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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中 MZ세대의 탕핑문화 확산에 당황한 시진핑 - 특권계층이 된 공산당에 대한 반감 표출된 탕핑주의 - ‘시진핑을 눕힌다’는 뜻도 있어 中 정부 발칵 뒤집혀 - 中 핵심 지지계층의 반란, 공산당 지도부 당혹
  • 기사등록 2021-07-08 14:05:17
  • 수정 2021-07-08 16:2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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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탕핑족을 보여주는 일러스트 [사진=웨이보 캡쳐]


[중국의 MZ세대, ‘탕핑’에 빠지다]


1980~90년대 초반 출생한 밀레니엄 세대와 90년대 중반~2000년대 초 태어난 Z세대를 가리키는 ‘MZ세대’가 중국에서도 화제다. 중국에서는 이들을 ‘주링허우(九零後·1990년대생)’와 ‘링링허우(零零後·2000년대생)’ 세대라고도 부른다.


원래 주링허우와 링링허우가 중국 공산당 핵심 지지층이었다. 19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때 가슴 철렁했던 중국 공산당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념 교육을 강화한 첫 세대이기 때문이다.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를 민족주의 이데올로기로 대체하여 애국주의로 무장된 이들은 당연히 철저한 시진핑 지지자가 되어야 옳다.


그런데 지금 이들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공산당이 이룬 경제적 성과가 세대간·계층간 불평등을 심화시키면서 오히려 공산당과 시진핑 주석으로부터 등을 돌리는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국의 MZ세대 바람은 중국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끈다. 그래서 외신들도 중국의 MZ세대에 깊은 관심을 가지면서 연일 중국의 MZ세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요즘 중국의 MZ세대를 가르키는 대표적인 단어가 바로 ‘탕핑(躺平, 당평)’이다. ‘탕핑’은 문자 그대로는 ‘평평하게 눕는다’는 뜻이다. 열심히 일할 필요 없이 그저 눕는 게 현명하다는 뜻이 담긴 신조어다.


이는 한국에서도 널리 퍼져 있는 개념이기도 하다. 지난 3월 삼성그룹에서 노사간 임금교섭이 결렬되자 MZ세대들은 사내게시판에 이른바 ‘드러눕기(●▅▇█▇▆▅▄▇)’ 이모티콘을 앞세워 항의성 글들을 쏟아낸 바 있다. 디지털 공간에서의 집단시위 개념으로 그렇게 글들을 올린 것이다.


바로 이 드러눕기 이모티콘은 머리 모양의 ‘원’과 몸통·팔·다리를 닮은 ‘사각형’ 10개 정도를 조합해 사람이 누워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만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드러눕기’가 중국에서는 ‘평평하게 드러누워 살자’는 뜻의 ‘탕핑’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퍼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국에서는 지난 5월 31일 중국 최고 권력기구인 중앙정치국이 셋째 출산 허용 정책을 발표한 뒤 젊은이들 사이에 탕핑 운동이 거세게 번져가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가 청년들의 힘든 삶은 외면한 채 애를 많이 낳으라고 주문하자 중국이 MZ세대들이 거칠게 반항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 정부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반응이었다.


다시말해 경제적 성과가 특정 계층에 집중되고 불평등이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아이 출산은 고사하고 취직과 결혼조차도 힘든 현실을 이미 특권 계층이 되어 버린 공산당이 자신들의 세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것이 공산당에 대한 반감으로 표출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주링허우, 링링허우의 ‘탕핑주의’다.


그러다보니 ‘탕핑’이라는 단어는 이제 중국의 MZ세대를 상징하는 신조어가 되면서 올해 중국 최고의 유행어가 되어버렸다.


이에 대해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중국이 경제발전을 지속하기 위해 장려하고 있는 일과 소비에 대한 태도, 행동양식을 젊은이들이 거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탕핑족의 시초가 된 글. [사진=웨이보 캡처]


[‘탕핑’의 시대적 의미]


원래 중국에서 ‘탕핑’이라는 단어는 지난 4월 중순 ‘호기심 많은 여행가’란 필명을 쓰는 청년이 웨이보에 올린 글에 처음 등장한 뒤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글을 올린 청년은 "드러눕는 것이 곧 정의"라며, 2년간 일하지 않고 최소한의 돈으로 침대 위에서 누워 지내는 자신의 '탕핑하는 삶'이라면서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 청년은 “더 이상 아등바등 살지 않겠다”며 “집·차·결혼·아이·소비를 포기하겠다”고도 했다.


그러자 중국 네티즌들은 “나도 탕핑에 동참한다”면서 관련 그림과 글을 인터넷에 올리며 폭발적으로 호응했다. 이러한 ‘탕핑’이라는 단어의 대대적 확산에 대해 중국 젊은이들이 암울한 현실과 미래에 대한 자포자기 심정으로 동병상련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실 ‘탕핑’이라는 것이 ‘안빈낙도, 안분지족의 삶의 자세를 견지하는 중국 젊은 세대를 지칭하는 단어’이면서 더 많은 것을 가지기 위한 노력보다 적은 물질적 자원으로 최대한의 정신적 자유를 누리겠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현실에서는 경쟁이 심화된 현실 속에서 '낙오됐다는' 의미가 강하게 드러난다.


실제로 “열심히 일할 필요 없이, 최선을 다해 눕는 게 현명하다”, “어차피 직장이 없어도 매달 200위안(약 3만 5000원)만 있으면 살 수 있다”는 글들이 MZ세대들의 마음을 휘어잡으면서 자포자기에서 비롯된 극단적 안빈낙도의 삶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렇게 중국의 MZ세대들이 쓰는 ‘탕핑’이라는 단어에서는 노동을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물질적 풍요를 누리기 어려운 현시대의 무기력함과 자조, 그리고 반항의 색채가 묻어난다는 점에서 젊은이들의 불복종 운동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중국의 MZ세대가 탕핑에 빠지는 이유?]


그렇다면 중국의 MZ세대들은 왜 탕핑에 빠지는 것일까? 이유는 중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거대한 현실의 벽 때문이다.


중국의 대학 졸업자수는 지난 20여년간 해마다 증가해 왔는데 올 여름에도 900만명 이상의 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한다.


그러나 이들 대학 졸업자들의 봉급은 대체로 형편없다는 것이 문제다. 현지 컨설팅 회사 마이코스에 따르면 대학을 졸업한 뒤 치열한 구직경쟁을 뚫고 직장에 들어갔어도 2018년과 2019년 초봉 평균이 각각 월 4624 위안(약 79만원), 5440위안(93만원)에 그쳤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학 졸업자들이 좀 더 많은 급여를 받으려고 대학 학위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파격적인 일자리를 찾을 수밖에 없다.


5월 초, ‘중국청년보’라는 매체는 대학을 졸업한 일부 청년들이 돼지 농장에서 일자리를 찾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이 축산 농가는 대학 졸업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학사학위 소지자들에게 연간 12만~20만 위안(약 2040만원~3400만원), 석사학위 소지자들에게는 18만~30만 위안(약 3060만원~5100만원), 박사학위 소지자에게는 최소 30만 위안(약 5100만원)을 제시했다.


그만큼 일자리도 ‘바늘구멍’보다 좁기도 하지만 급여도 팍팍해 많은 중국의 젊은이들이 엄청난 현실의 벽에 부딪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지금 대외적으로는 경제가 활력을 찾고 있고, 성장률도 상당한 증가를 하게 될 것이라 말들 하지만 그 속은 사실 만만치가 않다. 일자리가 늘어나기는커녕 더욱 더 좁은 문이 되고 있는 것이 그러한 현실을 반영한다.


교육부가 올해 대학 졸업생의 숫자가 900만명을 넘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거의 절반 넘는 취업 희망자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몰락의 길로 갈 수도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그리고 이 추세는 내년이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런데 진짜 심각한 것은 상당수의 취업 희망자들이 일자리 면접을 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5월 29일, 상하이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은 베이징 출신의 한 취업 희망자의 예를 들면서 “일류대학 출신이 아니면 아예 면접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전했다.


영국의 BBC는 이에 대해 일자리를 구하는 중국 청년의 말을 인용해 “이력서를 보내는 것은 드넓은 바다에서 바늘을 건지는 것과 같았다”고 보도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아니 찾을 기회조차 거의 봉쇄된 상황이 이어지면서 중국의 젊은이들이 그야말로 암울한 절벽을 마주하고 있다.


그래서 나온 말이 있다. “올해 경기는 지난 10년 중 가장 나쁘다. 앞으로 10년 중에선 가장 좋은 해가 될 것이다.”


뭔가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는 사회, 막상 일자리를 잡아도 하루 하루 생계를 이어가기도 너무나도 힘든 사회, 그러다보니 빈부격차는 갈수록 극심해지면서 청년들은 그 암울한 미래를 ‘탕핑’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중국 정부가 마지막으로 발표한 2017년 지니계수는 0.467(한국 2019년 0.339)이다.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0.4를 넘으면 빈부격차가 상당하다는 의미다. 아마 그 후로 이 빈부격차는 더 극심해졌을 것이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더 이상 지니계수를 발표하지 않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당황한 중국, ‘탕핑’은 SNS 검색 금지어]


이렇게 ‘탕핑’이라는 단어에 중국의 MZ세대들이 격렬하게 반응하면서 젊은이들의 정서를 대변하는 단어로 급속히 전파되자 이를 심각하게 여긴 중국 정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당장 웨이보 등 소셜미디어에서 ‘탕핑’을 검색 금지어로 지정했다. ‘탕핑’의 영문 해시태그 #TangPing의 검색도 함께 금지됐다.


그리고 신화통신·환구시보 등 관영매체는 ‘탕핑은 부끄러운 일, 정의감은 어딨나(“躺平”可耻,哪来的正义感?)’라는 주제의 논평을 게재하면서 ‘중국의 경제 전망은 밝고, 탕핑주의는 고난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못 된다’라고 성토하고 나섰다.


심지어 지난 6월 7일 치러진 중국판 대입 수능 시험 ‘가오카오(高考)’의 논술 시험 주제로 ‘유소작위’(有所作爲, 할 수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행하며 성과를 취하고 그에 걸맞게 영향력을 드러낸다)’가 논제로 등장했다.


그 이유에 대해 관영 중국망은 “(해당 주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탕핑주의에 대한 당국의 반응으로 보인다”며 “사회가 젊은이들의 생활조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의 ‘탕핑’에 대한 강력한 제재는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나타났다.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앞두고 축하 분위기를 흐리는 행위를 차단시킨다”면서 타오바오, 징둥 등 중국의 대형 쇼핑 플랫폼에 ‘탕핑’이라는 글자가 프린트된 티셔츠나 자동차 스티커, 핸드폰 케이스, 컵 등의 상품을 모두 삭제시켜 버린 것이다.


여기에 ‘탕핑’이라는 글자가 들어가지 않았더라도 무기력하게 누운 모습이나, 빈둥빈둥 뒹구는 그림이 들어가는 식으로 ‘탕핑’을 연상시키는 상품도 함께 자취를 감췄다.


[중국 MZ세대의 탕핑, 어두운 중국의 미래 보여줘]


홍콩의 SCMP는 지난 6월 24일, 중국의 탕핑문화를 거론하면서 “중국 젊은이들이 현실의 세계에 대해 환멸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꼰대세대인 공산당 지도부 입장에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단어가 바로 ‘탕핑’일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탕핑은 사회적 병폐"라고 말들 한다.


문제는 이러한 ‘탕핑’의 확산이 앞으로의 중국 체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특히 중국 공산당의 핵심 지지계층이었던 MZ세대들에게서의 탕핑 문화 확산은 공산당 지도체제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오게 될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15명 중 한 명꼴인 청년 공산당원들만 빼고 나머지 대부분이 탕핑을 지지하는 세대, 다시 말해 공산당을 지지하지 않거나 무관심한 계층으로 돌아서게 될지도 모른다. 이렇게 되면 중국 공산당의 미래에도 심각한 문제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당장 공산당의 평균 연령이 늙어지면서 세대간·계층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이고, 이로 인한 사회적 괴리는 ‘누구나 다 평등하게 잘 살게 될 것’이라는 공산주의의 기본 개념을 송두리째 흔드는 결과로 귀결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세계가 중국의 MZ세대가 보여주는 탕핑 문화가 어디까지 확산될 것인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중국 당국이 ‘탕핑’에 민감해하는 것은 ‘핑’이 시진핑의 ‘핑’과 같은 글자이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탕핑’은 ‘시진핑을 눕힌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중국 지도부가 그래서 강경하고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시진핑 주석이 ‘위대한 중국’을 역설하지만 그건 집권 연장을 위한 것일 뿐, 인민의 삶은 피폐해져 간다는 소극적 저항의 의미가 들어간 단어라는 해석도 있다.


그렇다면 중국의 미래,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시진핑의 미래 역시 암담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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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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