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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美로부터 철퇴 맞은 시진핑의 ‘여우 사냥’ - 中, 지난 6년간 반체제 인사 2200여명 여우사냥 - 미중관계 악화로 여우사냥도 벽에 부딪쳐 - 시진핑 정적과 반체제 인사들 잡기 위한 목적
  • 기사등록 2021-07-23 14:00:35
  • 수정 2021-07-23 16: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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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여우사냥 작전 연루, 美 9명 기소]


“중국을 떠나 반체제 활동을 하는 인사들을 협박해 중국으로 돌려보내는 불법 공작을 벌인 혐의로 미국 법무부가 중국 검찰을 포함해 9명을 기소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3일 보도했다.


이들은 중국을 떠나 미국에 거주하는 반체제 인사의 본국 송환을 추진하는 여우사냥작전을 조직적으로 지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특히 합법적 채널을 통하지 않고 당사자와 가족을 감시하고 협박하는 수법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


미 법무부의 기소장에 따르면 이번에 추가로 기소된 중국 검찰 ‘투란’의 경우, 반체제 인사의 아버지를 미국으로 데려와 “당신이 귀국하지 않으면 아버지를 포함해 온 가족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면서 성인이 된 딸의 추행 위협과 함께 회유를 시도하기도 했으며 지속적으로 협박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번에 기소된 피고인 중 일부는 뉴저지의 반체제 인사의 집에 문을 두들기면서 강제로 침입하려고도 했으나 실패하자 그 반체제 인사의 집 앞에 “만약 네가 본국으로 돌아가 10년을 감옥에서 보낸다면, 너의 아내와 가족은 무사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붙여놓기도 했다.


미 법무부는 공소장에서 “중국의 대리인으로 활동하는 피고인들이 반체제 인사들을 중국으로 데려가기 위해 표적이 된 미국 거주자들을 괴롭히고 위협하는 불법적이고도 은밀한 작전을 수행했다”고 적시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작전 대상들이 횡령과 뇌물수수, 직권남용 등 부패에 연루됐다고 주장하지만, 미 당국은 이들이 시진핑 체제에 대한 비판자거나 반체제 인사라고 보고 있다.


이번에 기소된 중국인들에게는 수십 년형의 선고가 내릴 수 있다고 AFP는 보도했다. 한편 워싱턴 주재 중국 대사관은 이 사건에 대한 질의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


[中, 지난 6년간 반체제 인사 2200여명 여우사냥]


그렇다면 중국의 이러한 여우사냥은 언제부터 시작됐으며 과연 얼마나 큰 실적을 올렸을까?


지난 2013년 3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고지도자에 오르자마자 강력한 반부패운동을 벌였다. 그때 나온 말이 “호랑이와 파리를 모두 색출해 엄벌하자”는 것이었다. 여기서 ‘호랑이’란 부패한 고위직 공무원을 뜻하는 말이고, ‘파리’란 하위직 공무원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다가 2014년 7월에는 여기에 한 부류가 더 추가됐다. 바로 해외로 도피한 부패 정치인과 경제사범이었다. 중국 공안은 이들의 본국송환 프로젝트를 벌이며 작전명을 ‘여우사냥(獵狐)’이라고 붙였다. 다시말해 ‘여우사냥’이라는 명칭은 언론에서 만든 말이 아니라 중국 정부 당국이 공식적으로 쓰는 용어라는 것이다. 이를 '천망행동'(天網行動)이라고도 한다.


중국 공안은 과거 30년간 해외로 도피한 관료 4,000여명과 국유기업 관계자 등 1만8,000여명을 대상으로 삼고 대대적인 사냥에 나섰다. 경제와 법률, 외국어 실력까지 겸비한 최정예 멤버들을 4인1조로 구성해 60여 국가에 파견했다. 이들은 2014년 하반기에만 680명을 찾아낸 데 이어 이듬해인 2015년에도 857명을 붙잡아 중국으로 송환했다.


중국 당국은 이러한 작업을 홍보하기 위해 지난해 4월에는 ‘여우사냥’이라는 제목의 드라마로 만들어 베이징위성TV와 둥팡위성TV를 통해 방영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15일 홍콩 매체 명보(明報)는 “중국 공산당 사정·감찰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국가감찰위원회가 2014년부터 2020년 10월까지 120여개국으로 도망친 총 8천363명을 송환시켰다”고 보도했다.


이들 중에는 공산당원과 정부관리 2천212명과 인터폴 적색수배자 357명, 중국이 발표한 '적색 지명수배자 100명'(百名紅通) 중 60명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정부 당국은 이들을 중국으로 송환하면서 불법자금이라는 명목으로 208억4천만위안(약 3조 4천874억원)도 압수했다.


그러나 이들의 여우사냥은 폭행과 고문, 가족 인질 같은 무리한 방법이 사용되면서 전 세계의 인권 단체들의 비판을 불러오기 시작했다. 또한 해당국의 형법 절차를 무시하다가 마찰을 빚기도 했다.


미 국무부는 2015년 8월 이런 식의 추적 작업을 즉각 중단할 것을 중국 측에 요청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중국 요원들이 미국 사법당국에 사전 통보를 하지 않고 미국 내에서 이런 식으로 부패사범 추적 작업을 벌이는 것은 범죄 행위라는 것이었다.


[미중관계 악화로 여우사냥도 벽에 부딪쳐]


그러나 중국의 이러한 여우사냥은 미중관계가 악화되면서 벽에 부딪쳤다. SCMP는 지난해 11월 29일, “미중 관계 악화로 중국의 반체제 인사·범죄 도피자의 본국 송환 계획인 일명 '여우사냥'도 차질을 빚고 있다”면서 “중국이 송환을 강력하게 원하는 반체제 인사 '적색 지명수배자' 중 35명이 미국·캐나다·뉴질랜드·호주·영국 등 영어권 5개국 기밀정보 공유동맹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중국과 미국의 관계가 악화해 송환이 난관에 봉착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가 2015년 발표한 수배자 톱 100명 중 아직 40명이 본국으로 송환되지 못했는데 이중 35명이 '파이브 아이즈'에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 19명으로 가장 많이 있고, 캐나다와 뉴질랜드에 각각 6명, 호주에 3명, 영국에 1명이 있다.


바로 이들에 대한 여우사냥을 하다가 이번에 미국 정부에 의해 또다시 문제가 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왕장유(王江雨) 홍콩 시티대 법학과 교수는 “여우사냥 같은 업무는 적법성 못지 않게 국제 법 집행기관 간 상호 선의에 의존해야 한다”면서 "2018년 이전 중미 관계가 정상적이었을 때는 관련 협력이 효과적으로 진행됐지만 전례없는 긴장 상태인 지금은 그러한 선의가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그러한 여우사냥을 지원하기는커녕 지난해 10월에는 미국에서 여우사냥 작전을 수행하면서 협박과 괴롭힘을 일삼은 혐의로 중국인 8명을 기소하기도 했다. 기소된 8명 중 5명은 체포 상태이며 3명은 중국에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들은 합법적 목적으로 해외 체류 반체제 인사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처럼 조작됐으나 실상은 감시와 협박을 통한 본국 송환을 목적으로 활동했다는 게 미 당국의 판단이다.


당시 존 디머스 법무부 국가안보 담당 차관보는 회견에서 "우리는 중국의 여우사냥 작전을 뒤집어 놨다. 쫓는 자들은 쫓겼고 추격하던 자들은 추격받았다"며 "미국은 우리 영토에서 이런 악질적 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 당시 크리스토퍼 레이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도 지난해 7월 7일 워싱턴DC에 있는 보수 싱크탱크 허드슨 연구소 강연에서 “시진핑 주석이 반부패운동을 명분으로 ‘여우사냥’을 벌여왔지만 실상 정치 라이벌과 반체제 인사 등 위협 인물을 쓸어버리려 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었다.


레이 전 국장은 이날 강연에서 “이들 여우사냥팀이 중국내 가족을 인질로 잡기도 하지만 반체제 인사들을 귀국시키기 위해 전율하게 만드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고 비판했다.


다시 말해 “사람을 미국으로 보내 귀국 종용 대상자의 가족을 접촉하고, 이들을 통해 대상자에게 ‘두 가지 옵션이 있다. 바로 귀국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자살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것이다. “이를 거부하면 과거엔 가족들을 위협하거나 협박하고, 중국에 있는 일가를 인질로 잡기도 했다”고 레이 국장은 밝혔다.


그는 “미국 시민권자와 영주권자를 포함한 수백명이 피해를 입었다”면서 “자신이 중국 정부의 목표물이 됐다고 생각되는 분들은 반드시 FBI에 연락해달라”고 했다.


중국은 이에 대해 자국이 반체제 인사가 아니라 해외로 도피한 부패 사범을 추적하고 있는 것이라며 반발했지만 미국은 이들이 합법적 채널을 통하지 않은 채 중국 반체제 인사와 가족을 감시하고 협박하는 수법을 썼다고 반박한 것이다.


[반체제인사인가, 아니면 부패한 도피사범인가?]


지난 2018년 10월 국제형사경찰기구(ICPO) 인터폴의 멍훙웨이 총재가 실종 2주 만에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멍 총재는 지난 2018년 9월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모국인 중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은 뒤 행방이 묘연했던 가운데, 10월 7일 자정쯤 중국 당국이 그를 구금 중이라는 사실을 발표한 것이다.


그런데 멍 총재가 인터폴 총재에 선출된 것은 지난 2016년 11월이었는데, 중국인이 인터폴 총재에 선출된 것은 멍 총재가 처음이었으며,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와 후원 덕분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는 시진핑 주석의 ‘여우 사냥’(해외 도피범 소환) 작전이 성공하려면 인터폴의 협조가 꼭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핵무기 정보 등을 들고 미국으로 도피한 링완청(令完成)이나 미국에서 지도부의 비리 의혹을 폭로하는 부동산 재벌 궈원구이(郭文貴) 등을 본국으로 송환하는 작업을 돕기 위해 멍훙웨이를 인터폴 총재로 밀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앰네스티 등 인권 단체는 멍 총재가 인터폴 총재에 임명됐을 때부터 그의 임명을 반대했다. 인권 단체들은 중국 당국이 멍 총재의 직위를 국외 도피자의 본국 송환에 이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으며, 실제 인터폴은 중국 지도부의 비리를 폭로한 부동산 재벌 궈원구이에 대해 적색 수배령을 내렸다.


또한 인터폴의 국제 체포영장인 적색수배 명단에 포함된 중국인 숫자는 멍훙웨이가 총재에 오른 이후 급격히 늘어 2017년 기준 200여명에 달했다.


그런 그가 2014년 실각한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의 부패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시진핑의 중국 정부는 그가 인터폴이라는 국제기구의 수장임에도 불구하고 구금해 버린 것이다. 시진핑의 정적과 같은 편이라는 사실로 모든 것을 다 뒤집어 버린 셈이다.


멍훙웨이는 결국 지난해 1월 20일 뇌물수수 혐의로 법원에서 징역 13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에 대해 일부 홍콩 매체는 중국 현 지도부가 저우융캉(周永康) 전 상무위원의 파벌로 분류된 멍훙웨이를 제거하려 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멍훙웨이 총재를 통해서도 드러났지만 여우사냥을 하는 대상이 단순한 부패사범이 아니라 시진핑의 정적이라든지 아니면 반체제 인사들을 잡기 위한 목적이었음이 명확하게 드러난 셈이다.


이를 위해 멍훙웨이를 인터폴의 수장으로 앉히기까지 했으나 결국 미중간 충돌이 시작되면서 여우사냥이 벽에 부딪치자 멍훙웨이의 효용성도 다했다고 생각하고 중국 정부가 190개 회원국을 거느린 인터폴의 수장마저도 마음대로 구금하고 또 처벌대에 올려 버린 것이다.


목표를 위해서라면 납치도 불사하는 중국, 결국 시진핑의 ‘반부패(反腐败), 청렴정(倡廉政∙청렴한 정치를 창도하는)’ 운동은 시진핑의 정적 세력의 제거를 통해 권력 기반을 강화하려는 또다른 중국판 적폐청산이었음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이를 미국도 뒤늦게 인지하고 중국의 여우사냥에 철퇴를 가한 것이다. 이것이 중국의 민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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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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