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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주한미군 운용방식, 확 달라진다! - 대만-남중국해 등서 미-중간 충돌시 “주한미군 투입” - 한미군사훈련 강화, 한-미-일 합동훈련도 실시 - 라캐머러 주한미군사령관은 급변사태 전문가, 의미는?
  • 기사등록 2021-05-20 11:49:44
  • 수정 2021-05-20 16:2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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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한미군사령관으로 지명되어 청문회 절차를 밟고 있는 폴 라캐머러 사령과 [사진=The Stripes]


[주한미군사령관 지명자, 주한미군 운용방식 변경 예고]


신임 주한미군사령관으로 지명된 폴 라캐머러 미 태평양육군사령관이 18일의 미국 상원 인준 청문회를 앞두고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주한미군 운용방식의 대변화를 예고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폴 라캐머러 지명자의 주한미군 관련 발언들이 한국 정부가 제시해 온 안보전략과는 상당히 다른 부분들이 있어서 이 차이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도 주목거리다.


[“주한미군, 한반도 밖으로 투입 가능”]


폴 라캐머러 지명자의 주한미군 운용방식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주한미군의 한반도 외 지역 투입 가능성을 말한 대목이다.


폴 라캐머러 지명자는 주한미군의 역할에 대해 "오늘날 한미동맹은 당면한 북한의 위협에 정면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고 그래야 한다"면서도 "동맹은 안보 환경이 진화함에 따라 태세와 계획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주한미군은 인도·태평양사령관에게 역외(한반도 바깥) 긴급 상황과 역내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옵션(options)을 만드는 다양한 능력을 제공할 독특한 위치에 있다"며 "내가 인준되면 역내에서 미국의 이익과 목표를 지원하는 인도·태평양사령부의 비상상황과 작전계획에서 주한미군 병력과 능력을 포함하는 것을 옹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남중국해와 대만해협 등에서 미중충돌 같은 비상상황이 발생한다면 주한미군 전력을 투입할 수 있다는 의미로 주한미군의 역할 범위를 대북 억제력에 방점을 둔 한국 정부의 생각과는 전면 배치된다.


그동안 미군은 전략적 유연성 확보 차원에서 주한미군의 역외 활용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또한 이미 이러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행보도 나타나고 있다. 주한미군에 배치된 U-2S 드래건 레이디 전술정찰기가 남중국해와 대만 상공까지 출동, 모종의 임무를 수행하는 일들이 종종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U-2S가 위치식별 장치까지 켜서 해외 임무 지역을 민간 항공기 추적 사이트에 까지 노출되기도 했다. 이는 아주 의도적인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해 12월 10일에도 U-2S는 경기 오산기지에서 출발해 남쪽으로 이동했다. 이어 두 시간여 만에 남중국해와 대만 상공에서 위치가 식별됐다. 주한미군 전력이 이례적으로 남중국해로 이동한 것이다. 이를 또 공개적으로 노출까지 했다.


물론 선박을 이용한 북한산 석탄 밀수출과 관련해 중국에 대한 감시 강화를 위해 주한미군 정찰 전력의 활동 반경을 넓힌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기는 하지만 주한미군 전력의 이러한 동향은 그동안의 행적과는 너무나도 다르다.


그동안 오키나와에서 발진한 주일미군 정찰기가 동중국해는 물론 서해안을 타고 한반도의 휴전선 부근까지 정찰하는 예도 종종 있었기 때문에 동중국해를 관할하는 오키나와 기지가 아닌 주한미군 전력을 동중국해까지 진출시켰다는 것은 그야말로 이례적인데다가 항적까지 노출시켰다는 것은 당연히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공공연하게 드러낸 것이라 해석해야 맞을 것이다.


지난 4월 29일에도 주한미군의 U-2S 정찰기가 또다시 동중국해까지 정찰한 사실이 베이징의 SCS Probing Initiative에 의해 공개되기도 했다.


사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는 이미 2006년 한·미 외교 당국 간에 합의가 된 사항이다. 주한미군을 ‘붙박이’로 두지 않고 분쟁지역 등에 신속히 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할 경우 미·중 충돌 시 한국이 불필요하게 개입될 수 있다며 반발한 바 있지만 결국 수용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주한미군 감축 논란이 초점으로 떠올랐던 지난해 10월의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SCM) 직후 발표한 공동성명(20개항)에서 ‘주한미군 병력의 현 수준 유지’라는 문구가 빠진 것도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 원칙에 따른 것이란 관측이 나온 바 있다.


‘주한미군 병력의 현 수준 유지’라는 문구가 2008년에 삽입된 지 12년만에 빠진 것으로 미국의 요구에 의해 이뤄진 것이다. 이러한 일 자체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감안해 미군이 밀어붙인 것이라는 분석들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폴 라캐머러 지명자가 ‘동맹정신’을 내세우며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하고 나섬으로써 미중충돌시 주한미군의 한반도 외 배치는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이 아주 커졌다.


이와 관련해 바이든 미 대통령도 지난 2월 “미국의 국가 안보 우선순위와 적절히 부합하도록 전 세계 미군 배치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미 국방부도 “미군 주둔 범위와 자원, 전략 등 배치에 대해 재검토하겠다”고 했었다.


[한미군사훈련, 강화된다]


폴 라캐머러 지명자가 이번 청문회에서 가장 강조하는 대목 중의 하나가 바로 한미연합군사훈련 관련 대목이다. 폴 라캐머러 지명자는 한미 군사훈련의 대북 억지 역할과 관련해 "인준을 받으면 외교적 목표 지원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도록 한미군사훈련의 적절한 범위와 규모를 결정하기 위해 파트너들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훈련은 억지할 수도, 자극할 수도 있다"면서 협의 파트너로 한국 및 미 인도태평양사령관 등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라캐머러 지명자는 최근 몇 년간 한미연합훈련 축소 문제에 대해서도 "인준되면 즉각 지속적으로 훈련 프로그램과 전투준비태세 유지 간 관계를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라캐머러 지명자는 "정기적인 대규모 훈련은 한국과 미국의 연합방위태세에 필수적인 이익을 제공한다"며 "이런 파잇 투나잇(fight tonight·즉각 전투대비태세) 준비태세는 사령부는 물론 예하 지상, 공군, 해군, 해병, 특수작전부대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라캐머러 지명자는 또한 “군사태세의 개선이 조기 경보와 미사일 방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훈련과 준비태세를 계속 향상할 필요성과 함께 항공모함 폭격단, 5세대 F-22와 F-35전투기 등 한반도에 미국의 전략자산을 간헐적으로 순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일, 한·미·일 간 군사협력 중요성 강조]


라캐머러 지명자는 한·일, 한·미·일 간 군사협력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한·일과 양자, 삼자, 다자 협력을 증진하고 한·일 관계를 진전시킬 리더십 역할을 계속 맡아야 한다"며 "한·일 간 군사협력의 효과는 그 자체로 독특한 억제력 효과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청문회에서 민주·공화 양당 의원들이 한·미 연합훈련 강화 못지않게 강조한 이슈가 한·일 관계와 한·미·일 군사 협력이었다. 청문회에서는 이와 관련된 질문만 10여개가 쏟아질 정도였다.


라캐머러 지명자는 “한국군과 일본 자위대를 불러서 다자 또는 3자 훈련하는 방안을 계속 찾아야 한다”며 “전구(戰區·한반도 주변 전쟁구역)에서든 미 본토에서든 한·일과 함께 미국이 보유한 훌륭한 훈련시설에서 다자 훈련하는 기회를 모색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에 있는 포트 어윈 국립훈련센터(NTC)에 한국군과 일본 자위대 병력을 모아놓고 함께 훈련하는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이러한 라캐머러 지명자의 발언은 한국 정부에게 큰 고민거리를 안겨 줄 것으로 보인다. 사실 한·미 연합훈련 재개와 한·미·일 군사 협력 강화는 북한·중국의 거부감이 큰 사안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남북 대화 복원과 대북화해 모드 조성을 위해 원만한 한·중 관계 유지를 외교 목표로 내세운 한국 정부로선 신임 주한미군사령관 지명자의 발언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김정은, 위기 느끼면 핵 사용할 수도"]


라캐머러 지명자는 북한 김정은에 대해 "정권 존립에 위협을 받고 제거 위기에 처했다고 느낀다면 핵무기를 사용할지도 모른다"면서 “김정은은 핵무기를 외국의 개입을 억지하는 수단이자 국제적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수단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라캐머러 지명자는 이어 북한이 취할 수 있는 '행동'으로 "핵무기 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을 꼽으면서, 이를 통해 "정치적 양보나 대북제재 완화를 받아내려 하면서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라캐머러 지명자는 또 “북한은 핵개발을 계속 진행 중이고,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면서 “핵무기와 생산능력을 포기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시작전권 이양 늦춰진다]


라캐머러 지명자는 현 정부가 추진하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 확정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전시작정권 이양 문제는 ‘시기’가 아니라 ‘조건’임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그는 "한·미가 합의한 전작권 전환 계획의 조건이 충분히 충족돼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며 "나는 이 중요한 노력에서 시간에 기초한 접근법을 적용하려는 어떤 시도에 대해서도 경고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라캐머러 지명자는 "한국은 중요한 연합방위 리더십 역할을 충족하고 임무 수행을 위해 필요한 군사적 능력을 완전히 확보하려면 해야 할 상당한 작업이 남아 있다"며 "주한미군이 예상하기에 몇 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한마디로 한국 정부가 추진해온 전작권 조기 전환 입장에 확실하게 선을 그은 셈이다.


사실 전작권 전환 문제에 관련하여 한국 정부는 올여름에 실시되는 하반기 한미연합훈련 때 3단계 검증평가 중 2단계(완전운용능력ㆍFOC) 평가를 마친 뒤 올가을 열리는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전작권 이양시기를 못박는다는 구상을 세웠지만 미국 측은 계속 부정적 입장을 표명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라캐머러 지명자까지 시기를 못박는 전작권 이양에 부정적 견해를 밝힌 것이다. 이로써 문재인 대통령 임기내 전작권 이양은 물건너 갔다.


[라캐머러의 주한미군사령관 지명 의미]


주한미군사령관으로 지명된 라캐머러는 1985년 미 육사(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한 후 제18공수군단장과 이슬람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 격퇴 임무를 맡은 국제연합군 사령관(CJTF-OIR)을 두루 거치며 수차례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장을 누빈 ‘정통 무골’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미군 기관지 성조지는 “미 육군에서 전투 경험이 가장 풍부한 장교 중 한 명”이라고 소개했다.


라캐머러 지명자는 지난해 12월 트럼프 정부 당시 지명됐지만 바이든 정부에서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지명자로 확정됐다.


그런데 주목할만한 것은 라캐머러 사령관이 비정규전과 급변사태 대응 전문가라는 점이다. 미 국방부도 바로 이러한 강점 때문에 그를 주한미군사령관으로 발탁했다는 분석도 있다.


그는 군 안팎에서 “전형적인 야전군인으로 원칙을 중시하면서도 주변의 조언을 잘 듣는 합리적인 지휘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또 평소 지휘 철학으로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고 한다.


북한의 핵 위협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 국방부가 라캐머러를 한반도의 안보를 책임지는 사령관으로 내보냈다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것도 급변사태 전문가가 주한미군 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 유엔군사령관으로 부임한다는 사실, 그냥 넘겨버리기에는 또다른 깊은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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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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