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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3-03 13:33:59
  • 수정 2018-03-03 17: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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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관영언론은 '적에 대한 환상은 죽음' '사회주의 신념을 지키라'는 캠페인성 구호를 잇따라 강조하고 나선데는 이유가 있다.
-그만큼 체제에 대한 위기를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는 반증이다.
-대북제재가 북힌인민들의 밥줄인 장마당까지 무력화시키고 있어서 민심 이반은 심각하다.
-김정은의 축출을 북한인민들도 반길 것이다.


만약 미국이 북한의 레짐체인지(regime change)를 시도한다면, 다시말해 북한에 대한 예방타격과 참수작전을 통해 김정은 정권 축출을 했을 때 북한인민들의 반응은 어떠할까? 과연 김정은의 변고가 생겼을 때 북한 인민들은 김정을 사망 당시와 같이 통탄하도록 슬퍼할까? 아니면 환영할까?


이야기의 진전을 위해 북한정권과 비슷했던 일당독재하 정권의 수장이 죽었을 때 그 나라 국민들의 반응을 살펴보자. 사담 후세인 체제하의 이라크 사람들, 후세인 정부의 대국민 홍보와 세뇌작전으로 인해 지금의 북한보다는 덜할지 모르나 후세인 체제에 대한 국민들의 성원은 열화와 같았다. 정부가 주도하는 반미 시위의 모습에는 광기까지 있었다. 이런 점은 북한과 비슷할 것이다.


▲ 2003년 12월 미군의 `붉은 새벽` 작전으로 생포된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공포정치도 있었다. 집권당인 바트당에 대해 조금이라도 불평하면 벽에 달린 쥐(그만큼 통제가 잘 되었다는 의미이다)에 의해 금새 체포당했고 그 행방을 모르는 경우들이 허다했다. 지금의 북한과 너무나도 유사하지 않는가?


이라크도 지금의 북한같이 정치적 자유도 없고 경제는 경제대로 피폐했다. 그럼에도 당 간부들 또는 고위지도자들은 호위호식했다. 어찌그리 지금의 북한과 닮은지 모른다.


▲ 2006년 처형된 사담후세인. 이를 보도한 언론1면. 후세인의 눈길에 두려움이 가득하다


그때 이라크 국민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여러 전언들에 의하면 이라크 국민들의 내심에는 후세인에 대한 증오나 불만이 있었지만 이를 드러내 놓지는 못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누군가가, 하늘의 도움으로 후세인을 사라지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램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 2006년 사담후세인 처형장면


후세인만 사라지면 이라크는 더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후세인 정부가 반미를 선동하고 반 자본주의를 강요해도 겉으로는 다들 동의하고 환호로 응대해 주지만 속으로는 반감들이 대단했다고 전한다. 그럼에도 그들의 삶에는 너무나도 익숙한 불안과 두려움으로 표출하지 못했을 뿐이다. 심지어 가족들에게까지도 말이다.


그런데 정작 후세인이 미국에 의해 처형당하고 나서 어떻게 변했을까? 그럼에도 이라크 국민들은 반미 감정으로 후세인을 옹호할까? 아니다. 아니었다. 아직도 남아있는 두려움 때문에 내놓고 당당하게 말하지는 못하지만 후세인없는 이라크가 후세인 때의 이라크보다 훨씬 더 좋아졌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어떠할까?


김정은의 유고가 북한 인민들에게 어떠한 감정으로 다가갈까? 김일성, 김정은 때처럼 또 그렇게 통곡하며 김정은을 죽인 미국에 대해 분노감을 표촐할까?


아니다. 결코 아닐 것이다.북한 인민에게 있어서 김정은의 존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의 삶이다. 장마당에 나가 물건을 하나라도 더 팔아야 하고 그래야 가족들의 생계가 유지될 수 있다. 장마당에 나가 물건을 더 팔 수 있고 자신의 가족들이 더 편안하고 풍족하게 살수만 있다면 김정은의 유고 따위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김정은은 인민들에게 '제2의 고난의 행군'을 강요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그야말로 먹고 살기 어려운 때 이야기지 인민들의 80% 가까이가 직간접적으로 장마당을 통해 입에 풀칠하는 지금과는 상황이 다르다. 돈맛을 안 북한 인민, 배급이 아닌 스스로 돈을 벌어 식구를 먹여 설리는 방법을 알고 또 그래야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지금의 북한 인민들은 '제2의 고난의 행군'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힘들어지면 원망과 불평의 질이 달라지기 시작할 것이다.


이렇게 '제2의 고난의 행군'으로 몰고가는 '미제'가 아닌 '핵과 미사일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힘들다'고 생각하고 공격의 방향을 내부로 돌릴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이 달라지고 있다. 인민들의 생각도 달라진다. 돈을 벌어 본 적이 있는 인민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북한돈이 아닌 인민폐로 생활하기 시작한 대중들이 늘어나면서 김정은을 보는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 


이것이 장마당을 통한 시장경제가 북한 경제에 긍정적 영향도 미쳤지만 지금은 김정은에게 독이 되어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그러한 움직임을 눈치라도 챈 것일까? 북한의 관영언론은 '적에 대한 환상은 죽음' '사회주의 신념을 지키라'는 캠페인성 구호를 잇따라 강조하고 나섰다. 이와 함께 대북 제재와 관련 대미(對美) 비난 수위를 최고조로 높이고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동요하는 민심을 막고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1일자 노동신문도'사회주의 신념은 우리 인민의 정신적 기둥이며 힘이다'는 논설에서 "제국주의자들의 압력이 크고 부닥친 시련과 난관이 엄혹하다고 하여 남의 원조에 기대를 걸고 자력의 길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했다. 앞서 노동신문은 지난 2월에도 "원수들에 대해 털끝만 한 환상이라도 가진다면 죽음을 면치 못한다"(23일), "자본주의에 대한 환상은 사회주의사상의 변질을 가져오고 죽음으로 이어진다"(25일)고 했다.


북한의 이러한 흐름은 김정은이 지난해 12월 당세포위원장 대회와 올해 신년사에서 "비사회주의적 현상을 뿌리 뽑기 위한 섬멸전을 강도 높이 벌려 나가라"고 강조한 이후 본격화된 것으로 보인다.


2월 2일자 노동신문도 외무성 미국연구소 정책연구실장의 '담화'를 통해 "트럼프 정부의 제재 압박 소동은 그 악랄성과 반동성에 있어서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했다. 북한 인민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눈치 챈 북한 당국의 인민들 생각 옥죄기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되는 대목이다.


북한 응원단이 평양이로 돌아간 이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양각도호텔에 모여 ‘자본주의 물빼기’ 작업에 들어갔다고 한다. 아무리 물을 뺀다고 생각까지 제거할 수 있을까?


이미 장마당을 통한 시장화가 이루어진 북한에서 아무리 공포를 조장해도 이들의 먹고 살 길까지 막을 수 있을까?


아마도, 아마도 김정은이 축출된다면 북한인민들은 손을 움찔할지도 모른다. 두손들고 환호하려다가 옆 눈치보느라고 말이다. 그러다가 금방 생각을 바꿀 것이다. 두손은 못 들지만 온 마음으로 박수치겠다고 말이다.


그 날이 곧 다가올 것이다. 그렇기에 대한민국 정부와 대한민국 국민은 김정은을 위시한 집권층이 아닌 북한의 대중들에게 눈을 돌려야 한다. 김정은의 편이 아닌 북한 인민들의 편이 되어 주어야 한다. 그래야 한반도에 미래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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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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