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 ‘시진핑’판 ‘문화대혁명’이 벌어지는 중국 - 中공산당, "예쁜 남자 아이돌 활동 금지" 연예계 정풍운동 - "여성적 남성 이미지가 청소년에게 좋지 않은 양향 미쳐" - 공동부유, 사교육 금지와 함께 시진핑판 문화대혁명 펼치는 셈
  • 기사등록 2021-09-03 21:03:36
  • 수정 2021-09-04 08:53:53
기사수정


▲ 중국 아이돌그룹 TF보이즈의 왕위안. [사진=웨이보 캡처]


[중국, "예쁜 남자 아이돌 활동 금지"]


중국 공산당 당국이 연예계에 대한 고강도 규제를 발표한 가운데 '여성스러운 남자 아이돌'에도 퇴출령을 내렸다. 중국의 청소년들이 아이돌 문화에 심취해 공산당에 대한 충성심마저도 좀먹게 만들고 있다는 판단하에 대대적인 연예계 정풍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또한 연예 부문에서도 정치적 소양을 활동 기준으로 제시하면서 대중문화 부문에서 공산당의 통제력 강화 방침을 확고하게 드러내고 있다.


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방송 규제기구인 국가광전총국이 전날 대중문화 분야 고강도 규제를 담은 '문예 프로그램과 그 관계자 관리를 한층더 강화하는데 대한 통지'를 발표했다”면서 “이 통지에는 '냥파오'(娘炮)를 언급하며 '냥파오 등 기형적인 미적 기준을 결연히 근절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여기서 말하는 '냥파오'란 외양과 행동이 여성스러운 남성을 뜻한다.


전체 8개 조항으로 된 이 통지의 3항에서 “과도한 오락화를 단호히 배격하고 중화의 우수한 전통문화를 대대적으로 키우며 정확한 미적 기준을 세우고 냥파오와 저속한 '왕훙'(网紅·온라인 인플루언서)을 단호히 배격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SCMP는 이어 "중국 당국은 일명 '냥파오' 트렌드와 관련해 비판의 수위를 높여왔다"며 "냥파오는 전통적인 중국 문화 속 전형적인 남성상인 '마초'에 부합하지 않거나 화장을 하는 아이돌 가수 등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SCMP는 또한 "그런 인기 아이돌은 종종 '샤오시엔로우'(小鲜肉)라고도 불리는데, 일각에서는 이들이 전통적인 사회적 가치에 위협이 된다고 지적한다"고 부연했다.


여기서 ‘샤오시엔로우(小鮮肉·소선육)’란 예쁘장한 외모의 남자 아이돌을 저속하게 부르는 단어로 한국식으로는 '영계' 정도에 해당하는데 이들을 바로 냥파오(娘炮)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동안 중국내에서는 아이돌 문화가 확산시킨 '냥파오' 트렌드를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벌어져 왔다. 가장 목소리가 큰 주장은 “'여자보다 예쁜 남자'와 같은 표현이 전통적인 중국의 남성상을 흐리게 만들고 이러한 여성적 남성 이미지가 청소년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는 아이돌'이 아이들의 미래를 망친다고 주장하는 학자들까지 있었다. 그런 가운데 중국 공산당 내에서도 그러한 냥파오 문화가 공산당의 미래까지 좀먹을 수 있다는 우려들이 공공연하게 터져 나왔다.


그래서 이번에 중국 당국이 이러한 냥파오 문화를 전면적으로 청소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를 통해 중국의 청소년들의 정신세계를 건전하게 지키겠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광전총국은 '오락 프로그램의 미적(美的) 지향점을 올바르게 세우고, 연예인의 용모, 의상 등을 엄격히 파악해 '냥파오' 같은 기형적 미적 감각을 금지한다'고 밝힌 것이다.


이에 대해 SCMP는 “화장을 하거나, 중국 전통 문화에서 언급되는 남성적 이미지를 내세우지 않는 남성 연예인의 활동을 금지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중국, 공산당 기준으로 연예계 정풍운동 추진]


이번 규제에는 이뿐 아니라 "불법을 저지르고 덕성을 상실한 사람을 단호히 배제할 것"이라며 "방송국과 인터넷 시청 플랫폼은 프로그램 출연 배우와 게스트 선정시 정치적 소양, 도덕적 품행, 예술 수준, 사회적 평가를 기준으로 삼을 것"을 명시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입장이 부정확하고, 당과 국가로부터 마음이 떠나고 덕성을 상실한 사람, 법규를 위반하고 사회공정성의 마지노선을 넘어선 사람, 공공질서와 미풍양속을 위배하고 언행이 덕성을 잃고 규범을 상실한 사람 등은 절대 써서는 안된다"고 규정했다.


광전총국의 규제는 이어 "고액의 출연료를 결연히 억제한다“면서 ”배우와 게스트의 출연료 규정을 엄격히 집행하고 출연료를 고지하고 승인받는 제도를 엄격히 시행할 것"이라며 했다. 또한 "출연료 규정 위반과 이중계약, 탈세를 엄격히 규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광전총국은 또한 아이돌 양성 프로그램 방영 금지, 스타의 자녀가 참가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방영 금지도 강력하게 지시했다. 이와 함께 오디션 프로그램은 투표 환경을 엄격하게 관리해야 하고 경연장 밖에서 이뤄지는 투표를 금하도록 했다. 온라인을 통한 오디션 투표 자체를 아예 실시하지 못하도록 막은 것이다.


[중국 당국이 이렇게 연예계 정풍 운동을 벌이는 이유?]


그렇다면 중국 당국이 왜 이렇게 연예계를 완전히 쑥대밭을 만들면서 대대적인 정풍운동을 실시하는 것일까?


그 기저에는 시진핑 주석을 포함한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꼰대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한마디로 문화대혁명의 선두주자에 섰던 공산당 핵심 간부들의 입장에서 볼 때 지금의 청소년 문화가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들은 어려서부터 공산당 사상에 심취하여 애국적 활동을 벌였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공산당에 관심도 없고 오히려 자신들이 볼 때 “썩어빠진 정신세계를 가진 연예인들에게 미쳐 그들에게 푹 빠져 있으니 이게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더욱 중국 공산당 내부에서 심각하게 제기된 것은 “지금 중국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잘못된 문화를 바로 잡지 못하면 우선적으로 중국의 미래가 없으며 더더욱 중국 공산당은 어느 순간에 해체되면서 자본주의가 중국 사회를 덮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젊은 층들의 인기를 얻는 연예인이나 지명도가 있는 인플루엔서들이 공산주의 사상과 중화사상에 철저하게 물들어 있지 아니하면, 다시 말해 중국 공산당의 충성분자가 아니라면 당장 중국에 위기가 닥쳐올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한 우려 때문에 중국 공산당 당국이 이번 기회에 문제 연예인을 솎아내는 수준이 아니라 대중문화 자체를 철저히 당의 통제 아래 놓으면서 젊은이들의 문화를 공산당 식으로 변화시키겠다는 의도를 펼쳐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광전총국의 지시 내용 중에 ‘사회적 물의 유무 뿐 아니라 정치적 소양과 사회적 평가’를 기준으로 삼으면서 “정치적 입장이 정확하지 않고, 당과 국가와 한마음 한뜻이 아닌 사람도 출연시킬 수 없도록 했다”는 점은 이번 연예계 정풍 운동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중국에서 앞으로 방송을 하기 위해서는 중국공산당에 대한 충성 맹세를 해야 하며, 방송 활동 중에도 이를 공공연하게 표출해 방송을 보는 젊은이들에게 사상적 영향을 미쳐야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기준은 인터넷 방송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출연자 뿐만 아니라 방송업계 종사자 관리와 관련해서도 광전총국은 "정치적 소질 배양을 강화하고 마르크스주의 언론관·문예관 교육을 심화 전개하고, 시종 인민입장을 견지하고 인민정서를 대변할 것"을 지시했다.


한마디로 방송 제작자들까지도 철저한 공산주의자가 아니면 쓸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 국무원 개발연구센터의 장위 연구원은 SCMP에 "정부는 '무분별한 자본 확장' 단속의 일환으로 연예계와 아이돌 팬문화를 단속하고 있다"며 "정부는 연예산업을 이념 통제의 핵심으로 바라보며 부정적 영향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연예인 정풍 운동이 성공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중국 공산당의 이러한 연예인 정풍 운동이 성공할 수 있을까? 과연 앞으로 중국의 방송계에서 이번 광전총국이 지시한 대로 연예계가 ‘공산당 충성분자’로 채워지면서 중국 당국이 보기에도 아주 ‘건전한 선전선동 방송’으로 변해갈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앞으로 중국의 청소년과 젊은 세대들의 문화는 공개적이지 않은 지하의 문화로 스며들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사실 중국에서 냥파오 트렌드를 포함해 아이돌 문화가 확산된 배경에는 한국의 K-POP이 큰 역할을 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 방송계에서의 오디션 문화도 한국의 방송을 그대로 옮겨간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의 아이돌 문화는 한국의 K-POP문화가 중국화한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K-POP뿐만 아니라 한국의 연예오락 프로그램도 중국이 그대로 흡수했다. 그래서 중국의 TV프로그램을 보다보면 한국의 연예오락프로그램을 그대로 베꼈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흡사한 것이 정말 많다.


이러한 한류는 중국의 젊은이들에게는 신세계였다. 완전히 새로운 문화에 눈을 뜨게 해 준 것이다. 그래서 흡수 속도도 빨랐다. 아예 그들의 정신세계를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젠 그들에게서 그러한 연예오락 프로그램은 생활의 일부가 이미 되어 버렸고 아예 삶의 중심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그렇게 중국 젊은이들의 정신세계는 물론이고 아예 육화(肉化;몸에 배어 버려 일부가 되었다는 의미)된 그들의 문화를 아무리 서슬퍼런 중국 공산당이라 해도 그들에게서 분리해 낼 수 있을까?


아마도 중국 공산당이 무력으로 강제한다면 중국의 젊은이들은 다른 세계로 도망칠 것이다.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든 몸의 일부가 이미 되어버린 그 문화들을 즐기게 될 것이다. 그럴수록 중국 공산당 지도부와는 정신적-육체적 거리를 두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날이 갈수록 반 공산당 그룹으로 변해가게 될 것이다.



[연예계 정풍운동과 '문화대혁명 2.0']


최근들어 시진핑 주석이 벌이고 있는 행동들을 보면 완전히 마오쩌둥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시진핑의 ‘공동부유’의 주창도 그랬지만 이번 연예계 정풍 운동 역시 ‘문화대혁명 2.0’의 일환이라 봐야 옳을 것이다.


중국은 1965년에 경극 ‘해서파관’(海瑞罷官) 내용에 대한 비판을 시작으로 하여 모택동과 4인방이 주도한 홍위병 중심의 대숙청운동을 ‘문화대혁명’(文化大革命)이라는 이름으로 실시한 바 있다.


‘해서파관’은 ‘해서는 관직을 파면당하다’라는 뜻이다. 베이징시 부시장이자 역사 전문가 우한(吳晗 오함)은 명조 가정제(嘉靖帝·1507∼1566) 때 고관으로 황제가 정치에 태만하다고 직언해 파면 투옥된 해서를 주인공으로 경극 각본을 썼고 이 경극은 인기리에 공연되고 있었다.


이 경극을 본 장칭이 마오에게 ‘연극에 심각한 정치적 과오가 있다’고 보고했다. 가정제가 신하인 해서의 간언을 듣지 않아 문제가 됐다는 그 내용이 마오쩌둥이 몇 년 전 숙청한 펑더화이(彭德懷)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은 사실을 은연 중에 비판한 것이 아니냐는 견강부회식의 해석을 말한 것이었다.


그러자 마오쩌둥과 그 추종자들은 좌파 지식인 야오원위안으로 하여금 “해서파관이 봉건시대 관리를 긍정적으로 그려 지주계급을 미화해 사회주의와 프롤레타리아독재를 반대하고 있다”고 공격하도록 사주했다.


당시 마오쩌둥은 자신이 주도한 대약진운동이 실패하면서 덩샤오핑(鄧小平) 류사오치(劉少奇)의 실용주의 정책에 몰려 국가주석 자리도 내준 채 유랑하는 정치적 위기 상태였다.


그런데 마오쩌둥은 바로 ‘해서파관’을 소재로 하여 총공세를 펼친다. 그러다가 마침내 1966년 8월 8일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에서 ‘프롤레타리아 문화대혁명에 관한 결정안 16개조’를 발표하며 문화대혁명 10년의 막을 올린 것이다.


결국 ‘위대한 군중혁명’이라던 문화대혁명은 사실 마오쩌둥이 정치적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꾸며낸 정치투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마오쩌둥 시절부터 오직 자신들의 정치 입지를 위해 젊은이들을 홍위병으로 만들고 그들의 증오를 집단심리로 분출시키면서 그 사회의 주축 세력이나 주류 세력들을 타도 대상으로 선동하면서 나라를 혼란으로 빠뜨렸다.


그런데 이미 실용주의의 노선을 걸으면서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발돋음한 중국을 시진핑 주석이 다시 마오쩌둥 시절의 좌파 원리주의로 회귀시키면서 자신에게 닥쳐 온 위기를 또다시 군중 선동을 통해 헤쳐 나가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지금 ‘공동부유’라는 이름으로 ‘다같이 잘 살아보자’면서 빈곤층을 선동하고 있는 것이며 사교육 시장 파괴에 이어 이젠 연예계 정풍 운동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시진핑이 펼치는 ‘문화대혁명 2.0’이다.


성공할 수 있을까? 그 답은 이미 마오쩌둥이 역사를 통해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hytimes.kr/news/view.php?idx=9452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북한더보기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