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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북한의 한류, 어느 정도길래? ‘K팝은 악성 암’ - “북한 전체주의와 K팝의 전투가 벌어졌다” - 정권 사활 걸고 한류확산 막는 북한정권 - 김정은, 반 사회주의 단속에 "우리 운명 달려있다" 강조
  • 기사등록 2021-06-23 13:48:06
  • 수정 2021-06-23 16:3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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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정통 외교 안보전문지인 `내셔널 인터레스트(National Interest)`도 “북한 전체주의와 K팝의 전투가 벌어졌다”는 제목의 기사


[북한의 K-POP 등 한류에 대해 높아지는 관심]


미국의 뉴욕타임스가 지난 10일(현지시간) 북한의 K-팝(K-POP)에 대해 보도한데 이어 20일(현지시간)에는 미국의 정통 외교 안보전문지인 '내셔널 인터레스트(National Interest)'도 “북한 전체주의와 K팝의 전투가 벌어졌다(A Battle Joined: North Korean Totalitarianism Versus South Korean K-Pop)”는 제목으로 미국 보수 싱크탱크 '카토연구소'(Cato Institute)의 더그 밴도우(Doug Bandow) 연구원의 기고 글을 게재해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이러한 글들은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K팝 등 한국 대중문화를 '악성 암'으로 부르며 경계령을 내렸다는 소식이 한국을 비롯한 외신들까지 앞다투어 보도를 하면서 국내외의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끈다.


▲ 지난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김정은이 K-팝을 ‘악성 암(vicious cancer)’이라고 부르며 북한 내 한류의 확장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한 기사


["김정은 'K팝은 악성 암'", NYT]


우선 지난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김정은이 K-팝을 ‘악성 암(vicious cancer)’이라고 부르며 북한 내 한류의 확장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김정은이 K-팝을 북한 젊은이들의 복장, 헤어스타일, 말, 행동을 타락시키는 ‘악성 암’으로 규정했다”며 “국영 매체를 통해 이를 내버려 두면 북한이 ‘축축하게 젖은 벽처럼 무너져 내릴 것’이라고 경고하며 강력한 대책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북한에 한류 확산은 북한 내의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지역 간 이동을 통제하고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북한 주민들 사이에 한국 음악, 드라마 등에 대한 수요가 덩달아 높아졌다”고 NYT는 분석했다.


특히 “북한의 MZ세대들은 그동안 ‘반사회적’이라는 탄압에도 한국 영화, 드라마, 케이팝 등을 꾸준히 소비하고 있다”고 NYT는 보도했다.


더더욱 “북한의 젊은이들이 기근으로 인해 먹을 음식조차 부족해 힘들어 하고 있는데 CD와 DVD, USB등을 통해 중국으로부터 반입된 K-드라마 등에서 남한 사람들이 살을 빼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면서 “이젠 한국의 예능프로그램까지 확산되면서 북한 MZ세대의 마음을 훔치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NYT는 K-팝을 밀반입 했던 한 탈북자의 말을 인용해 “요즘 북한 젊은이들은 김정은에게 아무런 빚도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김정은이 가족 통치의 기반을 잃지 않으려면 젊은층에 대한 이념 통제를 더 확실하게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NYT는 이어 “북한은 지난해 연말부터 청년 세대들의 '변화'를 통제하기 위한 각종 조치들을 내놓고 있다”면서 “지난해 12월 제정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은 남한 영상물 유포자에 대한 형량을 최대 사형까지 끌어올렸다”고 했다.


NYT는 또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 보도를 인용해 “과거엔 남한의 방송을 보다가 적발되면 최고 징역 5년형이 선고됐지만, 이 법 제정 후에는 최대 15년으로 강화했다”면서 “해당 매체가 입수한 북한 정권 문서에 따르면, 북한 청년들은 한국 콘텐트와 한국식 말투를 검색하고 있다고 한다. 예를들어 북한 여성들은 그동안 데이트 중인 남성을 ‘동지’라고 칭했으나, ‘사랑의 불시착’ 등 한국 드라마의 영향으로 ‘오빠’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는 내용도 보도를 했다.


이러한 풍조에 대해 “김정은은 이런 언어들을 ‘변태적’(perverted)이라고 비판했으며, 남한 사투리를 모방하다 붙잡힌 사람들의 가족들은 경고의 의미로 도시에서 추방될 수 있다는 내용도 문서에 담겼다”고 NYT는 전했다.


NYT는 더불어 지로 이시마루 아시아프레스 인터내셔널 편집장의 말을 인용해 “한국의 문화적 침공은 김정은과 북한이 견딜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평가했다.


NYT는 또 서울대학교 평화통일연구원이 2018년과 2019년 탈북자 11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인용해 “조사대상자의 거의 절반이 북한에서 한국의 영상물들을 접한 적이 있다”는 사실도 전했다. 그만큼 북한 사회 내부에서 대중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북한 전체주의와 K팝의 전투가 벌어졌다”]


NYT의 보도에 이어진 '내셔널 인터레스트'의 “북한 전체주의와 K팝의 전투가 벌어졌다”는 기고문은 더욱 충격적이다.


밴도우 연구원은 이 기고문에서 “김정은 정권이 한국 대중문화를 일부로 무시하고 또 경멸감까지 드러냈지만 사실은 한국의 문화가 북한내에 퍼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진단했다.


”북한이 지난해 12월 한국 영상물을 유포한 자는 최대 사형, 자료를 소유하거나 시청한 사람은 최대 징역 15년형에 처하는 등 엄벌 방침을 밝혔는데 바로 그러한 김정은의 지침이 K-팝 등의 한류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북한의 두려움은 지난 16일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8기 3차)에서 김정은이 “반(反)사회주의, 비(非)사회주의와의 투쟁을 더욱 공세적으로 실속있게 전개해 나가는 데서 지침으로 삼아야 할 원칙적 문제들을 천명했다”는 데서도 드러난다.


그러나 밴도우 연구원은 “북한이 그렇게 엄벌을 한다고 해도 한국 대중문화의 북한 유입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만큼 한국 문화를 접하려는 북한 젊은이들의 욕구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밴도우 연구원은 전 영국주재 북한 영사였고, 지금은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된 태영호의 말을 인용해 “처벌 수위가 높아지는 만큼 오히려 이를 들여가는 방식이 더욱 은밀해지고 있다”면서 “암호를 잘못 입력할 경우 USB의 내용이 자동 삭제되게 만들거나, 코에 넣어 숨길 수 있는 초소형 '코 카드(nose card)'도 등장했다”고 했다.


밴도우 연구원은 이어 "북한 정권이 단속을 강화할수록 사람들은 정보를 들여오기 위해 더욱 창의적인 방식을 동원할 것"이라며 내다봤다.


“이러한 한류 드라마나 다양한 영상을 접한 북한인들은 북한의 국경 너머 사람들의 삶을 알게 되었고 그로인해 북한 당국이 그동안 북한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해 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고 밴도우 연구원은 설명했다.


“NYT가 보도한 대로 북한 당국은 그동안 남한이 거지로 가득찬 생지옥이라고 선전해 왔으나 모두가 속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밴도우 연구원은 더불어 “북한내에서 저항조직을 만드는데는 어려움이 있어 대대적인 폭동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정권의 정당성은 감소하고 있다”면서 “심지어 한류를 단속하는 사람들조차 북한의 선전선동을 믿지 않고 오히려 한류에 관심을 기울이는 상황이라 체제의 안정성은 무너지고 내부갈등은 더욱 커질 것”이라 전망했다.


그러면서 밴도우 연구원은 "한국은 이런 분위기를 무기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마디로 한국의 정권이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한 것이다.


밴도우 연구원은 마지막으로 “한반도의 미래는 서울과 평양의 수뇌부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남한과 북한의 민족들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면서 글을 맺었다.


[정권 사활 걸고 한류확산 막는 북한정권]


사실 K팝 등의 한류는 김정은 시대 들어와서 김정은이 본격적으로 도입하고 확산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이미 북한 사회에 한류가 퍼지고 있었지만 그때만 해도 K-팝이 북한 사회를 이렇게 뒤집어 놓을 것이라고는 전혀 짐작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난 2018년 4월 1일, 가왕 조용필과 백지영을 비롯해 걸그룹 레드벨벳까지 11팀(명)의 가수들이 평양의 동평양대극장에서 ‘봄이 온다’는 타이틀로 공연을 펼친 바 있다. 이 공연에는 김정은 부부와 김여정을 비롯해 북측의 간부들과 관객들 1500여명이 대거 참관했다. 2차공연은 3일 평양 류경체육관에서 7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남북합동 공연으로 진행됐다.


원래 소문은 무서운 법이다. 그때 K-팝을 접한 평양사람들은 남쪽의 문화를 접하면서 그야말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아마도 ‘봄이 온다’는 평양 공연은 북한 전역에 한류문화 확산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은 당시 ‘봄이 온다’ 공연 후 “내가 (공연팀) ‘레드벨벳’을 보러 올지 관심들이 많았는데, 원래 모레(4월 3일 남북합동공연에) 오려고 했는데 일정을 조정해서 오늘 왔다”고 말했다. 김정은도 그만큼 남쪽 문화에 열의가 있었고 특히 레드벨벳에 대해 뜨거운 관심을 표명한 것이다.


그때 김정은은 “문화예술 공연을 자주해야 한다. 북남이 함께하는 합동공연이 의의가 있을 수 있으나, 남측 공연만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김정은이 자초한 한류의 확산은 이제 북한 사회 전체를 뒤흔드는 엄청난 위력으로 김정은 체제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 16일 노동신문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은 반사회주의와 비사회주의와의 투쟁과 관련해, “우리식 사회주의의 전도와 인민들의 운명이 걸려 있다”고도 했다.


물론 노동신문은 반사회주의 및 비사회주의 현상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지만 북한이 사회주의 체제 수호를 위해 명운을 걸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놓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K-팝과 K-드라마 등을 포함한 한류문화가 북한의 김정은 체제 자체를 흔들 정도의 위력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자 김정은의 태도는 180도 바뀌었다. 지금 북한은 전국적으로 한국 드라마와 가요, 뮤직 비디오, 서방 문화 등의 유포를 대대적으로 단속중이다.


지난 4월에는 한 일간지가 “1만명에 달하는 북한의 학생들이 남측 드라마와 영화를 몰래 봤다고 실토하며 북한 당국에 무더기로 자진신고했다”고 보도해 주목을 끌었다. 그것도 북한 전역이 아니라 한 도시에서만 그렇게 엄청난 숫자의 청년들이 남쪽 영상을 봤다는 것이다.


북한의 한류 콘텐츠 단속은 일명 남한 드라마 시청 단속조로 알려진 ‘109연합소조’가 주도하는데, ‘적발시 처벌하지만, 자수하면 용서한다’는 식으로 자진신고를 독려하는 과정에서 이렇게 엄청난 숫자가 자진 신고를 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한류의 확산이 MZ세대 중심의 젊은이들만 아니라 일반 주민은 물론이고 당 간부들까지도 빠져들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소리(VOA)는 지난 3월 19일(현지시간) “김정은이 당 전원회의에서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적 행위를 비호, 조장시키는 대상을 일꾼(간부) 대열에서 단호히 제거할 것’을 강조했다”면서 “이는 비사회주의 행위가 당 간부들까지 확산됐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조한범 박사는 VOA에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보가 돈이듯, 장마당이나 간부들 모두 정보에 민감하다“면서 ”반동사상문화라고 간부가 예외가 아니고 오히려 간부층에 더 확산돼 있다”고 말했다.


VOA는 이어 “북한에 한류 유입이 본격화 된 것은 2000년대부터이며, 특히 남한의 노래와 드라마는 북한의 20-30대 젊은 장마당 세대를 중심으로 사회 전반에 폭넓게 퍼졌다”면서 “북한 당국은 비사회주의 단속을 위해 중앙과 도·시·군에 이르는 ‘연합지휘부’를 조직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나 아무리 북한 당국이 단속을 강화해도 한국 노래와 드라마를 뿌리뽑을 수는 없을 것이다. 동아대 강동완 교수도 그렇게 전망한다.


VOA는 “지난 20년간 계속된 남한의 노래와 드라마 유입은 북한사회에 적잖은 변화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북한 주민들과 간부들은 이를 통해 남한을 비롯한 외부 세계를 새롭게 인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최악의 경제난에 더해 주민들은 물론 간부들에까지 스며들고 있는 남한 등 외부 문화에 대한 관심을 북한 수뇌부가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주목된다.


더불어 북한 체제는 이렇게 무너져 가고 있는데 이에 대해 김정은이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 관심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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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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