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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미군 떠난 아프가니스탄, “중국이 위험해졌다!” - 미군의 아프간 철수, 낙관했던 中 국가적 재앙 위기의식까지 - 탈레반과 알카에다 등, 中을 지하드 대상이라 선포 - 아프간과 90km 국경접한 中, 아프간사태에 진퇴양난
  • 기사등록 2021-06-29 21:57:44
  • 수정 2021-06-30 08:4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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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가능한 한 빨리 아프간을 떠나라”]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함에 따라 그 빈자리를 차지하면서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 했던 중국이 오히려 된서리를 맞고 있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21일에 이어 29일자에서 아프가니스탄에서 중국이 처한 어려움을 보도하면서 중국 정부가 결국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자국민에게 '떠나라'는 지침을 내렸으며, 앞으로 아프가니스탄 문제가 중국 본토에 미칠 영향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SCMP는 지난 21일에는 “미군 철수로 아프가니스탄 전역에서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이 세를 불리며 여러 위험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중국이 자국민에게 가능한 한 빨리 아프가니스탄(아프간)을 떠날 것을 권고했다”면서 “아프간 내 안보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상황 낙관했던 중국, 결국 또 정세 오판했다]


원래 중국은 미군이 아프간에서 철수한다는 결정이 내려지자 공개적으로 대대적인 아프간 지원을 약속하면서 이례적으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과 접촉하고 나섰다. 그게 바로 지난 5월의 일이다.


중국 외교부는 왕이(王毅)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5월 17일 모하마드 하니프 아트마르 아프간 외무장관 등과 "양국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와 일대일로(一帶一路) 협력이 계속 발전하고 있다"며 "중국은 아프간의 평화와 화해를 위해 계속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협의했다고 발표했다.


왕이 부장은 이어 "미국의 일방적인 철수로 아프간 정세가 불확실해졌다며 "중국은 아프간 내부 협상을 위한 모든 편의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미군이 철수하고 나면 미군의 빈자리를 중국이 채울 것이며, 아프간에서 경제·외교적 역할을 더 확대해 나가겠다는 뜻을 아프간에게 전달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SCMP도 지난 4월에 “미군 철수 후 아프간 혼란이 신장(新疆) 지역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면 중국이 현지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던 것이다.


중국이 이렇게 아프간 사태를 낙관했던 것은 지난 2018년 중국 당국이 탈레반 대표들을 베이징으로 초청해 미군의 아프간 철수 이후를 논의하면서 탈레반 세력이 주도하여 아프간 지역이 신장 위구르 무장세력의 근거지가 되지 못하게 막아주면서 중국의 투자도 보호해 준다면 중국이 탈레반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이면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탈레반의 협조가 현실화되면 도로 개설 등을 포함해 탈레반의 숙원 사업도 해결해 주고 더불어 중앙아시아로부터의 석유와 가스 수송 등에 탈레반 세력과 사업을 함께 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SCMP의 보도 내용이 그렇다.


그런데 이 모든 약속들이 신장 위구르인들에 대한 인권 탄압과 관련한 BBC의 보도가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모두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한 것이다.


더불어 아프간내에서의 반 중국 분위기도 상상을 초월하는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이유는 신장 위구르의 이슬람 세력 탄압 때문이다. 중국은 2016년부터 신장 위구르자치구의 위구르족 무슬림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에 들어갔다. 그러면서 이슬람 세력이 보기에 신성모독에 가까운 행동들을 일삼았다.


호주의 싱크탱크인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중국은 그동안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만 8500여개에 달하는 이슬람 예배당 모스크를 파괴했고, 7500여개를 훼손시키면서 종교말살 정책을 시행했다. 이 와중에 모스크를 공중화장실로 개조한다든지 이슬람에서는 엄격하게 금지되는 술과 담배를 판매하는 공간으로 바꾸는 이른바 신성모독을 거침없이 자행했다.


그리안해도 중국의 이슬람 종교 탄압에 분개하던 이슬람 세력들은 지난 2월 영국의 BBC에서 무슬림에 대한 인종청소(Genocide) 만행을 폭로하자 세계 각국의 이슬람 세력들, 정확히 말하자면 ‘수니파’ 무슬림들이 격분하기 시작했다. 신장 위구르에서 탄압받고 있는 이들이 바로 ‘수니파’ 이슬람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알카에다와 ISIS는 이미 중국에 대해 성전(聖戰), 이른바 지하드(Jihad)를 선포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슬람에서의 성전(聖戰이란 종교적 신념을 위해 기꺼이 죽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그야말로 생명을 건 싸움을 말한다.


그 중에서도 수니파 원리주의자들이 결성한 정치단체인 탈레반을 비롯한 이슬람 세력들은 그동안 미국이나 서방세계를 주적으로 삼고 테러들을 자행해 왔지만 이젠 그들의 새로운 주적으로 중국이 떠오르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평화유지군을 투입한다는 것 자체가 중국 전체를 흔들리게 하는 폭탄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평화유지군의 파견 자체가 탈레반과 맞서겠다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탈레반이 국경을 접하고 있는 중국 본토를 직접 공격할 수도 있고, 특히 신장 위구르에서 중국의 탄압으로 인해 탈출한 이들이 만든 ‘동튀르키스탄독립운동(ETIM; East Turkistan Independence Movement)’과 연대하여 중국에 탄압받는 신장 위구르인들과 합세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중국의 정세를 완전히 뒤흔들 수 있는 변수가 될 수도 있다.


‘동튀르키스탄독립운동’은 이미 동부 파키스탄의 북부 산악지대에서 탈레반은 물론이고 전 세계 수니파 무슬림의 지원을 받으면서 급속하게 세력을 확장시켜 나가고 있다.


그런데 중국이 평화유지군을 아프간에 파견한다면 중국군과 직접 싸울 수 있는 명분을 그들에게 주는 것이고 이는 곧바로 신장 위구르 및 티베트 독립운동과 직결되면서 중국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아프간을 쉽게 봤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으로 몰려가면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자 뒤늦게 아프간 문제를 놓고 목하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아프간에서 발을 뺄 수도 없는 중국]


중국은 그동안 ‘일대일로’의 핵심인 중앙아시아에서 수년간 맹주 노릇을 하면서 영향력을 크게 키워왔다. 그런데 아프간의 문제는 바로 그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공통된 고민이고 당장 국경을 접하고 있어서 안보불안으로 직결되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이 어떤 방법으로든 개입해야만 하는 것이다. 문제는 중국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얼마만큼 개입을 해야 하는가의 문제가 당장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미국 외교전문지 더 디플로맷도 “중국은 정치ㆍ안보ㆍ경제 등 전 분야에 걸쳐 중앙아시아에서 떠오르는 강대국이 됐다”며 “지난 5월 시안에서 ‘중국+중앙아시아 5개국 외교장관 제2차 회의’를 여는 등 점점 더 밀접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프간 정국을 모른 척 하기 힘들어졌다”고 보도했다.


사실 평화유지군 파견을 검토했던 것도 바로 중앙아시아 국가들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평화유지군 때문에 중국 본토가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는 판단이 들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SCMP도 지난 6월 23일, “중국의 아프간 정책은 미군 철수를 전제로 하면서 아프간과 파키스탄에서의 위구르 무장세력의 약화, 그리고 아프간과의 경제적 협력 강화를 통한 유대 강화 등을 꿈꿔 왔지만 미군의 아프간 철수가 실제 이루어지자 이 모든 계획들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다시 말해 미군이 아프간에서 철수하면 그 공백을 중국이 자연스럽게 메꾸면서 아프간에서도 맹주 자리를 차지하려고 단순하게 생각했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위기에 빠진 중국]


특히 중국이 가장 위기의식을 갖고 있는 것은 아프간과 중국 국경, 그 중에서도 90km 가까이가 신장지역과 맞대고 있다는 점이다. 이 지역을 통해 탈레반과 반 중국 이슬람 세력이 본격적으로 공격을 해 온다면 중국은 대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런 경고가 이슬람 세력들 가운데 이미 나오고 있다.


문제는 중국을 향한 탈레반 및 반 중국세력들의 경고의 횟수나 강도가 점점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파키스탄의 분리주의 단체들 중의 하나인 파키스탄 테흐리크탈레반(TTP; Tehreek-e-Taliban Pakistan)은 지난 5월 파키스탄 내에 중국 대사가 머물던 호텔을 공격한 적이 있으며, 그들에게 영향력이 있는 지하디스트 이념가이자 선전가인 아부 자르 알-부르미(Abu Zar al-Burmi)는 중국을 공공연하게 비난하면서 앞으로 중국을 향해 성전(聖戰을 펼치겠다고 공언했다고 SCMP는 전했다.


특히 신장 위구르족들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터키 이슬람 당수 압둘 하크 알-투르키스타니(Abdul Haq al-Turkistani)가 시리아 이들리브주에 있는 위구르인들을 아프가니스탄으로 이동시켜 중국과 대결하려 한다는 유엔보고서도 나와 중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위기와 관련해 SCMP는 6월 29일 “탈레반 내부에 대규모의 위구르족 대표단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도해 충격을 주고 있다. “중국도 이를 감지하고 그동안 접촉해 왔던 탈레반 세력들에게 위구르 세력의 축출을 요구했지만 중국측 요구가 받아들여졌다는 증거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사실 탈레반 세력들은 그동안 미국과 오랫동안 전쟁을 벌여왔지만 별 소득도 없었고 많은 피해를 봤다. 그리고 탈레반 세력과 합의하에 미군은 철수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라는 존재는 미국을 대신할 최적의 지하드(聖戰) 대상으로 부상한 것이다.


탈레반 입장에서는 그러한 복수의 대상이 명확해야 집단의 존재 의의를 부각할 수 있는데 중국이 딱 그러한 명분을 텔레반이나 알카에다을 비롯한 이슬람 세력에게 제공해 주었다고 보면 된다. 그 중심에 신장 위구르가 있는 것이다.


SCMP는 “미국은 이미 알카에다나 탈레반 세력이 미국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존재는 아니라고 판단했고 그래서 철군을 하면서도 아프간 탈레반과 교전을 하지 않았지만 반면 중국에게는 그들이 엄청난 위협적 존재가 될 수 있다”면서 “미국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중국은 바로 국경을 맞대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생존게임에 중국이 걸려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팔짱끼고 지켜보는 미국]


중국의 이러한 위기의식과는 다르게 미국은 그야말로 아프간을 팔짱끼고 쳐다보고 있다.


심지어 의회전문지인 더힐을 포함해 미국의 매체들이 “아프간에서 미군 등 연합군 철수 개시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 공세가 거세지는 속에서도 미군 수뇌부가 현지 위기상황을 평가절하했다”고 보도하고 있지만 정작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아프간 사태를 오히려 대수롭지 않게 보고 있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지난 6월 22일(현지시간)의 하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419개 지구 센터 중 81개가 탈레반 통제하에 있다"며 "지구 센터 중 주도는 34개인데 탈레반이 장악한 주도는 없다"고 말했다.


밀리 의장은 "탈레반이 전초기지 등을 공격하는 것은 사실이고, 그들은 일부 지구 센터를 장악해왔다"면서 "탈레반 통제에 있는 81개 지구 센터 중 60%는 작년에 장악된 것이고, 나머지는 두 달 이전에 그런 것"이라고 한 것이다.


그러면서 "우린 우려하고 주시하고 있다"면서도 "아프간 군·경찰이 30만 명 가량인데, 그들의 나라를 지키는 것은 그들의 임무"라고 덧붙였다.


미군 등의 철군으로 아프간에서 탈레반이 다시 활개 친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에 직면하자 현재 탈레반이 장악한 지역은 철군 이전에 이뤄진데다 핵심인 주도들은 온전하다고 주장하면서 반박한 것이다.


▲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과 지난 25일(현지시간) 회담을 가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백악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급한 마음으로 미국으로 날아온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 압둘라 압둘라 국가화해최고위원회 의장과 회담한 자리에서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하더라도 군사적, 경제적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인들은 자신의 미래와 그들이 원하는 것을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철군과 맞물려 아프간 반군 탈레반이 득세하면 친미 성향인 가니 정권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는 와중에 이번 회담이 성사됐음에도 미군이 더 주둔할 생각은 전혀 없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이다.


미국의 적극적 지원 약속에 가니 대통령도 자신감을 회복한 듯 “아프간이 전쟁에서 평화로 전환하고 있다”며 "버림받았다는 잘못된 수사는 잘못된 것일 뿐이다. 우리는 함께 할 많은 것이 있고 함께 하면 완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니 대통령은 미군 철수 후 6개월 이내에 아프간 정부가 무너질 수 있다는 진단을 미 정보당국이 내렸다는 보도와 관련한 언론 질문에 미소를 지으며 "그런 예측들이 많았지만 모두 거짓으로 판명돼 왔다"고 대답했다.


이렇듯 아프간의 미군 철수는 미국에게 오히려 상당한 안정감을 준 반면 중국에게는 냉혹한 시련을 안겨 줄 수도 있는 빨간 불이 들어왔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래저래 시진핑 주석의 주름살은 더 늘어만 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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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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