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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국은 왜 ‘미국 국채’를 대량 매입할까? - 美 국채 대량매각으로 보복? 中만 손해라는 것 꺠달아 - 中, 美중심의 세계경제 질서 뒤엎는 것은 불가능 깨달아 - 중국 역시 미국 경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
  • 기사등록 2021-04-02 13:23:05
  • 수정 2021-04-02 17: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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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미국 국채 사들이는 중국]


미국과 중국의 갈등 상황에서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무역보복 차원에서 미국의 국채를 대량으로 내다 팔던 중국이 최근들어 다시 미국 국채를 대량으로 사들이고 있다.


미국 재무부가 밝힌 자료에 의하면 지난 1월 기준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는 1조952억 달러(약 1239조원) 규모로, 2019년 10월 이후 1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이 지난 1월에만 229억 달러(약 26조원)어치를 매입한 셈이다.


지난해 10월 이후 중국의 국채 보유액은 석 달 연속 증가한 것인데, 이 추세라면 2019년 5월 이후 일본에 내준 미 국채 최대 보유국 자리도 되찾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본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1조2767억 달러다.


[미국 국채 대량 매각할 때는 언제고....]


지난해 트럼프 정부 시절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던 중국은 미국을 상대로 쓸 수 있는 '비관세 보복 카드' 중 하나로 미국의 국채를 대량 매각했었다. 중국이 세계 최대 미 국채 보유국이라는 지위를 무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미중간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던 2019년 3월에도 204억5000만 달러(약 24조3170억원)어치의 미국 국채를 매도하면서 2016년 10월 이후 2년 5개월만에 최대치의 미국 국채를 매각했던 중국이 지난해에도 ‘미국 국채 다이어트’ 전략을 펼쳤었다. 그러다보니 지난해 9월 접어 들면서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는 1조617억 달러(약 1184조원, 블룸버그 집계)로 줄었다. 2017년 2월 이후 가장 적은 규모다.


그 당시에도 “중국은 점진적으로 미국 국채 비중을 8000억 달러(약 891조원) 아래로 줄여나갈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시쥔양(奚君羊) 상하이 재경대 교수가 글로벌타임스 인터뷰를 통해 밝힌 내용이 그렇다.


중국의 이러한 국채 매각의 의도는 간단하다. 한마디로 미국을 역으로 압박하겠다는 의도였다. 다시 말해 미국 국채를 투매하다시피 내다 팔아 미국 경제 자체를 완전히 흔들어 버릴 수도 있다는 ‘중국식 협박’ 전략의 차원에서 미국 국채를 매각했던 것이다.


[여유만만한 미국, “중국만 손해볼 것”]


그런데 중국의 이러한 미국 국채 대량 매각에 대해 미국은 여유가 만만했다. 지난해 5월 19일(현지시간) 래리 커들로 당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2020년 초부터 거론되던 중국의 미국 국채 매각설에 대해 “중국이 미 국채를 매각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단적으로 말했다.


커들로 위원장이 그렇게 말한 배경에는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가 외환보유고에서 크라운 주얼(가장 가치있는 자산)이기 때문"이라는 자신감 때문이다.


다시 말해 "(중국이 미국 국채를 대량 매각한다면) 그들은 당연히 더 많은 돈을 잃을 것이다. 마치 떨어지는 칼을 잡는 것과 같다"며 "정상적인 시장 여건에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커들로 위원장은 "중국의 해법은 미국 국채를 파는 것이 아니다. 이는 중국 정부를 파산시킬 것"이라며 "중국의 해법은 일정한 투명성과 개방성을 갖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커들로 위원장의 이 발언에 중국의 미국 국채 매각설을 대하는 미국의 입장이 다 담겨 있다.


노스캐롤라니아대 경제학 교수를 지낸 칼 W. 스미스도 “중국이 미국 국채를 매각하면 오히려 미국이 이익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미스는 “미국 국채 매각은 중국 경제를 혼란에 빠뜨릴 것”이라 단언했다.


스미스 교수는 그 이유로 다음 두 가지를 들었다.


①미국 국채 가격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국채 가격과 금리는 반비례 관계에 있는데, 대규모 매각은 미국 국채 금리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중국이 만약 대규모로 미국의 국채를 매각한다면 연준의 금리인하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데,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게 되면 미국 은행들이 1조4000억달러 규모의 지급준비금 중 일부를 경제 활동에 투입할 수 있어서 오히려 미국 경제에는 큰 이익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국채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은행들은 일부 지급준비금을 이용해 국채를 더 사들일 것이고, 그러한 지출은 광범위한 미국 경제에 더 많은 현금을 쏟아 부어 성장을 자극할 것이란 논리다.


②미국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매각하게 되면 당연히 달러화로 받게 된다. 그렇게 되면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받은 달러를 유로, 파운드, 위안화 등 다른 통화로 교환해야 한다.


이 경우 외환 시장에 달러화가 많이 투입되면서 달러가치는 약화될 것이고, 이 경우 미국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외국산 수입품 가격은 오르게 되고 반면 미국산 수출품의 가격은 낮아지면서 시장경쟁력을 갖게 된다.


이런 약 달러는 미국 정부가 지극히 원하는 바이기도 하다. 이러한 약 달러는 당장 미중간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대중(對中) 무역 적자가 효과적으로 줄어드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중국이 미국의 국채를 투매하는 행동이 오히려 미국의 경제를 돕는 역효과를 낳았던 것이다. 이런 현상이 중국의 눈 앞에서 벌어지니 중국이 미국 국채 매각을 중단하고 지난해 11월 들어서면서 다시 미국 국채를 사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사들이는 또다른 이유]


중국이 미국 국채를 사들이는 또다른 이유로는 미국의 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안이 시행된 데다 3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법안 추진 등도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이 그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 3월 30일(현지시간) 장중 1.77%까지 올랐다. 지난해 1월 이후 최고치다.


그런데 중국이 미국의 국채를 대량으로 다시 매입하는 데는 진짜 다른 이유가 있었다. 미 금융투자 정보사이트 ‘인베스토피디아’는 4가지의 이유가 있다고 봤다.


① 중국 제품 구매 위한 ‘달러 실탄’ 꽂아주기


중국에게 있어서 미국은 아직도 최대의 수출시장이다. 미국에서 중국 제품을 구매해 주지 아니하면 중국은 당장 직격탄을 맞게 된다. 그런 측면에서 미국 국채는 미국의 경기 부양을 돕는 역할을 하게 되면서 미국 경기가 살아나면 자연스럽게 중국 제품도 많이 소비될 수 있도록 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지난 3월 14일 “미국의 경기 부양안이 통과되면서 중국 수출업체들은 기대감으로 차 있다”며 “구매력이 늘어난 미국인들이 중국산 제품을 더 많이 살 거라는 생각 때문”이라고 보도한 것이다.


그래서 인베스토피디아는 “중국이 미국 국채를 사는 것은 사실상 미국이 중국 제품을 계속 구매하도록 대출해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평가했다.


② 막대한 대중무역 적자를 입막음하는 방패막이 역할


중국이 미국 국채를 대량 매입하는 배경에 미국의 대 중국 무역적자에 대한 미국의 불만을 덮으려는 술수도 있다.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매달 250억~350억 달러에 이르기 때문에 트럼프 정부때도 이를 개선하기 위해 중국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던 것이고, 바이든 정부 들어서도 이 기조는 변하지 않고 있다.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3월 28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부과한 대중 고율 관세를 철회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로 다시 미국 국채를 매입해 줌으로써 미국에 상당한 생색을 낼 수 있어서 최선의 옵션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③ 그래도 美 국채는 믿을 수 있기 때문


정치적인 배려 말고도 중국이 미국 국채를 사들이는 이유는 그래도 미국 국채는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안전한 투자 대상이 바로 미국 국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로존 채권은 지난 18년간 항상 불안정했고, 부동산이나 주식 같은 자산은 수익성은 높아도 리스크가 컸다. 다시말해 미국 국채만큼 안전한 자산 투자는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미국 국채를 중국이 사들이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에 따르면 지난 1월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3조2107억 달러인데, 이 중 미 국채 비중은 34.1%나 된다.


④ ‘일시적 투매’라는 무기로 미국 압박하려는 의도?


미국 국채의 투매가 중국에게 결국 상당한 피해를 주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일시적 대량 투매를 통한 미국 압박이라는 카드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 카드는 중국이 오히려 더 큰 피해를 보기 때문에 중국이 선택할 가능성도 거의 없고 결코 현실화되지는 못할 것이다.


이에 대해 인베스토피디아는 “중국이 단기간에 많은 양의 미 채권을 팔아도 기축통화국인 미국은 최악엔 달러를 찍어내 대금을 상환할 수 있다”며 “오히려 중국이 손에 쥘 자산 가치만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국채 투매의 무기화 가능성 보다는 미국 국채를 대량으로 보유함으로 인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미국 국채 매입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중국 역시 미국 경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결국 중국은 미국을 결코 외면할 수 없다. 미국의 성장이 없는 중국 경제의 활황 역시 상상 자체가 안되는 구조가 지금의 미중관계 본질이다. 중국이 글로벌 무역 체제에 편입되었다는 것 자체가 이미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에 순응하겠다는 의미인데 이러한 기본 개념을 무시하고 미국 타도를 외친다한들 결국 자해행위라는 결말을 불러올 뿐이라는 것을 중국도 뒤늦게 깨닫기 시작했다.


이런 관점에서 미국의 대 중국 압박의 도피처로 내세운 시진핑 주석의 쌍순환 경제도 어차피 미국과의 유대관계, 곧 미국과의 무역을 통해 얻는 이익이 없다면 순환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그것이 지금의 세계 질서이고 이것이 바로 글로벌 무역 시대에 중국이 처한 현실이다.


어찌보면 그동안 미국을 견제하는 것과 아울러 ‘달러의 덫’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 국채를 다이어트하던 중국이 뒤늦게서야 깨달은 것은 그렇게 해 봐야 자신들만 손해라는 각성이다.


또 그렇게 달러 다이어트를 해 봤자. 정작 미국에게는 별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 또한 중국은 깊이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것이 중국이 처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중국이 그나마 지금의 경제 상황이라도 유지하려면 결국은 글로벌 무역 질서 속으로 들어가 순응하는 수밖에 없다. 섣부른 중국몽이라는 ‘시진핑 비전’은 결국 14억 중국인들을 정말 어렵게 만드는 개꿈이었음을 빨리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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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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