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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美 바이든이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여는 이유? - 50여개국 정상들과 국제기구, 기업들 초청할 듯 - '핵안보정상회의'를 모델로 하여 사무국 설치까지 거론 - 반중 기술 및 경제동맹체제 기반 삼을 듯
  • 기사등록 2021-08-13 21:03:36
  • 수정 2021-08-14 08: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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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바이든 대통령 [시진=바이든 대통령 트위터]


[12월 민주주의 정상들 모으는 바이든 미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는 12월 전 세계 민주주의 지도자들을 모아 정상회의를 연다.


미국 백악관은 1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12월 9~10일 화상으로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Summit for Democracy)'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백악관은 이에 대해 "세계 지도자들이 서로와 시민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성공 사례를 공유하고 국제적인 협력을 추진하며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토대를 강화하기 위해 민주주의가 직면한 과제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백악관은 이어 "정상회의는 권위주의 방어, 부패와의 싸움, 인권 존중 증진 등 3가지 주요 주제에 대한 전념과 계획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주의가 국민의 삶을 개선하고 세계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보여주는 게 우리 시대의 도전이라고 말해왔다"며 "인권 침해, 기후 위기, 대유행에 맞서고자 전 세계를 규합하면서 민주주의 파트너들과 동맹을 재건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세계 다양한 민주주의 집단의 지도자를 한자리에 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2월 화상 회담 뒤 2022년 대면 회담도 예정이다.


회의에는 국가, 시민사회, 자선단체, 민간 부문의 지도자들을 초청할 것으로 보이지만, 구체적인 초청 명단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주의 정상회의’란?]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018년 외교 전문지 ‘Foreign Affairs’ 기고를 통해 “탈냉전을 계기로 구 공산권 국가들의 자유화와 민주화가 이루어졌으나 푸틴의 러시아는 주변국은 물론이고 서구 민주주의를 훼손하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공동 대응을 촉구하면서부터 본격 논의가 되기 시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봄에도 외교 전문지 ‘Foreign Affairs’에 또다시 기고문을 보내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 사회에서 미국의 동맹 관계를 훼손하고 안보위협을 가중시켰다”면서, “국제적인 민주주의 위기에 대처하는 리더십을 발휘하기는커녕 민주적 가치를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바이든은 “자유진영(free world) 공동의 목표와 가치를 쇄신하기 위해 취임 첫해에 ‘민주주의 정상회의’(global Summit for Democracy)를 개최하겠다”고 약속했다.


“세계의 민주주의 국가들을 소집하여 민주적 제도를 강화하고, 민주주의 퇴조에 대처하며, 공통의 아젠다를 수립하겠다는 것”이다.


원래 바이든의 ‘민주주의 정상회의’라는 아이디어는 코펜하겐 민주주의 정상회의(Copenhagen Democracy Summit)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이 회의는 덴마크 총리와 나토(NATO) 사무총장을 지낸 라스무센(Anders F. Rasmussen)이 주도하여 2018년 시작되었다. 자유민주주의의 쇠퇴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 정치-경제 지도자를 초청하였는데, 첫 회의 연사로 바이든이 참여한 바 있다.


이런 관점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통해 세계적으로 진행 중인 민주주의 퇴행을 막고,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제고하는 계기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주의 정상회의’, 어떤 나라들이 초청될까?]


1차적 관심은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과연 어떤 나라들이 초청될 것인가의 문제다. 초청 대상 국가를 보면 이 모임의 성격도 확연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주의’라는 이름이 앞에 붙어 있어서 현재 국가 운영체제가 민주주의라고 볼 수 없는 국가들임에도 미국의 동맹국이거나 미국 우방국일 경우도 과연 이 모임에 초청될 수 있을 것인지가 최대 관건이다.


특히 민주주의 퇴조가 심하게 나타나고 있는 인도, 터키, 헝가리, 폴란드, 브라질 등의 정상을 초대할 지가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민주주의 위기를 극복하자면서 그런 위기를 초래한 당사자들을 초대하는 것은 모순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정치의 현실에서 민주적 가치를 공유한다고 해서 국가이익이 합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바로 이러한 난제를 극복하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주의 정상회의’의 명칭을 영어로 ‘Democracy Summit’가 아닌 ‘Summit for Democracy’로 지은 것이다. 그러니까 사실 ‘민주주의 정상회의’라고 번역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라고 쓰는 것이 정확한 명칭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어떤 나라를 초청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 다시말해 지금 당장은 누가 보더라도 민주주의 체제는 아닐지라도 그러한 방향을 지향점으로 하고 나아가는 국가들까지 초청해도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바이든의 모임 작명에 숨은 뜻이 바로 이것이다.


그렇다면 일단 12월의 민주주의 정상회의에는 그동안 미국의 동맹국들은 물론이고 우방국들 정상들이 모두 초청될 가능성이 높다.


[G7, G20과의 차별성은?]


그렇다면 이미 존재하고 있는 G7이나 G20과의 차별성은 어떻게 될까?


우선 G7(주요 7개국 모임)은 확실한 미국의 우방국들로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일본 등 선진 7개 국가를 지칭한다.


그런데 이들 국가만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구상하는 대 중국 및 러시아 견제 전선을 만들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G7 모임이 ‘플러스 국가’들을 초청해 확대해 보기도 했지만 그 역시도 미국의 구상을 펼치기에는 참여국가들이 제한된다.


물론 G20도 있다. G20은 선진 7개국 정상회담(G7)과 유럽연합(EU) 의장국 그리고 신흥시장 12개국 등 세계 주요 20개국을 회원으로 하는 국제기구다. 여기서 신흥시장 12개국에는 한국을 포함하여 아르헨티나·오스트레일리아·브라질·중국·인도·인도네시아·멕시코·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남아프리카공화국·터키 등이 포함된다.


문제는 이들 G20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G20을 활용해 대 중국 및 러시아 견제정책을 사용할 수도 없다.


그래서 나온 방안이 바로 '민주주의 정상회의'라는 이름으로 미국이 구상하는 대 중국 견제 국가블럭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다시말해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하고 G7과 G20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反 공산주의 연대’를 표방하거나 의향이 있는 나라들까지 끌여들여 연합체로 만들겠다는 의미다.


이러한 '민주주의 정상회의'의 모델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 ‘핵안보정상회의’다. ‘핵안보정상회의’는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2009년 4월 체코 프라하 연설에서 핵 테러를 국제 안보에 대한 최대 위협으로 지목하고 핵안보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발족된 회의다.


2010년 4월 워싱턴에서 핵테러 위협방지와 핵물질 방호 등을 주제로 첫 회의가 열렸으며 회의에는 세계 47개국과 유엔, IAEA, EU 등 국제·지역기구가 참가했다.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으로 2012년 대한민국 서울에서 개최된 바 있다.


여기서 ‘핵안보정상회의’가 모델이라는 것은 ‘핵안보정상회의’의 운영방식을 차용한다는 것으로 바로 대 중국 견제를 위해 40~50개국 정도의 나라들이 모여 反중국 경제블럭을 포함해 대 중국 견제 국가연합체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물론 국가들만 대상이 아니라 ‘핵안보정상회의’가 그랬던 것처럼 국제기구나 국제적 시민단체, 그리고 민간기업들도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거대한 조직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초기부터 대 중국 견제정책으로 주창해 왔던 중국을 배제한 경제동맹이라든지 기술동맹을 통한 디커플링을 본격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도 "정상회의에 누가 초청되든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상당 부분 중국의 경제·정치·군사적 영향력 확산을 위한 시도에 맞서는 민주 정부를 규합하려는 노력으로 짜여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물론 오는 12월의 화상회의부터 이렇게 대규모로 가지 않더라도 내년에 대면으로 열리게 될 회의에서는 본격적으로 40~50개의 국가 정상들이 모여 민주주의 국가들에 의한 경제동맹 및 기술동맹을 구체적으로 실현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11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우리는 다양한 지역에서 기존 민주주의와 신흥 민주주의의 국가와 접촉했다”면서 “이번 회의 목표는 가능한 한 포용적(inclusive)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무부가 개설한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 홈페이지에는 전통적인 미국의 우방국 외에도 이라크·우크라이나·콜롬비아·케냐 등의 신흥국들이 ‘민주주의정상회의’에 초대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신흥국까지도 인권 탄압과 자유를 말살하는 중국 등 권위주의 체제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계기로 만들려는 취지다.


그래서 워싱턴 외교가에서도 참가국이 약 50개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한편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핵안보정상회의’와 같이 정례회의체로 운영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민주주의 정상회의’의 결속을 강화하기 위해 G20과 같은 사무국 체제도 갖추는 것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EU는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코로나 백신 보급이나 세계보건기구(WHO) 개혁, 각종 디지털 규제 문제까지 공동으로 대응하자고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EU는 중국에 맞서 민주주의 진영이 새로운 협력을 하기 위해 EU가 일정부분 양보할 의사도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이미 참석을 약속한 한국정부]


이러한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한국은 참석할까? 일부 언론들에서는 한국정부가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초청받게 되면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보도들을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이미 지난해 12월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참석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당시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12월 11일 화상으로 진행된 아스펜안보포럼에서 '한미 동맹의 발전 과정 및 미래 협력 방안'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면서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 후 개최하겠다고 밝힌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외교부장관을 통해 ‘민주주의 정상회의’ 참석을 약속한 상황이라 이를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제동맹 및 기술동맹들이 논의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불참하는 것은 국익 차원에서 봐도 엄청난 손해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오미연 아시아프로그램 국장은 한 매체에 올린 기고문에서 “미·중 간의 대결에 직접 휘말리지 않고, 이 정상회의체에서 결정한 가이드라인을 따르는 것이 미·중 대결로 인한 외교·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면서 “한국은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에 적극 참여해, 이 정상회의의 틀 안에서 움직이는 쪽이 전략적으로 유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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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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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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