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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다급한 중국, 미국에 긴급 대화 요청 - ‘미국 패권 도전 않겠다’는 조건 내세울 가능성 - 4월에 미중정상회담 추진해 최종적 방향 결정할 듯 - 중국의 국운 건 2+2회담, 과연 중국 뜻대로 될까?
  • 기사등록 2021-03-11 11:14:47
  • 수정 2021-03-11 17: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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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급한 중국, 미국에 긴급 대화 요청]


중국 최대의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다급하게 미국에 긴급 대화를 요청했고 미국이 이를 전격 수용했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0일 이 같은 사실을 단독 보도하면서 중국 외교의 양대 축인 양제츠(楊潔篪)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직접 나서 미국과 외교적 문제를 조율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중국이 얼마나 다급했는지는 다음 4가지 사실로 확인해 볼 수 있다.


(1) 양회 기간중에 미국에 긴급 대화를 요청했다는 점


지금 중국은 양회가 진행 중이다. 지난 4일 시작했기 때문에 통상적으로는 2주 정도 진행되지만 올해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1주간 정도 단축해 11일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 이 기간 중에 긴급하게 미국에 대화를 요청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주 특이하다.


(2) 일정도 긴급하게 잡았다.


중국이 얼마나 다급했는지는 일정 또한 최대한 빨리 잡으려 했다는 점이다. 현재 정해진 날짜는 18일(미국시간)과 19일이다.


날짜가 이렇게 정해진 것은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일정 때문이다. 블링컨 장관은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과 함께 일본, 한국을 방문한 후 18일(미국시간) 귀국길에 오른다.


바로 이 블링컨 장관의 일정에 맞춰 어차피 중간급유를 하게 되는 앵커리지에서 양제츠와 왕이를 만나기로 결정했다는 점이다.


사실 중국으로서는 가장 좋은 그림은 블링컨 장관이 귀국하는 길에 베이징에 들르면 최상이지만 미국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고 대화를 하려면 귀국길에 중간 급유하게 되는 앵커리지로 오라고 한 것이고, 중국 측은 체면 가리지 않고 앵커리지에서라도 만나겠다는 의사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일정으로는 18일(현지시간) 잠깐의 만남 후에 19일 본격 대화를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앵커리지에서의 만남에 대해 SCMP는 중국 사회과학원의 미국전문가인 류웨이동의 말을 빌려 "앵커리지가 미국이긴 하지만 미국과 중국 간 거리가 거의 같은 곳은 알래스카뿐"이라며 "중국 측이 미국 본토에 인접한 장소는 피하면서 양국의 회담이 대등한 입장에서 이뤄졌다는 신호를 보낸다"고 분석했다.


미국 본토가 아니고 중립적인 이미지의 장소여서 미국에 지나치게 양보한 게 아니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해석이지만 이는 중국의 체면을 고려한 주장으로 보여진다.


(3) 중국의 두 외교수장이 동시에 대화에 나선다는 점


정말 이례적인 것은 이번 미국과의 대화에 중국의 두 외교축이 동시에 출동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전 세계 어느 국가와 대화를 하더라도 양제츠와 왕이가 역할을 분담해 왔었는데 이번에는 아예 함께 움직인다는 점이 정말 특이하다. 그만큼 지금 중국 입장에서는 다급하다는 것이고, 두 사람 모두 나서야만 될 시급한 현안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블링컨 장관 외에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함께 대화에 나선다. 미국 측 대화 파트너로 보자면 양제츠-블링컨, 왕이-설리번의 개념이다. 그동안 관례를 보면 왕이 외교부장이 미국을 방문했다면 당연히 설리번이 아닌 블링컨 국무장관만 만났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대화가 그러한 격식 같은 것을 전혀 따지지 않고 진행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중국이 긴급하게 미국과 대화해야 할 사안이 생겼다는 의미일 것이다.


결국 이번 대화는 블링컨 장관의 귀국 길에 잠시 들르는 앵커리지에서 중국의 두 외교 수장과 만나게 되고 설리번 보좌관은 워싱턴에서 날아와 합류해 짝을 맞추게 되는 셈이다.


(4) 미중대화, 중국이 긴급하게 요청했다


이번 대화는 중국 측이 미국에 다급하게 대화를 요청했으며 그것도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일정을 잡아달라는 중국 측의 요청을 미국 측이 전격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것도 처음에는 일본-한국 방문 중에 중국에서 만났으면 한다는 제안을 했지만 미국에서 거부했으며 결국 블링컨 장관의 귀국길에 앵커리지에서 만나는 것으로 낙찰됐다는 것이 중국 내 소식통의 전언이다.


중국이 이렇게 체면 다 버리고 격을 낮춰가면서까지 미국 측에 대화를 요청할 때는 분명히 그에 상응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도 당당하게 큰소리치던 중국이 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7일 중국의 올해 외교 방향을 예고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 기자회견을 100분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왕이는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 “내정 간섭을 말라”고 요구했다. 왕이 부장은 “미·중 관계는 내정 불간섭 원칙을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며 “중국이 잘하건 못하건 중국 인민이 발언권이 있으며 주인공”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대만 문제에 대해 왕이 부장은 “하나의 중국 원칙은 미·중 관계에서 건널 수 없는 레드라인”이라며 “중국 정부는 대만 문제에서 타협의 여지나 물러설 공간은 없다”면서 미국에 양보할 수 없음을 확실히 밝혔다.


그러면서 “양안은 반드시 통일할 것이고 필연적으로 통일될 것”이라며 “중국은 어떤 형식의 대만 독립 분열 행위이건 좌절시킬 능력이 있다”고 통일에 대한 의지를 예년보다 크게 강조했다.


왕이는 미국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홍콩 문제에 대해서도 “홍콩은 식민통치 시기에 어떠한 민주도 없었다”며 “중국 중앙 정부보다 홍콩의 민주 발전에 관심을 갖는 이는 없다”면서 홍콩 선거제도 개정 의지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도 왕이는 “세계 1·2위 경제 규모로 이익이 교차하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경쟁은 필연적”이라면서도 “핵심은 공평·공정의 기초 위에서 펼쳐져야 하며 서로 공격하거나 제로섬 게임을 해서는 안 된다”면서 미국에 협력을 촉구했다.


왕이 부장은 이어 “코로나19 방역, 경제 회복, 기후 변화 등 협력에 필요한 리스트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면서 “불합리한 제한은 풀고 새로운 인위적 장애물을 다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왕이부장은 예년과는 달리 북핵과 한반도 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미국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왕이 부장의 양회 기간 중의 기자회견은 사실 중국 외교의 방향을 총정리하는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 지난 7일의 이 기자회견에서 그렇게도 당당하던 중국이 왜 이렇게 갑자기 미국에 대화를 요청하게 되었을까?


[중국이 미국에 긴급하게 대화를 요청하게 된 이유는?]


중국은 체면이고 뭐고 다 내려놓고 미국에 긴급하게 대화를 요청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것도 중국 외교의 최고 수뇌부가 동시에 출동할 때는 그야말로 긴박하고도 중요한 문제가 발생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중국이 미국에 대화를 요청한 때는 양회 기간이었다. 이는 양회 중에서 중요한 돌출변수가 발생했다는 의미다.


사실 양회에서는 중국 국내외의 모든 정세들에 대해 논의들이 이어진다. 여기서 시진핑 지도부가 그동안 큰소리쳐 왔던 대미 문제가 정면 돌파하기 어려운 상황이 뭔가 발생했고 이에 급기야 미국에 SOS에 가까운 대화를 요청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미국 정부의 대중전략은 이미 방향이 정해졌다. 철저한 반중동맹을 통해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군사적 압박은 물론이고 경제적 압박까지 병행된다. 한마디로 중국 고사작전을 펼치겠다는 의미다.


미 국무부는 지난해 11월 74쪽에 달하는 중국 봉쇄정책 관련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트럼프 정권 말기 때의 보고서지만 미 국무부 체계가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보고서까지 다 폐기되는 것은 아니다. 그 보고서는 아직도 유효하게 미 국무부의 계획으로 유효하다는 의미다.


‘중국 도전의 요소'(The Elements of the China Challenge)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를 특종 보도했던 미국의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중국 공산당의 위험한 행태, 사상의 출처, 중국이 직면한 취약점, 미국 및 동맹국들이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등의 내용이 이 보고서에 담겨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푸단대의 웨이종요우 교수는 "이 보고서를 지금 내놓는 것은 소련을 봉쇄하려 했던 캐넌의 아이디어를 모방하는 것으로 중국의 봉쇄정책에 대한 기반을 마련하고 새로운 행정부의 대중 정책을 제한하려는 것"이라고 봤다.


이 보고서대로 미국은 중국을 정치적·외교적·경제적·문화적인 모든 면에서 철저하게 봉쇄하려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아무리 발버둥 쳐 봤자 벗어날 수가 없다. 다시 말해 시진핑 정권이 아무리 큰소리쳐 봤자 그것은 중국 내부를 향한 자존심 살리기에 급급한 것이고 그럴수록 중국의 고립과 몰락은 더욱 빨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금 중국 내부는 反시진핑파가 똘똘 뭉치고 있다. 목적은 단 하나다. 2022년의 당대회에서 시진핑이 3연임에 이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동안의 중국 공산당의 관례대로 10년 순환 주기를 지키자는 것이고 그래야 중국의 미래도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국의 미래‘란 세계 속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지금 같이 유지할 수 있다는 측면 하나와 중국 경제의 미래를 말하는 것이다. 국내외적 안정을 중국이 유지하려면 시진핑 주석이 권좌에서 물러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 反시진핑파의 강력한 주장인 것이다.


시진핑이 물러나면 다시 미국과의 관계도 정상화하고 더불어 중국을 향한 전세계적인 압박도 해결할 방법이 열린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그런데 이러한 反시진핑파의 호소가 중국 내부에서도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중국의 재정을 총괄했던 러우지웨이(樓繼偉) 전 재정부장이 ‘중국의 재정 건전성에 심각한 위험 요인이 존재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나설 정도니 설득력은 더해갔다.


*관련기사:[정세분석] 中재정부장의 고백, "중국이 위태롭다!“(3월 2일)

*관련영상:[Why Times 정세분석 702] 中 재정부장의 고백, "중국이 위태롭다!"


특히 당원로들의 反시진핑 활동은 시진핑의 생명을 위협한다고 할 정도로 강력했다. 그래서 시진핑은 암살을 당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상상할 수도 없는 극단적 경호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중국이 세계 속에서 지금의 위치를 지키려면 그 선택의 폭이 극히 제한되어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중국이 미국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한다. 이는 중국 지도부도 대외적으로 선전하는 것과는 달리 다 알고 있다. 그렇다면 방법은 ‘중국을 정상화’하는 것 말고는 길이 없다.


그것이 바로 시진핑 주석이 원래 정해진 임기대로 내년 당대회 이후 물러나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을 향해 ‘중국몽’을 말할 것이 아니라 세계인들과 협력하는 ‘세계 속의 중국’ 체제로 돌아가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 말고는 길이 없다는 의미다.


이렇게 중국 내부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양회가 채 마치기도 전에 중국이 미국에 긴급하게 대화를 요청했다는 사실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양제츠와 왕이는 사실상 시진핑의 특사 자격으로 블링컨 장관을 만난다. 시진핑이 가장 신뢰하는 인물들이기도 하다. 그만큼 중요한 논의, 다시 말해 양제츠나 왕이 어느 한 사람으로는 도저히 이야기를 꺼낼 수 없는 그러한 중요한 주제를 논의하려 알래스카로 간다는 것이다.


아마도 미국과 중국의 2+2회담에서 가장 먼저 시진핑 주석의 미국 방문 문제가 논의될 것이다. 이미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4월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열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첫 번째 대면 정상회담이 된다.


시진핑 주석은 아마도 스가 일본 총리의 다음이라도 미중정상회담을 열기를 희망할 것이다. 그래서 중국을 향한 미국의 압박을 해소해 보려는 시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 조건은 ”더이상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말이다.


과연 중국이 미국에 어떤 제안을 하게 될까? 중국은, 시진핑은 어떤 방식으로 이 위기를 헤쳐 나가려 할까? 아마도 중국의 국운이 걸린 딜(deal)을 이번 알래스카 회담에서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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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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