김정은의 건강 관련 문제는 북한 급변사태와 직결되기 때문에 중국이 미국과 즉각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그래야 사소한 오해로 인한 충돌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정은의 건강 이상을 제일 먼저 아는 사람은 전 세계에 15명이 있는데 북한 내부의 5명, 중국의 최고위층 5명, 그리고 미국의 핵심 5명이라는 말도 나오는 것이다.


만약 김정은의 건강에 이상이 생기거나 정권의 전복, 또는 김정은의 실각설이 사실이라면 벌써 중국과 미국에 비상사태가 발령되고 주한미군이 긴급하게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유엔군 후방기지가 있는 일본까지 긴박하게 돌아간다. 그런 상황을 잘 관측하면 김정은 실각설이나 김정은 건강 이상설에 쉽게 놀아나지는 않게 될 것이다.


가짜 김정은설? 물론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김정은의 실각설과 연계시키는 것은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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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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