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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美·日 반도체 가치동맹 본격화, 한국은? - 美·日 반도체동맹 "6G 5조원 공동투자", 中무력화 시도 - "中이 반도체 개발 아예 불가능하게 만들겠다는 의미" - 이재용 부회장, 한국경제 위해 헌신할 수 있는 기회 주어야
  • 기사등록 2021-04-20 15:58:22
  • 수정 2021-04-21 13:3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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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국가안보 및 경제 참모들과 함께 루스벨트룸에서 반도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오른쪽 스크린에 반도체 관련 19개 기업의 대표들이 보인다. [사진=백악관 홈페이지]


[미·일 ‘6G 동맹’, 5조원 투자]


미국과 일본이 2030년 본격적으로 서비스하는 차세대 통신 규격 ‘6G(6세대 이동통신)’ 연구·개발과 인프라 구축을 위해 앞으로 45억달러(약 5조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지난 16일 열린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미·일간 ‘6G 동맹'은 5G 전쟁에서는 중국에 완패했지만 더 이상 중국에 밀리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 기술뿐 아니라 차세대 통신의 국제표준화 경쟁에서도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이와 관련해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19일 “6G의 연구·개발과 그 기반이 되는 5G 보급을 위해 미국이 25억달러, 일본이 2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며 “미·일 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의 부속문서에 이 같은 내용을 명시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일본이 이렇게 강력하게 6G 시장을 향해 치고 나가는 것은 5G 시장에서 쓴잔을 마셨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업체인 화웨이와 ZTE의 전 세계 5G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은 40%에 이른다. 시장조사업체 델오로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 세계 5G 통신장비 시장은 화웨이(32.8%), 에릭슨(30.7%), ZTE(14.2%), 노키아(13.0%), 삼성전자(6.4%) 등 중국·유럽·한국 기업이 점유하고 있다. 일단 중국기업이 47%로 거의 절반에 가깝고 유럽의 에릭슨·노키아, 한국의 삼성전자까지 더하면 전체 시장의 90% 차지한다. 미국과 일본 기업은 찾아볼 수 없다.


5G 장비시장에서 미국·일본 업체의 존재감이 미미하지만 그러나 5G 관련 특허는 일본 NTT도코모가 6%, 미국 퀄컴이 화웨이와 비슷한 10%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일본이 6G에선 처음부터 기술뿐 아니라 세계 통신시장을 염두에 두고 손을 잡기로 한 것이다.


[미·일 양국이 ‘6G 동맹’으로 뭉친 이유?]


5G는 말 그대로 인공지능(AI)은 물론 사물인터넷(IoT), 스마트시티, 자율주행차, 디지털 헬스케어, 심지어 전투기 같은 국방 및 안보 분야까지 대부분의 미래 산업에 필수 불가결한 획기적으로 빠른 데이터 전송 속도를 만들어내는 디지털 시대의 핵심 인프라다.


그동안 미국과 일본은 중국을 무역 파트너로 삼았기 때문에 5G 시장에 대해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5G 시장 장악을 통한 세계 정복의 야망을 가지고 있는 중국을 배제한 미래시장 개척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가오는 6G 시장을 선점하고 미래 산업 전반에서 주도권을 잡아가기 위해 과감하게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힌 것이다.


특히 6G는 미국, 일본 같은 전통적인 강국에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미국과 일본의 반도체 동맹이 앞으로 상당한 파급효과를 가져오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6G’가 뭐길래?]


6G는 한마디로 디지털 시대의 게임체인저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5G와는 완전히 차별화된다. 6G의 전송 속도는 초당 1테라바이트(TB)로 5G보다 50배 이상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정도 속도라면 우선 데이터 전송을 위한 기반부터 달라지게 된다. 5G는 기존 기지국을 활용했지만 6G는 통신위성 인프라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데이터 전송의 개념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항공위성 경쟁력이 높은 전통적 강국이 선점하기 좋은 시장이 되는 것이다.


현재 예상으로는 6G는 일러야 2030년께나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은 더욱 강화될텐데...]


이러한 미국과 일본의 6G동맹 출범과 함께 미국은 대 중국 포위망을 더욱 강화하고 있는데 이것이 우리 한국에 미칠 영향은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말, 향후 100일 동안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 등 4개 핵심 분야의 글로벌 공급망을 점검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조사는 6월 초 완료된다.


그렇다면 당연히 6월부터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할 미국의 추가 제재안이 나올 것이다. 이는 당장 현재 5월말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도 부각될 것이고, 더불어 6월에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도 핵심 아젠다로 떠오를 것이다.


문제는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통해 만들어지는 대 중국 견제방안은 중국 반도체산업 전반을 견제할 구체적인 방안들이 도출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점이다.


우선적으로 그동안 한국의 삼성전자, 대만의 TSMC 등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들이 미국에 직접 공장을 짓도록 할 것이고, 더불어 인텔 같은 자국 기업의 파운드리 육성 방안을 내 놓게 될 것이다.


이보다 더 큰 관심은 사실 앞으로 미국이 펼쳐갈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것이다. 이미 반도체의 설계는 미국과 영국이, 소재 및 장비는 네덜란드와 일본이 장악하고 있다. 그런데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전략은 아마도 이러한 설계와 소재, 장비업체들을 잘 묶어 중국 전체의 반도체 공급망에 타격을 입힐 제재를 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트럼프 정부에서 미국의 설계 기술 등을 이용한 반도체가 중국 화웨이로 판매되는 길을 막았는데 앞으로는 이를 좀 더 업그레이 할 것이다.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산하 인공지능(AI)위원회는 지난 3월 초 연방의회에 “일본, 네덜란드 등과 협력해 최첨단 극자외선(EUV) 및 불화아르곤(ArF) 관련 장비 수출을 막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제안대로 시행된다면 중국은 장비 수입이 막히게 되면서 중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이 불가능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공화당 소속 마이클 매콜 하원의원(텍사스주)과 톰 코튼 상원의원(아칸소주)이 지나 레이몬도 상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추가 제재'를 권고했다.


지난 4월 13일(현지시간) 공개된 내용을 보면 "회로선폭 14nm(나노미터, 10억분의 1m) 이하 칩을 설계하는 모든 중국 기업에 EDA를 수출하려는 회사들은 라이선스를 받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도체 설계 자동화 소프트웨어인 EDA(Electronic Design Automation)는 반도체 설계 단계에서 없어서는 안될 툴이다.


세계 1위 EDA 업체가 미국 시놉시스(Synopsis)고, 2위가 케이던스(Cadence), 3위는 독일 지멘스의 자회사 멘토(Mentor)다. 이 세 업체가 삼성전자, TSMC, 퀄컴 등 대부분의 반도체업체들에 EDA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아마도 이 제재안은 그대로 실행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미 그런 움직임도 보인다. 지난 4월 9일 미국 상무부는 "민간기업의 탈을 쓰고 있지만 사실상 중국군 산하 기업"이라며 중국 팹리스 파이시움(Phytium)를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이 회사는 케이던스의 EDA를 활용해 중국군의 극초음속 무기 개발에 이용되는 반도체 칩을 설계했다.


결국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14nm 이하 첨단 반도체를 못 만들게 하자"면서 "EDA 수출 금지는 미국과 동맹국들을 옭아매는 공산주의자들의 밧줄을 끊어줄 것"이라는 이들의 주장대로 진행된다면 중국은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EDA 수출을 막겠다는 것은 반도체 개발을 아예 불가능하게 만들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러한 제재가 중국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중국에서 메모리 반도체 생산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도 직접적 영향을 받게 된다는 점이다. 당장 중국내 반도체 생산 자체가 스톱될 수도 있는 처지로 빠져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바이든 대통령의 대 중국 반도체 견제 정책이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더욱 더 강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2일(현지시간) 개최한 '반도체 화상회의'에서 삼성전자, TSMC, GM, 포드, 알파벳, AT&T 등 19개 기업 CEO들을 앞에 두고 "여야 상·하원 의원 65명에게서 반도체 지원을 주문하는 서한을 받았다"며 '중국 공산당이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고 지배하려는 공격적 계획을 갖고 있다'는 서한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미일 반도체 동맹 출범, 한국은 어떻게 되나?]


그렇다면 이러한 반도체 동맹과 미국의 대 중국 제재 추진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응 방안은 무엇일까?


미국과 일본의 6G공동투자에 대해 가장 충격은 받은 나라는 아마도 한국일 것이다. 사실 한국은 1990년대 메모리 반도체 국가 사업이 끝난 이후 지난 10년간 정부 차원의 반도체 전략은 전혀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에서 ‘반도체’가 아예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렇게 반도체에 무관심한 이유는 “회사에서 돈을 많이 버는데, 왜 세금으로 지원해야 하느냐”는 이유 때문이다. 이렇게 정부 지원의 반도체 연구비가 없기 때문에 대학원생도 없고, 교수도 뽑지 않았다. 이건 좌파, 우파 정부 모두 동일했다. 한마디로 반도체 산업에 대해 무지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삼성전자를 비롯한 기업들은 고군분투하면서 스스로 기적을 창출해 갔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정부가 지능형 반도체 연구·개발 사업으로 5년간 1917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나선 것은 1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이번 미일 반도체 동맹이 쓰겠다고 한 45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5조원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미국과 중국이 정면으로 맞붙는 기술 패권 시대에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살아 남으려면 기업이 그동안 그래왔듯이 앞만 보고 뛰어야 하고 정부도 뒤에서 적극 지원하는 체제를 갖추어야만 한다.


우리 정부와 기업이 하나되지 못하면 6G 시대에 소외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그동안 반도체 시장은 중국이라는 거대한 소비 시장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쳐왔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만큼 중국이 반도체 시장에서 갖는 비중이 컸다는 의미다.


그런데 앞으로의 반도체 시장은 중국을 배재한 전략으로 완전히 탈바꿈을 해야만 한다. 만약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에 미련을 갖게 되면 우리나라의 삼성전자도 화웨이 꼴을 당할 수도 있다. 그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이 주창하는 ‘반도체 가치 동맹’(AVC·Alliance Value Chain)은 곧 현실화될 것이다.


삼성전자는 전체 반도체 매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가 넘지만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에 이른다. 삼성전자의 고민이 바로 여기에 있다. 과연 중국을 포기해야만 하는가의 문제다. 그렇다고 중국이라는 시장을 계속 끌고 가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자칫 중국 시장 때문에 미국 시장을 포함해 더 큰 것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만의 파운드리 TSMC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중국 고객사와의 거래를 끊겠다고 밝혔다. 백악관 반도체 회의에 대한 화답이다. 바로 TSMC의 명쾌한 답이 삼성전자에게 갈 길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에서 15년 동안 일하며 세계 최초의 64메가 D램, 128메가 D램, 1기가 D램 개발을 지휘했던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고민할 것 없이 미국에 화답하고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탄탄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 전 장관은 “그동안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해 왔는데 한계에 이른 것 같다”며 “한국 정부뿐 아니라 국민도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결정을 할 때가 온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이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지금 반도체 시장은 그야말로 격변기에 처해 있다. 순간순간 10년 앞, 아니 미래를 건 도박을 하듯 중요한 결정들을 내려야 할 때다. 그런데 정작 이 시기에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은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뒤 형이 확정돼 수감 중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면전 대신 총성 없는 경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 미국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 진두지휘를 하면서 기업들을 끌고가는 이 와중에 우리의 삼성전자는 총수마저 정치적인 이유로 구금돼 발목이 묶여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반도체 전쟁의 중요성을 깨닫고 기업을 도와주는 것도 아니다. 오직 기업과 그 기업의 총수의 몫이다.


한국 경제가 생사의 기로에 선 지금,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에는 통 큰 결정을 내릴 리더십이 절실하다는 관점에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선처가 필요하다. 지금대로라면 복역기간을 다 채우고 5년간 취업이 제한되는 2027년까지는 경영 복귀가 불가능하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누구도 모른다.


삼성이 무너지면 대한민국 경제도 함께 붕괴한다. 제발 이재용 부회장이 대한민국 경제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면 좋겠다.


문 대통령은 2년 전 삼성전자 공장에 가서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이 부회장의 등을 두드렸다. 그 약속을 지키는 길은 그를 사면·복권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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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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