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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집권 후 최대 위기’, 김정은의 위험한 도박 - 北 체제 떠받들던 모든 핵심 축들이 다 붕괴되고 있는 상황 - 美 당근 제시 없는 상황에서 대화 나서기도 어려워 - 中, 北도발 적극 제지 상황에서 도발하기도 쉽지 않아
  • 기사등록 2021-06-20 22:09:23
  • 수정 2021-06-21 08:4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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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권후 최대 위기를 맞은 김정은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집권 후 최대 위기 맞은 김정은]


집권 10년 차에 접어든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최악의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VOA(미국의소리)는 18일 ”북한의 국제적 고립이 계속되는데다 마지막 보루인 식량 사정마저 계속 악화하고 있다“면서 그렇게 진단한 것이다.


김정은도 지난 15일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지난해 태풍 피해로 알곡 생산이 계획에 미달돼 현재 인민들의 식량 형편이 긴장해지고 있다”면서 식량난을 공개적으로 언급할 정도다. 김정은이 노동당 고위급 회의에서 식량난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의 올해 식량 부족분은 135만t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데다가 외부로부터의 식량지원도 북한의 국경봉쇄로 인해 사실상 단절되어 북한 전문가들은 올해 북한이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최악의 식량난을 겪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최악의 식량난에 북한경제를 떠받치는 에너지, 물가, 외화, 장마당, 광공업, 공장과 기업소 상황도 날로 악화되고 있다고 VOA는 전망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북한 체제를 버티게 해 준 기본 틀들이 다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원인은 대북제재 때문이다. 제재 이전인 2016년만 하더라도 중국과의 무역이 65억 달러에 달했고 외환 보유고도 제재 시작 당시 25-58억 달러 규모 정도는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대북제재가 시작되어도 그런대로 버틸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400여개에 이르는 전국의 장마당에서 주로 달러화와 위안화로 거래가 이뤄져 제재의 충격파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재가 길어지면서 북한을 받쳐주던 것들이 하나 둘 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코로나로 인한 국경봉쇄는 북한 경제에 치명타를 가했다. 그동안 중국산 원부자재와 소비재가 트럭에 실려 평안남도 평성과 함경북도 청진의 도매시장으로 운반된 뒤 북한 전역의 400여 개 종합시장과 장마당으로 팔려 나갔었는데 국경봉쇄로 인해 밀가루와 식용유같은 생활필수품이 들어오지 않게 되자 장마당 물가가 급등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국경봉쇄라는 북한의 조치가 유엔 안보리의 제재 조치 이상의 타격을 북한에 안기면서 북한 경제 전반이 하염없이 무너지게 되었다는 것이 VOA의 분석이다.


여기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지난해 가을부터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급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북한의 달러 고갈이 그 원인으로 추정된다. 북한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도 그렇게 분석한다.


특히 김정은 집권 당시 전 인민들에게 쌀밥을 먹게 해 주겠다고 공언했는데 쌀밥은커녕 ‘제2의 고난의 행군’을 설파하는 김정은의 리더십에 북한 주민들이 강한 불만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그만큼 김정은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반증이다. 물론 그렇다고 김정은이 실각을 하는 등의 위기상황인 것은 결코 아니다.


이렇게 경제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위기가 겹파도처럼 몰려오는 가운데 대외적 문제까지 꽉 막혀 있다.


[대화-대결 모두 준비한다는 김정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4월 30일 대북정책 검토를 마치고 새로운 대북 접근법을 내놨다. 목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이고 미국이 원하는 수준의 비핵화가 달성될 때까지 북한을 향한 대북제재와 압박은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이 골자다.


그런데 김정은의 숨통을 바짝 조이는 것은 북한이 요구해 온 대북 적대시 정책의 철회나 제제 해제같은 당근은 전혀 미국이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사실 미국의 대북정책은 어찌보면 단계적이고 실용적인 접근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북한에게 그렇게 불리한 내용은 아니다. 북한이 진짜 비핵화를 할 의도만 있다면 미국과 곧바로 대화의 문을 열 기회가 분명히 보장된다.


결국 미국과의 대화에 대한 키는 김정은이 쥐고 있는 셈이다. 다시 말해 미국과의 대화에 나설지 아니면 대결을 선택할지 그 결정권을 김정은이 쥐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이 점이 오히려 김정은의 선택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북한이 진짜 비핵화를 할 의사가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미국과 대화 재개의 문을 두드릴 수 있겠지만 김정은은 비핵화를 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것이 딜레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대화를 위한 당근을 제시해 주길 원하지만 미국은 비핵화의 문을 북한이 열지 않는다면 하염없이 가다리면서 북한의 모든 문들을 닫아 걸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으니 김정은은 그야말로 진퇴양난인 것이다.


그래서 김정은이 지난 17일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대화와 대결에 모두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김정은의 ’대화와 대결 준비‘, 숨은 뜻은?]


김정은의 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그런 발언은 사실 지금 상황에서 김정은이 어떻게 행동을 결정할지 결론을 못 내렸으니 그 결정을 바이든 대통령이 하라고 공을 다시 미국측에 넘긴 것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김정은의 태도에 대해 한국 정부나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대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분석을 내 놓는다. 특히 그동안 북한이 줄곧 밝혀왔던 대북 적대시 정책이 철회돼야만 대화 테이블에 나오겠다는 전제조건을 말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북한이 대화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은 그러면서도 “대결에는 더욱 빈틈없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는 한마디로 미국을 향해 협박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북한이 먼저 판을 깨지는 않겠지만 미국이 대화의 문을 열기 위한 당근 제시가 없다면 북한이 어쩔 수 없이 도발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18일(현지시간)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북한이 ‘힘의 위치’에서 협상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미-북간 협상 재개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고 VOA에 밝혔다.


특히 김정은의 이러한 경경기조는 코로나 팬데믹 여파와 경제난 등으로 내치에 집중하고 있는 김정은이 연초 노동당 대회에서 중장기 전략으로 내세운 ‘자력갱생’ ‘자급자족’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 외부 위협을 조성함으로써 내부 결속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 한국을 방문한 성김 美대북정책 특별대표]


김정은의 이러한 발언이 성 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방한 직전 나왔다는 것도 상당히 의미 있다. 이에 대해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VOA에 ”성 김 특별대표의 방한에 맞춰 ‘완벽하게 실행된 정치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북한과의 대화를 갈망하는 한국 정부와 북한 비핵화 기조의 진전없는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미국 사이에 분란을 일으켜 한미간 갈등을 야기하려는 의도가 다분히 담겨 있다는 것이다.


당장 8월에 예정된 한미연합군사훈련만 해도 미국은 대면 군사훈련 재개를 주장하고 있고, 한국측은 취소 또는 대폭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 김정은은 그러한 한미훈련의 취소와 함께 한국 정부가 미국을 설득해 북한에 당근책을 제시하라고 충동질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성김 특별대표가 이번 방한에서 단순히 한국 정부 대표들과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 일본 대표들과 함께 한-미-일 3각회의를 주도한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일본 대표단을 불렀다는 것은 미국의 대북정책 판단과 결정에 한국만이 아닌 일본측의 의견도 반영하겠다는 것이고 한-미-일 3각 조율을 통해 최종적인 방향을 결정해 갈 것이라는 점에서 한국 정부는 더욱 곤혹스러운 상황으로 빠질 가능성이 높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성김의 방한은 대북정책의 조율이라기보다 앞으로의 미국 대북정책 방향을 설명하면서 한-미-일 3국간의 협력을 강조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번 방한에 김정은의 발언은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북한과의 관여가 없는 상황에서 한-미간의 이견을 관리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스나이더 박사의 견해가 그렇다.


[계속 북한을 압박하는 미국]


지금 미국의 대북정책 방향은 흔들림이 없다. 이번 김정은의 발언에 대해서도 미국 정부 당국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저 ”우리는 북한과의 외교에 항상 문이 열려 있다“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우리의 목표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을 뿐이다.


미국의 전문가들도 “북한이 현재로선 바이든 행정부와의 협상이 생산적이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면서 여전히 미국과의 협상과 대결 구도 사이 방향을 정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데 대체로 공감했다”는 것이 VOA의 판단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계속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의 한반도정책 등 동아태 지역을 총괄하는 미국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지명자에 대한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대니얼 크리튼브링크(Daniel J. Kritenbrink) 지명자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이 주는 위협을 줄이는 것을 여섯 가지 정책적 우선순위 중 하나로 꼽았다.


10일(현지시간)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북한은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야망을 품고 핵과 탄도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이외에도 미 국방부 레오노르 토메로 핵·미사일 방어정책 부차관보나 멜리사 돌턴 미국 국방부 전략·기획·역량 담당 차관보 대행 등도 북한의 위협을 강조하면서 이에 대한 대응태세를 강조했다. 이렇게 미국의 고위급 관료들이 북한 문제를 최근들어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북한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의 위험한 도박]


김정은은 이런 상황에서 과연 어떠한 결단을 내릴까? 가장 현명한 판단은 북한의 핵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대화의 장으로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이 그럴 가능성은 1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의 방중설이 나온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20일, 김정은의 7월 방중설을 제기했다. 그러나 김정은의 방중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다. 더더욱 북한이 코로나를 이유로 국경을 봉쇄하고 있는 상황에서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중국은 지금 북한의 군사도발을 하지 못하도록 계속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도발로 인한 한반도 상황의 불안정을 중국이 결코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김정은이 쉽게 도발 카드를 꺼내들지 못하는 것도 중국을 의식해서 그럴 수도 있다.


또한 만약 북한이 도발을 한다면 대북제재의 완화나 해제는 더 이상 언급 자체를 할 수가 없고 북한을 더욱 압박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도발 카드를 꺼내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정부 역시 북한에 양보하는 카드를 꺼내들지도 않을 것이기에 북한은 어쩔 수 없이 자력갱생 카드를 계속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면초가의 김정은, 지금 김정은이 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한국을 괴롭히는 것이다. 북한과의 대화에 안달난 한국을 부추겨 대북제재의 틀을 깨도록 충동질하려 할터인데 아무리 그러한 북한의 조작질에도 한국 역시 마음대로 행동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러저래 김정은은 진퇴양난이다. 죽어나는 것은 북한의 인민들이다.


김정은의 위험한 도박, 앞으로 과연 어떻게 펼쳐질까? 한-미-일 세 나라가 지금 김정은의 판단을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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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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