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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쿠바 반정부시위 한달, “김정은은 두렵다!” - 北 외무성 리선권, 노동신문 등 쿠바 반정부 시위 집중 규탄 - 쿠바의 반정부시위, 북한에서도 일어날까 두려워하는 북한 - 북한 민심 뒤숭숭, 당세포대회 이후 규찰대 주민통제 강화
  • 기사등록 2021-08-19 13:45:03
  • 수정 2021-08-19 16:2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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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반정부 시위 집중 규탄한 북한]


북한이 쿠바의 반정부시위를 뜬금없이 집중 규탄하고 나서 그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북한 노동당의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지난 13일 '쿠바 인민의 혁명 위업은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라는 제목의 논설을 통해 쿠바를 "친근한 벗" "특수한 동지적 관계" 등으로 평가하면서 "우리 인민은 앞으로도 사회주의 위업을 전진시키기 위한 투쟁에서 형제적 쿠바 인민과 언제나 한 전호(참호)에 서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노동신문은 "조선과 쿠바는 대륙과 대양을 사이에 두고 지구의 동반구와 서반구에 멀리 떨어져 있으나 반제자주, 사회주의를 위한 투쟁의 길에서 친선의 유대를 두터이 해왔다"면서 "두 나라 사이의 친선협조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신문은 이어 쿠바 혁명을 이끌었던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과 김일성 주석의 인연, 그가 1986년 방북해 당시 후계자였던 김정일을 만난 사실을 소개하며 이는 양국관계가 더 공고히 발전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였다고 언급한 후, 2018년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겔 디아스카넬 당시 평의회 의장이 북한에서 만났다며 "양국 친선관계를 영원히 계승해나가려는 확고한 의지를 과시한 분수령"이라고 평가했다.


그런데 이렇게 북한과 쿠바의 인연을 강조한 후, 최근 쿠바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고 있는 점을 의식하면서 이는 ‘적대세력의 도전’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노동신문은 "제국주의자들은 쿠바에서 피델 카스트로 동지의 위업을 말살하고 사회주의를 무너뜨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며 "지금 쿠바 정부와 인민은 적대세력의 온갖 도전을 맞받아나가며 조성된 난국을 타개하고 부강한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다만 노동신문의 논설은 내용이 대중에게 다 공개된다는 점에서 구체적으로 반정부 시위에 대해서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같은 날 리선권 북한 외무상이 내놓은 담화에서는 북한의 속마음이 그대로 노출된다. 리선권이 외무성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는 "쿠바 반정부 시위 사태는 미국의 사촉(사주)과 배후 조종하에 반동들이 피델 카스트로 루스 동지의 위업을 말살하고 사회주의 쿠바를 무너뜨리기 위하여 감행한 반혁명적인 행위"라며 "우리는 이를 단호히 규탄 배격한다"고 주장했다.


리선권은 이어 "쿠바 정부와 인민이 온갖 도전을 맞받아 사회주의 제도를 수호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한 데 높이 평가"한다면서 "조성된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쿠바 인민의 투쟁에 다시 한번 전적인 지지와 연대성을 보낸다"고 강조했다.


리선권의 이날 담화는 형식적으로 보면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의 출생 95주년을 기념한다고 서두를 열었지만, 사실상 쿠바에서 벌어지는 반정부시위를 규탄하고 이 시위 자체가 미국이 배후에 있다면서 미국을 향한 비난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7월 외무성 부상 담화에 이어 22일과 이달 2일 외무성 홈페이지에서 쿠바 시위 관련 미국의 행보를 비난한 바 있다. 그동안 미국에 대한 비난을 자제해 왔던 북한이 쿠바의 반정부시위를 들어 미국 비판을 재개했다는 것이 이례적이다.


노동신문은 지난 5일에도 국제문제평론가라고 밝힌 김윤미 개인 명의 글에서 "미국이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나라들에 공격의 예봉을 집중하고 세계의 자주화위업, 사회주의 위업을 말살하려고 발악하고 있는 조건에서 이는 결코 쿠바만의 일로 될 수 없다"며 "바로 여기에 간과할 수 없는 미국 반쿠바 책동의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지난 6일에도 외무성은 홈페이지에 '온갖 도전과 난관을 과감히 뚫고 나가는 사회주의 쿠바' 제목의 글을 게재하고 "유럽동맹(유럽연합) 고위 정객이 (쿠바) 반정부 시위자들을 두둔하면서 석방을 운운한 것은 주권국가에 대한 내정간섭 행위로서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7월 29일 EU 외교안보정책담당 고위 대표가 쿠바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며 체포된 사람들은 즉시 석방해야 한다는 성명을 내자 이를 비난한 것이다.


▲ 쿠바의 반정부시위가 북한에게도 전이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북한 지도부에게 퍼지고 있다. [사진=OAN 캡쳐]


[북한은 왜 쿠바 반정부시위에 저렇게 민감할까?]


중요한 것은 북한이 왜 이렇게 쿠바 시위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느냐는 것이고, 특히 쿠바 반정부시위에 대해 외무상 이름으로 담화까지 발표하는 그 이유가 뭐냐는 것이다.


한마디로 쿠바 반정부시위를 놓고 북한 외무상이 담화까지 냈다는 것도 이례적이다.


북한은 쿠바에서 반정부시위가 일어난 배경에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 첫째는 미국의 배후 조종에 의한 것이라고 보고 있으며 둘째는 미국의 대 쿠바 제재로 인해 민생고가 발생하며 일어난 것이라 주장한다.


사실 쿠바에서의 반정부시위가 이렇게 확대되고 한달 이상 이어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식량난이다. 시위대들은 ‘빵’을 외치다가 나중에 ‘자유’라는 단어로 구호가 승화됐다.


그런데 그러한 식량난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코로나 때문이었다. 거의 모든 국민이 직간접으로 관광업에 종사하는 쿠바가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당연히 경제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들었다. 재정난이 심각해지자 쿠바 정부는 화폐개혁을 했고, 이러한 정부의 조치는 암시장이 활개치게 만들었다. 결국 물가가 급등하면서 대혼란을 가져왔다. 설상가상으로 비료가 부족해서 쿠바의 최대수출품인 사탕수수 수확이 올해 30%나 줄어들면서 최악의 경제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이렇게 쿠바가 위기에 빠지자 카스트로 형제의 뒤를 이어 국가평의회의장이 된 미겔 디아스카넬은 지난 7월 11일, “이러한 쿠바의 위기가 미국 때문에 비롯되었다”면서 책임을 미국으로 돌렸디. 그러나 그러한 주장은 오히려 쿠바 젊은 세대들의 반발만을 불러왔다. 특히 쿠바의 MZ세대들은 SNS를 통해 의견을 교환하면서 반정부시위의 선봉에 섰다.


그들은 공산 혁명의 심장인 바로 그곳에서 “리베르타드(Libertad·자유)”를 외쳤다. 쿠바 공산 혁명을 이끈 체 게바라가 했다는 말, ‘승리의 그날까지 영원히(Hasta la victoria siempre)’가 적힌 그곳에서 자유 시위가 일어난 것이다. 수만 명의 인파가 쿠바 전역 40개 도시에서 국영 상점을 약탈하고 경찰차를 전복시켰다.


바로 이러한 쿠바의 상황이 묘하게도 북한의 지금과 너무나도 겹쳐 있다. 그래서 북한 당국은 쿠바 대중의 반발이 북한내부로도 번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내심 우려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 리선권의 담화로 드러났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쿠바와 북한의 데쟈뷰는 또 있다]


그런데 더 신기한 일이 쿠바에서 발생했다. 지난 7월 말 쿠바 시위가 3주 넘게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쿠바의 고위 군 지휘자들이 5명이나 연이어 사망하는 ‘미스터리’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7월 28일 워싱턴포스트(WP)는 쿠바 국영 언론을 인용해 “지난 7월 17~26일 사이 현재 군에서 복무 중이거나 은퇴한 5명의 장군이 연달아 사망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쿠바계 미국인인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사망한 이들의 사진을 게시하고 “믿을 수 없는 정도의 불운”이라며 “매우 이상하다”고 적었다. 한마디로 자연적인 사망이 아닌 뭔가의 배후세력이 암살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미다. 또 그러한 일들이 이번 반정부시위와도 연관이 있지 않느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최초의 사망자로 알려진 이는 현직 군인인 아구스틴 페냐 포레스(58)로, 쿠바 동부 5개 지방을 통솔하고 있었다. 이어 지난 7월 20일에는 예비역 준장이었던 79세의 마르셀로 베르데시아 페르도모가 숨졌고, 이어 24일에는 공군 지도자였다가 은퇴한 루벤 마르티네스 푸엔테(79), 그리고 한때 체 게바라 밑에서 활동했던 에두아르도 라스트레스 파체코와 카스트로가 주도했던 혁명 조직 ‘7·26 운동’의 창립 멤버였던 아르만도 초이 로드리게스(87) 등도 잇따라 숨을 거두었다. 사인은 모두 불분명하다.


이와 관련해 미국 아메리칸대의 쿠바 전문가 윌리엄 레오그란데 교수는 “구소련에서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유리 안드로포프, 콘스탄틴 체넨코 등 고위 인사들이 3년 새 모두 숨진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고 평가했다.


도대체 왜 이런 비극적인 일들이 하필 반정부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벌어진 것일까? 이러한 일들은 최근 북한에서 일어난 군부세력에 대한 숙청과 묘하게도 겹쳐 보이는 이유는 과연 뭘까?


[심상치 않은 북한, 뭘 두려워하나?]


지난 9일 일본의 아사히신문은 “북한 당국이 식량난 문제 해소를 위해 군이 비축해둔 식량을 주민들에게 판매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무료 배급이 아니라 시중가보다 더 싸게 판매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무료 배급’을 기대하던 주민들 사이에선 실망과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한 것이다.


북한 내부에 김정은을 향한 반발심리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바 있다. 그래서 김정은은 지난 1월 조직적으로 반란을 꾀하는 행태가 일어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별도의 시위진압 부대까지 만들었다.


북한 당국도 이러한 민심이반을 사실상 시인했다. 지난 2월 21일 노동신문은 "지금 제국주의 반동들은 우리 사회주의 제도를 내부로부터 와해시켜보려고 썩어빠진 부르죠아 사상문화 침투 책동에 끈질기게 매달리고 있다"면서 "국가의 법적 통제기능이 약화되고 사람들의 준법의식이 흐려지면 제국주의자들이 퍼뜨리는 이색적인 사상과 생활 풍조에 물젖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사회주의, 반사회주의 현상들이 조장되게 되며 결국은 사회주의에 대한 신념이 흔들리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렇게 김정은이 북한 주민의 반발에 극도로 민감한 것은 2009년 화폐개혁 실패로 주민의 저항에 직면해 곤욕을 치른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당시 북한은 시장화로 형성된 주민의 금융자산을 몰수했다는 평가를 받는 화폐개혁으로 경제가 마비되고, 민심이 급격히 악화되자 북한은 화폐개혁 책임자였던 박남기 당 재정계획부장을 처형한 바 있다. 사실 김정은의 지휘하에 진행되었던 화폐개혁을 박남기를 희생양 삼아 정면돌파를 해 나간 것이다. 앞서 1997년 최악의 식량난으로 민심이 악화됐을 때도 당 농업비서 서관희를 공개 처형하면서 위기를 넘긴 적도 있었다.


그래서 북한은 지난 2011년 튀니지 노점상 청년의 분신으로 촉발된 ‘아랍의 봄’사건 등 반정부 시위에 민감하게 반응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 쿠바의 반정부 시위 역시 대북제재와 코로나 봉쇄 장기화로 식량난과 생활고가 원인으로 지목되는데 그 상황이 지금의 북한과 너무나도 흡사해 북한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것을 우려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은 이렇게 경제난이 심화될 경우 언제든 민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실제로 ‘하노이 노딜’ 직후인 2019년 4월 백학룡 평안북도 청년동맹 위원장(현 비서)은 노동당 대내 기관지 ‘근로자’에 “중동에서 ‘아랍의 봄’을 통한 정권교체의 비극이 연발한 것은 20대 청년들이 손전화기를 통해 서방의 인터넷에 접속해 모략선전물을 보고 동조했기 때문”이라며 “청년들을 무방비상태로 내버려두면 상상 밖의 무서운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계심을 드러낸 글을 기고한 바도 있다.


그러한 우려가 지금 북한에서 현실화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래서 북한은 지난 4월의 당세포대회 이후 각 기관, 조직별로 규찰대를 조직해 주민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5월 5일, 규찰대가 주민의 가방과 짐을 마구잡이로 뒤지면서 감시와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북한의 분위기와 관련해 로버타 코헨 전 미 국무부 인권 담당 부차관보는 지난 7월 27일 미국의소리방송(VOA)을 통해 “정권의 엄격한 통제 때문에 북한에서 그런 시위를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만, 주민들이 굶주림과 빈곤, 불충분한 의료 서비스를 더는 견디지 못하게 되는 정점이 어디인지 북한 지도부는 분명히 궁금해할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그런 측면에서 북한의 잇따른 쿠바 반정부시위 관련 성명들은 지금 북한 내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고, 또 만약 북한 내부에서 시위성 민란이 일어난다 할지라도 그 원인을 미국에 돌리면서 유혈진압을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렇게 북한은 지금 뒤숭숭하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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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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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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