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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영국 ‘퀸 엘리자베스’ 항모, 아시아로... 이유는? - 英 국방부, ‘퀸 엘리자베스’ 항모 아시아방문 공식 발표 - 대(對) 중국 견제 위해 미국, 일본 등과 연합훈련 실시 - 영-일동맹 부활도 중요한 방문 이유
  • 기사등록 2021-04-27 13:23:32
  • 수정 2021-04-27 16:5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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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의 퀸 엘리자베스 항모전단이 서태평양 지역으로 출발한다고 영국 국방부가 27일 공식발표했다. [사진-영국 해군]


[英 국방부, ‘퀸 엘리자베스’ 항모 아시아방문 공식 발표]


영국의 최신예 퀸엘리자베스 항공모함 전단이 올 하반기 아시아를 순방할 계획이라고 영국 국방부가 26일(현지시간) 공식 발표했다.


영국 국방부는 이어 “퀸 엘리자베스 항모전단의 인도·태평양 지역 순방은 영국과 각국 간의 안보협력을 더욱 깊고 지속적이게 만들어줄 것”이라면서 “이번 순방은 영국에게 인도·태평양 지역의 세계적 중요성을 상기시켜 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퀸 엘리자베스 항모전단의 아시아지역 방문 성격이 미·중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중국 견제에 동참하는 성격이 크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항모 전단은 동아시아에서 미·일 등과 연합훈련을 할 계획이다.


‘퀸 엘리자베스’호는 무려 30억 파운드(약 4조 3500억원)를 들여 2009년부터 건조한 길이 280m의 6만5000t급 디젤 항모로, 2017년 12월 취역했다. 1600명의 병력과 수직이착륙 기능을 갖춘 F-35B 36대를 비롯해 중형 대잠수함 헬기와 공격헬기 등 함재기를 동시에 탑재할 수 있다.


영국 항모 전단은 퀸 엘리자베스함 외에 45형 구축함 ‘디펜더’와 ‘다이아몬드’, 23형 대잠(對潛)호위함 ‘켄트’와 ‘리치몬드’, 보급함 포트 빅토리아함과 타이드스프링함,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탑재한 아스튜트급 공격용 핵추진 잠수함 등으로 구성된다.


다만 ‘퀸 엘리자베스’항모의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는 F-35B 8기와 헬기 14대를 탑재하게 되며 유사시에는 주일미군의 F-35B가 추가로 투입되어 작전을 펼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해병대 1개 중대도 동반한다.


특이한 것은 엘리자베스 항모전단의 아시아행에 미 해병대 F-35B 라이트닝 II 기종 10개 편대를 보유한 미국 구축함 더 설리반스( USS The Sullivans)가 네덜란드 해군의 HNLMS 에버센과 함께 함대의 일부로 동반한다는 점이다.


영국에서 발행되는 ‘더 인디펜던트(The Independent)’지는 26일(현지시간) 이러한 사실을 보도하면서 “이들이 영국의 전력들과 함께 작전을 펼치게 될 것”이라면서 큰 의미를 부여했다.


[‘퀸 엘리자베스’ 항모가 아시아로 오는 이유?]


‘퀸 엘리자베스’ 항모가 아시아로 오는 이유는 우선 대(對) 중국 견제를 위해서이다. ‘퀸 엘리자베스’ 항모가 남중국해와 서태평양 등지에서 미국, 일본 등과 연합훈련을 실시하는 일정도 담겨 있어 이러한 목적을 입증해 준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25일(현지시간) 순방국들을 거론하면서 “중국의 확장 전략에 맞서는 서방 동맹으로 여겨진다”며 “인도·태평양 지역 안정과 공동 번영을 위해 해당 지역에 더 깊숙이 개입하겠다는 영국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벤 월리스 국방장관도 이날 성명에서 “항모타격단이 5월 순방에 나서면 ‘글로벌 브리튼’의 깃발을 휘날리게 된다”며 “우리의 영향력을 보이고 힘을 암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중국발 남중국해 위기 분위기도 퀸 엘리자베스 항모의 아시아 행과 무관치 않다.


바이든 정부 들어 대(對) 중국 전략에 미국 단독이 아닌 민주주의 연대를 통한 공동 대응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이러한 바이든 정부의 방침에 최우선 동맹국인 영국도 적극 동참한다는 의미다. 그런 관점에서 퀸 엘리자베스 항모의 서태평양행은 단순한 순방이 아닌 언제든지 작전을 펼칠 수 있는 완벽한 준비 태세를 마친 상태라 보면 될 것이다.


이미 퀸 엘리자베스 함은 미군과의 연합 작전을 염두에 두고 이미 미국 대서양 연안 노포크에 퀸엘리자베스 항모를 보내 미 해군·해병대와 연합전단 구성 및 작전 수행을 익혔다. 여기에 미 제211해병전투공격비행대(VMFA-211)를 이미 퀸 엘리자베스 항모 전단에 배속시켜 훈련하기도 있다. 만반의 준비를 이미 마쳤다는 의미다.


그런 의미에서 갈수록 위기가 고조되는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 중국의 도발로 인한 위기가 발생할 경우 곧바로 실전 투입을 할 수 있다는 태세로 아시아지역으로 향한다는 것이다.


[영-일동맹 부활도 중요한 방문 이유]


이와 함께 주목을 끄는 것은 이번 퀸 엘리자베스 항모의 아시아 순방에서 일본과의 밀착이다.


“역사는 똑같이 반복되진 않지만, 그 흐름은 되풀이 된다”(마크 트웨인)는 말이 있다. 그 말 그대로 영국과 일본의 밀착이 119년만에 다시 부활하고 있다.

1902년 러시아 남하(南下)를 막을 목적으로 동맹국이 됐던 두 나라가 최근엔 중국 견제와 경제적 이유를 매개로 뭉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3일 영국과 일본은 외무·국방 장관(2+2) 회의를 화상(畵像)으로 열고, 올해 인도·태평양 지역에 퀸 엘리자베스 항모 전단을 파견할 때 자위대와 공동 훈련하기로 합의했다. 회의에 대해 일본 언론들은 4일자 지면에서 “양국의 협력은 남중국·동중국해에서 군사력을 증강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앞으로 양국은 군사·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 갈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회의에 대해 “양국은 지금까지 군사 협력을 위한 협정 체결과 공동 훈련을 거듭해가며 ‘준동맹국’화를 진행해왔다”고 평가했다.


영국이 이렇게 일본과 사실상의 동맹 체제를 만들면서 아시아 지역으로 본격 진출하려는 것은 브렉시트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한마디로 독일 주도의 유럽연합(EU)에서 벗어나 미·일과 손잡고 유럽 국가가 아닌 ‘글로벌 해양 국가’로 나간다는 노선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일본이 아시아를 벗어나 유럽국가를 추구했던 탈아입구(脫亞入歐)에 빗대, 영국이 ‘탈구입아(脫歐入亞)’ 한다는 말이 그래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외교 노선은 과거 캐머런 내각이 2015년 11월에 발표한 ‘국가안전보장전략’에 잘 나타나 있다. 특히 영국이 이렇게 일본과 관계를 적극화하는 것은 일본의 미래와도 직결된다.


미국 국무부에서 일했고, 이후 미국 전략 싱크탱크 스트랫포(Stratfor)에서 분석 담당 부사장으로 일했던 지정학 전략가 피터 자이한(Peter Zeihan)은 “중국은 과대평가됐다. 아시아의 우두머리는 일본이 될 것이다. 러시아는 공황 상태다. 독일은 한물갔다.”고 평가했다. ‘각자도생의 세계와 지정학’(원제는 Disunited Nations. 국제연합(United Nations)으로 상징되는 풍요의 시대가 계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담긴 제목)이란 책에서 주장한 것이다.


특히 피터 자이한은 일본 해군력과 공군력이 중국을 압도하기 때문에 중국은 일본과 일대일 싸움에서도 승기를 잡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한다.


영국은 이러한 일본의 미래를 정확히 분석하면서 일본과 손을 잡고 중국의 反 자유화에 대처하기로 판단한 듯 보인다. 특히 영국에게는 홍콩이라는 ‘버릴 수 없는 자식’이 심정적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국제협약에 의해 비록 반환이 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홍콩인들에 대한 일말의 책임감도 있는 상태라 할 수 있다. 지금 홍콩인들의 울부짖음을 마냥 무시할 수도 없다. 그런 중국에 대해 일본과 손을 잡고 공동 대응하자는 것이 영국의 입장인 것이다.


*관련기사: [정세분석] 21세기 英·日동맹 부활의 의미(2월 6일)

*관련영상: [Why Times 정세분석 677] 21세기 英·日동맹 부활의 의미


아시아로 향하는 퀸 엘리자베스 항모전단의 모항은 일본 서부의 사세보 기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항모에 탑재한 F35B 스텔스 전투기는 미쓰비시중공업에서 정비를 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퀸 엘리자베스 항모전단의 아시아행, 영국의 중국 때리기 화룡점정]


결론적으로 퀸 엘리자베스 항모전단의 아시아행은 영국의 ‘중국 때리기’의 완결판이라 봐도 무방할 것이다.


영국은 이미 지난 2월 2일 중국의 신장 위구르를 염두에 둔 제재를 목적으로 한 ‘무역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고, 바로 그날 BBC는 위구르 여성들이 중국의 신장 위구르 재교육 수용소에서 일어났던 성폭행과 각종 고문, 위구르족 압살 정책을 적나라하게 폭로하는 방송을 내보내면서 영국을 비롯한 유럽 전역에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


그리고 연이어 영국의 통신 규제당국 오프컴(Ofcom)은 2월 4일 중국관영중앙TV(CCTV)의 자회사인 영국 CGTN의 영어 위성 방송 면허를 취소했다. 영국 CGTN이 사실상 유럽 전역에 방송되는 센터라는 점에서 CGTN은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이와 함께 영국 일간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4일(현지시간) “영국이 언론 기자로 가장한 3명의 중공 국가안전부 스파이를 추방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리고 영국의 비밀정보부(MI6)가 중국의 무기 개발을 도운 혐의로 20개 대학에 소속된 200여 명의 학자들을 입건해 수사중이라고 밝혀 큰 충격을 주었다.


여기에 영국 정부는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에 맞서 홍콩인들을 대상으로 영국 시민권 확대 조치를 지난 1월 31일 시행했고, 2022년에 열릴 예정인 베이징 동계 올림픽 보이콧 운동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세계 180개 인권단체 연합이 베이징 동계 올림픽 보이콧을 주장하고 나서자 영국이 앞장서서 불을 지피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영국이 반 중국 대열의 최선봉에서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화룡점정으로 이번에 퀸 엘리자베스 항모의 아시아행도 최종 결정된 것이다.


[한국도 방문하는 퀸 일리자베스 항모전단]


한편 퀸 일리자베스 항모전단은 한국도 공식 방문할 예정이다. 우리 국방부는 27일 “한국과 영국 간 국방협력 증진과 친선 교류를 위해 올해 하반기 영국 퀸 엘리자베스 항공모함 전단의 부산항 기항 요청을 수용했다”고 밝혔다.


퀸 엘리자베스 항모전단의 한국 방문이 결정되기 전까지 우여곡절도 있었다. 퀸 엘리자베스 항모전단의 아시아행 자체가 중국 견제 목적이라서 대중 견제 전선 참여에 소극적인 한국 정부가 부담스러워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방부의 발표 내용이 간단하게 방문 사실만 확인하는 수준으로 짧았던 것이다.


반면 영국 국방부는 “영국은 유럽 국가중 한국과 가장 긴 시간 교류해온 나라”라면서 우호적인 한·영 관계를 강조했고, 벤 월리스 국방장관도 “한국은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에 있어 매우 중요한 파트너이며 이는 퀸 엘리자베스 항모전단의 순방을 통해 강조될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방문 이유를 밝혔다.


따라서 일본과는 공동군사훈련을 실시할 예정이지만 우리 해군과도 그러한 훈련을 실시할지는 미지수다.


퀸 엘리자베스 항모전단의 한국 방문은 사실 우리 군의 경항모 도입 구상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은 한국의 3만t급 경항모 도입 구상 초기부터 관심을 보여 왔으며 영국 항모의 설계·건조에 참여했던 일부 업체는 한국 측 업체와 기술협력 문제 등을 협의하기도 했다.


경항모를 건조하는 데는 F-35B 등 수직이착륙 전투기의 고열을 견디는 갑판 기술과 전투기 이착륙에 따른 갑판 형태 등의 기술이 중요하다. 한국 경항모는 ‘평갑판형’으로 건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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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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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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