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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초조한 시진핑, “국가가 불안, 전쟁 대비하라!” - 웨이펑허 국방부장, 쉬치량 중앙군사위 부주석도 동조 - ‘투키디데스 함정’ 거론하며 미국과 충돌 불가피성 강조 - 시진핑에게 닥친 정치적위기 극복위해 전쟁불안 조성
  • 기사등록 2021-03-10 15:25:54
  • 수정 2021-03-10 21:5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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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국가가 불안, 전쟁 대비하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9일 “현재 중국의 안보상황이 불안하고 불확실하다”면서 “전군은 비상상황에 언제든지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0일 보도했다.


시진핑 주석은 이날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양회의 중앙군사위원회에 참석해 “전군은 전력 증강과 함께 전투 태세를 갖추어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국가의 주권과 이익을 확고하게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주석의 이러한 발언은 지난 6일 웨이펑허(魏鳳和) 국방부장이 “중국의 국가안보가 고위험단계로 진입했다”면서 “전군에 전투 준비 태세를 강화하라”고 지시한 이후에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웨이펑허 부장은 양회의 한 회의에서 “미국과의 전략적 대결이 교착 상태로 진입했다”면서 “중국은 높은 국가 안보 위험 국면에 있으며, 군대는 강력한 적에 맞서 이길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웨이 부장은 이어 “봉쇄와 반(反)봉쇄가 미·중 관계에서 장기적으로 핵심 주제가 될 것”이라고 했는데, 이는 미국의 대중 봉쇄 정책에 맞서 중국도 강력한 반봉쇄 전략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다시 말해 미국이 ‘항행의자유’ 작전을 넘어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연합체를 중심으로 중국 봉쇄 작전을 펼치게 되면 중국은 미국의 이러한 봉쇄 전략에 맞서 강력하게 반봉쇄 작전을 펼치게 될 것인데, 이 경우 미국 연합세력과의 충돌은 불가피하다는 것이고 중국이 이러한 최악의 상황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쉬치량(許其亮)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도 지난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부문별 회의에서 “미국과의 ‘투키디데스 함정’에 대비하기 위해 국방비 지출을 더 늘려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투키디데스 함정’이란 새롭게 떠오른 신흥 강국과 기존 패권국이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미·중 갈등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쉬 부주석은 이날 “투키디데스 함정과 국경 문제 등에 직면해 군이 역량 강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며 “전투력과 전투 방법에서 돌파구를 만들고 군 현대화를 위한 견실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쉬 부주석은 인민해방군 공군 사령원(참모총장 격) 출신으로 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을 겸하고 있는 시진핑 국가주석에 이은 군 서열 2위이며 공산당 영도기구인 중앙정치국(25명)의 일원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공개적으로 ‘투키디데스 함정’을 거론하면서 미국과의 충돌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이례적이고 의미심장하다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지도부는 그간 투키디데스 함정의 위험성을 애써 평가절하 해왔다”면서 “시진핑 주석도 지난 2015년 방미 당시 ‘강대국이 전략적 오판만 피한다면 투키디데스 함정 같은 건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쉬 부주석이 투키디데스 함정을 공식적으로 거론했다는 것은 미국과의 충돌 불가피성을 중국이 대비하고 있으며 그만큼 미중관계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한편, 전인대 연례회의 군 대표단의 우첸(吳謙) 대변인도 패권주의의 대두 및 주변국과의 영유권 분쟁을 거론하며 "현 상황이 복잡하며 천하가 태평하지 않으니 국방이 강대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진핑의 연이은 전쟁준비 발언, 이젠 군부핵심까지 한 목소리]


이렇게 중국 지도부가 한 목소리로 미국과의 충돌을 대비하여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나온 시진핑 주석의 전쟁 준비 발언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11월만 하더라도 세 번씩이나 전쟁 준비를 언급한 바 있고 올해 들어서도 1월 또다시 전쟁 준비 발언을 했었다.


지난해 11월 13일에는 중국군의 최고 결정기구로 시진핑이 주석을 맡고 있는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가 시진핑의 승인을 거쳐 중국군의 ‘합동작전요강’을 배포했는데 여기에는 앞으로 ‘무슨 전쟁을, 어떻게 치를 것이냐’는 중대한 질문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11월 24일에는 중앙군사위원회 군사훈련회의를 하는 자리에서 시진핑 주석은 “현재 중국의 안보환경이 변화했다”며 “전쟁 준비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중국시보가 전한 바 있다.


이어 11월 30일에는 시진핑 주석이 정치국 회의를 주재하며 군대 정치 작업 조례를 심의하고 중국의 지도력을 재확인하면서 전쟁 준비에 초점을 맞출 것을 요구한 바 있다.


*관련기사: [정세분석] 전운 감도는 미국과 중국(2020년 12월 8일)

*관련영상: [Why Times 정세분석 617] 전운 감도는 미국과 중국


그랬던 시진핑 주석이 지난 1월 4일 “새해들어 첫 ‘1호 명령’에 서명하면서 전국의 중국군에 전쟁을 대비하는 훈련 개시 동원령을 내렸다”고 인민일보와 신화통신 등이 일제히 보도했다.


시 주석의 전군 훈련동원명령은 개정된 중국 국방법이 지난 1월 1일 공식 발효된 가운데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더 관심을 끌었다.


시진핑 주석은 이날 명령에서 "전쟁 준비에 초점을 맞추고 실전화 훈련 수준과 승전 능력을 전면적으로 제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이어 "언제든지 전쟁에 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정세분석] 또 ‘전쟁준비’ 지시한 시진핑(1월 6일)

*관련영상: [Why Times 정세분석 646] 또 ‘전쟁준비’ 지시한 시진핑


중요한 것은 지난해 11월이나 올 1월에는 시진핑 주석만 전쟁준비 발언을 했으나 3월 들어서는 시진핑 외에도 중국의 핵심 군부인사들까지 시진핑의 전쟁준비 발언을 거들면서 미중충돌을 아예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진핑과 군부핵심의 전쟁준비 발언, 도대체 왜?]


시진핑 주석을 비롯한 중국의 군부핵심들이 전쟁준비 발언을 하고 있다는 것은, 특히 시진핑 주석이 연이어 전쟁준비 지시를 내리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지금 중국 정세가 불안하다는 것을 한마디로 반증해 준다.


어찌보면 중국이 불안하다는 것이 아니라 시진핑 주석이 지금 극도의 불안상태에 빠져 있다고 보는게 맞을 것이다.


시진핑의 모든 관심과 초점은 2022년의 3연임에 쏠려 있다. 장기집권을 가기 위한 발판을 앞으로 1년여 동안 만들어 가야 한다. 아무리 지금의 모든 권력을 한 손에 다 쥐고 있지만 중국의 정치 상황은 시진핑이 꿈꾸는 대로 쉽게 흘러가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중국 공산당의 100년 역사가 이제까지 1인천하의 세상이 되도록 용인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反시진핑파가 강력하게 저항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러한 국내적 정치상황에 국제적 정세까지 시진핑의 장기집권을 도와주지 않는다. 시진핑 세력은 미국의 정권이 공화당의 트럼프에서 민주당의 바이든으로 바뀌게 되면 미-중간 관계도 다시 소프트(soft)해지지 않겠냐는 희망을 가졌지만 지금의 미-중관계는 트럼프 정권때보다 더욱 악화되고 있다.


여기에 인도와의 국경분쟁도 나아지지 않고 있으며 가장 큰 골칫거리는 대만의 본토화 작업이 완전히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오히려 대만과의 관계는 더욱 악화되고 있으며 대만내의 反중국 분위기도 더욱 거세지는 가운데 미국과 동맹국들의 대만 지원 강화는 시진핑 주석의 입장을 더욱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내해(內海)로 만들려 했던 남중국해 역시 미국과 우방국들의 ‘항행의자유’ 작전으로 인해 더 이상의 확대도 불가능하고 더욱 확실한 제해권(制海權) 장악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사방을 둘러봐도 시진핑 주석에게는 암담한 현실만 보이는 셈이다.


이럴 때 국내경제라도 활황이면 좋으련만 그 역시 핑크빛이 아니다. 온갖 통계 분식과 국가자금 살포를 통해 화장을 멋드러지게 하고는 있지만 그림자 금융, 부동산 버블, 비금융 제조기업 부채, 지방정부 부채 등의 네가지 요소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활화산들이나 다름없다. 여기에 정치적 리스크로 불리는 ‘괘씸죄’까지 더해져 중국 경제는 그야말로 아슬아슬하다.


물론 올해와 내년의 빅이벤트까지 국가적 모든 자원을 동원해 경제성장률을 6% 이상 맞추려 하겠지만 벌써부터 그 이후의 후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집권 핵심 내부로부터 경고가 나오면서 중국 인민들의 마음도 불안하게 만든다.


이런 총체적 위기 상황을 돌릴 수 있는 유일한 카드가 바로 전쟁이라는 ‘레드카드’다. “중국이 이렇게 적과의 대치 상황에서 전쟁을 앞두고 있으니 중국인민들이 다른 생각하지 말고 주석인 나(시진핑)를 중심으로 연합하고 단결해야 한다”는 것이 전쟁준비론의 근본인 것이다.


다시 말해 전쟁 준비라는 극단적 카드로 시진핑 주석 앞에 닥친 엄청난 위기를 돌파하려 한다는 것이다.


[시진핑의 진퇴양난, “전쟁 할 수도, 안할 수도 없고...”]


그러나 시진핑의 연이은 전쟁준비 발언으로 인한 위기 의식 조장은 또다른 중국내 불안을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


전쟁 준비 발언을 저렇게 여러 번 하면서 중국 인민들에게 위기감도 주고 불안의식도 확산시키면 당장의 시진핑 플랜은 그런대로 순조롭게 진행될지 모르나 과연 진정으로 미국과 충돌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문점이 남는다.


진짜 미국과 충돌하게 되면 시진핑 정권 역시 끝장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의 충돌에서 완전한 승리가 아니라면 곧바로 시진핑 정권은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우선 중국 인민들의 여론이 들끓게 될 것이고 당원로들을 중심으로 한 反시진핑 세력의 강력한 반발로 곧바로 퇴진 압력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중국 군사력으로 남중국해나 대만, 그리고 일본이 점유 중인 센카쿠 열도 등에서 군사적 충돌이 이어질 때 결코 미국과 우방국들의 전력을 이길 수가 없다.


물론 중국 인민 해방군의 숫자는 미국 우방국들보다 많다. 군함 수도 많고 전투기의 숫자도 압도적으로 많다. 그러나 전쟁은 머릿수로 하는 것이 아니다. 파워로 하는 것이다. 중국이 절대 미국의 우방국을 이길 수가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니 시진핑의 입장에서는 진퇴양난인 것이다. 진짜 미국과 맞붙어 대대적인 승리를 거둘 수만 있다면 백 번이라도 대만도 공격하고 일본의 센카쿠 열도도 빼앗아 버리겠는데 실패한다면 중국은 곧바로 과거 러시아연방의 해체 같은 엄청난 비극을 맞이할 수도 있고 당연히 시진핑 주석의 실각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그래서 전쟁을 할 수도 없고, 안 할 수도 없는 참으로 엉거주춤한 상황이 시진핑 주석의 앞에 도래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까? 아마도 그동안의 방식대로 전형적인 ‘전쟁 준비 쇼’만 계속하면서 내년의 3연임 때까지 어떻게든 버텨 보려 하지 않을까?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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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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