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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쿠바의 반정부 시위, “독재 타도, 자유를 달라!” - 공산주의 쿠바, 27만만에 40개 도시에서 최대 반정부 시위 - 강경 대응에 나선 쿠바 정부, “모든 게 미국 탓” - 미국, “시위 지지, 쿠바에 시위탄압 폭력 자제 촉구”
  • 기사등록 2021-07-14 23:20:10
  • 수정 2021-07-15 08: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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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주의 국가 쿠바, 27년 만에 반정부 시위]


공산주의 국가 쿠바의 민심이 드디어 폭발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쿠바의 수도 아바나의 국회의사당 앞에 마스크를 쓴 수 천 명의 인파가 모여 머리 위로 손뼉을 치면서 “독재 타도! 자유! 자유!”를 외치며 정부를 비판하는 시위를 벌인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의 외신에 따르면 쿠바 전역에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고, 트위터를 중심으로 ‘#비바쿠바리브레(자유 쿠바 만세)’‘#SOS쿠바 등의 해시태그가 줄을 이뤘으며, “우리 아이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다!”고 절규하는 한 여성의 영상도 SNS에 올랐다.


뉴욕타임스(NYT)도 “아바나 남서부의 산안토니오 데 로스바뇨스 지역에서 시위대가 행진하는 장면이 페이스북에 한 시간가량 생중계됐다가 곧 삭제됐다”고 전했다.


또한 “북부 연안의 카데르나스와 중부 카마퀘이에선 수천 명의 시위대가 공산당 간부와 경찰 차량을 뒤집고 환호했다”고 NYT는 전했다.


문제는 이러한 시위가 수도 아바나를 비롯해 산티아고, 산타클라라 등 전국 주요 도시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시위 동영상이 퍼지면서 다른 지역의 시위까지 촉발하는 양상이 뚜렷했다. 11일만 하더라도 시위가 벌어진 지역은 40곳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공산국가 쿠바에서의 이러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는 1994년 이후 27년 만에 처음이며 규모는 1994년의 시위를 이미 넘어섰다.


[강경 대응에 나선 쿠바 정부, “모든게 미국 탓”]


쿠바 시민들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대해 쿠바 정부는 즉각 특수부대 차량과 최루탄 스프레이, 곤봉을 든 경찰이 배치되면서 강력 대응했고 이로인해 긴장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이날 축구 경기 중계를 끊고 긴급 송출한 TV 연설에서 “쿠바인들은 미국 정부가 현재 상황의 주요 책임자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시위의 원인을 미국에 돌린 것이다.


다시말해 카스트로가 집권한 1959년부터 미국이 강도 높은 봉쇄를 실시한 탓에 경제난이 발생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또 누구도 상황을 조작할 수 없도록 전투 명령을 내렸다”며 시위대를 강경 진압할 뜻을 밝혔다.


미겔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쿠바 당국은 소셜미디어를 시위 선동의 수단으로 지목하고 연결을 차단하는 한편, 거리에 경찰 순찰을 늘리고 시위 참가자 등을 무더기로 잡아들이고 있다.


11일 “쿠바 전역에서 일어난 시위 이후 독립 언론인과 반체제 인사 등 100여 명이 체포됐다”고 현지 활동가 등을 인용해 AFP통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예술인 등을 중심으로 한 쿠바 반체제 단체 산이시드로운동은 이날 트위터에 시위 이후 당국에 체포됐거나 사라진 이들의 명단을 공유했는데 100명을 훌쩍 넘었다.


21세 아들의 행방을 찾기 위해 수도 아바나의 경찰서를 찾은 50세 여성은 "(경찰들이) 집으로 와서 아들에게 수갑을 채우고 때렸다. 셔츠도 못 입고 마스크도 못 쓴 채로 끌려갔다"고 말했다고 AFP가 13일 보도했다.


특히 체포된 이들 중엔 스페인 일간지 ABC 등에 기사를 쓰는 쿠바 국적 기자 카밀라 아코스타(28)도 포함돼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1일 시위 현장을 취재했던 아코스타는 그 다음날 체포됐는데,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스페인 외교장관은 쿠바 정부를 향해 "자유롭고 평화롭게 시위할 권리"를 존중하라고 촉구하며, 아코스타를 즉시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아코스타는 마지막 트윗에서 "쿠바인들은 크게 외쳤고 이제 두려움도 잃었다. 이제 권력을 내려놓도록 그들(정권)을 압박할 때다. 여기서 물러나면 앞으로 더 오랫동안 독재를 겪어야 한다"고 썼다.


또한 쿠바의 배우 겸 유튜버인 디나 스타스가 스페인 방송과 화상 인터뷰를 하던 중에 체포되는 일도 벌어졌다. 그는 생방송 도중 "밖에 경찰이 왔다"며 자리를 비웠고, 이후 돌아와 "내게 무슨 일이 벌어지든 정부의 책임이다. (경찰이) 함께 가자고 한다"며 카메라를 껐다.


그리고 바로 직후 스타스가 경찰 두 명과 함께 차량에 올라 떠나는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와 체포되었음이 확인되었다. 그는 11일 시위 현장을 스케치한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무차별 체포와 함께 소셜미디어 접속 차단도 이어졌다. 인터넷 모니터링업체 넷블록스는 “쿠바가 12일(현지시간)부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 텔레그램 등 소셜미디어와 메시지 앱의 접속을 차단해 현재까지 접속 장애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쿠바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사위도중 부상당한 시민 [사진=Truthbrtold 트위터]

[쿠바에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난 이유?]


이번 쿠바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는 결국 고질적인 경제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코로나 팬데믹까지 겹치면서 민심이 폭발한 것이다. 반정부시위를 하면 ’반(反)혁명 범죄‘로 간주해 엄벌에 처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시위가 벌어졌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쿠바 헌법에는 사회주의 국가 건설의 목표나 공산당의 결정에 반하는 그 어떤 행동이나 자유도 용인되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다. 이를 알면서도 쿠바 민중들은 반혁명분자로 몰려 감옥으로 갈 위험을 무릅쓰고 거리로 나섰다는 뜻이다.


특히 “아바나와 산티아고 등 대도시는 물론, 기관원이 시위대의 신원을 쉽게 특정할 수 있는 소규모 마을들에도 시위가 확산한 것은 쿠바에 축적된 분노의 수준이 예상보다 매우 심각함을 보여준다”고 영국의 BBC 방송이 13일 전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미국의 경제 제재로 인한 장기적인 경기침체에 더해 코로나19로 쿠바의 주요 수입원인 관광업이 마비되면서 민심이 폭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실 쿠바의 경제는 한마디로 엉망이다.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병원에 가더라도 그렇고 심지어 식료품을 얻기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서는 게 일상이 됐다. 그만큼 모든 것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위대는 잦은 정전, 의약품과 식량 부족 등을 규탄했다. 이날만 하더라도 아바나에서만 6시간 동안 정전이 발생했다.


여기에 코로나에 대처하는 쿠바 정부에 대한 불신도 이번 시위의 주 요인이 됐다. 쿠바는 풍부한 의료 인력과 엄격한 통제 덕분에 코로나19 초기에는 비교적 잘 대처했지만 최근 일일 신규 확진자가 연일 6~7000명대를 기록하며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국제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12일 기준 누적 확진자 또한 약 24만 명에 달한다.


이러한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이어지다보니 국민들의 주 수입원이던 관광산업까지 끊기면서 가장 기본적인 먹고 사는 문제가 위태롭게 되었고, 여기에 주요 수출품인 설탕도 사탕수수 작황 악화로 생산량이 예상보다 크게 급감했다. 그러다보니 이런 이유로 쿠바의 외환보유고는 사실상 바닥이 났다. 결국 이러한 극한의 상황이 체제에 대한 분노로 전환되면서 대규모 시위로 번져간 것이다.


FT는 이에 대해 “지난 2018년 집권한 미겔 정부는 화폐 개혁 등 개혁을 시도했지만,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오랜 기간 이어진 경제난에 더해 인터넷의 보급은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시민들의 입을 열어줬다. 2018년부터 모바일 인터넷 접속이 가능해진 쿠바인들은 시위를 조직해 사진과 영상을 찍어 스마트폰으로 공유하며 결속력을 다지고 있다.


특히 인터넷 보급 이후 당국의 일방적인 프로파간다(선전)도 예전처럼 국민들에게 먹혀들지 않고 있다고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다.


뉴욕 바루크대학의 라틴 아메리카 전문가인 테드 헨켄은 “쿠바에서 모바일 인터넷 접속이 처음 가능해진 것도 2018년 말 쿠바 국영 통신업체가 데이터 서비스를 개시한 이후로 현재는 쿠바 국민의 절반 이상이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헨켄은 이어 “인터넷을 통한 정기적인 행사나 시위 조직 등이 가능해지자 쿠바 정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소셜 미디어 접속을 차단해왔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쿠바 정부 당국은 정보화기기와 마인드로 무장한 사람들로 시위대의 세가 불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소셜미디어를 속속 차단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것이 현지에서 소식을 전하는 매체들의 보도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수백만 명의 쿠바인들은 자신들의 생전에 전혀 본 적이 없는 수준의 시위를 목도하고 있다"면서 "시민들이 공포를 극복하고 변화의 열망을 표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쿠바에 시위탄압 폭력 자제 촉구”]


미국의 바로 코 앞 쿠바에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쿠바 정권을 향해 “국민의 반(反)정부 시위를 억누르기 위한 시도나 폭력을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쿠바에서의 시위는 놀랄만한 일이었다”면서 "쿠바 국민은 독재 정권으로부터 자유를 요구하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는 이런 시위를 오랫동안 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보편적 권리를 주장하는 쿠바 국민을 굳건히 지지한다”면서 "우리는 쿠바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를 잠재우려는 시도나 폭력을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도 "우리는 쿠바 국민을 지지한다"며 “권위주의 정권의 수십 년 압제와 경제적 고통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고 싶어하는 국민의 메시지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평화 시위를 하고 자유롭게 미래를 결정할 권리 등은 존중돼야 한다”면서 "미국은 쿠바 정권에 스스로 배를 불리는 대신 이런 중요한 순간에 국민의 필요를 충족시키고 국민에 귀 기울일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AP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과거 부통령 시절 상관이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쿠바에 대한 경제 제재를 완화하면서 수십 년에 걸친 미국과 쿠바 사이의 긴장을 완화하려 했던 것과는 뚜렷한 어조 변화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는 지난 대선 당시 쿠바계 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플로리다주에서 사회주의 반대를 강조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던 것을 의식한 발언인 것으로 평가된다.


쿠바내 시위와 관련해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쿠바 정부가 진압을 위해 폭력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11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미국은 표현의 자유와 쿠바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를 지지한다"며 "자신들의 보편적 권리를 주장하는 평화 시위대를 겨냥한 어떤 폭력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도 "기술과 정보 통로 차단은 쿠바 국민의 정당한 요구와 열망에 대처하는 방식이 전혀 아니다"라며 “쿠바 지도자들이 모든 통신 수단을 개방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존중하라”고 말했다.


한편, 쿠바 출신 이민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미국 마이애미를 비롯해 멕시코, 브라질, 페루, 스페인 등 쿠바 밖에서는 지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공산국가인 쿠바에서 1959년 혁명 이후 처음이었던 1994년의 시위도 극심한 경제난이 원인이었는데, 당시는 이번 시위와 달리 수도 아바나에서만 일어났고 경찰에 빠르게 진압됐다.


그러나 민심 이반으로 인한 이번의 대규모의 시위는 과연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까? 전 세계의 이목이 쿠바에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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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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