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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국이 최대 위협” 선언한 영국, 왜? - 영국, ‘외교·안보 정책 보고서’, ‘중국은 최대의 적’ - 영국, 동아시아 적극 진출하며 반중 선봉에 서 - 영국의 반중대열 합류, 홍콩을 염두에 둔 행보
  • 기사등록 2021-03-17 13:33:17
  • 수정 2021-03-17 17: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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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운데_ [사진=존슨 총리 트위터]


[영국, ‘외교·안보 정책 보고서’, ‘중국은 최대의 적’]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가 16일(현지 시각) 중국을 ‘국가 단위로는 가장 큰 위협’으로 규정하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과 연대 수준을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이날 발표된 ‘경쟁의 시대에서 글로벌 영국’이라는 제목의 외교·안보 정책 보고서에서 국제적으로 올해 EU(유럽연합)와 완전 결별한 영국이 군사 강국으로서 독자적 위상을 높이는 한편, 적극적인 행보로 대영제국의 영화를 재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114쪽 분량으로 1년여의 준비 기간을 거쳐 발표된 이 보고서는 앞으로 10년간 국제사회에서의 영국 역할과 2025년까지 취할 조치가 담겼다.


▲ `경쟁시대의 글로벌 영국` 보고서 표지


보리스 존슨 총리는 이날 영국의 외교전략으로 “러시아가 안보에 대해 가장 활발한 위협이며, 중국은 국가 단위로는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면서 반중(反中) 노선을 걷겠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에서는 러시아와 중국을 위협 상대로 꼽았지만 보고서 전체를 통해 중국은 29회, 러시아는 14회 언급될 정도로 중국을 비중있게 다뤘다.


이러한 전략에 따라 존슨 총리는 중국 압박 수위를 높이는 차원에서 “인도·태평양 지역과의 군사적 협력 관계를 끌어올리겠다”면서 “4월에는 인도를 방문할 것이고 아시아 무대에서 대중압박 수위를 더욱 높이는데 있어서 영국의 역할을 늘리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영국은 이미 ‘영국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퀸엘리자베스 항공모함을 올해 안에 인도양 및 동아시아에 파견해 일본·인도와 공동 훈련을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고 특히 일본과는 119년 전 맺었던 동맹 관계 수준으로 밀착하고 있다.


[영국, 중국과 갈등 고조]


최근 영국과 중국 사이에는 갈등이 고조되면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영국은 신장위구르 지역 여성들이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는 BBC 보도로 중국의 약점인 인권 문제를 집중 부각시켰다. 이에 대해 중국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서자 영국 정부는 런던의 중국국제방송(CGTN)의 면허를 취소하는 강공으로 대응했다. 또한 중국의 홍콩 탄압 수위가 높아지자 영국은 홍콩인의 영국 이민을 전폭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여기에 캐롤라인 윌슨(51) 주중 영국대사가 최근 중국 SNS에 언론 자유를 강조한 글을 올리면서 중국과의 외교 분쟁이 일어났다.


유창한 중국어를 구사하는 윌슨 대사(중국명: 우뤄란, 吳若蘭)는 전 중국을 누비며 촬영한 영상 Vlog 활동을 하면서 부임 다섯달 만에 많은 중국 네티즌 팬을 확보했다.


그런데 지난 2일 윌슨 대사가 주중 영국대사관 공식 웨이신(微信, 중국판 카카오톡)에 올린 ‘외국 언론은 중국을 증오하나?’라는 글이 문제가 되었다.


윌슨 대사는 중국 공산당의 언론 압제를 지적하면서 “최근 외국 기자를 공격하는 중국 관영 매체의 보도가 갈수록 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외신 기자를 반중(反中) 세력으로 호도한다”면서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윌슨 대사는 이어 프랑스 신문 ‘르 피가로’의 좌우명인 “비판이 자유롭지 못하면 찬양도 의미가 없다”를 인용하며 “세계 어디서나 비판적인 보도를 하는 기자가 나라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증명할 수는 없다. 오히려 정확한 정보와 바뀌어야 할 부분을 지적할 수 있는 언론 자유의 가치를 증명한다”면서 영국의 언론 자유를 소개했다.


그런데 이 글이 올라가자마자 중국의 검열 당국은 곧바로 공유를 금지시켰다. 그러자 윌슨 대사는 위챗에서 공유가 금지된 부분을 캡처한 이미지를 중국에서는 금지된 트위터에 올리며 “누군가는 내 글의 공유를 희망하지 않는다”고 반발성이 가득한 글을 올렸다. 여기서 ‘누군가’는 중국 당국을 지칭한 것이다.


그러자 환구시보 등 중국 관영 매체의 윌슨 대사 공격이 이어졌고 중국 외교부까지 나서 윌슨 대사를 비판했다. 그리고 9일 윌슨 대사는 중국 외교부에 초치돼 공식 항의를 받았다.


초치 사실을 알린 외교부 발표문에는 윌슨 주중 영국대사가 "주중 대사가 공식 플랫폼에 '가짜 뉴스'를 유포해 혼란을 가중시키고 중국 국민들의 분노를 일으켰다"며 “흑백 전도, 이중표준(내로남불의 중국식 표현)으로 농간을 부렸다. 서당 훈장 같은 오만과 이데올로기적 편견이 가득하다”면서 원초적으로 비방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어 “제재받은 개별 외국 매체를 위해 억울함을 호소하며 비방 뉴스와 감시 뉴스를 의도적으로 호도했다”며 항의하고 윌슨 대사의 반성을 요구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윌슨대사가 발끈하면서 9일 트위터를 통해 “영국에 파견된 류샤오밍(劉曉明) 중국대사는 영국 주류 언론에 170여 편이 넘는 글을 자유롭게 게재하고 있다”며 자신의 글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자 또다시 중국 외교부는 10일 자오리젠(趙立堅) 대변인의 정례 기자회견에서 “류샤오밍 중국대사는 객관적이고 긍정적으로 중국과 중영 관계를 소개했다”면서 “외교 인원은 주재국 내정에 간섭하지 않을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외교 당국이 자국 주재 대사의 SNS 글을 이유로 불러 항의하는 것은 흔치 않은 경우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중국이 자국에 대한 비판을 막기 위해 외국 언론사를 억압한 데 이어 외교관의 입까지 틀어막으려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영국, 중국 팽창 의식해 “핵탄두 40% 이상 늘린다”]


이렇게 중국과 기싸움을 벌이면서 관계가 날로 악화되는 상황에서 영국은 현재 180개 보유하고 있는 핵탄두를 260개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앞서 언급했던 ‘경쟁의 시대에서 글로벌 영국’이라는 제목의 외교·안보 정책 보고서에서 영국이 현재 180개 보유하고 있는 트라이던트 핵탄두를 260개로 늘리도록 한도를 해제하겠다는 핵 전력 증강 계획도 발표한 것이다.


이와 함께 존슨 총리는 “영국이 해외 국가들과 경쟁할 수 있는 (군사적) 체급을 갖추는 것을 다시 배워야 한다”고 했다. 보고서에는 영국군의 해외 파병도 “보다 자주, 보다 길게” 하겠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영국은 또한 핵전력 증강과 함께 재래식 전력의 증강도 계획하고 있다. 영국정부는 2025년까지 앞으로 4년간 방위비를 240억파운드(약 37조5700억) 늘릴 계획이다. 늘어난 방위비를 통해 F-35 스텔스 전투기를 48대 추가도입하고 신형군함 건조 및 배치 등 재래식 전력도 강화한다.


이와 더불어 케냐와 오만, 싱가포르, 키프로스, 지브롤터 등 해외 영국군 기지의 능력도 강화시켜 인도양과 남중국해 일대 군사파견 속도도 높일 계획이다.


이는 올해 EU(유럽연합)와 완전 결별한 영국이 군사 강국으로서 독자적 위상을 높이는 한편, 적극적인 행보로 대영제국의 영화를 재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남중국해에 본격 진출하는 영국, 의미는?]


영국의 이러한 군사강국 행보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계기로 독자 행보가 가능해지는 시점에 외교·안보 전략을 재정립한 것으로 특히 올해 G7(주요 선진 7국) 의장국을 맡은 해라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영국이 오는 6월 런던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 인도·호주·한국의 정상을 게스트로 초청한 것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적극적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영국의 이러한 행보는 "2030년까지 지정학적, 경제적 중심이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예상에 기반을 둔 것으로 영국이 앞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의 공동 번영과 지역 안정을 위해 외교와 무역 측면에서 더 깊이 관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관점에서 영국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에 파트너 지위를 신청했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도 가입하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전달했다. CPTPP에는 일본,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싱가포르, 브루나이, 베트남, 말레이시아, 칠레, 멕시코, 페루 등 11개국이 가입돼 있다. 이 협정은 이들 11개국과 미국이 2016년 맺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수정해 만든 것이다.


CPTPP 회원국은 총인구 5억 명, 국내총생산(GDP) 10조5700억 달러(약 1경1711조 원)로 세계 경제의 13.1%를 차지하고 있다. 영국이 CPTPP에 가입할 경우 유럽 국가로는 첫 회원국이 된다.


현재 미국은 CPTPP에 들어와 있지 않다. 그래서 국내 정치 상황을 고려해 가입을 미루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정부를 대신해 CPTPP에 먼저 들어가 중국의 가입을 방해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도 있다. 영국이 CPTPP에 가입하게 되면 일본과 손을 맞춰 국영기업 보조금 지원 금지 등 국제무역 규칙 강화를 주장하면서 중국을 견제할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사실상 영국의 동아시아 진출은 대영제국 시절인 19세기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의도가 강하다. 영국은 1997년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홍콩의 주권을 중국에 반환하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서서히 후퇴해왔는데, 브렉시트 이후 다시 과거의 영화를 되찾자는 의미가 듬뿍 담겨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글로벌 영국’의 재현을 하는 본격화 단계가 바로 反중국의 선봉에 서는 것이며 이를 위한 직업들이 보리스 존슨 총리에 의해 이번에 114쪽의 보고서로 정리된 것이다.


영국은 이미 미국-일본-인도-호주의 쿼드(QUAD)에 이미 가입 의사를 밝혔다. 미국으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영연방 일원인 호주도 찬성하고 있다. 일본 역시 영일 군사동맹으로 가는 발판을 마련한다는 입장에서 적극 찬성이다. 과거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았던 인도도 거부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영국의 움직임에 대해 중국은 떨떠름하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 타임스’는 “영국은 더는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아편전쟁이라는 역사적 앙금이 남아 있는 중국과 영국은 앞으로 견원지간(犬猿之間)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영국의 동아시아 진출, 엄격히 말해 남중국해를 중심으로한 反중국 대열 합류는 사실 홍콩을 염두에 둔 행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중국은 1997년 영국의 홍콩 반환 당시의 약속을 사실상 깼다. 영국은 이에 분노하고 있다. 1월 31일부터 홍콩 주민의 영국 이민을 대폭 확대하는 조치를 내린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 미국의 대 중국정책의 최종 종착점은 과거 소련연방 해체때와 같은 중국의 해체로 귀결된다. 미국이 중국의 신장 위구르에 대한 인권 문제를 집중 거론하고 대만독립을 적극 지원하는 것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다.


중국이 결국 미 동맹국들의 협공에 무릎 꿇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제2의 아편전쟁’과 같은 상황으로 마무리되어 질 것이다. 그렇게 되었을 때 영국은 또다시 홍콩이라는 보석을 손에 넣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가정한다면 영국이 왜 이렇게 남중국해를 포함한 동아시아에 깊은 관심을 가지면서 反중국 전선의 선봉에 서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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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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