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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갑자기 온순해진 中, 무슨 꿍꿍이가 있길래? - "미군 수송기 대만도착시 전쟁 시작"주장하던 中, 지금 조용 -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행사 앞두고 이미지 세탁중 - 내년 2월 베이징올림픽, 코로나 원인 규명 등 넘어야 할 산 많아
  • 기사등록 2021-06-08 14:2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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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온순해진 중국, 도대체 왜?]


중국이 갑자기 온순해졌다. 대만을 향한 전투기의 도발도 급격히 줄어들었고 살벌했던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도 많이 부드러워졌다. 중국이 도대체 왜 저러는 것일까?


일본의 닛케이아시아(NIKKEI Asia)는 8일 “지난 미일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이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촉구한 이후부터 대만 인근의 군사적 도발이 현격하게 줄어들었다”고 보도해 주목을 끌었다.


일단 미국과 일본이 대만을 향한 지원에 대해 중국이 전쟁불사까지 내세우며 말로는 강경하게 대응을 하지만 실제 군사행동은 몸을 움츠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1일부터 미일정상회담 직전인 4월 16일까지 거의 매일 대만의 방공식별구역에 중국은 군용기를 띄우면서 대만을 자극했었다. 이 기간 동안 중국은 J-10 전투기와 J-16 전투기 등 총 257대가 대만 방공식별구역으로 침범했는데, 이는 하루 평균 3.4대라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그런데 미일정상회담 직후인 4월 16일부터 중국의 대만 방공식별구역 침범은 확연하게 줄어들었다. 하루 평균 1.9대의 도발만 있었을 뿐이다. 특히 미일정상회담 이전과는 다르게 10대 이상의 전투기 침범은 전혀 보고되지도 않았다. 4월 20일의 9대가 최대였고 4월 30일의 5대가 그다음이었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이 대만에 대해 뭔가 중요한 정치적 개입을 하거나 관여를 한다고 판단될 때 대규모의 군용기들을 대만 방공식별구역으로 보내 위협하는 경향이 있었다.


특히 미일정상회담 직전 양 정상의 공동성명에 대만 문제가 언급될 수 있을 것이라는 언론보도들이 나오자 중국은 성명 발표 4일전인 4월 12일, 무려 25대라는 기록적인 전투기들을 대만 방공식별구역으로 보내 일촉즉발의 위기로 빠지게 만들었었다.


이러한 중국의 도발은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무력으로 대만에 대한 현상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심각한 실수"라고 경고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그랬던 중국이 미일정상회담 이후 군사활동의 규모나 빈도를 눈에 띄게 줄였다는 것이다. 닛케이는 이러한 현상은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총리와의 공동성명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대만 국방부가 발표한 중국 인민해방군의 4월 16일 이후 대만방공식별구역 침범 상황을 보면 4월의 나머지 13일 중 9일 동안 25기, 5월 한 달에는 16일 동안 불과 27기로 확 줄어 들었다.


그리고 6월에는 7일까지 단 두 차례 2기만 대만방공식별구역을 침범했을 뿐이다.


중국은 대만을 향해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주변국들에 대한 도발이나 공격적 행동 역시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31일에는 중국의 전투기 16대가 말레이시아의 보르네오섬 인근으로 접근했으나 말레이시아 전투기들이 대응하고 나서자 즉각 방향을 선회해 별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중국 인민해방군 군용기들은 말레이시아 해상구역과 보르네오섬 코타키나발루의 비행정보구역(FIR)에 진입한 다음 사라왁주에서 60해리(111㎞) 떨어진 지점까지 근접 비행했다고 말레이시아 공군은 설명했다.


중국 군용기들은 이어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는 루코니아 암초(중국명 베이캉안사 北康暗沙)까지 비행한 뒤 비행경로를 변경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쿠알라룸푸르 주재 중국 대사관 대변인은 "어느 나라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중국 공군의 일상적 비행훈련에 불과하고, 국제법을 엄격히 준수하기에 남의 나라 영공에 들어가지 않는다"며 "중국과 말레이시아는 친한 이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또 필리핀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스플래틀리 군도 인근의 암초에 220여척 이상의 선박들을 정박시키면서 필리핀과 충돌했으나 초기의 강경한 태도를 바꿔 필리핀과 회담을 갖는 등 온유한 태도로 전략을 바꿨다.


[미 군용기 대만 도착에도 얌전해진 중국]


중국의 태도 변화는 지난 6일에도 탐지됐다. 이날 미국의 상원의원 대표단이 대만을 방문하자 중국은 외교부 대변인의 성명을 통해 강력하게 반발했다.


크게 3가지의 이유가 있다. 우선 하나는 미국의 상원의원 대표단이 공식적으로 대만을 방문하는 것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한 것이라는 이유이고, 두 번째는 미국이 대만에 백신을 지원하는 것 자체가 ‘정치-군사적 의도가 있다’면서 비판한 것이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세 번째 이유는 미국의 군용기가 대만에 도착했다는 점이다. 이날 대만의 쑹산 공항에 내린 군용기는 C-17 글로브 마스터 수송기이다.


그런데 중국은 1년전 중국 관영 환구시보 사설에서 “미국 군용기가 대만에 이착륙한다면 대만 해협의 전쟁은 그때 시작”이라며 위협한 바 있었다.


그랬던 환구시보가 7일자에서 갑자기 입장을 바꿔 “대만 당국이 미국 상원의원이라는 지푸라기를 잡았다”는 제목의 사설을 내놨다. '전쟁 불사론' 대신 민진당이 미국에 굽신거렸다며 비판한 것이다.


환구시보는 “2300만 대만 인구로 보면 75만 도스 백신은 물 컵으로 장작불 끄겠다는 것”이라며 “방역 실패와 백신 부족으로 민진당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지지율이 떨어지자, 미국이 상원의원 방문이라는 정치쇼로 민진당을 돕겠다는 처사”라고 평가절하했다.


지난해 8월 중국이 미군 EP-3E 전자 정찰기가 오키나와 미군 기지와 대만을 오가며 이착륙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을 때, 환구시보는 “차이잉원 당국에 근본적인 경고를 보낼 필요가 있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중국이 통일을 수호하기 위해 설정한 레드라인을 밟았다”며 “만일 중국이 증거를 확보한다면 관련 공항과 착륙하는 미군기를 부술 수 있다. 대만 해협 전쟁은 이때가 개전”이라고 협박했었다.


그러면서 환구시보는 “대만 공항에 미국 군용기가 이착륙하는지, 항구에 미국 군함이 정박하는지를 정찰해야 한다”고도 했던 것을 상기한다면 군용기가 직접 대만 공항에 착륙했는데도 중국 당국은 침묵하면서 환구시보를 통해 궤변만 늘어놓고 있는 것이다. 확연히 달라진 중국의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만 자유시보의 이러한 보도에 대만의 네티즌들은 “좌안(左岸, 중국) 사람은 줄곧 미국 군용기 혹은 군함을 허락하지 않겠다고 소리쳤지만, 오늘 미국 군용기가 대만에 왔다. 좌안은 왜 조용한가, 미 군용기와 군함이 대만에 다시 주둔할까 봐?”라는 조롱성 댓글을 달았다


[중국이 갑자기 온순해진 이유는?]


중국이 이렇게 ‘고개를 숙였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태도를 누그러뜨린 가장 중요한 이유는 다가오는 7월 1일의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일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국가적 행사 중의 하나인 공산당 창당 100주년 행사를 앞두고 국제적인 여론 환기를 위해 분위기를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금 국제적으로 중국을 기피하고 아예 배척하려는 정서가 팽배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일정상회담에서의 중국에 대한 경고는 분명히 시진핑 주석에게는 악재라 할 수 있다.


대만 국방안보연구소의 수쯔윤 교수도 “대만과 관련해 중국의 공격적 행동이 완화된 데는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총리와의 회담이 분명히 영향을 미쳤다”고 닛케이에 전했다.


그렇다고 중국의 본색이 변한 것은 분명 아니다. 중국이 공산당 100주년 행사를 앞두고 중국 국민들에게는 중국의 군사력을 과시하고 싶어하면서도 미국과의 정면 충돌은 피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도발 강도를 최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중국이 대대적인 행사를 앞두고 이미지 세탁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세계의 주요 나라들이 중국 공산당 100주년을 축하해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중국의 이러한 태도 변화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다가오는 7월 1일의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행사에 이어 내년 2월에는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예정되어 있다.


그리고 시진핑 주석에게는 ‘코로나19의 원인 규명’이라는 국제적인 압박도 있다. 여기에 베이징 올림픽의 보이콧 문제가 이제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할 것이다.


이렇게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위해 넘어야 할 산들이 산적해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만이나 주변국들을 향한 도발을 감행한다면 이는 ‘국가적 위기’를 불러오는 단초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의 중국 태도, 특히 외교적 대응이 어떻게 표출될 것인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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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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