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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미-일 협공에 뿔난 중국, “일본부터 공격하겠다” - 전세계 위협하는 회색코뿔소 中, 韓향해 강력 경고한 셈 - 中, 日향해 "제 무덤 팠다"며 '대가 클 것" 강력 경고 - 中, 당장 대일 무역보복과 응징 나설 듯
  • 기사등록 2021-04-20 13:24:02
  • 수정 2021-04-20 17: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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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명보의 지난 19일자 사설


[“중국, 미국의 ‘어린 동생’ 공격이 훨씬 효과적”]


미-일 공동성명에 약 52년 만에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명시해 중국이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홍콩에서 발행되는 명보(明報)는 19일 “먼저 일본을 제압한 후 미국을 막는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명보는 사설에서 “스가 총리가 미일 공동성명에서 이례적으로 대만을 언급한 것은 그간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신중했던 일본의 관행에 큰 변화”라면서 “일본이 미국의 일본 보호 역할을 과대평가했든, 중국의 주권 방어 의지를 과소평가했든 한 가지 예측하지 못한 것은 중국이 ‘위점타원(圍點打援)’ 전술을 취할 것이라는 점이다"고 전망했다.


여기서 명보가 말한 ‘위점타원’이란 ”한 곳(성)을 포위한 후 지원하러 오는 병력을 치는 전략“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일본을 먼저 포위한 후 이를 지원하러 오는 미군을 치는 전략‘을 쓴다는 것이다.


명보는 이어 "중국은 먼저 일본을 제압한 후 그 다음에 미국과 물어뜯고 싸울지를 고민할 것"이라며 "일본은 잘못 둔 수로 자기 발등을 찍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명보는 일본이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양다리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이 그동안 중국의 가까운 이웃으로 오랜 세월 중국 시장에서 막대한 이익을 취해 왔으면서 이젠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 등을 둘러싸고 중국과 맞서기 위해 미국과 손을 잡고 더불어 미국의 힘을 빌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명보는 또한 "1972년 중국은 일본과 수교하면서 전쟁 배상금을 포기하는 대신 중국의 대만에 대한 통치권 인정을 요구했고, 일본은 이를 전적으로 존중하겠다고 밝혔다"면서 과거 일본의 대만 관련 약속을 들추면서 "이후 양국 사이에 때때로 충돌이 있더라도 '대만 카드'가 등장한 적은 없었는데 이번에는 일본의 입장이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명보는 "중국은 손자병법에 익숙하다. 표적의 중앙을 공격하려면 우선 표적의 주변을 공격해야 한다"며 "중국과 미국이 언제 정면충돌할지는 예측하기 힘들지만 미국이 구애하는 '어린 동생'(일본)을 중국이 공격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고 확실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명보는 중국의 이러한 사례로 중국이 자국에 맞선 호주에 즉각적인 무역 제재를 가하며 보복했던 사실을 말하면서 "중국은 미국과 당분간 투이불파(鬪而不破:싸우되 판을 깨지 않는다) 전략을 유지하겠지만, 대만 카드를 꺼내든 일본에 대해서는 '위점타원' 전략을 바로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당장 일본에 대한 무역보복 카드부터 사용될 수 있음을 암시한 것이다.


명보는 마지막으로 "중미 간 대결은 단시간에 해결되지 않을 것이며 일본은 지금 미국에 베팅할 필요가 없다"면서 "일본이 중국의 주권 수호 의지를 너무 늦게 인식하게 될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홍콩 명보의 이러한 사설이 중국의 뜻인지는 알 수 없으나 명보가 홍콩이 일국양제를 폐기한 이후 중국 정부에 적극적인 후원자 입장에 서 왔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중국의 뜻을 반영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 중국 환구시보의 지난 18일자 사평


[중국의 분노, 관영매체들을 통해 쏟아내]


홍콩 명보가 일본을 향해 아주 공격적 논조를 펼쳤다면, 중국내의 관영언론들은 일본 정부를 향해 '제 무덤을 파는 행위'라거나 '더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거친 표현을 동원해 가혹한 보복을 예고했다.


이러한 일에 있어서 최선봉에 서는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18일 '미일 동맹이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를 해치는 축이 되고 있다'라는 제목의 사평(社評)에서 "미국의 핵심 의도는 패권을 유지하며 반국제법과 반규칙적 방식으로 중국의 발전을 저지하려는 것"이라며 “미국이 중국을 제외한 공급망에 참여하도록 일본 등을 끌어 들이고 있는데 이는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는 것으로 UN헌장에도 위배되는 것은 아닌가?”라고 물었다. 그런데 "일본은 미국의 악랄한 정책의 아시아 최고 공범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환구시보는 이어 "중일 관계가 회복되며 정상궤도에 오르는 시기에 갑자기 노선을 바꿔 반중 연대의 일부가 됐다"면서 "일본은 너무 근시안적이어서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이탈리아와 동맹을 맺고 지금은 미국의 급진노선에 합류했다"고 비난했다.


환구시보는 마지막으로 일본을 향해 "대만 문제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라"면서 "다른 문제는 외교적 수완을 부릴 수 있지만, 대만 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제 무덤을 파는 것(引火烧身)"이라고 강력 경고했다. 그러면서 "개입 정도가 클수록 지불해야 할 대가도 클 것"이라며 협박을 이어갔다


더불어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일 관계는 2018년 이후 점차 개선됐지만, 일본이 중국의 핵심 이익인 대만 문제에 간섭하면서 관계가 위태로워졌다"고 다즈강 헤이룽장성 사회과학원 동북아연구소장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또한 "일본은 중국과의 평화로운 관계를 해치려는 미국의 함정에 빠져들고 있다"며 "일본은 이번 행동이 가져올 결과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뤼샹(呂祥)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의 말도 덧붙였다.


글로벌타임스는 또한 리하이둥(李海東) 중국 외교학원 국제관계연구소 교수가 “일본이 미국의 '속국'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고 말했다면서 "이번 공동성명은 인도·태평양에서 미국의 전략을 위해 지역에서의 위기, 분열, 대립을 조성하려는 것이 명백하다"고 말했다는 사실도 적시했다.


한마디로 미일정상회담에서의 대만 관련 밀착을 통한 일본의 시도가 역효과를 가져오게 될 것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와 별개로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 16일(현지시간) 발표된 미일 공동성명 관련 질문이 나오자 "인권 문제에 있어서 미국과 일본은 중국과 세계에 빚이 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왕 대변인은 "미국과 일본은 인권을 명분으로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며 이미지를 훼손하고 안정을 파괴하는 행위를 반성해야 한다"며 "중국인은 물론 세계인들은 미일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왕 대변인은 "미국과 일본은 입으로는 자유를 말하지만 실제로는 패거리를 짓고 소집단을 만들어 대립을 선동한다"며 "이것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것이고 국제질서를 무분별하게 파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의 관변 교수들도 일제히 일본 비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구이융타오(歸泳濤) 중국 베이징(北京)대 국제관계학 부교수다. 그는 "대만은 중국에 있어서 특히 중요한 '핵심적 이익'“이라면서 ”미일 정상 공동성명에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명기한 것은 중국 입장에서는 내정간섭“이라고 논평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수년 우호를 향하던 중국의 대일 정책이 전환할지 어떨지 갈림길에 접어들 것"이라며 "중국과 미국 사이에 대만 문제가 격화하는 경우 최전선에 서는 것은 일본이다. 일본이 미국에 가까이 가면 갈수록 안전보장의 위험을 안게 된다는 딜레마를 일본 자신이 더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일협공에 당황한 중국, 주변국 다독이기 외교도 나서]


중국이 이렇게 일본에 대한 강력한 반격을 함과 아울러 중국은 막강한 경제력과 코로나 백신을 앞세워 '주변국 외교' 카드로 맞대응에 나섰다.


중국의 아시아 외교에서 중요 국가 중의 하나인 일본이 완전히 미국에 돌아서면서 미국의 대중국 포위 전략이 힘을 얻게 됨에 따라 중국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주변국 외교에 총력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쉬리핑(許利平) 중국사회과학원 아태 글로벌전략 연구원도 중국의 주변국 외교가 전방위로 심화했다면서 "중국이 친선혜용(親善惠容 이웃 국가와 친하게 지내고 성실하게 대하며 혜택을 주고 포용한다)과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가 주변국 외교 이념으로 질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확고하게 하기 위해 지난 18일부터 '세계 대변화 국면'이라는 주제로 시작된 '아시아판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博鰲) 포럼에서는 중국의 코로나19 방역 성과와 일대일로 등이 강조되면서 주변국을 포섭하는 무대로 만들고 있다.


중국국제라디오 등은 중국이 상하이협력기구(SCO), 중국·아세안 정상회의,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란창강·메콩강 협력 프로젝트, 보아오포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으로 새로운 협력 플랫폼을 구축해 역내 협력을 강화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사실상 미국을 겨냥해 만든 SCO의 회원국은 중국과 러시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인도, 파키스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사실 중국의 주변국 다독이기 프로젝트는 미국을 중심으로 대 중국 포위망이 형성되면서 이미 시작된 과업이기도 하다. 특히 중국이 가장 신경을 쓴 국가들이 바로 한국과 일본, 그리고 인도였다.


지난 3월 7일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은 "중일 관계 개선은 양 국민 뿐만 아니라 지역 평화와 안전에 있어 플러스다"라면서. "여러 문제에 대해 쌍방은 대화를 통해 이해를 깊이 하고, 신뢰를 쌓아갈 수 있다"며 일본에 대해 유화적인 메시지를 전달한 바 있다. 일본이 더 이상 미국에 치우치지 않도록 다독인 셈이다.


왕이 부장은 인도에 대해서도 국경 분쟁에도 불구하고 협력을 강조하면서 우호적인 메시지를 내놓았다. 그는 "중국과 인도는(상대방에 대해) 위협, 경쟁자 대신 친구와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로 관계를 쌓는 것을 도와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3월 12일에는 한국의 정의용 외교부장관을 샤먼으로 불러 역시 한-미-일 삼각동맹이 더 이상 강화되지 않도록 다독였다. 발목을 잡은 셈이다.


[이미 세계의 '회색 코뿔소'로 등극한 중국]


그러나 중국의 주변국 포용정책은 이미 신의를 다 잃었고 더불어 그동안 중국이 해 왔던 '회색 코뿔소' 외교로 중국의 이러한 원대한 꿈이 생각대로 제대로 진전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미 인도와는 국경 충돌로 금이 갈대로 갔고 그 반대급부로 미국이 주도하는 쿼드 국가의 일원이 됐다. 일본마저 이번 미일정상회담을 통해 확실하게 등을 돌렸다. 어디 그뿐인가? 확실한 중국 우호국이었던 필리핀도 완전히 반중으로 돌아섰고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마저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겪으면서 사이가 나빠졌다.


호주와의 관계 또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더불어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을 놓고 싸웠던 영국과는 올 들어 ‘방송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렇게 반 중국 정서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올들어 이러한 정서가 더욱 강화되는 데는 ‘중국 우월주의’의 영향도 한몫을 했다.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고통을 겪는 와중에 ”중국이 서방 국가보다 먼저 코로나19를 극복했고, 코로나발 경기침체 우려를 딛고 경제도 다시 성장 궤도에 올라섰다“면서 중국 공산당은 ”팬데믹과의 싸움에서 진정한 승자는 중국이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패자가 됐다“는 주장을 퍼뜨리고 있다. 시진핑 주석의 ‘사회주의 중국이 자본주의 서방을 이겼다’는 ‘동승서강(東升西降)’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시진핑 주석은 세계 각국과의 대결을 의식해 최근 공산당 중앙정치국 집단학습에서 “각종 위험과 도전을 잘 예측해야 하고 ‘회색 코뿔소’ 사건에도 잘 대비해야 한다”며 중국이 당면한 위험을 강조한 바 있다.


여기서 ‘회색 코뿔소’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으면서도 쉽게 간과하는 위험 요인을 말하는 것으로 위기관리 전문가인 미셸 부커 세계정책연구소장이 2013년 다보스포럼에서 처음 소개한 개념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시진핑 주석이 ‘외부의 회색코뿔소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해 왔는데, 정작 지금 세계 정세는 중국이 ‘회색코뿔소’가 되어 전 세계를 들이박고 다니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미일정상회담에서 발표된 공동성명에 불만을 품은 중국이 “일본에 대해 강력한 보복을 하겠다”고 했다. 다시말해 회색코뿔소 중국이 일본을 들이받겠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들은 미국 따라 반중대열에 서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다. 그 대상에는 당연히 한국도 포함된다. 이렇게 이미 회색코뿔소가 되어 버린 중국의 외교가 잘 될 리가 없다.


눈을 부라리면서 한국을 쳐다보고 있는 난폭한 회색코뿔소, 이러한 중국의 위협에 한국은 과연 어떻게 대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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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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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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