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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美, 언제든 대만 버릴 수 있다” 선동하는 중국 - 中관영매체 대만에 불안감 선동,군은 대만해협에서 사격훈련 - 대만내 친 중국파들, 中의 불안감 조성에 동참 - 아프간 사태, 주한미군 존재감 부각, 평화협정의 위험성 각인
  • 기사등록 2021-08-18 13:50:02
  • 수정 2021-08-18 17: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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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美, 언제든 대만 버릴 수 있다” 선동]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한 뒤 탈레반이 아프간 전역을 전격 장악한 것을 놓고, 중국은 “미국이 대만을 버릴 수도 있다”면서 "대만은 아프간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며 불안감을 선동하기 시작했다.


▲ 환구시보의 17일자 사설


중국 공산당의 거친 입’으로 불리는 환구시보(環球時報)는 16일 밤에 올린 17일자 “대만이 아프간에서 배워야 할 교훈”이라는 제목의 사설(社评)에서 “아프간에서의 미군 철군은 카불 정권의 전멸을 불러 왔고, 미국은 헬기로 외교관을 공항으로 이동시켜 탈출시키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미국의 국가신뢰에 큰 타격을 줬다”고 한 뒤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함락시킨 것은 1975년 베트남전에서 미국이 동맹인 남베트남을 버려 사이공이 함락되고 미국이 자국민을 대피시킨 일을 연상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철수는 미국이 동맹을 돌보지 않고 자국 이익을 언제나 우선으로 챙긴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아프간에서의 미군 철수는 대만의 미래 운명에 대한 모종의 징조”라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이어 “아프가니스탄의 지정학적 가치는 반미 이데올로기의 요새라는 점에서 대만보다 결코 낮지 않다”면서 “아프가니스탄은 미국의 3대 경계대상(중국, 러시아, 이란)을 동시에 견제할 수 있는 요충지임에도 철군하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더불어 “미국은 자유, 민주, 인권 등은 구호에 불과하며, 미국은 자신의 이익에 따라 동맹을 버린다”면서 “반면 대만에는 미군도 없고 가끔 주변에 미군의 군함과 비행기를 출몰시키면서 미국은 대만에 무기만 팔아먹는 가성비가 높은 지정학적 사업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환구시보는 또한 "대만해협에서 전면전이 벌어진다면 미군의 지원은 오지 않아 대만은 몇 시간만에 항복할 수밖에 없으며, 고관들은 비행기를 타고 도망가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면서 “아프간에서 미국의 실패는 대만에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더불어 “대만의 차이잉원 일파는 대만이 아프간과 달라 미국이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 주장하지만 미국은 대만전쟁에 휘말리면 결코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대만의 독립세력은 더 이상 자충수를 두지 말고 중국과 통일하는데 힘을 써야 할 것”이라고 점잖게 훈수를 두었다.


환구시보는 전날의 또 다른 기사에서 “중국의 대만 공격 발생 시 미국이 군사개입을 하는 것은 아프간이나 시리아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큰 결단이 될 것”이라며 “미국이 그럴 가능성이 적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도 이날 장징(張競) 중화전략학회 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미국은 1979년 대만에서 미군을 철수하면서 이미 한 차례 대만을 버렸다”며 “우리는 그제의 사이공, 어제의 대만, 오늘의 아프간을 목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대만의 불안감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대만해협 인근에서 실사격훈련도 했다. 대만해협을 관할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 스이(施毅) 대변인은 “17일 동부전구가 군함, 대잠 전투기, 전투기 등을 동원해 대만 서남부와 동남부 등 주변 공해역에서 화력 타격 실전훈련을 시행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17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의 홈페이지 톱기사는 ‘인민해방군, 대만 인근에서 실사격 훈련 실시’였고, 톱사설은 ‘미군이 대만에 나타난다면 박살난다’였다.


한마디로 대만의 친 중국공산당 세력이 아프간 사태를 기회로 反 차이잉원 선동, 다시 말해 대만독립운동에 강력하게 반대하면서 친 대륙(중국)으로의 여론 전환을 하기 위해 대대적인 선동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덩달아 불안감 조성하는 대만의 일부 언론]


환구시보의 이러한 ‘미국을 믿지 말라’는 선동에 대만 여론도 흔들리고 있다. 중국의 의도대로 “아프간처럼 미국이 대만을 버릴 수 있다“면서 ”다음 차례는 우리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만 연합보(聯合報, 롄허보)는 17일자 사설에서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성급한 철수가 아프간 대혼란의 원인을 제공했다”며 “미국이 중국 견제의 첨병으로 활용하고 있는 대만은 아프간처럼 버려지지 않을 자주적 능력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차이잉원(蔡英文) 정부에는 앞장서 도망가던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 같은 관료가 과연 없을까”라면서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대만의 한 지방 매체도 이날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이미 대만을 한 번 버린 전력이 있다”면서 “또다시 버리지 말란 법이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어 “사실 미국은 대만에 무기만 팔고 있을 뿐 전쟁 발발 시 군대를 보내주겠다는 약속을 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대만의 야당이자 친 중국노선을 펼치는 국민당의 연구기관 쑨원학교의 장야쭝(張亞中) 교장도 “미국의 아프간 철수가 대만에 중요한 교훈을 주고 있다”며 “미국은 자국의 핵심 이해관계에 따라 언제든지 대만을 포기할 수 있기 때문에 대만 스스로가 양안 관계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역시 국민당 소속 자오사오캉(趙少康) 대만 중국방송공사 이사장은 지난 15일부터 사흘 연속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만은 아프간 사태에 긴장하고 미국은 믿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며 “민진당의 무딘 정책으로 국민은 아프간이 대만의 ‘전거지감(前車之鑑·앞서 간 수레를 거울로 삼는다)’이 될 가능성을 모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진당은 대만 국민에게 ‘중국공산당은 대만을 공격할 수 없다’ ‘공격하면 미국이 구하러 올 것’이라는 희망 사고에 빠지게 만들어 대만의 미래와 대만 국민의 생명을 중국과 미국의 손아귀에 바친 어리석고 책임 없는 정당”이라고 공격했다.


대만 일부의 이러한 여론은 중국의 공격이 있을 시 미국이 대만을 지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오래된 우려 때문이다. 실제 미국은 1979년 중국과 국교 정상화를 위해 대만과 단교했었다. 미국이 국익에 따라 언제든지 대만을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꿋꿋한 대만, “우리는 아프간과 다르다!‘]


중국의 관영언론이 앞장서고 대만의 일부 언론까지도 미국 불신론을 꺼내들자 대만 당국은 즉각 이에 대한 반박에 나섰다.


쑤전창(蘇貞昌) 대만 행정원장(우리의 총리격)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아프간 정세는 내란이며, 대만은 내부가 혼란하지 않아 외부에서 침략한 어떤 무력과도 대항할 수 있다”면서 “대만은 아프가니스탄처럼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응수했다.


쑤 행정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아프간 대통령처럼 적이 정문 앞에 있다면 도망갈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만이 계엄령 하에 있을 때도 이 나라의 민주세력은 체포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쑤 행정원장은 "오늘날 무력으로 대만을 삼키려는 강대국(중국)이 있지만 우리는 살해당하거나 투옥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서 "아프간 사태는 자주국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 준다"고 강조했다.


차이쩡자(蔡增家) 대만정치대 교수도 “반(反)테러에서 ‘반중’으로의 전환이 미국 대외정책의 주축”이라며 “대만은 아프간을 대신해 미국의 전략 요충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만의 국방 전문가인 홈스 랴오도 이날 대만 자유시보(自由時報)에 “대만의 방위전략은 아프간·베트남과 같은 게릴라전이 아니라 표준적인 섬 군사방위에 기반을 두고 있다”며 “양국을 일대일로 비교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 “대만에 대한 미국의 헌신 굳건하다”]


중국의 대만에 대한 불안감 조성과 관련해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7일(현지시간), “대만에 대한 미국의 헌신은 그 어느 때보다 굳건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외부 적으로부터 우리 동맹을 보호하는 것이므로, 지금 우리가 아프가니스탄에서 다루고 있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다"라고 말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미국은 지난 20년간 아프간에 피와 보물, 땀과 눈물을 줬고, 그들이 자신을 위해 일어서서 싸울 수 있도록 훈련과 장비를 모두 줬다"면서 "이제는 아프간인들이 스스로를 위해 일어서야 한다고 말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그는 "2011년 우리는 2014년에 아프간에서 빠져나올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 약속을 훨씬 넘어 7년을 더 머물렀다"고도 했다.


[아프간 철수가 한반도에 남긴 시사점은?]


이번 아프간 사태는 한반도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우선 미군이 사리진 아프간의 현실은 ‘주한미군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그런 면에서 아프간에서의 미군 철수는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라 우리에게도 언제든지 닥칠 수 있는 미래라는 점을 보여 주었다.


아니 어찌보면 우리의 과거이기도 하다. 1950년 6월 북한의 기습적 남침으로 시작된 한국전쟁은 미국이 ‘애치슨 라인’을 설정하며 미군을 철수시켰던 오판의 결과였기 때문이다.


아무런 방위 능력도 의지도 없던 아프간에서 미군의 존재는 국가를 지탱해 주는 원천이 되었다. 그러나 미군이 철수를 시작하자마자 아프간 정부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이는 미군이라는 존재가 전쟁 공포를 차단하는 굳건한 방파제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주한미군은 단지 2만 8500명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본에 주둔하는 유엔사 후방기지도 있고 더불어 이를 지원하는 괌을 비롯한 미국의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있다. 그리고 유사시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본토 증원 병력도 있다. 그 어마어마한 그림자가 바로 전쟁 억지력으로 나타난다.


그런 면에서 우리에게는 상당히 불쾌한 글이지만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을 담당했던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마크 티센이 16일(현지 시각) 이슬람 무장 단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사건과 관련해 “만약 한국이 이처럼 지속적인 공격을 받는 상황이었다면 미국의 도움 없이는 금세 붕괴했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티센은 이날 트위터에 글을 올려 이같이 주장하며 “6·25 전쟁 이후 모든 미군이 한반도에서 철수했다면, 한반도는 북한의 지배하에 빠르게 통일됐을 것”이라고 적었다. 화가 나면서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내용이다.


또 하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평화협정의 효용성이다. 지난해 2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탈레반과 평화협정을 맺었다. 그때 평화협정의 주요 내용은 ▶미군이 아프간에서 14개월 안에 철수 ▶탈레반은 알카에다 등 테러집단과 교류 단절 ▶아프간 정부를 포함한 아프간 내 정치세력 간 협상 개시 및 이에 따른 미국의 대 탈레반 제재 재검토 ▶탈레반과 아프간 사이의 포로 교환 등이다. 특히 미군 철수의 경우 구체적인 시기와 감축 규모도 협정에 상세히 명시했는데, 미국은 이 협정대로 '미군 철수'를 진행했다. 단지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철군 시점이 5월에서 8월말로 약간 늦췄을 뿐이다.


그러나 탈레반은 통째로 아프간을 접수하는 결과로 끝이 났다. 이미 평화협정이 휴지조각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 역시 한반도 상황에도 그대로 적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남북간의 통신선 단절과정에서 북한이 주장한 것이 바로 ‘미군 철수’다. 북한이 남북간 평화를 유지하려면 미군을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배경이 무엇인지 금방 짐작이 간다. 결국 한반도에서 실질적 비핵화없이 설익은 평화협정은 오히려 평화를 위협하는 독소조항이 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지금 한국내의 일부 세력은 북한과의 종전협정과 평화협정 체결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 평화협정을 밀어 붙이는 북한의 속내는 결국 미군철수를 연계시키는 데 있다.


북한이 끝내 미군철수를 요구하는 평화협정 체결에 동의할 대한민국 국민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일부 종북좌파만 빼고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프간에 대한 탈레반 점령은 우리 대한민국에게도 여러 가지 교훈을 던져 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 하나.


“제 아무리 동맹이나 동반자라도 스스로 지킬 힘과 의지가 없다면 미국은 동맹이라도 '손절'하고 미국의 국익을 추구하겠다.”(바이든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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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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