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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미국은 왜 ‘북한 인권’ 문제를 심각하게 다룰까? - ‘뜨거운 감자’ 북한 인권, 김정은정권 교체 전략 - 美의 북한 인권 거론에 ‘좌불안석’ 한국 - 北, 인권 문제 거론에 반발하지만 초조함 드러내
  • 기사등록 2021-03-19 15:33:33
  • 수정 2021-03-19 21: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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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블링컨 “북 인권 유린 묵과하지 않을 것”]


한국을 방문했던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북한의 인권 유린 행태를 결코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도 임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블링컨 장관의 방한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것이 바로 북한 인권 관련 언급이다. 이 문제는 지난 트럼프 정권에서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다루는 것 자체를 사실상 금기시했다고 봐도 좋을만큼 비껴갔는데 바이든 정부 들어서면서 국무장관이 선봉에 서서 ‘북한 인권’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블링컨 장관은 17일 열린 한미 외교장관회담 모두 발언에서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자유와 인권을 탄압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특히 블링컨 장관은 “북한의 권위주의 정권은 주민들에 대해 체계적이며 광범위한 학대를 자행하고 있다”며 “우리는 기본권과 자유를 옹호하고 이를 억압하는 이들에게 저항해야 한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어 “이 모든 것은 미국과 한국민 이익에 도움이 된다”며 “우리가 이런 가치를 지키는 것은 지금 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이 북한과 중국의 인권 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흘러가는 이슈가 아니라 미국 외교정책의 기본이 될 것임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미 국무부는 ”미국은 항상 인권문제를 외교정책에서 중심에 두고 최우선시한다“고 설명했다. 잘리나 포터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의 17일 브리핑에서 나온 말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로베르타 코언(Roberta Cohen) 전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는 17일 ”블링컨 장관의 발언은 한미동맹이 단순한 군사적 동맹을 넘어 동북아시아의 인권과 민주주의, 법치주의를 촉진하려는 민주주의 동맹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한미동맹에서 북한의 인권문제를 더욱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언 전 부차관보는 현재 바이든 행정부가 한반도 평화의 기초로서 인권과 안보 문제를 촉진하기 위해 다자적인 노력을 동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패트리샤 김 미국평화연구소(USIP) 선임연구원도 이날 “블링컨 장관의 (북한 인권 관련) 발언은 바이든 행정부가 외교 정책에서 민주주의적 가치를 중심에 두고 헌신할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의 유력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15일 미 국무·국방 장관의 방한을 앞두고 펴낸 ‘한미 동맹을 위한 권고 사항’이란 보고서에서 “북한 인권 문제는 그 어떤 미·북 간 정치적 관계 개선 과정에서도 필수적으로 문제 삼아야 한다”고 한 것을 눈여겨 봐야 한다.


CSIS의 존 햄리 소장과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가 함께 작성한 이 보고서는 곧바로 블링컨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14일에 한 발언이다. 그는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은 솔직히 실망스럽고 부끄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대통령 특보를 지낸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이 “인권 문제가 대두되면 대북 협상이 깨질 위험이 크다”고 말한 데 대해선 “북한 주민들에게 최악의 메시지”라고 했다.


[유엔도 북한 인권 문제 적극 거론]


미국이 이렇게 북한 인권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섬과 아울러 유엔에서도 북한 인권 문제를 더욱 강력하게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지난 1월 30일 공개한 ‘북한의 책임을 촉진한다’는 제목의 정례 보고서를 통해 유엔 회원국들이 북한 내 심각한 인권 침해에 연루된 사람들이 확실히 책임을 지게 하기 위해 유엔 안보리가 이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제형사재판소 회부가 여의치 않을 경우 특별 국제재판소를 세우는 등 국제적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북한 김정은과 지도부를 향해 강력하게 압박을 하고 나선 것이다.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또 탈북민들과의 면담 결과 북한이 일반 수용소에서 반인도적 범죄를 벌이고 있다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주민들의 기본권 행사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고, 이들을 혹독한 수감 환경에 처하게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美의 북한 인권 거론에 ‘좌불안석’ 한국]


미국을 중심으로 한 유엔의 이러한 북한 인권 거론은 한국정부에게는 너무나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한마디로 갈수록 쉽지 않은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는 의미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 중국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외면을 해 왔다. 가장 큰 이유는 북한의 인권 문제를 거론하게 되면 북한과의 협상 자체를 좌초(derail)시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북한에서 장기간 지속되는 조직적이고 중대한 인권 침해를 규탄한다”는 내용이 담긴 유엔총회 북한인권결의안 초안에는 공동제안국 명단에서도 빠졌고, 18일(현지시간) 결의안 채택 과정에서도 기권했다.


이 북한인권 결의안에서는 “오랫동안 조직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북한 정권의 인권 침해를 가장 강력한 언어로 규탄한다”며 “고문과 다른 잔인하고 비인도적인 대우와 처벌, 억류, 성폭력에 대해 큰 우려를 제기한다”고 밝혔다.


토마스 오헤야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유엔 제3위원회에서 채택된 북한인권 결의안 제안국에 한국이 빠진 것에 대해 “북한에 좋지 않은 신호를 보냈다”고 비판했다. 국제 인권 단체에선 “인권 변호사인 문재인 대통령이 인권의 기본 원칙을 저버렸다”고도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유엔 안보리 이사국인 미국과 영국, 프랑스, 벨기에, 도미니카공화국, 에스토니아 등 7개국과 일본은 “북한에는 아동을 포함해 약 10만 명이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돼 고문과 강제노동, 약식 처형, 굶주림과 성폭력 등의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성명을 냈다.


성명은 또 북한 정권이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을 이용해 북한 주민의 인권을 더 탄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한국은 이에 대해서도 공동제안국으로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심지어 지난 1월에는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북한의 요구를 유엔의 권고로 둔갑시켜 ‘북한인권법’ 폐지를 향후 과제에 포함시킨 것으로 나타나 파문이 일기도 했다. 한마디로 인권위원회가 북한인권법에 대한 북한의 반발을 유엔 차원 권고인 양 사실을 호도해 북한 입장을 우리 정부에 권고한 셈이 된 것이다.


2005년 발의된 북한인권법은 민주당의 반대로 11년간 표류하다가 2016년 3월에야 가까스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북한인권 실태조사를 위한 북한인권재단과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설치해 정부 차원에서 북한 인권 개선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이 북한인권법은 지금도 집권여당의 무시로 제대로 가동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철저하게 무시하는 전략으로 문재인 정부가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김정은과 북한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지난해 우리 정부에 인권 문제 관련 총 여섯 차례 의견 개진을 요구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그래서 ‘인권 변호사’ 출신이 대통령인 한국이 무리한 대북 유화책을 구사하다 ‘인권 후진국’ 오명을 쓸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진짜 코미디는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인권 분야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기구인데,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이 2007년부터 6년여간 부대표를 지낸 곳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북한 관련 사안에서 국제 사회가 한국에 대해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대한민국의 국격까지 무너져 내리고 있다.


미국 의회는 이른바 ‘대북 전단 금지법’에 대한 청문회를 준비 중이다. 이 청문회가 진행된다면 한국은 사실상의 독재국가 이미지를 남길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이렇게 미국을 비롯한 유엔까지 나서서 문재인 정부의 북한 인권 다루기를 융단폭격식으로 비판하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는 정작 ‘꿀먹은 벙어리’다. 북한인권 논의 자체가 평양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기 때문에 그러는 것일게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인권 문제를 제쳐둔다면 북한에는 무시당하고 미국으로부터는 의심을 받는 처지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인권 문제 거론에 반발하는 북한]


이렇게 미국을 중심으로 유엔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를 집중 부각하고 나서자 북한은 심기가 매우 불편한 듯 보인다.


북한은 미국과 유엔 등이 북한의 인권 문제를 거론하는 것 자체를 ‘대북 적대시정책’이라고 칭하면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미 외교·국방(2+2) 장관회의가 열린 18일 북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명의의 담화도 바로 이러한 북한 인권 문제가 거론되는 것에 대한 강력한 불만 표시로 여겨진다.


북한이 이렇게 긴급하게 담화를 낼 정도로 버럭 화를 내는 것은 북한 인권 문제가 사실 북핵 이슈보다도 더 북한을 어렵게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왜 북한 인권 문제를 집중 부각할까?]


그렇다면 미국의 바이든 정부는 왜 이렇게 북한의 인권 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하는 것일까?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북한의 인권 문제가 북한에게는 급소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간의 충돌에서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인권 문제 역시 중국이 가장 피해가고 싶은 어젠다다.


북한의 비핵화 문제는 우선 군사적 문제이기도 하고 본질적으로는 정치적 문제다. 따라서 이에 대해서는 찬반이 있을 수 있다. 미국이 어떠한 정책을 북한에게 요구하더라도 이의 적절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인권 문제는 인류 보편적 가치에 관한 문제다. 당연히 핵이나 미사일 같은 이슈에 대해 문외한이라도 쉽게 반응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미국이 중국과의 대결에서도 신장 위구르의 인권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서는 중국 역시 변명할 여지가 없다. 그러니 당연히 수세적 입장이 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미국이 북한 인권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는 이유다. 이는 북한과 협상을 진지하게 할 생각이 별로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만약 미국이 북한과 대좌를 했을 때 북한 인권 문제를 꺼내기라도 한다면 북한 대표단은 자리를 박차고 나아갈 것이다. 당연히 협상은 진행될 수가 없다.


그럼에도 미국이 북한 인권 문제를 꺼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미국이 북한 문제 해결에 더 이상 밀리지도 않을 것이고 아예 북한을 완전히 항복시켜 버리겠다는 선포나 다름없다.


사실 북한에게 있어서도 북한의 인권 문제가 중국의 인권 문제와 함께 거론된다는 것은 치명적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중국에게도 마찬가지다. 중국에 대해서는 앞서 언급한 신장 위구르의 인권 문제가 거론될 것이고 북한에 대해서는 정치범 수용소를 비롯해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반 인권적 작태가 광범위하게 논의될 것이다.


북한에 대한 이러한 인권 이슈의 종착점은 당연히 김정은 정권의 교체로 귀결될 것이다. 중국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거대한 나라 중국의 본격적 인권 압박에 앞서 아마도 북한에 대한 거센 공격이 우선될 것이다. 북한의 정권교체를 이끌 수 있는 아주 좋은 이슈인 인권 문제로 북한을 압박하면 당연히 이 여파가 중국에게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권 이슈를 통한 도미노 전략인 것이다.


미국은 이러한 북한 인권 어젠다를 활성화하기 위해 북한을 탈출해 나온 주민들에 대한 광범위한 의견 청취와 함께 미 의회에서의 증언, 그리고 북한 인권 보고서들을 내면서 전 세계적인 여론 조성을 해 나갈 것이다. 그러면서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 문제로 북한을 압박할 것이다.


이는 북한의 핵무기나 미사일에 대한 군사적 압박보다 더 엄청난 무게로 김정은에게 다가가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김정은이 버티고 또 버틴다면 그때는 미국의 군사옵션이 작동될 수 있을 것이다. 명분도 좋고 전 세계인들의 환호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미국의 대 북한 인권 문제 본격 제기는 김정은에게 커다란 위협과 압박으로 다가가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동영상은 3월 20일 오전 8시에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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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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