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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美 셔먼 만난 中 왕이가 멘붕에 빠진 이유? - 中 왕이 만나 문제점 조목조목 지적한 웬디 셔먼 - 국제질서 훼손 중단, 인권문제 개선, 코로나 기원 조사 등 요구 - 中, 美제재 해제 및 사회주의 전복 중단 등 요구
  • 기사등록 2021-07-27 14:58:55
  • 수정 2021-07-27 15: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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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톈진에서 왕이 외교부장을 만나 회담한 미 국무부 웬디셔먼 부장관 [사진=미 국무부]


[우여곡절 끝에 중국 방문한 美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2인자인 웬디 셔먼 부장관이 25일 우여곡절 끝에 중국을 방문해 1박 2일 일정으로 왕이 중국 외교부장 겸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을 당혹스럽게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원래 미국이 현재의 충돌 상황을 어느 정도 완화하고자 뭔가의 새로운 제안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오히려 미국이 강경하게 중국에게 더 이상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왕이 부장을 멘붕에 빠지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번 웬디 셔먼 부장관의 중국 방문은 출발부터가 매끄럽지 못했다. 7월 초에 미국은 웬디 셔먼 부장관의 중국 방문을 타진했으나 중국이 격에 맞지 않는 대화 상대를 내세우자 사실상 방문을 포기했다가 중국이 막판에 미국이 요구하는 대로 다시 대화 상대를 수용하면서 전격적으로 중국을 방문하게 되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의하면 “미국의 셔먼 부장관이 원래 요구했던 대화 상대는 자신의 카운터파트인 러위청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었으나 중국은 미국 측에 러위청 부부장보다 서열이 낮은 셰펑(謝鋒) 미주·정책 담당 부부장과의 회담 및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의 ‘화상 회담'을 제안했다”고 한다.


그러나 셰펑은 중국 외교부 내에서도 서열이 5위로, 미국으로선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셔먼 부장관의 톈진 방문 계획이 중단됐다는 것이다.


중국으로서는 미국의 기를 꺾기 위해 대화 상대방의 격을 일부로 낮춘 것이지만 미국은 이러한 중국의 의도를 알고 대화 하지 아니하면 중국만 손해라는 입장에서 중국 방문 자체를 없던 일로 하고 원래 예정되었던 일본과 한국, 몽골만 방문하기로 했던 것이다.


[기선 제압 들어간 중국]


이러한 이유로 셔먼 부장관이 중국을 방문하기 직전 중국은 왕이 부장이 직접 나서서 셔먼 부장관의 기를 꺾으려 시도했다.


우선 중국 외교부는 셔먼 부장관 도착 이틀 전에 윌버 로스 전 상무장관 등 미국 인사 7명에 대해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통과시킨 반(反)외국제재법을 적용해 제재를 단행했다. 자국의 특별행정구인 홍콩 문제에 관여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리고 셔먼 장관 도착 하루 전인 24일엔 왕이 부장이 “미국은 지금까지 평등한 태도로 다른 나라를 대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면서 “중국은 국제사회와 함께 미국이 이런 방법을 알도록 가르쳐야 할 책임이 있다”면서 직격탄을 날렸다.


최근 미 국무부 대변인이 ‘우세한 위치’에서 중국을 상대할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반격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샤먼 부장관의 방중을 앞두고 기선 제압을 하기 위한 발언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었다.


여기에 회담 당일에도 셰펑(謝鋒)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현재 미·중 관계는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는 일부 미국인들이 중국을 ‘가상의 적’으로 상정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공세를 이어갔다.


그러면서 셰 부부장은 “미국은 필요하면 중국에 협력을 요구하고, 자신들에게 불리하면 제재로 맞서는 등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갈등과 대립에 의존하려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미국이) 자국의 구조적 문제 때문에 논쟁을 재점화하는 것 같다”고도 했다. 또 셰 부부장은 “미국의 경쟁·협력·대결이란 삼분법은 중국을 봉쇄하려는 시도로, 우리는 이 얄팍한 시도에 눈을 부릅뜨고 있다”고 강조했다.


[셔먼 부장관은 어떻게 대응했을까?]


그렇다면 중국의 그러한 기선 제압에 웬디 셔먼 부장관은 어떻게 대응했을까? 우선 미국 정가에서의 웬디 셔먼 부장관에 대한 평가는 한마디로 ‘백발의 노련한 외교관’으로 꼽힌다.


그 기대대로 셔먼 부장관은 중국측을 초반부터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뭔가 중국에 손을 벌릴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 예상을 완전히 뒤엎고 미국이 중국에게 요구하고 기대하는 것들을 적나라하게 지적하면서 중국을 몰아 붙였기 때문이다.


웬디 셔먼 부장관이 중국측에 강력하게 설파한 핵심 요소는 6가지다.


*셔먼의 주장 1: 대만을 위협하지 말라!


셔먼이 중국측에 전달한 가장 핵심적 메시지 중의 하나는 중국이 대만을 더 이상 위협해서는 안되며 대만의 평화유지를 위해 미국은 철저하게 나설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우선 미국은 대만을 독립국가로 격상할 계획은 아직 없고, 현재의 체재를 유지하는 것에 찬성하지만 그렇다고 대만이 중국의 위협을 받는 상황을 결코 좌시할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대만과의 국교 회복 단계까지 가지 않겠다는 것이고 이는 중국에게 대만 공격의 명분을 만들어 주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다만 사실상의 독립국가로서 국제사회에서 독자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웬디 셔먼 부장관은 어떤 상황에서든 중국이 대만의 안정을 해치려 할 때는 미국은 곧바로 동맹국이 공격당하는 차원에서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셔먼의 주장 2: 국제질서 훼손을 중단하라!


셔먼 부장관의 두 번째 핵심 이슈는 중국이 국제사회의 질서를 훼손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는 것이다. 우선적으로 인도를 포함해 동중국해·남중국해에서의 국제질서를 훼손하면서 인접국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 중국을 강력하게 질타했다. 이러한 중국의 국제질서 훼손에 대해서도 미국은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한 것이다.


*셔먼의 주장 3: 중국의 인권 문제 개선하라!


이번에 셔먼이 주장한 아주 중요한 이슈 중의 하나가 바로 중국의 인권 문제다. 우선적으로 신장 위구르에서의 대량 학살과 반인륜 범죄, 티베트 지역에서의 인종학대, 그리고 홍콩 등에 대한 언론 자유 축소를 포함한 다양한 인권 문제 등을 열거하면서 조목조목 중국의 문제점들을 따졌다.


또한 중국에 억류돼 있거나 출국 금지된 미국 및 캐나다 시민들에 대한 사례를 제기하면서 중국 당국에 국민은 협상 카드가 아니라고 경고했다.


*셔먼의 주장 4: 코로나 19 기원에 대한 조사 수용하라!


중국을 더 곤혹스럽게 만든 또 하나의 이슈는 바로 코로나 19 기원 조사에 중국이 협조하라는 것이었다. 중국이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세계보건기구(WHO)의 2차 조사를 불허한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미국은 더불어 전 세계를 공황 속으로 몰아넣은 중국의 책임에 대해 반드시 물을 것임도 분명히 밝혔다.


*셔먼의 주장 5: 북한 핵문제 해결에 중국이 적극 동참하라!


셔먼은 또한 북한의 핵문제 해결에 중국이 적극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북핵 문제 해결이 중국에도 이익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북한에 대한 압박을 통해 이 문제를 미국과 같이 해결해 가자고 촉구한 것이다.


*셔먼의 주장 6: 협력할 것은 협력하자!


그러면서 셔먼 부장관은 기후위기, 마약대응, 비핵화, 북한·이란·아프가니스탄· 미얀마 등 역내 우려를 포함한 글로벌 관심 분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국은 무슨 말을 했을까?]


셔먼 부장관의 이러한 공세에 대해 중국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왕이 외교부장과 셰펑 외교부 부부장의 발언은 크게 5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이들의 주장을 살펴보면 중국이 지금 미국과의 충돌과정에서 어떤 것들에 대해 뼈아프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중국측 주장 1: 중국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라!


왕이 부장이 셔먼 장관에게 건넨 가장 중요한 이슈는 바로 미국의 중국에 대한 제재를 철회하라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왕이 부장이 셔먼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은 중국에 대한 모든 일방적 제재와 관세는 물론 확대 관할법을 가능한 한 빨리 철폐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대미외교 담당인 셰펑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이러한 제재 해제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거론했는데 특이한 것은 중국공산당원과 가족, 중국 유학생에 대한 비자 제한 철폐, 중국 관리와 지도자, 기관에 대한 제재 해제, 공자학원과 중국 기업에 대한 탄압 중단, 중국 매체를 '외국 대리인'·'외국 사절단'으로 등록하는 결정 취소,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의 미국 송환 요구 중단 등이 담겼다는 점이다.


여기서 중국공산당원과 가족, 중국 유학생에 대한 비자 제한 철폐 문제가 주요 아젠다로 올라왔다는 것은 현재 중국의 핵심부내에서 미중충돌로 인해 격한 반발이 일어나고 있으며 미국과의 화해 조치에 시진핑 정권이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측 주장 2: 사회주의 체제 전복을 중단하라!


왕이 부장은 또한 “미국은 중국의 사회주의 체제에 도전하거나, 헐뜯거나, 전복을 시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역시 중국이 지금 가장 두려워하는 점이 무엇인지 알게 하는 대목이다.


다시 말해 미중간 격한 충돌의 배경에는 시진핑 정권 전복이라는 기저가 깔려 있다는 것을 중국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중국측 주장 3: 레드라인 넘지 말라!


왕이 부장은 이어 셔먼 부장관에게 “신장 위구르 자치구·티베트·홍콩 문제와 관련해서는 미국이 중국의 영토 주권을 훼손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구단선으로 통칭되는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의 중국 영토에 대한 미국의 도전에 대해서도 영토 주권 차원에서 대응할 것임을 밝혔다.


특히 왕이 부장은 영토주권 훼손은 레드라인을 넘는 것이라면서 강력하게 대응할 것임을 천명했다.


*중국측 주장 4: 더 이상 코로나 책임론 거론 말라!


왕이 부장은 셔먼 부장관을 만나기 하루 전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 핀란드 외무장관과 회담한 뒤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코로나 책임론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 기조를 셔먼 부장관에게도 그대로 전달한 것이다.


왕이 부장은 "바이러스 기원은 과학적 문제로 과학자들이 코로나19 기원을 연구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미국은 처음부터 코로나19 사태를 정치화하려 했고, 바이러스를 오명화(낙인찍기)하고 바이러스 기원을 도구화하려 했으며 심지어 '실험실 유출론'을 꺼내 조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왕이 부장은 이어 "어떤 계획이든 진정으로 바이러스 기원을 찾는 게 아니라 중국을 먹칠하려는 의도라면 중국은 독립 주권국으로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중국측 주장 5: ‘구존동이’하자!


그러면서도 셰펑 부부장은 “미국은 매우 잘못된 사고와 위험한 대중국 정책을 바꿔야 한다”면서 “미국이 경로를 수정해 상호존중의 원칙하에 중국과 공정하게 경쟁하며 평화로운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셰 부부장은 이어 "중국 측은 미국과 서로를 평등하게 대우하고 구동존이(求同存異·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같은 점을 찾는 것)하길 원한다"며 "미국측은 궤도를 바꿔 중국과 서로 마주보고 함께 나아가고 서로 존중하고 공평하게 경쟁하며 평화롭게 공존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또 "건강하고 안정적인 중미관계는 쌍방 이익에 부합할 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공동 기대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미국이 중국을 다그친 회담]


이번 샤먼 부장관의 중국 방문은 우선 회담 장소가 베이징이 아닌 톈진으로 정했다는 것부터가 의미가 있다. 중국이 원하는대로 미국이 놀지 않겠다는 의자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톈진은 1858년 서구열강이 베이징을 함락시킨 단초가 된 텐진조약이 맺어진 장소다. 그리고 중국이 서구문물을 받아들이는 통로가 되었다. 미국이 왜 회담 장소로 톈진을 지목했는지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그 톈진에서 미국은 중국과의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그러한 충돌을 예방하기 위해 중국이 반드시 지켜야할 ‘가드레일(guard-rail)’을 제시했다.


지난 3월의 알래스카 2+2회담에 이어 이번 웬디 셔먼 부장관의 중국 방문을 통해 중국은 미국이 왜 저렇게 강력하게 중국을 몰아붙이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러한 미국의 태도가 쉽게 바꾸지 않을 것임도 확실하게 인식하게 되었을 것이다.


결국은 시진핑 3연임이라는 무리한 욕심에 중국이 통째로 흔들리고 있는 것이고 그러한 망령이 세계 질서를 흔드는 중국으로서 질타를 받게 된 요인이 되었다는 것을 미국이 다시금 깨우치게 만들어 준 것이다.


이로써 중국은 더 깊은 고민 속에 빠지게 되었다. 특히 이번 셔먼 부장관의 중국 방문으로 인해 중국 내부의 갈등은 더욱 심각해질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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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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