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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인도간 美 블링컨, 탈레반 만난 中 왕이, 불붙은 송곳 외교전쟁 - 인도 가서 테베트 독립세력 만나 중국 자극한 美 블링컨 - 美 블링컨, 웬디셔먼, 오스틴 국방장관 총동원 대중 포위망 강화 - 탈레반 대표단 만난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 사실상 협력 읍소
  • 기사등록 2021-07-29 22:36:15
  • 수정 2021-07-30 05:4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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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에 간 블링컨 국무장관이 티베트 독립세력들과 만나면서 중국을 자극했다. [사진=블링컨 장관 트위터]


[인도 가서 중국 자극한 美 블링컨]


“인도를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28일 현지에서 중국에 보란 듯이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 측과 중국이 인정하지 않는 티베트 망명정부 대표단도 만나면서 중국을 노골적으로 자극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중국과의 갈등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티베트 독립운동을 벌이고 있는 망명정부 관계자를 만난 것이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블링컨 장관이 이날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응고두프 동충 티베트망명정부(CTA) 대표와 해외 망명정부 사무소인 티베트 하우스의 뉴델리 국장 등을 만났다고 전했다.


다만, 양측이 이날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블링컨은 자신의 트위터에 4장의 회동 사진을 올리고 “오늘 시민 사회 지도자들과 만나 기뻤다”면서 “미국과 인도는 민주적 가치에 대한 약속을 공유한다”고 적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만남이 2016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 대통령과 달라이 라마가 워싱턴에서 만난 이래 가장 중요한 접촉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의 5개 자치구 중 하나로 중국에서는 시짱(西藏)이라고 표기하는 티베트의 인권 상황에 대해 미국은 지속적으로 우려를 표명하면서 중국을 압박해 왔다. 미국의 블링컨 장관은 이달 6일 달라이 라마의 86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고, 지난 26일에도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이 중국 외교부 관료들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의 티베트 인권 탄압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었다.


또한 지난해 11월에는 로브상 상계 당시 티베트망명정부 수반이 미국 백악관을 방문하면서 미국의 티베트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렸다.


중국과 국경 분쟁으로 전쟁 일보직전까지 갔던 인도의 모디총리도 2019년까지만 하더라도 중국의 영향력을 고려해 티베트 망명 정부와 다소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들어 달라이 라마와 티베트 망명정부를 부쩍 챙기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지난 6일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자신의 트위터에 "달라이 라마의 86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그와 전화 통화했다"는 글을 올리며, 2014년 취임 후 처음으로 달라이 라마와 대화한 것을 공개적으로 확인해 주기도 했다.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 독립의 상징적 인물이다. 달라이 라마는 1959년 티베트인들이 중국에 맞서 봉기했다가 실패하자 인도 북부 다람살라에 티베트 망명정부를 세우고 비폭력 독립운동을 이끌어왔다.


티베트망명정부는 중국이 티베트 민족 말살 정책을 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지만 반면 중국은 티베트에 대한 인권 탄압을 부인하는 한편 달라이 라마를 ‘위험한 분리주의자’, 또는 '조국 분열 활동가'로 규정하고 그간 그의 활동에 극도의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외국 정부와의 접촉에 거부감을 표해 왔다.


[인도와의 관계 강화 총력전 벌이는 미국]


한편, 27일 인도에 도착한 블링컨 장관은 이날 S.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부 장관도 만났다. 일본 닛케이(Nikkei)는 28일, “지난 5월부터 아프간에서의 미군 철수가 본격화되면서 최근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급격하게 세력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인도정부와의 공동 대처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탈레반의 영역 확대로 인해 인도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미국이 철저하게 대응할 것임을 블링컨 장관이 강조하면서 인도를 다독였다는 보도도 나온다.


이날 블링컨 장관은 자이샨카르 장관과 합동 기자회견에서 최근 탈레반이 아프간 전역에서 공세를 강화하는 것에 대해 "매우 곤란한 상황"이라면서 "탈레반이 무력으로 아프간을 장악하고 자국민에게 잔혹행위를 할 경우 '왕따 국가'(pariah state)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어 "미국은 여전히 아프간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으며 여러 형태로 아프간 정부를 지원 중"이라며 협상만이 아프간 평화를 향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인도 자이샨카르 외교부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프간의 평화협상이 모든 당사자들에 의해 진지하게 진행되어야 한다”면서 “세계는 아프간이 이웃 국가들과 평화롭게 지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인도 정부는 그동안 탈레반이 '앙숙'인 파키스탄과 밀접하다는 이유 때문에 공식 외교 상대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아프간 정부만 상대하며 현지 인프라에 30억달러 이상을 투자했지만 최근들어 탈레반 세력이 커지면서 비밀리에 탈레반과도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국은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인도에 대해 부쩍 관심도를 높이고 있다. 이번 블링컨 장관의 방문은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3월의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4월의 존 케리 기후변화특사에 이어 벌써 세 번째다.


미국이 이렇게 인도에 공을 들이는 것은 '대중 포위망'인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국가이기 때문이다. 블링컨 장관도 이날 양국 관계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 중 하나"라고 말할 정도로 인도와의 관계 강화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도는 전통적으로 중립 외교를 표방해왔지만 최근에는 미국 주도의 대중국 견제 협의체인 쿼드에 가담한 상태다.


[대 중국 포위망 구축하는 미국]


한편, 미 국무부 1인자인 블링컨 장관의 인도 방문과 함께 2인자인 웬디 셔먼 부장관도 지난 18일 일본을 시작으로 한국, 몽골을 차례로 순방하면서 동맹 및 중국 주변국을 대상으로 미국의 입장에 대한 지지를 얻기 위한 외교전을 강화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싱가포르,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 순방길에 올라 중국 견제를 위한 결집에 나서고 있다.


오스틴 장관은 언론 브리핑에서 취임 후 자신의 두 번째 아시아행에 대해 "남중국해에서 도움이 되지 않고 근거 없는 중국의 주장에 맞설 것임을 분명히 할 것"이라며 중국을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다.


이렇게 미 국무부와 국방부까지 나서서 대 중국 포위망 결집에 전력을 쏟고 있는 모습이다.


[탈레반 대표단 만난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


지난 26일 웬디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과의 톈진(天津) 고위급회담에서 미중간 극명한 입장차를 확인한 중국이 미군 철수로 내전이 격해진 아프가니스탄이 중국의 큰 위협 요소가 될 것으로 우려되자 탈레반 지도자를 중국으로 초청해 포섭전에 나섰다.


28일 중국 외교부는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이날 중국 톈진(天津)에서 탈레반 2인자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이끄는 탈레반 대표단을 만나 아프간의 평화와 재건 방향을 논의했다”고 발표했다.


어찌보면 블링컨 장관이 인도에서 티베트 독립세력을 만나자 왕이 장관은 탈레반 세력을 중국으로 불러들여 상대가 가장 아픈 곳만을 찌르는 '송곳 외교'를 가속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은 이날 탈레반 대표단을 만나 미군이 떠난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중국의 지원을 약속하면서 주권, 독립, 영토의 완전성, 내정 간섭 반대 등을 강조하며 미국을 겨냥했다.


왕이 부장은 이 자리에서 "미군 철수는 미국의 아프간 정책 실패를 상징하고 아프간 국민들이 자국을 안정시키고 발전시킬 중요한 기회"라며 "중국은 아프간의 최대 이웃으로 주권독립과 영토의 완전성을 존중하며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왕이 부장은 "탈레반은 아프간의 중요한 군사력과 정치력으로, 아프간의 평화와 화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를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사실 왕이 부장이 정작 탈레반 측에 하고자 했던 말은 그 다음에 나왔다. 유엔 테러 조직 명단에 오른 '동투르키스탄 이슬람 운동'(ETIM)을 거명하며 "중국의 국가안보와 영토보전에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말한 뒤 "탈레반이 ETIM 등 모든 테러단체와 철저히 선을 긋고 지역의 안전과 발전 협력을 위한 적극적인 역할을 발휘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한 것이다. 진짜 테러세력인 탈레반 앞에서 신장 위구르 독립운동을 하는 '동투르키스탄 이슬람 운동(ETIM)'과의 결별을 탈레반 측에게 요구한 셈이다.


'동투르키스탄 이슬람 운동(ETIM)'은 탈레반 정권 시절 아프가니스탄에 근거지를 두고 신장 내 주요 도시는 물론, 중국 전역에서 200여 건의 테러 활동을 벌인 조직이다.


이에 대해 탈레반의 바라다르도 "탈레반은 어떤 세력도 아프간의 영토를 이용해 중국에 해를 끼치는 일을 허락하지 않겠다"고 화답했다. 탈레반은 과거 신장 위구르 반군을 지원했으나 현재는 중국 내정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동투르키스탄 이슬람 운동(ETIM)' 단체와 탈레반이 과연 결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한 '동투르키스탄 이슬람 운동(ETIM)'이 신장 위구르 해방을 위해 투쟁하는 것을 같은 이슬람 세력인 탈레반이 진짜 막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점으로 남아 있다.


[미국 포위망 깨려는 중국의 몸부림]


중국의 왕이 부장은 28일 탈레반 세력과 만나기 하루 전인 27일에는 셔먼 부장관이 불과 며칠 전 순방했던 몽골의 외교장관을 톈진에 초청해 코로나 백신 지원과 함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를 통해 경제 지원 확대를 약속하며 힘을 합치자고 종용했다. 미국과 멀리 떼어 놓기 위한 정지 작업을 한 것이다.


또한 미국의 대 중국 포위망에 맞서 28일에는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국방부장 겸 국무위원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타지키스탄 두샨베에서 양자 회담을 하고 미국에 맞선 전략 협력 강화 및 전략적 연대에 뜻을 같이했다.


[중국에게 계륵이 된 탈레반]


중국이 탈레반 달래기에 나섰지만 진짜 문제는 8월 31일 미군의 완전 철수 이후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탈레반은 중국의 아프간 기반 시설에 대한 투자 확대를 촉구했지만 중국이 과연 그러한 탈레반의 요구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탈레반측의 과도한 요구를 중국측이 제대로 수용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긁어 부스럼에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슬람의 해방’을 표방하는 만큼 신장위구르자치구 문제에 대해 탈레반 핵심 세력들이 계속 막을 수 없는데다가 아프간에 탈레반 세력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반 탈레반 세력들도 함께 존재하기 때문에 그러한 갈등을 중국이 어떻게 컨트럴 할 수 있을지도 문제다


특히 ‘일대일로’의 핵심 지역 중 하나인 중앙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크게 키운 중국이 아프간 상황에 어떤 식으로 개입하느냐에 따라 오히려 역효과를 낼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그래서 중국은 ‘아프가니스탄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중국이 진짜로 신경을 쓰는 곳은 와칸 회랑(Wakhan Corridor) 지대를 통해 76km가량 아프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역이다. 탈레반 대변인인 자비울라 무자헤드는 지난 22일 탈레반이 전체 국경의 약 90%를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미국 외교전문지 더 디플로맷은 “중국은 이 지역에 미국이 발을 딛기를 바라지 않지만 동시에 아프간의 불안한 상황을 잠재울 마땅한 묘안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미 테러 세력으로 낙인찍힌 탈레반 세력과 손을 잡고 평화 운운하는 중국의 외교에 대해 전 세계 국가들이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도 주목거리다. 이러한 중국의 거친 외교가 중국에 대한 호감도를 더욱 떨어뜨리면서 외교적 고립을 가속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탈레반의 아프간과 중국이 적절한 교합지점을 찾지 못하게 된다면 그때부터 중국은 진짜 어려움에 빠질 수도 있고 그럴 때 중국을 도와줄 나라는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


지금 중국이 탈레반과 손을 잡고 정상국가인 아프간을 전복하는 것을 지원하는 것 자체가 비정상 외교요, 중국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역실히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의 진짜 딜레마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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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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