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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발칵 뒤집힌 중국, 칭화대 출신이 가사도우미? - 갈수록 어려운 중국 취업시장, 대졸자들 갈 곳이 없다 - 더 악화되는 중국의 고용시장, 정부는 눈속임 수치 발표 - 배달원 25%가 대졸자, 돼지농장에서 석사-박사 출신 뽑기도
  • 기사등록 2021-05-31 13:34:00
  • 수정 2021-05-31 15:4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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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SCMP / 澎湃]


[명문 칭화대 출신이 가사도우미? 암울한 중국]


중국의 한 명문대 출신의 청년이 일자리를 구하는 과정에 대한 내용이 중국 사회를 발칵 뒤집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모교이며 중국 최고의 명문대인 칭화대의 졸업생이 일자리를 찾다가 결국 실패하고 ‘보모·가정부 일자리’를 찾는다는 구직광고 때문이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9일 상하이의 한 고급 가정부 파견 회사가 자사 홈페이지에 칭화대 졸업생 이 모씨의 이력서를 공개한 뒤, 가정부로 취업에 성공했다고 뉴스포탈 펑파이(澎湃)를 인용해 보도해 파문을 일으켰다.


고급 가정부 파견회사인 ‘Your Trust Home Service’가 자사의 구직·구인 게시판에 올린 내용은 이렇다.


“보모·가정부 일자리를 찾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2016년부터 줄곧 어린 아이를 돌보는 보모로 일해 왔습니다. 중국어와 영어에 능통하고 상하이 주변의 장쑤성과 저장성의 많은 가족들이 선호하는 음식 요리도 잘합니다. 희망 월급은 3만5000위안입니다.”


그러면서 함께 이력서도 공개를 했다.


이러한 사실이 뉴스포탈 펑파이(澎湃)를 통해 보도되자 다양한 댓글들이 달렸고, 또한 이 사실이 중국 전역의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한 네티즌은 “칭화대나 베이징대학 같은 일류 대학 출신들은 중국을 발전시키고 변화시킬 사람들을 키워 내는 곳”이라면서 “그런데 그런 사람이 겨우 가사도우미를 한다는 것은 재능을 낭비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칭화대 출신이 가사 도우미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은 그만큼 취업 시장이 치열해진 결과”라고 평하기도 했다.


반면 "우리는 어떤 직업의 귀천을 판단할 수 없다. 개인의 선택에 불과하다"면서 ”가사 도우미를 폄훼하지 말라“는 반대의견도 있었다.


어떤 네티즌은 ”그녀는 보통의 보모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가정 교사"라며 "기업의 고위직보다 높은 월급을 받는 그녀가 부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네티즌 말대로 이번에 화제가 된 이 모씨는 희망 월급 자체가 보통의 가사 도우미와는 달리 상당히 높다. 이는 일반적인 가사 도우미가 아니라 아주 고급의 가정교사 겸 도우미라고 해도 옳을 것이다.


[왜 최고급 인력이 가사 도우미로 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최고의 명문대 출신이 가사 도우미 시장에 뛰어드는 것에 대해 논란이 뜨겁다.


문제는 이러한 고급 인력의 가사도우미 진출이 이미 상당히 많이 퍼져 있다는 데 있다. 고급 가정부 인력 파견회사인 ‘Your Trust Home Service’는 “그녀와 같은 재능있는 사람은 드물지만 그런 사람들이 제법 있다”면서 “해외의 일류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을 포함하여 석사 학위를 가진 보모들도 있다”고 밝혔다.


특히 자녀를 중국에 있는 국제학교에 보내는 부유층들이 이런 고학력 여성들을 선호하기 때문에 그러한 고급인력들에게 눈길을 보내는 것이라는 의미다.


인력 파견회사의 한 직원은 “일류대학 졸업장을 가진 가사 도우미들은 보통 가정교사로 고용되어 아이들에게 다양한 과목을 가르친다”면서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은 보통 한 달에 1만 5000위안(약 255만원)에서 5만 위안(약 85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아이들을 가르칠 때 영어로 말할 것을 요구받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니 고임금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최고의 명문대 출신들이 그러한 인력 시장으로 뛰어드는 이유다. 중국의 대학 졸업자수는 지난 20여년간 해마다 증가해 왔는데 올 여름에도 900만명 이상의 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하게 된다.


중국의 교육부는 지난 5년 동안 4천만 명 이상이 대학을 졸업했으며, 이 중 77%는 졸업과 동시에 일자리를 구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들 대학 졸업자들의 봉급은 대체로 형편없다는 것이 문제다. 현지 컨설팅 회사 마이코스에 따르면 대학을 졸업한 뒤 치열한 구직경쟁을 뚫고 직장에 들어갔어도 2018년과 2019년 초봉 평균이 각각 월 4624 위안(약 79만원), 5440위안(93만원)에 그쳤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학 졸업자들이 좀 더 많은 급여를 받으려고 대학 학위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파격적인 일자리를 찾을 수밖에 없다.


5월 초, ‘중국청년보’라는 매체는 대학을 졸업한 일부 청년들이 돼지 농장에서 일자리를 찾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이 축산 농가는 대학 졸업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학사학위 소지자들에게 연간 12만~20만 위안(약 2040만원~3400만원), 석사학위 소지자들에게는 18만~30만 위안(약 3060만원~5100만원), 박사학위 소지자에게는 최소 30만 위안(약 5100만원)을 제시했다.


그만큼 일자리도 ‘바늘구멍’보다 좁기도 하지만 급여도 팍팍해 많은 중국의 젊은이들이 엄청난 현실의 벽에 부딪치고 있다는 것이다.


[갈수록 어려운 중국의 취업 시장]


중국은 지금 대외적으로는 경제가 활력을 찾고 있고 성장률도 상당한 증가를 하게 될 것이라 말들 하지만 그 속은 사실 만만치가 않다. 일자리가 늘어나기는커녕 더욱 더 좁은 문이 되고 있는 것이 그러한 현실을 반영한다.


교육부가 올해 대학 졸업생의 숫자가 900만명을 넘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거의 절반 넘는 취업 희망자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몰락의 길로 갈 수도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그리고 이 추세는 내년이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렇게 일자리 문제가 심각해지고 이것이 사회 문제화로 번져가자 중국 정부 당국은 사회복지 등의 분야에 공공 서비스 일자리를 만들어 이들을 달래려 하고 있다. 또한 대학원 정원을 3000명 이상 늘리면서 대학원으로 진학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런데 진짜 심각한 것은 상당수의 취업 희망자들이 일자리 면접을 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SCMP는 상하이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은 베이징 출신의 한 취업 희망자의 예를 들면서 “일류대학 출신이 아니면 아예 면접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전했다.


또다른 여성 취업자는 “상하이에서는 학사학위를 가지고 있으면 취업 자체가 거의 안된다”면서 “졸업반의 3분의 1 이상이 대학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더 악화되는 중국의 고용시장]


지금 중국의 일자리는 그야말로 최악 상황이다. 그만큼 경제가 어렵다는 것을 반증한다. 중국 도시 근로자들의 실업률은 지난 2월 6.2%로 거의 2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정부 당국이 공식 발표한 2020년 지난해의 실업률은 4.7%였다.


그러나 정부당국의 공식적인 실업률 집계를 그대로 믿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저렇게 상황이 좋지 않으니 실제는 어떨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실제로 청두의 서남부금융경제대학의 오양쥔과 친팡 이코노미스트들은 “중국 경제에 대한 하강 압력이 크게 높아져 고용 상황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고 SCMP에 전했다.


문제는 이렇게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보장 제도 자체가 거의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회사들에 대해 근로자 임금 보호제도 자체가 없으며, 특히 농촌에서 도시로 올라온 농민공들에 대한 보장은 더더욱 없다. 그렇다고 의료보험 같은 것들이 제대로 시행되는 것도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인민들이 잘사는 사회라는 ‘샤오캉’을 말하는 것 자체가 민망스러울 정도다.


여기에 중국 정부당국은 일자리와 관련한 수치를 숨기기에 바쁘다. 취업 시장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 당국이 대학 졸업생들의 고용 수치를 부풀리면서 통계 조작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베이징은 1990년대 후반부터 취업률로 대학들의 평가를 하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대학들이 이 수치를 부풀려 보고한다는 것이다. 중앙정부도 고용 수치를 늘리기 위해 작가와 프리랜서들까지 유연한 고용으로 잡으면서 취업 숫자를 왜곡하고 있다. 심지어 식당의 임시 배달원까지도 취업자 수에 잡아 놓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해 7월말 현재, 중국내 배달업계에서 선두를 달리는 ‘메이투안’의 경우 배달원 295만 명 중에서 24.7%가 학사학위 소지자라고 밝혔다. 이 수치는 2019년보다 18% 이상 증가한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아니 찾을 기회조차 거의 봉쇄된 상황이 이어지면서 중국의 젊은이들이 그야말로 암울한 절벽을 마주하고 있다.


특히 미중 충돌 상황이 더욱 깊어지면서 미국의 디커플링으로 인한 중국 경제의 추락까지 예상되면서 중국의 청춘들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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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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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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