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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북한 단거리 미사일 도발의 의미 - 美, 北도발 철저하게 무시하는 전략. 도발 공개도 안해 - 北 저강도 도발, 美 향한 관심 끌기 및 대화 구걸 의도 - 美 더 강력한 제재와 군사적 압박 병행하는 '전략적 인내' 할 것
  • 기사등록 2021-03-24 15:06:01
  • 수정 2021-03-24 15:5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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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지난 21일 발사한 것과 동일한 발사체로 추정되는 단거리순항미사일. 사진은 지난해 10월 10일 열병식 장면 [사진=노동신문 캡쳐]


["북한, 주말에 단거리미사일 발사"…11개월 만의 도발]


북한이 지난 21일, 11개월만에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23일(현지시간, 24일 새벽 4시)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맹렬히 비난한 뒤 이날 여러 발의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북한은 통상적으로 기술력을 강조하기 위해 이같은 (군사적) 발전을 알리는데, 일요일 미사일 발사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아 미국과 남한 관리들을 당혹스럽게 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24일까지도 미사일 발사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 신문은 “이번 시험 발사는 미 당국이 해외에서 첩보를 취합하는 과정에서 파악하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도 같은 시간대에 익명을 요구한 2명의 미 당국자의 발언을 토대로 북한이 지난 주말 2발의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전했다.


[우리 정부, 발사 사실 인지하고도 발표 안해]


북한이 지난 주말 단거리 미사일 도발을 할 때 우리 군은 합참 상황실에서 이를 모니터로 지켜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우리 정부와 군 당국은 이러한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정부 소식통은 24일 "북한이 지난 일요일(21일) 오전 6시 50분대에 평안남도 온천에서 서해상으로 단거리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한 것으로 안다"며 "모두 단거리였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부 소식통은 "북한의 발사체는 탄도미사일이 아니라 순항미사일"이라며 "순항미사일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은 아니다"고 말했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번에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단거리 지대함 순항 미사일로 추정된다.


[미국도 북한 미사일 발사 인지하고도 외부 공표 안해]


미국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인지했지만 이에 대해 외부 공표는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국회 정보위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24일 “오늘 오전 정보당국이 야당 정보위 간사인 저에게 (북한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보고했다”며 “한미 군 당국은 당시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를) 파악하고 있었는데 발표하지 않기로 서로 합의했고 과거에도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한미 합의로 발표하지 않은 사례가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미국의 고위당국자도 워싱턴포스트에 의해 제1보가 나간 직후인 23일(현지시각) 언론브리핑에서 “북한이 다양한 무기시스템을 실험하는 것은 통상적인 연습”이라면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나 도발이 아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AFP통신에 따르면 북한의 발사체가 탄도 미사일이 아니라, 그보다 비행고도가 낮은 순항 미사일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러한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2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북한에 대한 실망감의 표현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미국 당국이 이번 북한 미사일의 발사에 대해 침묵한 것은 아주 의도적이다. 다시 말해 그러한 미사일 발사를 통한 북한의 관심끌기에 끌려 들어가지 않겠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철저한 무시전략으로 북한에 놀아나지 않겠다는 미국의 의지가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침묵한 이유라고 해석된다.


그러나 이러한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한국 정부가 입을 닫은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미국과 한국은 입장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북한의 그러한 미사일 도발에 대해 당연히 국민에게 알렸어야 하는데 워싱턴포스트의 제1보가 터져 나오기 전까지 철저하게 함구하고 있었다.


이는 북한 도발로 인해 다가오는 4월 7일 재보궐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려 하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여당에게 또다른 악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참고로 미국은 이미 지난 3월 초부터 북한의 도발 징후를 파악하고 있었으며 미 국방부 관리들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가능성을 경고해 왔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무슨 의미가 담겼나?]


이번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두 가지 측면에서 북한 김정은의 의도가 무엇인지 엿볼 수 있다.


(1) 단거리 순항미사일이 주는 의미


우선적으로 김정은이 이날 도발한 미사일이 미국이 지극히 신경을 쓰는 탄도미사일이 아니라 비행 고도가 낮은 순항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한마디로 북한 김정은의 불편한 심기를 표출하면서도 미국을 직접 자극할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다시 말해 여차하면 북한이 언제든지 도발할 수 있지만 지금은 그러한 단계가 아니라 미국의 간을 보는 수준에서 아주 저강도의 도발을 실시했다는 의미다.


(2) 동해가 아닌 서해상 발사의 의미


김정은이 이번 도발을 하면서 미국을 상당히 의식했다는 점은 발사 장소에서도 엿볼 수 있다.


북한은 이러한 미사일 시험발사는 통상적으로 동해쪽에서 실시했다. 지난해 4월 14일에는 강원도 문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순항미사일 추정 발사체를 발사했으며, 지난해 3월 21일에는 평안북도 선천군 부근에서 미상 발사체 2발을 쏘아 올린 바 있다.


그런데 이번 저강도 미사일 발사는 동해가 아닌 서해에서 실시했다. 이는 미국은 물론이고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에 대해서도 쓸데없이 자극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여진다.


한편 북한이 이번 도발을 한 순항미사일은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당시 공개됐던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은 왜 단거리 미사일을 도발이라 하지 않았나?]


일단 북한 김정은의 단거리 순항미사일 도발에 대해 미국은 신중하다. 이를 ‘도발’이라고 칭하지도 않았고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도 말하지 않았다.


이는 아직까지 대북정책을 완전하게 수립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에 대한 대응 방향을 일단은 온건하게 가져가려는 의도로 보여진다. 일종의 무시전략이다.


그래서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보도된 직후 “여전히 북한과의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한 것이다.


미국이 이렇게 차분한 자세로 대응하는 것은 아직까지 북한에 대해 강력한 무력대응을 할 단계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우선 미국이 정하고 있는 북한 도발의 레드라인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또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도발이다. 이는 당연히 강력한 군사대응을 할 것이라 예고하고 있다.


이보다 조금 낮은 군사적 대응은 일본 열도를 넘기는 중장거리 미사일 도발이다. 이는 우선 일본당국이 용납하지 못한다. 당연히 미국도 이에 대해 군사적 대응을 해야만 한다. 최소한 B-52 등의 전략무기를 통한 군사적 압박이라도 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번 김정은의 도발은 이러한 미국의 대북 레드라인 또는 옐로우라인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다. 그래서 미국도 이번 북한의 저강도 미사일 발사를 도발이라고 칭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김정은은 왜 저강도 미사일을 발사했을까?]


김정은은 사실 이번 단거리 순항미사일을, 그것도 동해가 아닌 서해에서 발사하면서 의도한 바가 분명히 있다.


미국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려나 있는 북한 핵 문제를 다시 전 세계인의 밥상에 메뉴로 올려놓고 싶은 충동이 있었다는 것이다.


북한은 공식적으로 미국은 물론이고 남쪽과도 완전히 대화를 차단하고 있지만 사실 속내로는 미국과 대화를 하고 싶은 욕구가 가득하다. 지금 북한이 엄청난 경제 위기 속에 빠져 있기 때문에 이를 헤쳐 나가기 위한 대북제재의 완화는 최대의 과제라 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저강도 미사일의 도발은 북한에 대해 관심을 가져 달라는 것이고 미국이 다시 대화의 문을 두들겨 주기를 기다린다는 신호라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미국은 어떻게 대응할까?]


그렇다면 이번 북한 미사일 도발이후 미국은 어떻게 북한을 다룰까?


이번 미사일을 최초 보도했던 워싱턴포스트도 “북한의 이번 발사는 북한 김정은이 조 바이든 미 행정부에 제기한 직접적인 첫 번째 도전”이라고 평가했다.


로이터 통신도 “이번 발사가 바이든 행정부의 거듭된 막후외교 제의를 거부한 데 이어 나온 것”이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향후 미국정부의 대응에 초점을 맞췄다.


일단 북한은 강공이다.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3일 "지난 2월 중순 이후 여러 채널을 통해 북한에 연락을 취했지만, 응답을 받지 못했다"고 로이터통신을 통해 공개했다. 다음 날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를 공식 확인했다.


반면 북한은 지난 16일 김여정이 한미연합 훈련을 비난하면서 미국을 향해 “미국의 새 행정부에도 한 마디 충고한다”면서 “앞으로 4년간 발편잠을 자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면서 시작부터 멋없이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고, 이틀 뒤인 18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 부상은 담화를 통해 "미국의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그 어떤 조미(북미) 접촉이나 대화도 이루어질 수 없다"며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미국의 접촉시도를 무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북한의 강공에 미국은 어떤 자세를 취할지가 주목거리다. 그러나 현재 바이든 정부가 취하는 태도를 보면 적당하게 북한과 타협할 것 같지는 않다.


가장 우선적으로 오바마 정부때의 ‘전략적 인내’를 업그레이드한 ‘바이든 판 전략적 인내’ 정책을 고수할 가능성이 아주 높아진다.


이는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먼저 취하지 않는 한 북한에 대한 압박은 더욱 강하고, 더 깊숙하게 진행될 것임을 보여준다.


이번 말레이시아에서 미국으로 송환된 문철명의 경우가 앞으로의 미국의 대북정책 방향을 암시해 준다. 문철명에 대해 미국 대배심은 최대 120년의 징역형이 가능한 총 6개의 혐의를 적용했다.


그렇다면 문철명 입장에서는 당연히 검사 측과 합의를 통해 형량 조정을 시도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북한의 동남아시아 지역 대북제재 회피 루트가 미국 손에 그대로 넘어갈 가능성이 아주 높다.


특히 문철명에 대한 기소장에서 실명이 공개되지 않은 중국인과 중국 회사 등에는 ‘공모자’ 혹은 ‘공모회사’라는 표현이 붙어 있고, 그 밖에 여러 회사들의 이름이 가려져 있는 상황으로 볼 때, 문철명 외에도 이미 추가로 기소됐거나 혹은 앞으로도 기소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또 관련된 자금과 자산에 대해서도 몰수하려 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제재 압박은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봐도 된다.


이렇게 왼손으로는 북한에 대한 제재 압박을 하면서 북한이 꼼짝 못하게 만들고 오른손으로는 군사적 압박도 거세게 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것이 미국의 대북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다시말해 당분간 미국은 북한 옥죄기를 최대한 하면서 북한이 숨쉴 틈도 주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포터 미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23일(현지시간) ‘중국의 대북 제재 무용론과 북한 문제 해결에 대한 중국의 역할’에 대해 “미국은 북한을 억제하고 북한의 도발이나 무력 사용, 가장 위험한 무기 프로그램에 도달하는 것으로부터 방어하는 것에 중대한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만약 중국이 미국의 대북제재를 방해한다면 그러한 행위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제재를 하겠다는 의미다.


더불어 존 아퀼리노 미 인도태평양사령관 지명자도 23일(현지시간)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제재, 외교와 더불어 강력한 군사 태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미국의 대북정책은 한 손으로는 대북제재 강화, 또 다른 손으로는 군사적 압박 강화로 귀결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김정은도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을 것이다. 물론 중국과 러시아의 도움을 받으려 하겠지만 그것마저도 쉽지 않다는 것을 곧 깨닫게 될 것이다. 이렇게 김정은은 지금 사면초가에 몰려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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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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