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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文의 트럼프 비판과 美의 ‘잔인한 외교’ - 트럼프 비난하고 바이든에게 충고한 文, 시진핑에겐 칭찬 - 문대통령의 NYT회견과 보아오포럼 연설, 워싱턴 정가서 파문확산 - 美, 한국이 완전히 중국편에 섰다고 판단
  • 기사등록 2021-04-26 13:31:05
  • 수정 2021-04-26 17:3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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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통령의 NYT회견, 워싱턴 정가서 파문확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 뉴욕타임스(NYT) 인터뷰가 미 워싱턴 정가에 큰 파문을 던지면서 대한민국 외교의 진로까지 되묻는 논쟁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문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한·미와 북한의 외교적 진전이 2년간 멈췄고, 심지어는 후퇴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김정은 정권과의 협상에 시동을 걸어줄 것을 촉구”했다.


뉴욕타임즈는 이날 인터뷰에 대해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한편으로는 청원, 또 한편으로는 설득을 하는 모습이었다”면서 “다음 달 워싱턴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만날 예정인 문 대통령은 다시 한번 미-북 사이의 중재자 역할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또한 뉴욕타임스는 “이날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두 명의 예측 불가능한 북한과 미국 지도자들이 직접 만나도록 이끈 자신의 2018년 능란한 외교적 묘책에 대해 자랑스러워했다”고도 했다.


문제는 이어지는 발언에서 터졌다. 문 대통령은 미북관계에 대한 트럼프의 노력에 대해 “변죽만 울렸을 뿐 완전한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라면서 정면 비판한 것이다. 그러면서 바이든을 향해서는 “하루빨리 마주 앉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이어 “문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일대일 회담을 통한 협상가들의 생각에 따른 ‘탑다운(하향식) 외교’를 강조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에 큰 기대를 걸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이와 반대로 전통적인 “바텀업(상향식)” 접근방식으로 회귀하고 있다“고 비판투의 발언도 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앞으로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부분은 바이든 대통령의 대북 접근 방식에 대한 충고성 비판이다. 우선 문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폭넓은 목표를 정해놓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의 2018년 싱가포르 합의를 폐기하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정부가 거둔 성과의 토대 위에서 더욱 진전시켜 나간다면 그 결실을 바이든 정부가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문대통령은 또한 “미국과 북한이 서로 양보와 보상을 ‘동시적으로’ 주고받으면서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비핵화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뉴욕타임스는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이 자주 사용하는 대본이었다”고 평가하면서 “인터뷰하는 동안 종종 자신의 메모를 참고하려고 잠시 멈추기도 하고 작지만 단호한 손짓을 하면서 자신의 말을 강조했다”고 썼다.


그리고 뉴욕타임스는 “문 대통령은 조심스럽게 트럼프 전 대통령을 조금씩 칭찬하면서도 전직 미 대통령의 일정하지 않은 행동과 트위터를 통해서 하는 외교가 불만스러웠던 듯하기도 했다”면서 인터뷰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의 반격, “文, 지도자로서 약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뉴욕타임스 인터뷰가 전해지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이메일을 통한 성명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가장 힘든 시기에 알게 된 북한 김정은은 한 번도 한국의 현 대통령인 문재인을 존중한 적이 없었다”면서 “문 대통령은 리더로서 그리고 협상가로서 약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김정은을 진정시켜서 평화를 가져온 그의 일에 대해 문 대통령이 감사할 줄 모른다고 비난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이러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직격탄에 대해 우리 청와대는 무대응으로 공식 반응을 자제하고 있다.


[트럼프 비난하고 바이든에게 충고한 文, 시진핑에겐 칭찬]


문제는 이렇게 문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비난성 발언을 하고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충고성 발언을 한 것이 알려진 바로 그날 문 대통령이 중국 주관의 보아오 포럼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대대적으로 띄웠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외교적 파문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난 20일 진행된 보아오포럼에서 시진핑 주석은 “대국은 대국답게 행동해야 한다”, “남에게 이래라 저래라 보스처럼 군다” 등 직설적이고 날 선 언어들을 사용하면서 미국을 향한 불만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바로 그런 자리에 문 대통령은 “아시아 나라들은 보아오 포럼을 통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구동존이’의 정신을 실천해왔다”며 축사의 말문을 열었다.


여기서 문 대통령이 말한 ‘구동존이(求同存異)’는 중국의 외교정책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사자성어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그동안 세계는 어느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아시아의 포용 정신에 주목해왔다”면서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고 있는데, 큰 나라와 작은 나라,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서로를 존중하며 동등하게 협력할 때 인류의 미래도 지속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문 대통령의 이날 행한 연설 내용들이 적극적으로 시진핑 주석의 외교 방침에 호응하면서 미국이 추진하는 민주주의연대를 통한 대 중국 압박을 사실상 비판하는 내용들로 가득했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한국의 미래가 걸린 한미정상회담을 한달여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왜 이렇게 미국이 매우 불쾌할 수도 있는 발언을 했을까?


특히 이 보아오 포럼의 주제가 ‘글로벌 거버넌스와 일대일로 협력의 강화’였다는 사실까지 고려한다면 대통령이 직접 나서 그러한 축사를 해야 했는지 의문이 든다. 사실 그동안 보아오 포럼은 총리가 참석해 왔었는데 이번에는 포럼 20주년이라면서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는 것이다.


그것도 미국이 일대일로에 대해 중국의 패권 확장 시도라면서 절대적으로 비판하며 문제삼고 있는 일대일로 주제의 포럼에서 대통령이 그러한 발언을 했다는 것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 발언과도 맞물리면서 앞으로 상당한 논란을 일으키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대통령이 이날 “신기술 분야에서 아시아 국가 간 협력이 강화된다면 미래 선도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는데, 이는 최근 신기술 분야에서 중국을 배제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미국의 입장과 전면 배치되는 것으로 사실상 미국의 대 중국 압박정책을 반대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파문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날 보아오 포럼의 발언만 놓고 보자면 한국 정부가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이 이끄는 민주주의연대에 참여하지 않고 중국 편에 서기로 사실상 확정했다는 것으로 들린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의 최근 행보와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일본은 미중경제 구조가 함께 돌아가지 않고 남남처럼 따로 돌아간다는 디커플링(Decoupling) 정책에 적극 호응하면서 사실상의 산업 재편까지 염두에 둔 행보를 하고 있다.


미중 경제의 디커플링은 우선적으로 공급사슬(Supply Chain)의 분리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그동안 전 세계 제조업의 공급사슬을 중국이 잠식했지만 반도체와 차세대 통신 등 중국의 패권도전을 막아야 하는 특별 분야는 중국과 분리된 공급사슬을 미국 주도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특히 군사적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큰 첨단기술에 대해서는 중국으로의 유입을 철저하게 막겠다는 것이 미국의 강력한 의지다.


더불어 공급사슬의 원활한 작동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미국 기업들과 첨단 분야 해외 기업의 미국 내 투자를 적극 장려한다는 것이 미국의 정책이다.


그런데 보아오 포럼에서의 시진핑 연설은 바로 미국 주도의 디커플링에 대한 적극적 비판이었고 문재인 대통령은 바로 그 시진핑 연설에 적극 옹호하면서 함께 하겠다고 동조한 셈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미국 주도의 디커플링은 단순한 대 중국 위협이나 한순간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경제 질서의 지각변동을 의미한다. 특히 우리나라 수출의 18%를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은 바로 이 디커플링의 핵심 아젠다이기도 하다. 더더욱 반도체 산업은 미국의 지원이 사라진다면 한 순간에 몰락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문대통령의 보아오 포럼 발언이 과연 무슨 뜻을 가지고 발언하게 된 것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잔인한 외교’의 본질을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뉴욕타임스 인터뷰나 보아오 포럼 발언들에 대해 미국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우선 문대통령이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북정상회담의 조속한 개최를 충고한 것에 대해 미국 국무부는 "미국이 대북정책을 주도해나갈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국무부의 성명이 뜻하는 바는 간단하다. 미국의 대북정책에 문재인 대통령이 주제넘게 나서지 말라는 의미다. 사실 미국은 지난 미일정상회담에서 대북정책과 관련된 심도깊은 논의를 나눴다고도 했고 그동안 미뤄왔던 대북정책의 결말을 이번 미일정상회담에서 마무리 하겠다는 코멘트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한반도의 생존이 걸린 미국의 대북정책이 한미정상회담 의제로 떠오를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다시 말해 문재인 청와대는 다가오는 한미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최종 설득한다는 방침이지만 문제는 그 이전에 이미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이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 21일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문 대통령 방미 전에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재검토가 종결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무부 뿐만 아니라 미국 내 전문가들 역시 문 대통령의 미북간 대화 조기 재개 촉구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이미 미국의 꾸준한 대화 제의를 거부해 왔는데 그럼에도 바이든 미 대통령에게 대화를 촉구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는 지적이다.


올리비아 쉬버 미국기업연구소(AEI) 외교·국방 정책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미국의 이른바 대북 적대시 정책이 없어질 때까지 미국과 관여(협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며 "적대시 정책에는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뿐만 아니라 인권 침해에 대한 비판, 주한미군, 한미동맹 등이 포함된다. 대화의 장벽은 이러한 이유로 대화를 거부하는 북한"이라고 꼬집었다.


한마디로 문대통령은 방향을 잘못 잡았다. 어찌보면 북한에 대해 엄청난 오판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에 완전히 초점이 어긋난 조언을 했다는 의미다.


더더욱 문제되는 것은 문 대통령의 뉴욕타임스 인터뷰 내용이 미국이 싫어할 내용들로 가득했다는 점이다. 자신이 ‘트럼프의 싱가포르 정신을 바이든이 이어받아야 한다’고 까지 말하면서도 미국의 전직 대통령을 비난했다는 것을 미국의 외교 전문가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그것도 한국의 현직 대통령이 동맹국 미국의 전직 대통령을 비난한다? 문 대통령이 한미관계나 외교에 대해 뭔가 대단히 잘못 알고 있다는 증거다.


거기에다가 트럼프 정부의 대북 외교방식이 잘못되었다고 비판하는 바이든 정부에 ‘트럼프 외교방식을 이어 받으라’고 충고하는 문대통령을 바이든 정부는 어떻게 받아 들일까?


이런 상황에서 보아오 포럼에서 행한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을 또 미국은 어떻게 평가할까? 문 대통령은 그동안 정상과의 통화도 미국이 아닌 중국과 먼저 했고,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가 열리는 날 한국의 외교부장관은 중국으로 건너가 왕이 부장과 회담을 했다. 이런 일련의 상황을 미국 백악관은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까?


여기에 중국이 우리 정부에게 미국이 말하는 쿼드에 참여했는가를 여러번 물었다는 보도도 나온다. 당연히 우리 정부는 ‘NO’라고 중국에 대답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미국에 백신 지원을 받으려 심지어 ‘스와프’라는 말까지 꺼내면서 안달하고 있다.


이러한 한국의 엇나간 외교에 대해 미국은 “동맹의 의견을 존중하며 경청한다”는 말로 답변한다. 미 국무부가 그렇게 말할 때가 제일 위기의 때요, 갈등이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그러한 점잖은 외교적 언어 속에는 무서운 칼날이 숨겨져 있음을 알아야 한다.


외교는 냉혹하기도 하고, 때론 잔인하다. 특히 미국이 인권과 민주주의, 법의 지배 같은 공동의 가치를 앞세우면서 한국에 협력 요청을 했지만 한국 정부는 중국의 눈치를 보면서 번번히 거절했다. 이런 한국을 미국은 사실상 동맹으로 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한미관계는 ‘동맹의 따뜻함’은 사라지고 ‘동맹이면서도 동맹 아닌 동맹국 한국’에 공동의 가치와 원칙을 철저하게 내세우는 ‘잔인한 외교’를 시행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로인한 외교의 쓴맛은 고스란히 국민들이 지게 될 것이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게 추운 날씨가 계속 이어진다”는 뜻인 바로 이 말이 한미동맹의 지금 상황을 그대로 표현해 주는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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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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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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