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 시진핑이 비밀리에 티베트 깜짝 방문한 이유? - 티베트 분리 독립 세력 막기 위한 시진핑의 선제수 - 달라이 라마 후계자를 놓고 서장진영과의 신경전도 이유 - 인도와의 분쟁 격화를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 가능성도
  • 기사등록 2021-07-24 22:02:10
  • 수정 2021-07-25 08:17:15
기사수정


▲ 시진핑 주석이 지난 21일과 22일 티베트 지역을 깜짝 방문했다고 중국 관영언론들이 23일 보도했다. [사진=중국 정부 트위터]


[시진핑, 티베트 깜짝 방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1일과 22일, 1박 2일 일정으로 중국 서부 티베트(시짱자치구·西藏自治區)를 깜짝 방문했다고 중국 관영 CCTV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23일 보도했다.


시 주석의 티베트 방문 사실은 22일 베이징으로 돌아간 후 23일 오전에야 비로소 중국 신화통신, CCTV 등 관영매체를 통해 공개된 것이다.


시 주석의 티베트 방문은 지난 2013년 국가 주석 취임 이후로는 처음이지만, 부주석이었던 2011년 7월 이곳을 방문한 바 있다. 외신들은 현직 국가 주석으로서는 1990년 장쩌민(江澤民)에 이어 31년 만이라고 설명했다.


관영 CCTV는 21일 ‘중국의 스위스’라고 하는 티베트 남부 린즈(林芝)의 공항에 도착한 시 주석이 방문 첫 일정으로 아루짱푸(雅魯藏布) 강과 니양(泥洋) 강 일대의 생태 환경 보호 현황 등을 점검하고, 린즈시 도시규획관·공원·촌락 등을 찾아 현지 도시 발전계획, 농촌진흥, 도시공원 건설 현황 등을 살펴봤다.


중국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히말라야 기슭의 만년설이 녹으면서 흘러내리는 물이 벵골만으로 흘러가는 야루짱부강에 세계 최대 규모 수력발전소를 건설해 중국 서부 지역에 전력을 공급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시 주석은 이튿날인 22일에는 고속열차를 타고 해발 3600m 티베트 중심 도시 라싸(拉薩)로 이동하면서 촨짱(川藏, 쓰촨성~시짱자치구) 철도 건설 현황을 보고 받았다.


라싸시에 도착해서는 포탈라(布達拉)궁 광장, 철방사(哲蚌寺, 드레풍사원) 등을 찾아 티베트 민족 종교와 문화 유산 보호 현황 등을 살피며 현지 주민들과 교류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시 주석이 티베트 불교 승려들의 안내를 받는 모습, 티베트족 주민들이 하다(티베트에서 환영을 뜻하는 흰 천)를 들고 시 주석을 열렬히 환영하는 장면을 내보냈다.


이날 중국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영상에는 시진핑 주석이 현지 주민들에게 티베트어로 "따시델렉('행운을 빈다'는 티베트식 인사표현)"이라고 인사하며 “시짱의 모든 지역과 모든 민족은 미래의 행복한 삶을 향해 행진할 것”이라고 말하는 장면도 담겼다.


한편, 자유아시아방송(RFA)는 소식통을 인용해 시 주석의 방문에 따라 라싸 주민들의 이동과 공장 등은 폐쇄됐으며 라싸의 상징이자 달라이라마의 겨울 거처인 포탈라궁이 하룻동안 폐쇄됐다고 전했다.


[중국이 극도로 민감하게 여기는 지역인 티베트]


중국은 1950년 티베트에 군대를 파견해 라싸를 점령을 한 다음 이듬해인 1951년 5월 23일 '티베트 평화해방 협의' 조약을 맺고 사실상 티베트를 병합하면서 자치구를 세웠다. 명분은 ‘티베트 인민 해방’이었다.


그러나 1959년 티베트 종교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를 중심으로 반중(反中) 봉기를 일으켰다. 그 봉기는 실패했고 달라이 라마는 히말라야를 넘어 인도로 망명해 망명 정부를 세웠다.


이후로 티베트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 등은 중국이 티베트를 강제 병합한 것이라며 분리 독립을 요구하고 있다. 티베트는 신장위구르자치구와 마찬가지로 중국이 극도로 민감히 여기는 지역이다.


[시진핑은 왜 티베트로 갔을까?]


시 주석의 티베트 방문 배경을 둘러싸고 각종 해석이 나온다.


시 주석이 티베트를 방문한 표면적인 이유에 대해 SCMP는 “시진핑 주석이 티베트 병합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며, “티베트 시찰은 지역 안정과 개발, 환경 보호에 초점을 맞췄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는 대외적인 명분일 뿐이고, 시 주석이 1000년만의 홍수라는 허난성 재난 현장에도 가지 않으면서 티베트를 굳이 방문한 것은 정말 중요한 다른 이유가 있다.


*이유1: 미국에 대한 경고의 의미


시 주석이 티베트를 방문한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오는 25일로 예정된 미 국무부 ‘넘버2’인 웬디 셔먼 부장관과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간의 고위급회담을 앞두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에 중국의 핵심 이익을 건들지 말라는 엄중한 경고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티베트, 신장(新疆) 위구르, 홍콩 등 중국 내 소수민족 인권과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하며 중국을 압박해 왔다.


그런데 시 주석의 이번 티베트 방문은 바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진영의 공세(攻勢)를 차단하려는 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미국 등에게 “티베트는 중국의 핵심이익이니 건들지 말라”는 메시지를 이번 방문을 통해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또한 시 주석이 티베트를 방문함으로써 티베트 지역경제 발전, 탈빈곤, 종교, 문화 보호, 민족 단결 등 다방면 성과를 대대적으로 내세우며 서방국의 인권 탄압 우려를 불식시키려 했다는 의미다.


*이유2: 달라이 라마 후계자에 대한 개입 금지 경고


티베트 문제는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를 언급하지 않고는 진전될 수가 없다. 국제사회가 티베트 문제를 꺼내드는 중요한 고리가 바로 달라이 라마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7월 6일, “국제적인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가 티벳 남부에서 열린 비밀 재판에서 티베트 승려 4명이 20년형을 선고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했다”고 일본의 니케이아시아(Nikkei ASIA)가 보도해 파문이 일었다.


휴먼라이츠워치에 의하면 “지난 2019년 9월, 중국 당국이 네팔 국경과 가까운 티베트 자치구에 있는 텡그로 수도원을 급습해 달라이 라마와 관련된 사진과 종교 서신 등 개인 소지품들이 압수되었고, 이 문제로 인해 20명 이상의 승려와 수도자들이 구금되어 고문을 받았다”는 것이다.


“최근 대부분의 승려와 수도사들은 석방이 되었지만 최갈왕포 승려는 20년형을, 그리고 다른 3명은 각각 19년, 17년, 5년을 선고받았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이유는 달라이 라마와 정신적 교류를 이어 왔다는 이유였다.


휴먼라이츠워치의 이번 발표는 달라이 라마에 대해 중국 당국이 얼마나 큰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지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바로 그 달리이 라마를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만나겠다”고 밝혔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티베트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인도까지 나서서 달라이 라마를 언급하면서 중국의 신경을 곤두세우게 하고 있다. 인도의 모디 총리는 지난 7월 6일(현지 시각)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달라이 라마의 86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그와 전화 통화했다”며 “오래 건강하게 살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인도 매체인 더프린트에 따르면 모디 총리가 달라이 라마와 공개적으로 소통한 것은 2015년 이후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인도가 중국이 민감해하는 ‘달라이 라마 카드’로 중국을 자극하는 모양새를 보인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 달라이 라마가 올해 86세 생일을 넘기면서 후계자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현재의 달라이 라마가 14대(代)인데 미국을 비롯한 서방진영은 이 후계자 선정을 현재 달라이 라마에게 전적으로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중국은 중국 법에 따라야 정부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관여해 15대 달리이 라마를 세워야 티베트 문제도 진정될 수 있다고 보는 반면 미국을 비롯한 서방 진영에서는 중국이 관여하면 허수아비를 세우게 될 것이고 이는 현 달라이 라마의 뜻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미 국무부는 올해 86세인 14대 달라이 라마의 후계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중국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티베트 문제에 대한 미국의 개입은 내정간섭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이번 시진핑 주석의 티베트 방문도 바로 이러한 달라이 라마 후계자 선정 문제도 걸려 있는 상황이라 티베트 주민들의 호의를 얻고자 하는 목적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위해 시 주석은 대규모 인프라 건설 지원을 통해 티베트의 경제 성장률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티베트인들의 호의를 얻기 위함이다. 실제로 중국 공산당은 티베트에 대한 대규모 인프라 건설 투자를 통해 티베트의 생활 수준을 인근 성인 쓰촨, 윈난, 칭하이 성과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 올린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특히 시 주석이 22일 철방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승려들에게 “티베트 불교가 사회주의에 적응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던졌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티베트 불교의 중국화 정책을 펼치고 있는 시 주석의 의중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달라이 라마는 인도에 망명정부를 세우고 독립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티베트 불교의 서열 2위인 판첸 라마는 중국의 귀의해 중국의 명을 따르고 있다. 시 주석은 판첸 라마를 통해 티베트 불교의 중국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판첸 라마는 시 주석의 방문을 앞두고 이달 초 미리 티베트를 방문해 시 주석 방문 환영 분위기를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 3: 인도에 대한 경고


티베트가 인도와 접경 지역이라는 점도 시 주석의 방문에 고려 요소가 된 것으로 보인다. 티베트는 인도와 접경지역에 위치해 군사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다.

지난해 중국과 인도는 6월엔 접경 지역서 중국·인도 군대간 충돌이 벌어져 100명 가까운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다.


특히 인도의 모디 총리가 달라이 라마를 언급하면서 시진핑 주석의 심기를 건드린 것도 티베트 방문의 주요 동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시 주석은 지난해 8월 중국공산당 중앙 티베트 업무 좌담회 석상에서 “티베트 분리주의에 맞서 정치·이념 교육을 강화하고 안정성을 유지하는 확고한 요새를 건설해야 한다”며 “이 지역에서 공산당 역할을 강화하고, 티베트 불교도 사회주의와 중국 상황에 적응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영토 수호가 최우선 과제”라며 “국경 방어를 강화하고, 국경 안보를 보장해 항구적 평화를 보장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날 시진핑 주석이 군 수뇌부인 장유샤(張又俠)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을 대동하고 티베트를 시찰한 것도 인도에 경고성 메시지를 날린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서방진영에서 티베트 문제가 자꾸 언급되면서 인도 북부 다람살라에 망명해 있던 달라이 라마와 외부 세력들이 본격적으로 독립운동을 재개할 수도 있다는 심증하에 시 주석이 이를 제압하고 더불어 인도 정부에 대해서도 경고하는 의미로 티베트를 방문했다는 것이다.


*이유 4: 허난성 재난이라는 악재를 덮기 위해


시진핑 주석이 티베트를 깜짝 방문한 또 다른 이유 중의 하나는 지난 17일부터 중국 중부 허난(河南)성 일대에 “1000년 만”이라는 기상 관측 사상 최악 폭우가 내리고, 지하철에 타고 있던 승객 12명이 익사하는 등 큰 피해를 당해 민심이 흉흉한데 따른 국면 전환용 방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물론 티베트 방문이 오래 전부터 예정되어 있었다 할지라도 허난성에서의 재난 상황은 당연히 최우선적으로 다루어야 하고 시 주석이 최우선적으로 방문해 위로도 하고 격려도 해야 옳을 것이다.


그러나 시 주석은 국가적 재난 현장을 방문하지 않고 티베트로 갔다. 지난해 충칭을 비롯한 남부지역의 대홍수 때도 시 주석은 재난 현장을 방문하지 않았다. 대신 리커창 총리가 장화를 신고 현장에 갔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시 주석은 재난 현장은 극구 피하면서 티베트로 갔다. 그러면서 관영 언론들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당연히 이 뉴스로 인해 허난성의 재해는 한참 뒤로 밀려났고 축소됐다.


이는 시진핑 주석의 이미지 고양을 위한 정략적 일정 기획이라 볼 수밖에 없다. 더불어 인민의 고통이나 재난보다 당장 티베트 문제로 인해 국제사회가 보내는 압력을 회피하는데 더 관심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국의 티베트 인권 탄압 본질은 사라지지 않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달라이 라마가 출생한 지역인 칭하이의 티베트 수도원 라리에서는 사방을 감시할 수 있는 CCTV와 시진핑 주석의 대형 초상화 아래서 기도의 바퀴를 돌리고 있다”면서 티베트 불교의 현실을 보도한 바 있다.


그러면서 WSJ은 “중국은 630만명의 티베트인들을 중국에 동화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으며 그들의 정신적 종교인 티베트 불교 사원은 이미 사찰이 아닌 박물관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은 지금 티베트 고유 문화를 완전히 말살하고 있으며 해외의 티베트인들과의 교류를 강력하게 막고 있다”고도 했다.


WSJ의 이 보도는 중국이 티베트를 뭐라고 포장하든 그 본질은 여전히 인권탄압이고 종족 말살정책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이 중국의 실체이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hytimes.kr/news/view.php?idx=9113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북한더보기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