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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중국이 북한에 화끈한 지원을 하지 않는 이유? - 한반도사무특별대표에 류샤오밍, 中의 대북정책 중요한 전환점 - 류샤오밍, 북핵포기와 평화제제 동시 추진 '쌍궤병행' 주장 - 北中, “더 이상 순망치한 아닌 거래 외교 관계"
  • 기사등록 2021-05-03 23:37:24
  • 수정 2021-05-04 08:3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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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북한, 그러나 중국은...]


북한이 위기다. 김정은이 직접 현 상황을 ‘극난한 형편’이라고 표현하면서 ‘이념적 결속’의 강화를 촉구할 정도로 최악의 상황이다. 그래서 "고난의 행군을 결심했다"고 밝히기까지 한 것이다.


지난 4월 14일 러시아 대사가 타스 통신과 인터뷰한 내용에 따르면, 현재 북한은 1990년대 말 상황만큼 어렵지는 않지만 갈수록 상황은 심각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서 의약품을 거의 구할 수 없고 비료공장단지는 운영 중단 상태인 듯하다. 비료 공장이 가동을 멈추면 당장 농사를 짓지 못한다.


중국이 지난해 50만∼60만t 정도의 식량과 55만t의 비료를 지원해 주었다고 하지만 올해는 아직 감감 무소식이다.


지난해 식량 생산이 350만∼380만t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 수치만 가지고도 약 150만t 정도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올해 비료가 없어서 농사를 제대로 짓지 못한다면 북한의 식량난은 진짜 심각해질 수 있다.


이 정도 상황이라면 북한의 최우선 동맹국인 중국이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 것도 같은데 중국은 아무 말이 없다. 특히 미중간 충돌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중국은 미국을 향한 지렛대로서 북한을 활용하기 위해 대북제재의 틀을 허물면서 북한 지원에 나설법도 한데 중국은 전혀 움직임이 없다. 도대체 왜 그럴까?


[북중 정상간 구두친서 교환도 했지만...]


지난 3월 22일 국내 언론들은 북한의 김정은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구두 친서를 교환하고 북중 관계 발전 의지를 밝혔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중련부) 부장이 이날 베이징(北京)에서 리룡남 신임 중국 주재 북한 대사를 접견하고, 양국 정상의 구두 친서를 주고받았다는 것이다. 이날 중국 신화통신의 이러한 보도를 국내 언론들이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북중간 밀착으로 간다고 한 것이다.


이때 시 주석은 "우리는 새로운 정세 아래에 북한 동지들과 손을 잡고 노력해 북·중 관계를 잘 지키고 견고히 하며 발전시키고 싶다"면서 "양국의 사회주의 사업이 끊임없이 새로운 성과를 거두고, 양국 인민이 더욱 행복하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그러면서 이날 시 주석의 친서가 미국과 중국이 지난 3월 18~19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열린 양국 고위급 회담에서 공개적으로 충돌하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이 중국을 방문 중인 상황에서 전달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러한 내용은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톱기사로도 상당히 비중있게 다뤄졌다. 그러면서 북중 우호 분위기를 띄운 것이다.


그런데 사실상 이러한 북중 밀착 분위기 띄우기는 미국과 정면 대결 양상으로 가는 상황에서 미국에 의도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선전전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


우리 언론들은 이러한 상황을 미중 갈등 국면에서 북한 문제를 지렛대로 삼을 수 있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했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진짜 지렛대로 삼을 요량이었다면 구두 친서가 아닌 진짜 서한으로 했어야 옳지 않은가? 그런데 그저 구두 서한이다. 말로만 인사치레로 했다는 의미다.


이번에 새로 주중대사로 부임한 리룡남은 한마디로 경제통이다.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실상 중국 대사로 부임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부임한지 두 달이 다 되어 가는 지금 리룡남의 대 중국 외교가 뭔가는 결실을 맺었어야 한다. 그런데 아무 것도 이루어진 것이 없다.


그렇다면 겉으로 보여지는 것과는 달리 북중관계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것일까?


[류샤오밍 한반도사무특별대표를 주목하라!]


현재의 북중관계를 살피라면 북한 주재 대사를 지낸 바도 있는 류샤오밍(劉曉明·65) 한반도사무특별대표를 알아야만 한다.


지난 4월 12일 한반도사무특별대표로 임명된 류샤오밍은 이른바 전랑외교의 대명사로 여겨질 정도로 상당히 날카롭고 사나운 성격의 외교관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쿵쉬안유(孔鉉佑) 전임 특별대표가 2019년 5월 주일 대사로 부임한 이후 2년여간이나 비어있던 한반도사무특별대표 자리에 바로 이 류샤오밍을 시진핑 주석이 임명한 것이다. 그 의도는 과연 뭘까?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지난 2006~2009년까지 주 북한 대사를 지냈던 류샤오밍이 북한과의 관계가 좋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SCMP는 북한 전문 블로그인 '사이노 엔케이'(SINO-NK)에 2015년 게시된 글을 인용해, “류샤오밍이 북한 주재 대사로 재직 당시 그가 중국 투자자들에게 북한에서 자금을 회수해 다른 곳에 투자해야한다고 말하는 내용을 북한 정보당국이 엿들은 뒤 그에게 화가 났으며 중국에 그의 교체를 수차례 요청했다”고 전했다.


류샤오밍은 특히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며 “중국이 북한의 핵개발이나 미사일 발사를 통제할 수 없다”면서 중국 책임론을 부인하기까지 했다. 그것도 기명 칼럼을 통해 그렇게 말한 것이다.


특히 류샤오밍은 북한의 외교스타일에 대해서도 상당히 비판적이다. SCMP는 "중국의 대북 정책은 류샤오밍이 몸담은 외교부를 통하지 않고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중련부)를 통해 이뤄져왔다"며 "중련부의 역할 중 하나는 북한, 쿠바, 베트남 등 다른 공산국가들과의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SCMP는 이어 "북한도 외교관보다 중련부를 통해 거래하는 것을 선호해왔다"며 "지난 3월 리룡남 신임 중국 주재 북한 대사가 부임하자마자 처음으로 한 공식활동은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부장을 만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국가 대 국가’가 아닌 ‘당 대 당’ 외교에 치중하는 북한을 류샤오밍은 비판적으로 봤던 것이다.


대체적으로 한반도사무특별대표 자리나 북한 주재 중국 대사는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출신을 앉히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야 실질적인 북한과의 교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그런 자리에 정통 외교부 출신을 임명한 것이다.


사실 과거 북한 주재 대사로 류샤오밍을 보낸 것 조차도 의외의 인사였다. 이에 대해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2012년 한 기고에서 2006년 중련부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류샤오밍이 북한 대사로 임명된 것은 전례없는 일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이를 통해 미사일, 핵 실험을 한 북한을 향해 양국 관계가 '특별한' 관계에서 '보통의' 관계로 강등됐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북한의 정권 붕괴가 중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대북정책을 다시 변경하면서 류샤오밍을 귀국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이 류샤오밍 대신 류훙차이(劉洪才) 중련부 부부장(차관급)을 북한 대사로 앉히고 다시 북한과의 관계를 끈끈히 다졌다는 것이 SCMP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영국 대사까지 지냈던 류샤오밍은 한때 차기 주미대사로 거론되기까지 했다. 그런 그를 한반도사무특별대표 자리에 앉힌 시진핑의 의도는 과연 무엇일까?


중국 외교부는 일단 “류 특별대표가 관련국들과 소통을 유지하면서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를 추진하는 데 건설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미국 전문가들은 류샤오밍의 한반도사무특별대표 임명이 상당한 변곡점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패트리샤 김 미 평화연구소(USIP) 중국 담당 선임연구원은 지난 4월 12일 “바이든 정부가 북한 정책 검토를 마무리하고 동맹들과 향후 조치에 대한 조율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중국도 한반도 문제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류샤오밍이 최근 트위터를 통해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동시에 모색하는 ‘쌍궤병행’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힌 점”을 주목하면서 “중국이 최근 북한과 서한을 주고받을 때 비핵화 목표를 경시하는 듯한 여러 발언을 한 것과 다르다”고 말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한미정책국장도 지난 4월 12일 “류샤오밍 대사가 ‘미국 전문가’로 훈련 받았지만 영국 주재 대사를 지낼 때에는 미국에 대한 가시 돋친 비판을 했다”면서 “류 대사의 이력은 최소한 미국과 중국이 소통할 수 있는 작은 가능성을 준다”고 했다. 다시 말해 “류 대사가 대중을 상대로 선전선동을 하는 역할을 맡을 지, 아니면 북한 문제에서 중요한 외교적 파트너의 역할을 맡을 지 지켜봐야 한다. 가능성은 반반이다”라고 말한 것이다.


그런데 전반적인 판단은 김정은이 미국이 요구하는 완전한 비핵화의 길로 갈 가능성은 상당히 낮지만 류샤오밍은 오히려 김정은을 설득해 비핵화의 길로 나아가도록 할 것이고, 대신 중국이 김정은의 안전을 보장하는 체제로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추론을 하는 이유는 우선 시진핑 주석이 북한의 핵보유에 대해 철저하게 반대하는 입장이라는 점이다. 북한의 핵보유가 중국에게도 상당한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시진핑 주석의 그러한 뜻을 아는 류샤오밍이 과연 앞으로 어떤 외교를 펼쳐 나갈지 대충 그림이 그려진다는 것이다.


전 평양주재 영국대사를 지냈던 존 에버라드는 지난 4월 23일 류샤오밍 대표를 “북한 문제를 오로지 중국의 이익이란 프리즘으로만 보는 냉혹한 강경파”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류샤오밍 대표는 북한에 우호적이지 않다”고 한 에버라드 전 대사는 “중국은 북한이 중국에 합당한 태도를 취할 때만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북한에 고지했다”고 단언했다. “더 이상 순망치한(脣亡齒寒)이 아닌 거래 외교(transactional diplomacy) 관계”라는 것이다.


[북한 비핵화 돕는 것이 중국에게도 이익]


지금 미중간 충돌 위기는 일차적으로 시진핑 중국공산당 정권의 위기로 이어지면서 정권의 사활을 건 싸움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과 중국이 밀착하면서 미국을 분노하게 하는 것은 중국의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지난 알래스카 회담에서 중국은 미국에게 대만 및 신장, 티베트 지역들의 현상 유지를 조건으로 북한 포기론을 제시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핵보유를 돕도록 하는 어리석은 짓을 중국이 결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이 바라는 최상의 카드는 북한에 급변사태 같은 위기상황이 오지 않는 것이다. 북한은 가능하다면 현 체제를 계속 유지하면서 비핵화로 가 평화체제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류샤오밍이 설파한 ‘쌍궤병행’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아마도 류샤오밍은 북한에게 핵 포기를 강권할 것이다.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중국과 미국이 김정은체제를 보장해 주는 대안을 제시하게 될 것이다. 이를 동시에 추진하자는 것이 바로 ‘쌍궤병행’이라는 것이다.


위기에 몰린 중국이 류샤오밍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은 바로 중국의 절박함을 드러낸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은 미국을 향한 아주 중요한 지랫대로서의 카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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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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