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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美 ‘중국제조 2025’ 융단폭격. “더 세게, 더 깊숙히” - 미국의 중국 향한 반도체 기술 옥죄기도 대폭 강화 - 아예 ‘중국 견제 패키지법’까지 만드는 미국 - ’미국판 반도체 굴기‘ 현실화, 한국 반도체산업은 암울
  • 기사등록 2021-03-17 17:31:56
  • 수정 2021-03-17 22: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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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강력해진 미국의 대 중국 압박]


미국의 대 중국 압박이 더 구체적이고 더 치밀하며 더 광범위하면서 더 강력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5세대 이동통신(5G)의 선두 기업이었던 중국 화웨이에 대한 제재와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에 대한 감사 강화를 포함해 경제 및 기술 분야 조치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더불어 중국이 앞으로 성장할 기회를 원천 차단하는 차원에서 중국이 더 이상 첨단 기술 확보를 하지 못하도록 막으려 하고 있다.


이렇게 중국의 경제력 발전과 기술력 발전을 막음으로서 중국군 현대화 계획을 아예 손도 대지 못하도록 하려 하는 것이다.


[미국의 1차 목표, ‘중국 제조 2025’ 무산 시키기]


미국이 주목하는 중국의 중요한 전략이 바로 2015년 발표된 ‘중국제조(Made in China) 2025’ 계획이다. ‘중국제조 2025’란 중국 국무원(國務院)이 제조업 활성화를 목표로 발표한 산업고도화 전략으로 10대 중점분야를 선정하고, 이를 발전시키기 위한 5대 중점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5대 중점 프로젝트를 구체화한 9대 전략 임무를 추진하고 있다.


2025년을 1차 목표 시점으로 하고, 10년 주기로 목표를 상향해서 2045년까지 완결하는 ‘3단계 30년’ 장기 계획이다.


특히 첨단 기술 개발을 위해 중국 내부의 연구개발(R&D) 역량 강화도 진행하지만 우선적으로 첨단 기술을 가진 기업을 사들여 확보하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2000년대 초반부터 광범위한 해외 투자를 통해 해외기업을 인수 합병하면서 선진국의 기술들을 약탈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전략에 대해 미국 정부는 외국인 투자위원회(CFIUS)의 심사 강화로 더 이상 미국의 첨단 기술이 중국으로 흡수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도 강화하고 심사도 대폭 세밀하게 하면서 대응하고 있다.


이미 2018년 10월, 27개 중요 기술 분야 기업에 대한 외국의 투자를 반드시 외국인 투자위원회(CFIUS)에 보고하도록 조치를 한 미국은 올해 1월에는 미국 투자가가 중국군이나 중국의 군산 복합체와 연계된 중국 기업이 발행하는 유가증권을 매입하지 못하도록 행정명령까지 내렸다.


[미국의 중국 향한 반도체 기술 옥죄기도 대폭 강화]


미국의 대 중국 옥죄기는 특히 반도체 산업에서 집중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 등 5개 중국 기업을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기업’으로 지목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지난 12일(이하 현지 시각) 보도했다.


화웨이와 ZTE, 하이테라, 하이크비전, 다화 등 5개 기업을 ‘안전하고 신뢰할 만한 통신 네트워크법’에 따라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기업으로 FCC가 지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제시카 로젠워슬 FCC 의장 대행은 “미국 전역에서 차세대 통신망이 구축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국가 안보나 미국인들의 안보·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장비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지침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번 명단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 중국 IT 기업을 겨냥한 미국의 제재는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부터 시작된 것이다. 2019년 5월 화웨이를 거래제한 블랙리스트에 올렸고, 지난해 9월에는 전 세계 어느 기업이든 미국의 기술, 장비,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생산한 반도체를 화웨이에 판매하려면 미국 상무부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그런데 이러한 중국 IT기업에 대한 제재는 바이든 정부 들면서 ‘타격’이 더욱 정교하고 정밀해졌다. 지난 11일에는 상무부가 기업들의 5G 관련 품목 공급을 추가로 제한하면서 화웨이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이는 반도체나 안테나, 배터리 등 화웨이의 5G 장비용 부품 수출을 더 명확하게 금지하는 것으로, 화웨이에 대한 수출이 허용됐던 일부 업체들마저도 더 획일적으로 수출 제한을 받게 됐다.


이렇게 되면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화웨이는 그야말로 숨통이 끊어질 수도 있는 고사 상태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미 올해 화웨이의 스마트폰 생산량이 60%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고, 올해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가 7.7%의 점유율로 6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렇게 되면 샤오미·오포·비보 등에 밀리는 치욕을 당하게 된다.


화웨이 뿐만 아니라 드론업계 1위인 중국의 DJI에게도 미국은 치명타를 입혔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2월 드론 기술을 활용해 중국 내 광범위한 인권 탄압을 부추기고 있다는 이유로 DJI를 거래금지대상인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DJI와 거래를 하려면 정부의 특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에 더해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인 SMIC도 DJI와 함께 제재를 받으면서 제품 생산에 필요한 장비와 재료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예 ‘중국 견제 패키지법’까지 만드는 미국]


미국은 대 중국 압박을 더욱 강하고 더 구체적으로 더 세게 압박하기 위해 ‘차이나 패키지'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1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 법을 주도하는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중국을 능가하기 위해 미국의 반도체 산업을 강화하는 데 상당한 투자를 할 것”이라며 “또 5G(5세대 이동통신)에서도 미국이 어떻게 앞서나갈 수 있는지 (법안 마련 과정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척 슈머 의원은 이어 “이 법은 미국의 경제 및 국가 안보를 위한 법”이라면서 “최대한 빨리 공화당과 함께 법을 통과시켜 집행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법은 이미 공화당도 함께 발의에 참여하였기 때문에 4월 이내에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 뿐 아니라 공화당의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 상원의원은 중국의 희토류 견제를 위한 미국의 대응과 관련된 법안을 만들고 있고, 민주당의 세로드 브라운(Sherrod Brown) 상원의원과 론 와이든(Ron Wyden) 상원의원은 중국과의 경쟁력 확대를 위해 3000억 달러가 넘는 지원을 하는 것과 아울러 중국의 환율조작 혐의와 관련한 전면적인 제재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미국이 전방위적으로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들고 일어서고 있는 것이다.


[아예 미국내 반도체 생산 확대, ’미국판 반도체 굴기‘]


미국의 대 중국 압박 강화책의 중요한 전술로 미국내 반도체 생산 확대가 시행된다. 이미 지난 2월 24일 (현지 시각)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 공급망이 우리를 겨냥한 약점으로 이용돼선 안 된다”면서 핵심 산업 분야의 공급망 취약성을 찾아내 보완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자리에서 바이든은 특히 반도체가 “현대인의 삶을 가능하게 하고 미국에 동력을 불어넣는 혁신과 설계의 경이(wonder)”라면서 미국 내 생산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이익과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나라에 (공급망을) 의존해선 안 된다”고 했다. 중국을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결국 이들 분야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대체 공급망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러한 미국의 정책에 따라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글로벌 1위 대만 TSMC가 미국 애리조나 등에 360억달러(약 40조6000억원)를 쏟아부어 6개의 생산거점을 만들기로 했다.


시장점유율 2위 삼성전자는 반도체 설비 부문에 35조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방침을 내부적으로 정했다. 지난해 투자금액인 28조9000억원보다 약 25% 늘어난 것이다. 현재 가장 큰 관심사는 170억달러(약 19조2000억원)의 투자를 예정하고 있는 오스틴 팹 증설인데, 완전히 결정된 것은 아직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미국 ‘인공지능(AI)에 관한 국가안보위원회(NSCAI)’가 발간한 보고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보고서에서는 첨단 기술 분야의 강력한 경쟁자로 중국 등을 꼽고 중국과 가까운 대만에서 미국의 핵심 반도체가 생산되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이는 미국이 첨단 기기·무기를 구성하는 반도체의 중요성에 주목하면서 미국 본토에서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임을 예상케 한다. 이미 그렇게 하기로 하고 40조원을 쓸 계획까지 세웠다.


그런데 진짜 우리가 눈여겨 봐야 할 것은 미국이 반도체를 국가안보의 중요 요소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미국의 책략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전제되어야 한다. 하나는 한국이 미국의 철저한 동맹으로서 굳건하게 자리 잡아야 된다는 기본적인 전제에 또 하나는 미국의 반도체 산업을 리드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력이 뛰어나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 두 전제사항 모두가 지금으로서는 불안하다. 우선 우리 정부의 친중 노선이 명확하게 청산되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위기 요소가 존재한다.


이렇게 한국정부의 친중전략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대만-일본은 반도체 삼각동맹을 맺고 일취월장하고 있다. 선봉장인 대만 TSMC는 일본 쓰쿠바시에 200억엔(약 2100억원)을 들여 반도체 R&D 합작법인을 세우고, 미국 애리조나 등에 360억달러(약 40조6000억원)를 투자해 6개의 생산 거점을 짓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설계는 미국, 제조는 대만, 소재·장비는 일본이 맡는 반도체 분업 구조가 굳어져 삼성의 입지가 더 좁아진다.


이렇게 국가적 상황으로 인한 어려움에 또 하나 현재 한국 반도체산업 현실이 척박하다는 점까지 삼성전자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미국 같은 경우는 물론이고 일본과 대만마저도 국운을 걸고 반도체 산업 진흥을 위해 지원하지만 우리나라는 초라하다 못해 빈약한 수준이다.


미국 상원은 ‘인공지능(AI)에 관한 국가안보위원회(NSCAI)’의 보고서를 접한 이후 300억달러(약 33조 9000억원) 규모 반도체산업 지원 방안을 검토하는데 반해 우리나라의 반도체산업 대책은 AI 반도체 지원 1253억원, 시스템 반도체 금융 지원 6500억원에 그친다. 이와 관련된 전문 인력도 태부족이다. 이렇게 업계 환경이 척박한 것은 반도체기업에 대한 지원을 특혜로 보는 시각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라는 삼성전자의 위상이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D램 시장의 71%, 낸드플래시 시장의 45%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이 장악하고 있지만 지난해 11월 176단 낸드플래시 최초 공급을 5위권 낸드플래시업체인 미국 마이크론에게 빼앗겼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아직 양산조차 하지 못하는 제품인데 완전히 역전당한 것이다.


이뿐 아니다. 마이크론은 올 1월엔 “4세대 10㎚(나노미터, 1㎚=10억분의 1m) D램을 양산했다”고 선언했다. 역시 세계 최초다. 마이크론에 2연타를 맞은 국내 업계는 충격을 받았다.


이러한 기술력 말고도 설비 투자 규모의 차별성도 약해질 전망이다. 최근 미국, EU 등 주요국 정부가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100조원이 넘는 자금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당연히 미국의 마이크론도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초고속 성장대열에 합류하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삼성전자는 정부 지원은 커녕 오히려 발목잡기로 인해 제자리 걸음이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과 경영간섭 금지명령은 치명타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진출 선언’(198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1993년), ‘스마트폰 진출’(2008년)처럼 고비 때마다 오너의 결단으로 돌파해 왔는데, 이러한 돌파구가 완전히 차단된 셈이다.


이에 대해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전무는 “총수 부재와 사법 리스크, 그리고 정치 권력의 발목 잡기가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삼성전자의 글로벌 톱 대열 탈락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정부지원금만 해도 완전히 내놓은 자식이나 다름없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6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SMIC의 매출 대비 정부 지원금 비중은 6.6%(2014~2018년)였다. 미국의 마이크론도 정부 지원금이 매출의 3.3%를 차지했다. 그러나 우리의 삼성전자는 이 비율이 겨우 0.8%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해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기업에 무한대에 가까운 지원과 협력을 해주는 대만 정부의 친(親)기업 행보는 4년 내내 삼성전자를 적폐 대상으로 삼고 옥죄고 있는 한국 정치권과 대비된다”고 말했다.


이것이 지금의 반도체 산업 현실이다. 미국은 반도체를 국가 안보의 핵심으로 여기고 국가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데 한국은 이와 정반대로 발목을 잡는 것도 모자라 아예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미국판 반도체 굴기는 한국의 반도체 산업에도 큰 도전이 되고 있다. 미국의 이러한 책략에 대해 우리가 제대로 준비되지 아니하면 한국의 반도체 산업도 2류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 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세계 1위라고 자부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을 ‘대한민국을 살리는 미래산업’으로 규정하고 국가와 국민이 모두 나서 전폭적인 지원을 해야 할 때이다. 이것이 미국의 ‘반도체 굴기’에 편승하는 것이고 그래야 한국의 미래도 활짝 열리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동영상은 3월 18일 오전 8시에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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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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