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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시진핑, 양의 탈 쓴 늑대”, 日매체 지적한 이유? - 시진핑, '사랑스런 중국' 이미지 홍보 지시 - 겉과 속이 다른 시진핑, 중국체제 우월성 강조 - 중국내에서도 거센 반발 부른 중국체제 우위론
  • 기사등록 2021-06-12 00:09:48
  • 수정 2021-06-12 08: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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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에서 발행되는 닛케이 아시아가 시진핑 주석을 ˝양의 탈 쓴 늑대”라고 혹평했다. [사진=닛케이 아시아]


[日 닛케이, “앞 다르고 뒤 다른 시진핑, 양의 탈 쓴 늑대”]


일본에서 발행되는 일본경제신문의 자매지 닛케이아시아(NIKKEI ASIA)가 10일 “시진핑 주석이 ‘사랑스러운 중국’을 말하는 것 자체가 양의 탈을 쓴 늑대나 다름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혹평해 주목을 끌고 있다.


닛케이가 이렇게 주장한 이유는 중국의 시진핑이 앞에서 하는 말과 뒤에서 하는 행동이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하순, 시진핑은 최고위층들이 모인 자리에서 “중국이 대외적으로 겸손과 신뢰, 사랑과 존중이라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 소식을 들은 많은 중국 전문가들이 시진핑의 이번 메시지로 인해 중국의 악명 높은 ‘늑대전사 외교’가 부드러워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희망섞인 전망을 내놨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작은 긍정적 전망은 불과 며칠 지나지 않아 사라져 버렸다. 그렇게 만든 이 또한 시진핑이다.


지난 5월 31일, 중국 공산당의 최고 지도자 25명이 모인 정치국 회의에 상하이 푸단대의 국제관계학과 장웨이웨이 교수가 유일한 강사로 초청되었는데 그 자리에서 그는 “중국의 정치지배구조 모델이 서구 국가들의 제도보다 우수하다”고 역설하면서 “중국의 발전과 성공은 실력 위주로 유능한 지도자를 뽑는 공산당 일당 통치에 기인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서구 사회의 정당 정치와 선거의 비효율성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마디로 중국 체제의 우월성을 말하며 중화민족의 우수성을 중국공산당의 최고 지도자들에게 설파한 것이다.


사실 장 교수의 주장이 이번에 처음 공개된 것은 아니다. 시진핑이 주석 자리에 오른지 1년 후인 지난 2013년말 설립된 푸단대의 중국개발모델연구센터는 중국 고유의 통치모델이 갖는 우수성을 개발하여 중국 공산당 체제의 영속성을 보장하고 이를 기반으로 체제 선전을 하는 밑거름이 되어왔다. 쉽게 말해 이 기관 자체가 학문적 성격이 아닌 중국 공산당을 대변하는 학문적 틀을 만드는데 목적이 있었음을 말해 준다.


장 교수는 설립 초기부터 이 기관의 대표로 그동안 중국 공산당 체제의 우월성에 대한 많은 논거들을 쏟아냈다. 그리고 중국의 국력 신장과 함께 이곳에서 만들어진 체제의 우수성 논리는 중국 통치 모델의 당연성과 연결되면서 체제 선전에 적극 활용되어 왔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러한 중국 공산당 체제의 우수성은 중화사상을 밑바탕으로 하고 있고 이는 또 늑대전사 외교의 필요성으로 직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닛케이도 바로 이 점을 지적한다. “늑대전사 외교와 중국공산당 체제의 우수성 선전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공산당 체제 우수성을 발표하는 바로 그 자리에 시진핑 주석도 참석했다.


닛케이는 “시진핑 주석이 중국 공산당 체제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그런 자리에 참석해 격려했다는 것 자체가 시진핑의 본질을 말해 주는 것”이라며 “겉으로는 중국의 대외적 이미지 개선을 말하면서도 시진핑의 속내는 전혀 변함이 없다는 것을 말해 준다”고 강조했다.


[시진핑은 왜 중국 이미지 개선을 말했을까?]


그렇다면 시진핑 주석은 왜 본심에도 없는 중국 이미지 개선을 꺼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 중국이 전 세계로부터 고립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 세계인들로부터 중국이라는 나라는 ‘나쁜 나라’로 인식되고 있고, ‘공격적이고 탐욕스러운 나라’로 치부되고 있다. 그런 부정적 이미지가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 ‘차이나 보이콧’ 현상들이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시진핑 주석이 중국의 이미지 개선을 말하는 것 자체는 시의적절했다.


문제는 이미지 개선의 방법이다. 시진핑 주석이 당의 간부들에게 ‘중국의 이미지 개선을 시행하라’고 지시하면 그들은 당연히 본질은 손대지 않고 피상적인 방법만 찾아낼 것이다.


다시 말해 그동안 중국의 이미지를 지금 상태로 만든 근본적인 원인, 곧 중국의 공격적 외교와 탐욕스러운 영토 쟁탈, 힘을 무기로 한 무자비한 보복이나 압박, 전랑외교로부터 기인되는 부정적 이미지 제고(提高) 등의 진짜 원인을 찾아 이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하나 중국 지도자들은 그러한 부분은 전혀 손대지 않고 엉뚱한 방법으로 이미지 개선을 하겠다고 나선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시진핑 주석의 속마음이 중국 공산당 체제의 우월성을 굳게 믿고 있고 그를 뒷받침하는 중화 사상에 함몰되어 있는데 그러한 시진핑의 생각을 잘못됐다고 비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 이미지 개선을 한답시고 중국 이미지 홍보를 위한 영어권 매체 확보 등의 엉뚱한 개선안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닛케이는 “시진핑 주석이 중국 이미지 개선이라는 지시를 내리자 친(親) 중국 성향의 홍콩 언론사 간부는 ‘영어권 민주주의 국가들이 중국에 대한 뉴스를 제대로 보도해 주지 않는 것에 원인이 있다”면서 “중국이 영어권 매체에 중국을 적극 홍보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또한 이 매체 간부가 “국영 중국중앙(CC)TV의 국제기구인 중국글로벌텔레비전네트워크(CGTN)을 더욱 확대해 공격적인 확장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고 한다.


이렇게 본질을 완전히 외면하는 접근을 하는 이유는 결국 시진핑의 생각 자체가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시진핑은 중국의 이미지가 형편없이 추락한 사실에 대해 답답한 심정을 토로한 것이지만 그러면서도 본질을 고칠 생각은 전혀 없다.


사실 시진핑은 지금도 “중국이라는 나라는 아주 사랑스러운 나라이고 우수한 민족이 이끌어 가는 멋진 나라,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실체를 세계인들이 몰라주는 것이 답답하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러한 ’사랑스러운 중국‘의 이미지를 전 세계에 적극 홍보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를 한 것일 것이다.


닛케이는 시진핑의 바로 그러한 행동이 ’양의 탈을 쓴 늑대‘와 같은 모습이라고 비꼰 것이다.


[시진핑은 왜 이 시기에 중국 이미지 홍보 문제를 꺼냈을까?]


시진핑 주석이 지금 이 시점에 중국의 긍정적 이미지 홍보를 말한 것은 자신의 3연임, 곧 장기집권을 향한 길목에서 중요한 정치적 행사들이 기다리고 있고 그러한 축제성의 이벤트들이 전 세계의 긍정적 찬사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6월 30일은 ’홍콩 국가보안법 1주년‘을 맞는 날이고, 7월 1일은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는 날이다.


특히 신장 위구르 인권 문제와 홍콩 문제로 인해 내년 2월의 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 문제까지 거론되는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진핑의 3연임이 국제적인 축복 속에 치러질리는 만무하다. 그렇게 세계적인 축하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조용히라도 그런 이벤트들을 치러야 하는데 지금 상황은 국제적 비난 속에 수많은 부정적 눈초리를 맞으며 역풍을 뚫고 나아가야 하는 운명에 처했다.


[’헛되고 헛된‘ 중국 이미지 개선]


그러나 시진핑의 그러한 중국 이미지 개선 지시는 그야말로 ’헛되고 헛된‘ 것이다.


’사랑스러운 중국‘ 이미지와 중국의 통치모델 우수성과는 양립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본질이 변하지 않은 중국이라는 체제에 아무리 분칠하고 멋들어지게 화장해봤자. 썩은 냄새만 풀풀날 뿐이다.


닛케이는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지식인의 말을 인용해 “중국 공산당의 전 지도부가 장웨이웨이 교수의 체제 우월성 이론을 듣기 위해 앉아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엄청난 역풍을 불러 올 것”이라면서 “이는 분명히 서방세계에 잘못된 메시지를 보낼 위험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렇기 때문에 바이든 미국 정부와 서방세계가 더욱 더 중국 체제 확산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번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행태는 영국에서 열리는 G7국가 정상회의 식탁에 안주감으로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왜 서방세계가 중국이라는 나라를 제어해야 하는지, 왜 민주주의 국가들이 반 중국 전선으로 뭉쳐야 하는지 그 논거를 중국 스스로가 제시해 주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내에서도 거센 반발 부른 중국체제 우위론]


그런데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부가 모두 참석해서 들었다는 푸단대 장웨이웨이 교수의 중국 체제 우월성 강연은 중국내에서도 거센 반발을 불러 왔다.


한 네티즌은 “국민들이 그(장 교수)를 구오시(국사,國師)라고 칭찬한다면 나라의 미래는 위험한 것이 될 것”이라면서 “그는 단지 늑대전사 같이 지도층들의 귀에 그저 좋은 이야기만 하고 있을 뿐”이라는 글을 올려 큰 반향을 불러 왔다.


중국의 인터넷에서 이러한 글이 퍼지게 된 것은 중국내에서 시진핑 주석의 결정에 대한 비판은 금기시 되고 처벌 대상이지만 학자들을 비난하는 것은 문제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푸단대의 장 교수를 비판한다는 것은 사실상 시진핑 주석을 간접적으로 비판하는 것이지만 교묘하게 그 틈새를 네티즌들이 파고 들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장 교수에 대해 비판적인 글을 올린 사람들은 “시 주석과 주변 사람들이 '사랑스러운' 중국을 부르짖으면서 늑대 전사 학자를 칭찬한다면 그들의 행동은 서방 국가들과 시비를 거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그야말로 헛된 짓 시도하는 중국 지도부]


여기에 중국 지도부가 중국의 긍정적 이미지 홍보를 위한 타깃을 엉뚱하게 잡은 것도 문제다. 그러한 체제 홍보를 외국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대대적으로 진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31일 모임에서 “각급 당위원회들이 국제 소통 역량을 강화하고, 중국의 우수성과 긍정적 이미지를 설명하는 데 더 투자하고, 대외 선전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또 “국제회의와 주요 해외 언론을 통한 정보 전달에 중요성을 부여하고 중국 문화의 해외 확산을 대규모로 촉진하겠다”고도 했다.


시 주석은 “이러한 노력을 톱다운 방식으로 이행하겠다”며 “이는 국제 여론을 주도하기 위한 정치적 '투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진핑은 “사상과 이념을 담당하는 각급 당 세포조직이 참여하는 '책임제'를 도입해서 실시하라”는 구체적인 지시까지 했다.


시진핑의 이러한 열정적 지시는 반부패 운동을 연상시킨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그렇다면 시진핑이 직접 주도하는 중국 이미지 개선 운동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닛케이는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오히려 중국의 적극적 해외 홍보는 민주주의 국가들의 역풍만 불러 올 것이라고 닛케이는 예상했다. 특히 자기 나라를 비판하지도 못하는 중국 언론에서 나오는 정보들을 민주주의 국가들의 국민들이 과연 순수히 받아들일 리가 없다.


닛케이는 이 기사의 결론을 이렇게 내렸다.


“한 나라의 대외 이미지는 수동으로 조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특정한 행동을 통해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시진핑은 “중국이 이미지를 쇄신해 ’우방국가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중국이라는 나라가 근본적인 생각을 바꾸지 않는 한 중국은 결코 친구를 사귈 수 없을 것이라는 게 닛케이의 주장이다.


시진핑의 중국 국가 이미지 개선 사업. 결코 성공할 수 없는 바로 그 프로젝트는 시진핑을 또다시 좌절하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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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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