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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시진핑 ‘탈빈곤 승리’, 정면으로 들이받은 리커창 - 中 최대정치행사 양회에서 ’탈빈곤‘ 뒤집은 리커창 - 리커창 발언, “권력 암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신호 - 리커창, 중난하이 원로 될 것인지, 차기 지도자 될지 갈림길
  • 기사등록 2021-03-15 14:11:39
  • 수정 2021-03-15 17: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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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일 양회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리커창총리 [사진=CCTV]


[시진핑의 대대적인 ‘탈빈곤’ 선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월 24일 “중국이 절대 빈곤 퇴치의 ‘기적’을 이뤘다”면서 “지난 8년 동안 1억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빈곤에서 벗어났다”고 대대적으로 자화자찬한 적이 있다. 시진핑 주석은 이어 "(탈빈곤 탈출은) 역사에 길이 남을 완전한 승리"라고 했다.


시 주석은 지난 2012년 집권한 이후, 농촌 빈곤 퇴치를 주요 시책으로 삼아왔으며, 2020년 말까지 절대 빈곤을 없앤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추진해 왔는데 지난해 말, 빈곤 지역 목록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현도 빈곤 퇴치가 됐다고 발표한 것이다.


시 주석이 말한 ‘절대 빈곤’은 연간 4000위안(약 69만원) 미만의 수입으로 정의되는데 "현행 기준으로 볼 때 9899만 명 농촌 인구가 전부 빈곤에서 벗어났다"면서 "832개 빈곤 현과 12만8000만 개 빈곤 촌이 빈곤 상태에서 빠져나왔다"고 한 것이다.


중국의 절대 빈곤 기준을 달러로 환산하면 하루 1.69달러(약 1902원) 정도다. 로이터 통신은 이는 현재 세계은행이 제시한 절대적 빈곤 기준 1.9달러(약 2139원)와 차이가 나는 기준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진핑 정권은 이러한 중국의 빈곤 탈출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시진핑 3연임을 위한 홍보전에 나섰다.


지난 2월 18일부터 중국의 최대 미디어그룹인 중국 중앙방송총국(CMG)을 비롯한 매체들이 탈빈곤에 관한 8부작 다큐멘터리들을 방송하면서 광범위한 ’시진핑 업적 홍보‘에 나섰다.


그리고 지난 2월 25일에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전국 탈빈곤 표창 대회를 열고 빈곤 퇴치에 기여한 1981명의 개인과 1501개 집단에 표창을 수여했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전 공산당과 전국 각 민족, 인민의 노력으로 탈빈곤 사업에서 전면적인 승리를 거뒀다"고 선언했다.


이는 중국 공산당이 그동안 선전해 왔던 '두 개의 백년' 목표, 즉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2021년까지 샤오캉 사회(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단계)를 실현하고 중화인민공화국 창건 100주년을 맞이하는 2049년까지 조화로운 현대화 사회주의 국가로 변신한다는 그랜드 플랜의 1단계 완성을 뜻한다.


[中 최대정치행사 양회에서 ’탈빈곤‘ 들이받은 리커창]


이렇게 시진핑 정부가 대대적으로 탈빈곤을 홍보하면서 시진핑의 입지 구축을 하고 있는 가운데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또다시 시진핑의 최대업적이라 자부하는 탈빈곤을 정면으로 들이받고 나서 아직도 2022년 당대회를 향한 권력투쟁이 마무리되지 않았음을 보여 주었다.


리커창 총리는 지난 11일 중국 최대의 정치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연례회의 폐막 후 열린 의미있는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심각한 실업 문제에 직면했다”면서 “올해 고용 전망이 여전히 어둡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커창은 중국인 2억 명이 소위 ‘유연한 취업’ 중이라고 설명했다.


리커창이 말한 ‘유연한 취업’이란 중국정부에서만 쓰는 용어로 “임시직이나 시간제 및 단기 일자리 등과 같은 일자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되면서 상대적으로 소득이 아주 낮은 부류”를 가르킨다.


문제는 중국인 7명 중 1명(약 2억 명)이나 되는 이러한 ‘유연한 취업’ 상태의 사람들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더욱 더 일할 기회가 줄어들면서 이들이 절대 빈곤층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중국 정부는 이들 모두를 취업 상태로 간주해 실업 통계에도 포함시키지 않는다.


리커창 총리는 이렇게 ‘유연한 취업’ 상태에 있는 사람들 외에도 5700만명의 퇴역 군인과 2억 7800여만 명에 달하는 농민공에게도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커창 총리는 그러면서 “혼자서 여러 가지 일을 하다 보니 더 힘든 사람도 있다”며 이들에게 사회보장급여를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또한 사회적 소외계층에 대한 복지정책 추진을 주장하면서 “중국인들이 고통을 참고 견디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리커창 총리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현재 일자리 문제로 고통받는 중국인들이 ‘유연한 취업’ 상태 2억명에 퇴역군인 5700만명, 농민공 2억 7800여만 명 등 모두 5억 3500만 명 정도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중국 전체 인구의 약 39%에 해당된다.


리커창 총리의 이러한 발언은 “탈빈곤 정책의 성공”을 여러 차례 거론해 온 시진핑 주석의 주장을 정면으로 거스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리커창 총리는 지난 해 양회 직후에도 공산당 창당 100년을 1년 앞두고 1억명 이상을 절대빈곤에서 구제해 빈곤과의 전쟁에서 사실상 승리했다고 자화자찬하던 바로 그때에 "중국의 1인당 연간 평균소득은 3만 위안(약 519만원)에 달하지만 6억 명의 월수입은 1천 위안(약 17만3천원)밖에 안 된다"며 "1천 위안으로는 중간 규모 도시에서 집세를 내기조차 어렵다"고 말해 파문이 일었다.

그런데 리커창 총리가 이번에도 비슷한 투의 발언을 하면서 시진핑 주석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든 것이다.


리커창 총리는 이러한 빈곤층 탈출에 관한 비판뿐만 아니라 교육과 관련해서도 중요한 지적을 했다.


리커창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회의 공평 중에 교육의 공평이 최대의 공평이다"는 말을 던져 중국인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리커창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의료, 자녀교육, 양로·탁아 등 민생 분야의 난제들이 부각되고 있다"는 질문에 "올해는 지난해보다 해당 분야에 더 많은 예산을 배정했다"며 민생분야 특히 의무교육과 기초의료 분야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 "교육과 건강에 모든 가정, 국가, 민족의 장래가 걸려 있다"며 양회 심의에 참가했을 때 한 중학교 교장이 현·향단위의 학교는 교사 자원이 부족하고 처우도 낮지만 학력을 향상시키기도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던 사실을 상기시켰다.


또 "도시에 있는 농민공 자제들도 거류증만 있으면 반드시 교육받을 기회를 줘야 한다. 가정형편과 지역이 다르다고 해서 아이들이 출발선에서 뒤져서는 안 된다"라고 한 것이다.


이러한 리커창의 발언은 현재의 중국 교육 상황에 대해 불만이 많은 중국인들에게 상당한 공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리커창의 발언, “권력 암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신호]


리커창의 이날 발언은 시진핑 주석이 3연임을 넘어 장기집권 기반을 공고하게 다지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아직도 중국 내부의 권력투쟁이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매년 한 차례 열리는 전인대 연례 전체회의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은 총리의 생방송 기자회견인데 바로 이 자리에서 리커창 총리가 소신발언을 했다는 것은 그의 정치적 입지가 아직 죽지 않았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지난 해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빈곤과 불평등 문제를 지적했고 지난해 11월에도 14차 5개년 경제계획(14·5계획·2021∼2025년) 수립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서 당 기관지 인민일보를 통해 "현재 인민대중의 교육, 의료, 주택, 식품·의약품 안전, 소득 분배 등 여러 방면에서 느끼는 불만이 여전히 많다"고 지적하면서 중국 공산당이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올해 기자회견에서도 일자리 빈곤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했다는 것은 시 주석이 선전해온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 건설'에 대한 정면 반박으로 읽힐 수 있다.


리커창이 이렇게 시진핑과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것은 그가 2012년 시진핑이 주석으로 등단하기 전 그와 차기 일인자를 놓고 치열하게 경합한 라이벌이라는 점도 있고, 중국 공산당 내 주요 파벌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계를 대표하는 인물로 비슷한 연배 중 가장 먼저 두각을 나타낸 인물 중 하나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지난 2012년에는 태자당(太子黨·혁명 원로 자제 그룹)계와 장쩌민계인 상하이방이 연합해 밀어준 시 주석에게 1인자 자리를 빼앗기고 2인자인 총리 자리를 맡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상당히 다르다. 시진핑의 적극적 후원자였던 그들이 이젠 反시진핑파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물론 리커창은 2023년 3월의 전인대 때까지 임기 10년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그는 시진핑 주석 임기 동안 최대한 몸을 낮추면서 ‘존재감이 없는 총리’라는 비판까지 받았고, 그의 전문 분야인 경제정책에서까지 시 주석의 경제 책사인 류허(劉鶴) 부총리에게 뺐겼지만 시진핑 3연임을 막으려는 反시진핑파의 선봉에서 지속적으로 시진핑을 ‘디스’하면서 反시진핑 세력을 결속하고 있다.


리커창 총리는 2022년 가을 열리게 될 20차 당대회에서 당 정치국 상무위원직을, 2023년 3월 전인대에서 총리직을 내려놓고 중난하이(中南海)의 원로 대열에 합류할 것인지, 아니면 또다른 정치 지도자의 위치로 우뚝 서게 될 것인지 그 갈림길에 서 있다.


그가 그저 중난하이의 다른 원로들 부류에 속하게 된다는 것은 개혁개방으로 오늘날 중국 번영의 기틀을 마련한 선대 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1904∼1997)이 남긴 집단 지도 체제가 무너지고 '시진핑 신시대'의 집중 지도 체제가 형성된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고, 그가 시진핑의 뒤를 잇는 주석직에 오른다는 것은 ‘시진핑 시대의 종언’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될 것이라는 것을 뜻한다.


많은 중국 전문가들은 리커창이 전자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 예상한다. 그러나 이번 리커창의 기자회견은 아직도 그에게 후자의 길에 대한 미련이 강하게 남아있음을 암시해 준다.


과연 중국 역사는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많은 세계인들이 다가오는 1년의 ‘역사적 길목’을 눈 여겨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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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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