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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또 이스라엘-이란간 일촉즉발 긴장 고조 - 美 이란핵합의 추진, 이스라엘과 수니파 아랍국 분노 - 이스라엘 달려며 중동정책 펼쳐야 하는 美, B-52보내 - 이란에 대한 군사적 행동은 어차피 불가피한 선택
  • 기사등록 2021-03-23 21:34:31
  • 수정 2021-03-24 09: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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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충돌한 이란과 이스라엘]


이란과 이스라엘이 또다시 날카롭게 충돌하고 있다. 언제 무슨 일이 터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일촉즉발 분위기다. 그것도 하나의 이슈가 아니라 동시 다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란 핵, 이스라엘과 충돌 제1변수]


우선 이란이 지하 핵시설에서 우라늄을 농축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스라엘의 신경을 곤두서게 만들었다.


지난 11일 UN산하 감시기구인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이 이스파한 주 나탄즈(Natanz)의 지하 공장에서 IR-4로 이름 붙여진 신형 원심분리기로 우라늄 농축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이는 이란 핵협상의 심각한 위반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이란은 원래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당시 우라늄을 3.67% 농도까지 산업용으로 농축할 수 있는 IR-1형까지 허용을 받았으나 지금 이보다 농축 속도가 빠른 원심분리기인 IR-2m을 도입해 운용하고 있다는 사실도 IAEA는 언급했다.


여기에 이보다 더 속도가 빠른 IR-4까지 설치 및 운용에 들어갔다는 사실도 밝혔다. IAEA는 또 지난 15일자 보고서를 통해 “이란이 이미 지하시설에 설치를 완료한 IR-4 원심분리기 174기로 천연 6불화우라늄(UF6)을 농축 중”이라면서 “IR-4원심분리기의 추가 설치도 시도중”이라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또한 “이란은 별도의 시설에서 우라늄을 순도 20% 수준으로 농축 중”이라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란의 이러한 행동은 우선 이란이 미국 등 서방국가들을 압박하기 위해 추가 협상카드를 내민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이란 핵합의 협상은 좀처럼 진전되지 않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핵합의에 복귀하겠다’면서도 ‘이란이 핵합의 의무를 모두 준수해야 복귀할 수 있다’는 입장이며, 이란은 ‘미국이 먼저 핵합의대로 트럼프 정부가 복원한 대이란 경제 제재를 풀어야 핵합의를 준수하겠다’면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이란이 핵 합의(JCPOA)를 계속 위반하고 있다”며 "우리가 기대하는 제스처를 취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엘리제궁에서 이란과 오랜 적대관계에 있는 이스라엘의 레우벤 리블린 대통령과 함께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이란은 핵합의 위반 누적으로 이미 심각한 핵 상황을 악화하는 일을 중단하라"며 이같이 말한 것이다.


그러면서 "프랑스는 이 위기를 타개할 해결책을 찾기 위해 믿을만한 절차를 재개하려고 모든 것을 동원하고 있다"며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다시 통제와 감독을 받아야 하고 동시에 탄도미사일 활동에 대한 통제도 통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이 19일(현지시간) 핵합의(JCPOA)와 관련해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할 국가는 이란이 아니라 미국과 유럽이라고 반박했다.


이러한 핵합의 공방에 대해 가장 신경을 쓰는 나라는 역시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정보망을 총동원해 이란의 핵시설들을 감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제든지 이란이 핵시설 관련 레드라인을 넘으면 폭격도 불사한다는 것이 이스라엘의 방침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이란이 이스라엘의 공격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이란의 유조선 폭발, 이스라엘이 공격?]


이렇게 이란의 핵시설과 관련해 김장이 고조되는 시점에서 지난 12일에는 이란 선적의 샤흐르 에 코르드(Shahr e Kord)호가 지중해 해상에서 항해 중에 폭발성 소형화기 공격을 받아 그 배후가 누구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해운업체 측은 "이번 테러 행위는 해적 행위이며 상업 선박 보안에 관한 국제법에도 어긋난다"며 "관련 국제기관을 통해 가해 주체를 확인하는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폭발로 인한 선박 피해 규모는 크지 않으며 인명 피해도 없었지만 이란 선적의 선박이 피해를 입었고 위치상으로 볼 때 이스라엘의 소행일 것이라고 이란이 추정함으로써 파문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이란 컨테이너선 폭발은 지난달 25일 오만 인근 걸프 해역에서 싱가포르로 향하던 이스라엘 회사 소유의 자동차 운반선 'MV 헬리오스 레이' 호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이 일어난 직후에 벌어졌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당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명백한 이란의 소행"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런데 바로 그 사건이 일어난지 약 2주 만에 이번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스라엘이 배후일 것으로 추정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영국 더 타임스는 1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정보 당국과 특수부대가 시리아행 이란 선박을 공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관리들은 이들 공격에 이란이 중동 지역에서 무기를 포함한 화물을 배로 실어나르는 것을 막기 위한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는 것이다.


미국과 국제 사회의 경제 제재 속에 이란은 시리아와 원유거래를 은밀히 계속하고 있는데, 이란 혁명수비대가 관리하는 이들 유조선은 수억 달러어치의 원유를 실어나른다.


이란의 이런 은밀한 원유 거래를 가장 경계하는 국가가 바로 이스라엘이다. WSJ은 한 해운 전문가의 발언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2019년 말부터 홍해나 지중해 공해상에서 최소 12척의 이란 선박을 기뢰 등을 이용해 타격했다”고 전했다.


더 타임스는 이스라엘의 정보기관 모사드와 군 정보 당국이 공동으로 시리아행 이란 선박을 식별 및 추적했을 것이며 해군 특수부대가 작전을 수행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인도주재 이스라엘 대사관 폭발 관련 공방도 벌어져]


이런 상황에서 지난 1월 29일 있었던 인도 뉴델리의 이스라엘 대사관 폭탄물(IED) 폭발 배후를 두고 이란과 이스라엘이 공방을 벌이고 있다.


지난 9일 이란 관영 IRNA통신과 이스라엘 영자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등에 따르면 인도의 이스라엘 대사관 폭발 당시 현장에서 론 말카 주(駐)인도 이스라엘 대사를 테러리스트이자 테러국가에서 온 악마로 규정하는 편지가 발견됐는데, 여기에 카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과 이란 핵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맹세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문제가 됐다.


이스라엘은 이를 근거로 인도의 이스라엘 폭발물 사건 배후에 "이란이 (용의자) 선택지에 있다"고 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기름유출 환경테러’까지....]


여기에 이란을 출발한 리비아 깃발을 단 해적선이 엄청난 양의 기름 유출을 하면서 이스라엘 지중해 연안 전역을 따라 끈적끈적한 타르 수톤이 흘러내렸고 가자 지구와 이스라엘의 국경에서 레바논까지 160킬로미터의 해변이 까맣게 물들이는 사건이 벌어졌다.


심지어 기름을 뒤집어쓴 바다거북이가 발견됐고 고래 사체까지 떠밀려 왔다.


이에 대해 길라 가믈리엘 이스라엘 환경보호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이란은 환경을 파괴하면서 테러리즘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기름 유출은 단순히 환경 범죄가 아니라 환경 테러"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가믈리엘 장관은 기자들에게 "그 선박은 이스라엘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으로 들어와 의도적으로 물을 오염시켰다"고도 말했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발생한 기름 유출을 최근 역사상 최악의 생태학적 재앙 중 하나로 선포했다. 자원 봉사자들이 해변을 청소하기 위해 당국과 협력했고, 환경보호부가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일촉즉발 분위기에 美는 B-52 보내 경고]


이렇게 이스라엘과 이란이 일촉즉발의 충돌 상황까지 흘러가자 미국은 이란을 경고하는 의미에서 중동 지역에 B-52H 폭격기를 보내 이란을 향한 무력시위를 감행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 중부군 사령부는 B-52H 폭격기 두대가 중동 지역 상공을 비행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비행은 올해 들어서만 네번째이자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두 번째다. 폭격기들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카타르의 전투기와 나란히 비행하기도 했다.


미국은 특히 중동과 러시아 지역을 겨냥해 미 공군의 B1 폭격기들이 처음으로 노르웨이에 배치됐으며 앞으로 수주내 올란드 비행장을 기점으로 작전을 시작할 것이라고 영국의 BBC가 보도했다. 이 방송은 미국이 북극 가까이 폭격기를 배치하는 것은 유럽의 우방국들을 방어하겠다는 의지를 러시아에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충돌은 불가피, 이란 공격 명분 쌓고 있는 이스라엘]


이스라엘과 이란이 충돌 직전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만큼 이스라엘의 분노가 하늘을 찌를 듯 높기 때문이다.


지난달 최악의 기름 유출 사건의 배후에 이란이 있다고 지난 3일 지목한 이스라엘은 지난 달 25일의 자국 화물선 폭발 사건까지 겹치면서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상태다.


여기에 미국과 이란의 갈등도 날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15일, 이라크 북부에 있는 미군 기지가 공격을 당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배후로 사실상 이란을 지목했다. 그리고 대통령 취임 이후 첫 번째 군사 행동으로 시리아에 있는 친이란 민병대 시설을 공격했다. 이후 지난 3일에는 이라크 서부 미군 주둔 기지가 또다시 로켓 공격을 받았다.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즉각적으로 책임 규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사실 중동문제는 역대 미국 대통령에게 있어서 ‘늪’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바이든 대통령도 중동지역에 대한 관여의 한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가늠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15년 이란과의 핵합의 당시 부통령을 지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이란을 잘 파악하고 있다. 그래서 이란과의 핵합의 복원에 나서겠다고 했는데 문제는 이란이 미국측의 제안을 오히려 뭉개면서 대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측면에서 바이든 행정부 들어 두 번씩이나 B-52폭격기를 중동으로 보냈다는 것은 상당히 큰 의미가 있다. 이는 이스라엘과 약간의 거리두기를 하던 바이든 정부의 정책이 변화될 수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미국이 이스라엘과의 밀착 강도가 트럼프 정부때보다 더 약해지고 있다고 판단하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미국의 대 이란 정책과 별개로 전략을 수행할 경우 미국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실제로 1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출범한 후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수니파 이슬람국이 이스라엘과 부쩍 밀착하는 모습이 뚜렷하게 보인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때도 이런 움직임이 보였지만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밀착 강도가 세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런데 인권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핍박, 수니파 이슬람 국가의 자국 내 반대파 탄압 등을 모두 문제 삼으며 양쪽 모두에게 거리를 두려하자 이스라엘은 수니파 이슬람 국가의 연대를 통해 현 상황을 돌파하려 한다는 것이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과의 핵합의를 복원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스라엘의 분노를 일으켰고 수니파 이슬람 국가들에게도 큰 실망을 안겨 주었다.


그러자 이스라엘과 아랍국들이 연대를 강화하며 미국을 견제하고 있다는 의미다. 아랍국들은 이스라엘의 엄청난 정보망, 그리고 모사드를 활용해 자국 내 반대파를 견제하고 왕정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속내가 뚜렷하다. 바레인이 대표적이다.


이스라엘과 아랍국들은 단순한 외교차원의 밀착을 넘어 군사적 유대까지 강화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 미국도 움찔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바이든 정부의 대 이란 정책이 다시 트럼프 정부때로 되돌아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자칫하다간 미국이 중동정책에서 배제되는 상황으로 흘러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란을 향한 B-52 폭격기의 출동은 이스라엘과 아랍국 달래기용으로 보는 분석도 있으며 대 이란 정책의 수정도 시사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이란에 대한 군사적 충돌이 시시각각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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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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