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 美-中-러시아가 북극에서 혈투 벌이는 이유? - 북극항로 염두에 둔 러시아, 군사활동 대폭 강화 - 중국도 북극항로 개척에 열심, 숟가락 얹으려는 발상 - 美 해군, '푸른 북극' 계획 세우며 적극 대응 나서
  • 기사등록 2021-05-20 15:29:32
  • 수정 2021-05-21 08:10:03
기사수정


▲ 북극의 얼음을 뚫고 나오는 러시아의 핵잠수함. 러시아는 북극항로 개척을 염두에 두고 군사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러시아 국방부]


[뜨거워진 미-중-러의 북극 전쟁]


북극을 향한 미국-중국-러시아의 각축이 뜨거워지고 있다. 북극이 군사적인 전략 요충지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중요성까지 함께 부각되면서 북극을 선점하려는 혈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 발행되는 닛케이 아시아는 지난 19일 “북극지역에서 미국과 중국, 러시아가 뜨거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면서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이번 주에 북극이사회(Arctic Council) 국가들을 만난다”고 보도했다.


닛케이 아시아는 “최근들어 러시아가 북극지역에서 군사활동을 부쩍 강화하고 있으며 중국 역시 북극에서의 일대일로의 확장이 본격화되고 있어서 이에 대한 미국의 경각심이 고조되고 있다”면서 “미국이 북극지역에 대한 관심을 부쩍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군사활동 강화하는 러시아]


지난 4월 26일(현지시간) 외국의 주요 언론들에 눈에 띄는 사진 한 장이 실렸다. 바로 러시아 해군의 핵잠수함 3척이 동시에 두꺼운 북극해 얼음을 뚫고 수면위로 부상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었다.


러시아의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니콜라이 예브메노프 해군 사령관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이날 "해군 역사상 처음으로 3척의 핵잠수함이 반경 300m의 해역에서 정해진 시간에 한꺼번에 1.5m 두께의 얼음을 깨면서 수면 위로 상승했다"고 훈련 성과를 보고했다.


이와 더불어 러시아는 북극 개발을 국가발전 전략의 중요한 축으로 내세우면서 지역 통제를 위한 군사시설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북극권 내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지난 4월 21일에도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은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이 주요 지휘관 회의에서 북극의 섬과 연안에서 군사 시설의 개발이 계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앞서 북극해 프란차이오시파(프란츠 요셉) 제도에 있는 자국 최북단 군사기지인 알렉산드라 랜드의 '나구르스코야' 비행장 활주로 길이를 3.5㎞로 연장하면서 대형 비행기도 이·착륙할 수 있도록 했다. 이 활주로의 완공으로 러시아가 대형 폭격기와 수송기를 북극권에서 이·착륙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이뿐 아니라 러시아는 북극 곳곳에 스텔스 전투기와 극초음속 물체를 탐지할 수 있는 장비(Resonance-N)를 갖춘 최신 레이더 기지를 곳곳에 설치하고 있다.


러시아는 현재 자국 북부 영토를 따라 노바야제믈랴 제도, 프란차이오시파 제도, 노보시비르스크 제도, 동시베리아 브랑겔섬, 카라해 슈미트 곶 등 동서로 광대하게 펼쳐진 북극해 주요 지점들에 여러 군사기지를 구축·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는 무장이 크게 강화된 프로젝트 야센-M급인 최신 핵잠수함 '카잔'함을 북극해를 작전 권역으로 하는 러시아 북해함대에 지난 5월 7일 배속, 전력화됐다.


북극해 등을 작전 권역으로 하는 북해함대는 첫 번째 야센급 핵잠수함인 세베로드빈스크함을 이미 실전배치한 상태다. 카잔함은 다목적 순항 미사일인 '칼리브르(Kalibr)'와 대함 미사일인 '오닉스(Oniks)' 등 현재 러시아에 있는 모든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다고 러시아 투데이(RT)는 전했다.


러시아는 이러한 군사전력 강화와 함께 북극해 항로개발(NSR)에도 열심을 내고 있다. 러시아 당국은 2030년경이면 북극해 항로(NSR)를 통한 물동량이 1억t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북극해 항로가 남쪽에 위치한 수송로보다 더 환경친화적인 항로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알렉세이 체쿤코프 극동·북극개발부 장관이 밝힌 바에 따르면, 지난해 북극해 항로 물동량만 3천300만t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노르웨이 노르드대의 하이노스(High North)물류센터에 따르면 지난 5월 8일 현재 올해 대서양과 태평양 사이 북극해 항로를 이용한 수송은 62차례 있었으며, 이는 지난해의 37차례에 비해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중국은 지난 5월 해당항로를 따라 러시아에서 액체천연가스를 들여왔다.


러시아는 지난 3월 '에버 기븐'(Ever Given)호의 좌초로 이집트 수에즈 운하가 마비되자 북극해 항로가 향후 최적의 대체 노선이 될 것이라고 적극 홍보했다.


러시아의 북극해 항로는 북극권 카르스키예 해협(Kara Strait)에서 추코트카 자치구의 프로비데니야만(Providence Bay)까지 5천 600㎞에 이른다.


러시아는 북극해 항로를 활용하면 수에즈 운하를 통한 항로보다 선박 항행거리를 40%가량 줄일 수 있다며 항로 개발에 전력하고 있다.


러시아는 또한 북극 개발의 전략적 요충지로 지정한 북서부 무르만스크 지역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러시아 극동·북극개발부에 의해 추진되는 '신(新) 무르만스크' 프로젝트의 핵심은 무르만스크주(州) 주도인 무르만스크시(市)의 도심 개발이다.


문을 닫은 도심 내 조선소 등 3만8천㎡ 규모의 부지에 호텔과 사무실 단지, 북극 박물관, 푸드코트, 카페 및 레스토랑을 새롭게 짓고, 해상·육상 교통을 통합한 교통 허브도 건설한다는 것이다. 향후 5년간 계속되는 사업에는 100억 루블(1천519억 원)의 비용이 투입되는데, 본격적인 사업은 내년부터 시작된다.


러시아의 타스 통신은 러시아가 북극권 상공의 3백만 평방 킬로미터의 육지와 해양 영토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전체 북극 영토의 18%를 차지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는 또한 카라해를 따라 북쪽으로 액화천연가스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러시아 최대 자원 프로젝트 중 하나인 국영 석유회사인 로스네프트의 보스톡 오일이 인근에 위치해 있다.


[중국도 넘보는 북극]


이렇게 러시아가 북극 개발에 열을 내자 중국도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의 일환인 '북극 실크로드' 개척을 위한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11일 “중국 중산(中山)대학 연구진이 북극 해상항로를 관측하는 위성의 설계를 거의 마무리했으며, 2022년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이 위성은 북극의 빙하를 정밀 관측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위성과 관련해 중산대학 연구진은 “비슷한 기능을 수행하는 기존 위성과 비교해, (우리의 위성은) 북극권 전역을 이틀에 한 번꼴로, 더 자주 촬영할 수 있으며 기존 위성에 비해 월등한 정확성을 자랑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이러한 북극 개발 의향에 대해 SCMP는 “자칭 '북극권 근접국가'라고 주장하는 중국이 북극 지역의 과학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북극권 해상항로인 북극 실크로드 개척에 적극적”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재 중국은 군사적으로는 북극에 관여하지 않고 있지만, 경제적 관심은 뜨겁다”고 SCMP는 전했다.


이런 차원에서 중국은 일대일로의 도로 인프라 구상과 연계된 "얼음 실크로드"에서 러시아와 손잡을 것을 제안했다.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중국은 핵발전 쇄빙선 건설 계획을 진행 중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이러한 북극권 경제개발 차원에서 덴마크령 그린란드에서 희토류 권리를 획득하려고 했지만 미국 등의 압력에 의해 사실상 좌절된 바 있다.


중국의 이러한 ‘북극권 숟가락 얹기’에 대해 미국 등은 "북극권 국가와 비(非) 북극권 국가만 있을 뿐, 북극권 근접국가란 없다"면서 중국의 북극권 진출을 차단하려 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핀란드 수도 헬싱키와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을 연결하는 철도 터널 공사 등 북극 지역에서 여러 주요 사업에 참여하면서 북극권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캐나다는 지난 4월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 기업의 캐나다 북부 금광회사 인수 계획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북극권 국가들이 중국의 부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러시아와 중국의 북극 개발에 경계심 높이는 미국]


최근 러시아가 북극에서의 군사적 긴장을 강화하고 더불어 동유럽 지역에서 도발적 행동을 이어가자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경계심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지난 4월 4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이 “우리는 여러 영역에서 러시아의 위협을 분명히 알고 있다"며 "그것들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미 공군의 글렌 벤허크 북부사령관도 “분명히 러시아는 세계 무대에서 그들의 영향력과 능력을 다시 발휘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계심이 높아진 이유는 러시아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군사적 행동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19∼20일 아이슬란드에서 열리는 북극이사회 장관회의에 참석해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회담을 갖는다. 20일(현지시간) 열리는 이 회담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첫 미.러 외교장관 회담이다.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와 회담을 갖기에 앞서 “러시아가 불법적인 해상 영유권을 주장하고, 특히 외국 선박의 북해 항로 통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 한다”면서 “북극 지역의 평화롭고 지속 가능한 미래라는 공동의 목표를 훼손하는 러시아의 군사적 행동에 대해 깊은 우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의 이러한 경고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북방함대 사령관으로 승진한 알렉산더 모이세예프가 “러시아가 북극지역에서 잠수함과 전함이 참가하는 대규모 군사훈련을 한 것은 러시아 국경 근처에 미군과 나토군 주둔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이를 비판하는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개로 미국은 북극지역의 군사적 안정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4월에 열린 케네스 브레이스웨이트(Kenneth Braithwaite) 해군 장관에 대한 청문회에서 ‘아틱(Arctic)’이라는 단어가 무려 35차례나 언급된 바 있다. ‘중국’과 ‘러시아’라는 단어가 22회, ‘북한’ 6회 등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이 언급된 것이다. 그만큼 북극해가 미국의 핵심 안보 사안으로 떠올랐다는 의미다.


브레이스웨이트는 당시 청문회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어디에나 있다”면서 “특히 중국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들어 노르웨이 북부 지역에서 중국의 활동이 급증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우리는 중국의 북극지역 활동에 대해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노르웨이 주재 미 대사를 지난 2년간 역임한 바 있는 그를 해군 장관으로 임명한 것도 이러한 중국의 흐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는 것이 이를 보도한 닛케이아시아의 분석이었다.


이날 청문회에서 메인 주의 앵거스 킹(Angus King) 상원의원은 “중국이 스스로 북극해에 가까운 나라라고 선언한 것에 유의해야 한다”면서 “북극해의 항로가 열리는 것에 대해 미국이 적극적으로 대응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브레이스웨이트 해군장관은 “북극해역에 미군의 주둔을 늘려야 한다”면서 “해군은 그럴 능력이 있다”고 했다.


브레이스웨이트 해군장관의 뜻대로 미 해군은 올해 1월 ‘푸른 북극(a Blue Arctic)’이라는 전략계획을 발표했다. 북극이 흰색에서 푸른색으로 점차 변해가고 있다는 의미를 담은 제목이다.


미 해군은 이 보고서에서 “북극의 얼음이 녹게 되면 아시아와 유럽, 북 아메리카를 연결하는 최상의 해상 무역로가 열리게 된다”면서 “이렇게 되면 북극해는 세계 인구의 75%를 연결하는 엄청난 잠재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미래를 바라보고 미국은 이 지역에 해군을 주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치열한 혈투 벌어질 북극]


분명한 것은 북극은 남극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남극은 하나의 땅덩어리로 덮여 있어서 1959년에 미국, 당시 소련, 일본, 영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들이 남극의 평화적 이용과 영토 주장을 동결하는 조약을 맺을 수가 있었다.


그러나 북극은 영해와 여러 나라의 배타적 경제수역이 북극권 밖으로 확장되어 있어서 상황이 복잡하다. 그래서 미국과 러시아, 캐나다,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아이슬란드, 스웨덴 등 8개국으로 구성된 북극이사회가 환경 보호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한 협력을 논의하고 있지만 국익과 영향력을 둘러싼 공방은 물밑에서 치열해질 전망이다. 중국과 인도, 한국, 싱가포르, 이탈리아, 일본 등은 옵서버 국가다.


북극해를 둘러싼 치열한 암투는 이제 막 그 서막을 올리고 있다. 특히 미국과 러시아간의 기나긴 혈투는 이제 시작되었고, 여기에 숟가락을 얹으려는 중국까지 끼어들면서 앞으로 북극은 또다른 경쟁의 장이 되어 갈 것으로 보인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hytimes.kr/news/view.php?idx=8619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북한더보기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