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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국이 ‘돼지 전용 아파트’를 짓는 이유? - 중국을 흔들 수 있는 돼지와 콩 수급문제, 美에서 수입 - 중국의 식량 안보, 위기 느낀 시진핑, 방법이 없다! - 美가 식량을 무기화하면 中은 치명타 입을 수도
  • 기사등록 2021-08-05 13:47:02
  • 수정 2021-08-05 15:5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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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13층짜리 돼지 전용 아파트 짓는다]


중국이 ‘호그호텔(Hog Hotel)’이라는 이름으로 중국의 남부지역에 돼지 전용 아파트를 짓는다. 13층 규모로 1만 여 마리의 돼지들을 사육하게 되는 수직 돼지 농장이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일, 중국이 아프리카 돼지 열병 등의 전염병으로부터 돼지들을 보호하고 더불어 갈수록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돼지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CCTV와 세심한 동물의료 시설까지 완벽하게 갖춘 콘도형 돼지전용 아파트를 짓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SCMP는 “중국의 이러한 결정이 지난 2년전 아프리카 돼지 열병으로 중국 전체 돼지의 절반 가까운 4억 마리의 돼지들을 살처분한 경험 때문에 이러한 바이러스로부터 철저하게 보호하기 위한 대책으로 돼지전용 아파트를 짓게 되었다”고 전했다.


특히 중국인들에게 있어서 돼지고기는 가장 중요한 식량원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돼지 아파트 건립은 사실상 식량안보라는 차원에서 상당한 비중을 두고 추진하는 것이라고 SCMP는 보도했다.


이미 베이징 동부의 핑구지역에는 축구장 20개 크기의 5층 건물 3동이 돼지 전용 사육장으로 건설되어 운영중인데, 이곳에서는 연간 12만 마리의 돼지를 생산하고 있다. 베이징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의 돼지 농장인 이곳은 약 1km떨어진 곳에서도 냄새를 맡을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이곳에는 로봇을 이용한 돼지들의 건강관리와 공기 여과 장치, 자동 급식 및 소독 시스템들이 적용되어 운영중인데, 돼지들을 관리하는 직원들도 마치 반도체 공장에서 그러하듯 철저한 위생복을 입고 출입해야 하고 심지어 손목시계의 반입도 허락되지 않을 정도로 철저하게 관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철저하게 외부인의 출입에 대해 신경을 쓰는 가장 큰 이유는 돼지 열병 때문이다.


[중국인의 대단한 돼지 사랑]


중국인에게 있어서 돼지는 그야말로 필수불가결한 가축이자 음식이다. 그래서 한자로 집을 가르키는 ‘가(家)’도 사람이 사는 건물([宀·면]에 돼지[豕·시]가 들어앉은 형상을 그리고 있다. 물론 처음부터 그 동물이 돼지였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중국인들은 돼지와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집’으로 적었다. 또 이를 당연하게 생각했다.


중국인들에게 있어서 돼지는 왕성한 생명력, 행운을 가져다주는 길상(吉祥), 그리고 복(福)을 상징하기도 한다. 또한 중국인들의 농경문화는 자연스럽게 돼지를 집에서 길렀고, 또 이를 중요한 식량자원으로 애용해 왔다.


그러다보니 돼지고기는 지금의 14억 중국인들에게 가장 필수적인 음식이 되었고, 중국을 대표하는 음식의 제1순위에 꼽히는 요리 재료가 되었다.


이렇게 돼지고기에 대한 사랑이 대단하다보니 중국은 전 세계에서 돼지고기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가 되었고, 그 양이 세계 전체 소비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2019년의 경우 전 세계 돼지고기 소비량 약 1억톤 가운데 중국 소비량이 4487만톤으로 약 45%를 차지했다. 인구가 전 세계의 5분의 1인데 돼지 소비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중국이 엄청나게 돼지고기를 먹어 치운다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돼지고기는 중국인들의 소울푸드(soul food)라고 정리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중국인에게 있어 돼지고기는 다른 고기들과는 격이 완전히 다르게 취급받는다. 중국에서는 돼지고기를 그냥 ‘고기(肉, 러우)’라고 칭한다. 그러나 쇠고기는 우육(牛肉), 양고기는 양육(羊肉), 개고기는 구육(狗肉)등으로 분명하게 그 정체성을 호칭한다. 한국에서 쓰는 돈육(豚肉)이란 단어는 오직 한국에서만 쓰인다. 그래서 중국음식 메뉴에서 그냥 ‘고기(肉)’만 쓰여 있으면 100% 돼지고기를 말한다.


이렇게 돼지고기가 중국인들의 일상생활에서 중요하기 때문에 중국인들의 민심을 잡으려면 반드시 돼지고기 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돼지고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3%에 달한다. 또한 돼지고기 관련 산업 종사자 수도 남북한 인구를 합친 수보다 더 많은 것으로 추산된다.


이렇게 중국 경제에서 엄청난 비중을 돼지고기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돼지 고기 파동이 일어나면 이는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정치 문제로 비화되면서 정권까지 흔들리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돼지고기와 식량이 천하를 평안케 한다는 '저량안천하(猪糧安天下)'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돼지고기가 중국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고 보면 된다.


[중국을 흔들 수 있는 돼지와 콩 수급문제]


그런데 그 수많은 돼지들이 옛날같이 잔반을 먹지 않는다. 지금의 중국 돼지들은 콩을 먹고 자란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콩기름을 짜고 남은 대두박(大豆粕)이라고 하는 깻묵을 가공한 사료를 먹는다.


콩은 단백질 함유량 30~50%, 지방도 13~25%나 돼, 밭에서 나는 쇠고기로 불릴 정도로 아주 우수한 영양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돼지를 안정적으로 사육하려면 콩의 수급 역시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문제는 그 콩이 중국내 생산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사실 콩의 원산지가 중국의 화베이(華北)와 둥베이(東北)라고 한다. 화베이는 베이징을 포함한 북(北)중국 일대로 중원(中原)으로 불린 곳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음미해 볼만한 것은 예부터 “중원을 차지하면 중국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를 다른 말로 비틀어 보자면 콩을 많이 확보하면 중국을 차지할 수 있다”는 뜻도 된다. 그만큼 콩이 중국인에게 필수적이고 그 콩이 중국인의 소울푸드인 돼지를 키운다는 뜻이다.


여기에 둥베이는 지린(吉林), 랴오닝(遼寧), 헤이룽장(黑龍江) 같은 동북3성(東北三省)을 말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중요한 콩의 수급을 중국은 자급할 정도가 될까? 자급할 수 있어야 돼지 수급도 원활해지기 때문이다.


[미국의 손에 달린 돼지고기와 콩]


이렇게 중국인들에게 있어 콩이 중요한 식품인데도 중국내 전체 생산량의 거의 6배 가까운 수량을 미국으로부터 수입해 온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미국은 중국인들의 생사여탈을 주관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무기를 두 개나 들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콩이고 그 다음이 돼지다. 그런데 이 둘은 곧 하나이기도 하다. 만약 미국이 중국으로 콩 수출을 제한하기라도 한다면 중국은 당장 난리가 난다. 또한 미국이 돼지고기 수출을 중단한다면 중국은 또한 치명타를 입게 된다. 중국은 콩 소비량의 90%를 외국, 특히 미국에서 많이 들여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중충돌 국면에서 무역부문만을 놓고 따지자면 상황 자체가 미국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미국은 중국에 수출은 적게 하고 수입을 많이 한다. 그런데 중국은 이와 반대다. 시장 상황이 이러니 미중 양국 모두 관세 폭탄을 각자의 수입액에 모두 부과할 경우 미국이 가진 폭탄의 양이 중국에 비해 4배가량 많다.


여기에 미국은 중국에서 수입을 해 오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다른 나라 제품으로 대체할 수 있다. 물론 가격은 약간 상승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것들은 대체 불가능이다. 특히 중국에 사는 4억 마리 넘는 돼지를 지금껏 먹여 살린 건 미국의 대두(콩) 생산 농부다. 지난 2018년 중국이 미국에 무역보복을 한다면서 미국산 콩의 수입 금지조치를 취했다가 엄청나게 혼이 난 적이 있었다. 중국은 브라질 콩을 수입하면 된다고 생각했을지 모르나 그것은 엄청난 판단착오였다. 그래서 중국은 결국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그때 여파가 2019년까지 지속됐다. 여기에 아프리카 돼지열병까지 퍼지면서 중국에는 돼지파동이 일어났다. 그래서 당시 돼지고기 가격이 급상승을 하면서 일부지역에서는 돼지고기를 살 때 신분증을 지참해야 하고 1인당 구매 한도량을 2kg으로 설정하기까지 했다.


[중국의 식량 안보, 위기 느낀 시진핑]


돼지고기와 콩 모두 미국의 손에 달려 있는 중국의 현실을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중국에 엄청난 홍수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면서 주식인 쌀 생산까지도 상당한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그래서 중국은 지난해부터 엄청난 양의 식량을 해외로부터 수입해 들여오고 있다. 그만큼 식량안보에 위기를 느끼고 있다는 반증이다.


특히 중국의 돼지농장들은 2018~2019년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큰 피해를 봤다. 그러나 최악의 상황을 극복하고 지난해부터 다시 돼지 사육을 늘렸다. 지난해에만 3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다보니 이젠 사료로 쓰이는 옥수수와 대두의 수요가 급증하게 됐다. 그 부족분을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채웠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정부의 기록적인 농산물 수입만 보면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 중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라며 "중국의 양돈 농가와 미국 농민들은 점점 더 깊이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0년에만 들여온 미국산 대두는 2019년 수입한 양의 2배 가까이 된다. 그런데 이 수입량은 올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차이나데일리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수입에 의존하는 일은 식량 안보에 큰 위험이 된다"며 "중국 정부의 최종 목표는 자급자족"이라고 강조했지만 그것은 그저 구호일뿐 현실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중국 사회과학원(CASS)은 최근, “곡물 부족은 도시화 가속화 및 농촌인구 고령화에 따른 현상”이라며 “오는 2025년까지 1억3000만t의 곡물 부족 사태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농민들이 갈수록 형편이 나아지지 않고 어려운 생활이 가속화되자 아예 농촌을 버리고 도시로 올라오는데다가 농촌에 남아 있는 4명 중 1명은 60세 이상의 고령자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식량 수급에 엄청난 차질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쌀, 밀, 옥수수 등 3가지 주요 곡물의 경우 2025년까지 공급이 수요보다 2500만t 부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렇게 되면 중국은 당장 식량의 수입 물량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식량 안보에 심각한 문제가 생겨날 수 있다.


중국은 지금 이렇게 먹고 사는 문제 자체가 심각한 상황으로 몰려 가고 있다. 그래서 도시로 올라왔던 농민공들을 다시 농촌으로 보내려 하지만 이도 여의치 않자 식량난에 시진핑 주석이 직접 나서 ‘잔반 줄이기’ 운동을 해 보지만 ‘언발에 오줌누기’다.


그러다가 돼지 전용 아파트까지 지어 수급을 안정화시켜 보겠다는 생각까지 꺼내들었지만 이러한 발상이 중국의 식량 안정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


그러한 돼지 전용 아파트를 운영하려면 축산업 재벌 정도는 되어야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그런 돼지 아파트가 늘어난다면 돼지를 키워 생활을 영위하는 수많은 농촌 주민들의 삶은 또 어떻게 될까?


또 하나, 진짜 중요한 포인트. 중국이 미국과 전쟁하면 안되는 이유. 중국이 미국과 전쟁을 벌이게 되면 중국은 전쟁에서 패배해서 망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으로부터 먹을 식량, 다시말해 밀, 옥수수, 콩, 돼지 등등을 수입하지 못해 패배하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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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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