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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루쉰의 '아Q'가 예견한 '시진핑 보유국'의 최후 - 시진핑 ‘빈곤퇴치 성공’, 리커창 ‘아직 멀었다’, 누구 말이 맞나? - 시진핑의 ‘정신 승리’, 인민은 안중에도 없다! - "시진핑이 무너지지 않으면 중국이 비극적 최후 맞게 될 것"
  • 기사등록 2021-05-10 15:48:46
  • 수정 2021-05-11 07:5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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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통계국, 리커창 겨냥 “농민공 월수입 4천위안 이상” 반격]


시진핑 중국 주석과 반 시진핑 파간에 권력 투쟁이 격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중국 국가통계국이 리커창 총리의 농민공(農民工·농촌 출신 도시 저소득 근로자) 저소득 발언을 직접 겨냥하면서 “농민공의 월평균 소득은 4072위안(약 70만원)”이라고 발표해 그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지난 4월 30일 국가통계국은 ‘2020년 농민공 모니터링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중국의 전체 농민공은 2억 8560만명으로 전년보다 517만명(1.8%)이 줄어들었으며 이들의 월평균 소득은 4072위안으로 2019년보다 110위안(2.8%) 늘어났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역별로는 동부지역 농민공의 월평균 소득이 4351위안(약 75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서부와 동북(길림성 등)이 각각 3808위안(약 66만원), 3574위안(약 62만원)으로 비교적 낮았다.


[‘농민공 월수입 4천위안 이상’ 발언, 왜 지금 나왔나?]


사실 중국 국가통계국의 농민공 월평균 수입이 4천위안이 넘는다는 발언은 상당히 뜬금없다. 진짜 진즉 발표했어야 할 인구 조사 통계 같은 것은 미뤄두고 이렇게 리커창 총리의 지난해 발언을 정면으로 도전하는 듯한 이러한 발표를 왜 지금 시점에 했을까?


우선 최근의 시진핑 주석의 행보와 연관되어 그 배경을 추론해 볼 수 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4월 27일 광시성 난닝의 민속박물관을 시찰했다. 소수민족인 좡족의 싼웨싼(三月三, 삼월 삼짇날) 민족문화절에 맞춰 방문한 것이다. 음력 3월 3일은 광시 좡족의 시조가 태어난 날이라고 해서 이 지역에서는 최대 절기로 여긴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시진핑 주석은 “광시의 630만 인구가 빈곤에서 탈피했다”면서 “빈곤탈피에는 어느 누구 하나 빠뜨릴 수 없고 어느 민족 하나 빠뜨릴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인과 중국 공산당은 확실히 말한다. 중국 공산당의 지도자가 말하는 법은 모두 헤아려서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주 뼈가 있는 말이다. 다시 말해 중국은 이미 빈곤에서 탈출했고 이에 따라 모두가 잘 사는 샤오캉 사회에 진입했다는 자신의 치적에 대해 결코 부정하는 소리를 하지도 말라고 경고를 한 셈이다.


시진핑 주석은 사실 대만 문제나 다른 외교 관계에서 죽을 쓰고 있는데 자신이 최대 국내 치적이라 자신하는 ‘빈곤 인구 제로’를 불신하게 되면 그 모든 것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올해 신년사에서도 ‘탈빈곤 실현’을 강조했던 것이고 ‘인민 모두가 잘사는 샤오캉 사회 진입’을 선포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 시진핑 주석이 방문한 광시의 좡족 자치구는 사실 대표적인 빈곤지역 중의 하나이다. 실제로 좡족 자치구의 농민공들은 월 수입이 1000~2000위안(약 17만원~34만원) 정도밖에 안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바로 그런 곳에 가서 사진핑 주석은 “광시의 630만 인구가 빈곤에서 탈피했다”고 선포를 한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이 말에 어느 누구도 토를 달지 말라는 압박을 한 것이다.


또 하나, “광시의 좡족도 이렇게 탈빈곤을 이루었으니 다른 56개의 소수민족들 역시 이미 탈 빈곤을 이룬 것”이라는 주장도 이번 방문에서의 연설에 함축되어 있다.


그리고 시진핑 자신이 풍광이 기가 막히게 수려한 광시성을 찾을 정도로 중국은 태평성대라는 이미지를 부각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광시성의 구이린(桂林, 계림)이 그러한 이미지를 만들어 주기 때문에 이미지 홍보를 극대화하기 위해 좡족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바로 이러한 시진핑의 좡족 방문 직후 국가통계국이 시진핑의 발언을 증명이라도 하듯 탈빈곤을 재확인하는 발표를 하게 된 것이다.


[진짜 중국은 탈빈곤을 이뤘을까?]


그렇다면 시진핑 주석의 말대로 중국은 진짜로 탈빈곤을 이뤘을까?


이에 대한 답을 말하려면 지난해 5월 28일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3차 전체회의 폐막 후 가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리커창 총리가 했던 발언을 다시 확인해 봐야 한다.


시 주석이 반시진핑파의 우두머리 중 하나로 여기는 리커창은 이날 “(중국에서) 6억명의 월수입은 고작 1000위안(약 17만원)이다. 1000위안으로는 중소도시에서 집을 빌리고 세 내는 것조차 어렵다”고 밝혔다.


사실 리커창의 발언이 그냥 우발적으로 나온 것이 아니다. 바로 나흘전인 24일 닝지허 중국 국가통계국장이 발표한 2019년말 중국의 인프라 형태 자산이 1300조 위안(22경4500조원)이라는 내용을 반박하는 성격으로 한 발언이었다.


리커창 총리가 보기에도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그 수치가 너무 허황되었기 때문이다. 국가통계국의 발표대로 자산이 1300조 위안이라면 이를 13억 인구수로만 나눌 경우 중국인 1명당 100만 위안(1억7000만원)의 자산을 가진 부자대국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리커창 총리는 그러한 발표 자체가 아주 허황된 것이라면서 지금 중국인들의 실제 삶은 비참하다면서 농민공들의 실체를 말한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인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더불어 리커창의 발언을 입증하는 자료들도 발표되었다. 지난해 10월에는 쑹샤오우(宋曉梧) 중국 경제체제 개혁연구회 전 회장이 베이징사범대학 소득분배연구원의 세대 조사 자료에 근거해 월소득 500위안 이하 세대가 7.5%, 1000위안 이하가 23.5%, 2000위안 이하가 50.7%라는 분석자료을 발표했다. 이 자료대로라면 월소득이 2000위안(약 34만원) 이하인 사람이 7억 1000만명 정도 되는 것으로 나온다.


이 분석 결과는 리커창의 6억명과 그래도 상당히 근사한 수치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진짜 중국 현실은 리커창 총리나 쑹샤오우의 분석 결과가 진실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실체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중국의 농민공들이 아무리 수입이 많아도 월평균 3000~4000위안은 절대 벌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상당히 큰 기업의 임원 정도돼도 월급이 6000위안 정도를 넘지 않는다. 대부분의 생산직 직원들의 월 급여는 많아야 2000~3000위안이다.


그런데 이러한 현실이 수면 위로 부상되면 시진핑 주석의 ‘탈빈곤, 샤오캉사회 진입’이라는 최대 치적은 무너지고 만다. 그렇게 되면 그리 안해도 미국과의 관계나 대만 문제 등으로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시진핑의 3연임은 꿈도 꿀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시진핑 주석이 광시의 좡족을 방문해 ‘탈빈곤’을 말한 것이고 국가통계국은 시진핑의 그러한 발언을 뒷받침하기 위해 무리한 수치를 뜬금없이 발표하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프랑스국제라디오(RFI) 방송도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는 6억 명의 월수입이 1000위안 미만이라는 리커창의 발언을 무마하고 ‘중국은 이미 빈곤을 퇴치했다’는 시진핑의 선언을 지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시진핑의 ‘정신 승리’, 인민은 안중에도 없다!]


사실 독재정권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 중의 하나는 지도층의 ‘정신 승리’이다. 여기서 ‘정신승리’란 “억지를 부려서라도 현실을 부정하고 진실을 왜곡하는 과도한 자기합리화”를 일컫는다.


중국 작가 루쉰의 소설 ‘아Q정전’을 보면 아Q가 동네 건달들에게 맞은 뒤 “아들뻘 되는 녀석들과 싸울 수 없어 참은 것일 뿐 내가 승리한 것”이라 우긴다. 문제는 그러한 ‘셀프 승리’가 이어지면서 이웃들과 끝없는 갈등을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이렇게 황당하고 역겨운 인간형들의 처세에 루쉰은 ‘정신승리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렇게 정신 승리를 내세우게 되면 토론 자체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정신 승리주의자가 어떤 판에 끼게 되면 그곳은 한마디로 ‘개싸움판’이 되고야 만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자주 일어나는 현상이기도 한 이 ‘정신승리법’은 상식도 부정하고 심지어 대법원의 확정판결마저도 인정하지 않는다.


자신의 동생이 한 건설업체로부터 1억원이라는 수표를 뇌물로 받은 것이 확인되었음에도 자신은 ‘양심의 법정에서 무죄’라고 외치는 한명숙 씨 같은 사람이 대표적인 정신승리법의 인물일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대통령부터 시작해서 심지어 야당의 인사들까지 이런 이들이 한국에도 허다하다.


문제는 이러한 정신 승리법이 이 사람 저 사람 전염되게 되면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선동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기에 그러한 사람들이 권력까지 쥐고 있다면 나라가 결단나는 것은 시간 문제다.


루쉰은 아Q를 통해 신해혁명 당시 나라를 망가뜨린 인간 군상들의 봉건성과 혁명의 허구성을 적나라하게 까발렸다. 아편전쟁과 청일전쟁 등의 굴욕에도 반성대신 자기도취에 빠져 나라의 미래와 백성들의 삶을 외면한 통치계급의 위선을 아Q를 통해 고발했던 것이다. 결국 정신 승리, 곧 ‘셀프 승리’에 집착한 아Q는 누구로부터도 동정받지 못하는 비극적 최후를 맞게 된다.


지금 시진핑 주석은 바로 루쉰은 아Q를 통해 말했던 그러한 정신승리를 그대로 보여준다. 한 두 사람도 아니고 6억에서 7억명의 중국인들이 뻔히 자신의 처지를 알고 있는데도 “중국에 빈곤층은 없다”고 말하고 그를 믿어야만 한다고 윽박지르는 그 꼴이 아Q의 정신 승리법과 하등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그러한 시진핑의 정신 승리법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이들은 아마도 시진핑의 정신승리에 함께 숨을 쉬고 이익을 나누는 그런 일파밖에 없을 것이다.


루쉰은 이미 아Q를 통해 그런 시진핑의 미래, 그리고 중국의 미래를 설파하고 있다.


결론은 바로 이것이다. 정신 승리에 빠져있는 시진핑이 무너지지 않으면 시진핑 보유국인 중국이 비극적 최후를 맞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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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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